책소개
상처의 크기는 나이에 비례하지 않는다
오래도록 생생한 악몽처럼 충격적인 성장 서사
임솔아 첫 장편소설 개정판 출간!
시와 소설 양방향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경계 없이 넓은 문학적 토양을 일궈온 작가 임솔아의 소설 데뷔작 『최선의 삶』이 문학동네 플레이 시리즈 다섯번째 권으로 재출간되었다. 작가의 대학 재학 시절에 집필된 이 작품은 문학평론가 신형철로부터 “‘체급’ 자체가 다른 소설”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문학동네 대학소설상을 수상했다. 임솔아는 이 첫 장편을 통해 절제되어 더욱 인상적인 문장과 “특별하지 않은 소재를 특별하게 만”드는 “좋은 소설”(소설가 박성원)의 요건들로 무장한 자신의 소설세계를 독자 앞에 처음으로 선보였다. 작가는 그후 소설집 『눈과 사람과 눈사람』 『아무것도 아니라고 잘라 말하기』, 장편소설 『나는 지금도 거기 있어』 등을 출간하며 평단과 독자로부터 활발히 호명되어왔으며, 2022년 젊은작가상 대상을 거머쥐며 임솔아 소설이 지닌 독자적인 가치와 매력이 착실히 무르익었음을 증명해냈다.
『최선의 삶』은 신인이던 임솔아가 기술보다는 본능에 의해 써낸 작품이라는 점에서 가장 날카롭고 솔직한 임솔아 소설이기도 하다. “지금의 나라면 (…) 다르게 썼을 것”이지만 “수정하지 않는 걸 선택”(임솔아, ‘개정판 작가의 말’)할 만큼, 그대로 고이 보존하고 싶은 젊은 작가의 한 시절을 엿볼 수 있는 이번 개정판에는 임솔아의 미수록 시편이 한정 사은품으로 제공된다. 『최선의 삶』과 세계관을 공유하는 이 시편들은 소설의 감동을 다른 장르 안에서 보다 새롭고 깊이 있게 되새기게 함으로써 ‘임솔아 월드’의 드넓은 지평을 감각하게 해줄 것이다.
목차
최선의 삶 _009
제4회 문학동네 대학소설상
수상 소감·심사평·수상작가 인터뷰 _213
개정판 작가의 말 _240
저자
임솔아 (지은이)
출판사리뷰
상처, 배신, 폭력의 한가운데에서
뒤흔들리는 일상을 어떻게든 살아내기 위해
형용사나 부사 없이 묵묵히 움직이는 성장 서사
『최선의 삶』은 여성 청소년들이 우정을 나누는 방식은 물론 그들의 가출, 폭력, 복수의 서사를 마치 날것처럼 그려 보이며 센세이션을 일으킨 바 있다. 주인공 ‘강이’는 자신을 둘러싼 세상이 ‘스노볼’ 같다고 느끼는 중학생이다. 절실하지도 유효하지도 않지만 끊임없는 사랑과 관심을 쏟아주는 부모님, 같은 학교 친구들에 비하면 변변찮지만 보호소 역할을 해주는 집, 믿고 따를 만한 선생은 없지만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학교. 강이는 인위적으로 꾸며진 듯한 그 좁은 세상 밖으로 가능한 한 멀리 나가보고 싶어한다.
때마침 친구 ‘소영’이 함께 가출할 친구를 모은다. 바둑을 두듯 계산된 행위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어른들에게서 쟁취해내는 소영은 강이에게 동경의 대상이다. 소영에게 이끌린 강이와, 폭력적인 아버지와 함께 살며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존재들을 보듬는 데에서 보람을 찾는 ‘아람’까지, 세 아이가 뭉쳐 대전에서 서울로 가출을 감행한다. 바깥세상은 여성 청소년에게 전혀 안전하지 않다. 어른들의 적개심어린 태도에 반발하고 호의 속에 숨겨진 욕망을 배우며, 세 아이는 서로를 의지하는 만큼 서로에게 지쳐간다. 때로 소영은 강이와 아람의 의견을 무시하고, 아이들은 소영이 이끄는 대로 하루하루를 버틴다.
가출 생활 역시 소영의 독단으로 시작되고 끝난다. 집으로 돌아온 강이와 아람은 소영에게 가출의 목적이 따로 있었으며 소영의 부모뿐만 아니라 자신들 역시 소영의 욕망에 휘둘렸음을 알게 된다. 그후 소영과 멀어진 강이는 모종의 사건들을 겪으며 학교에서 고립되기에 이른다. 바로 며칠 전까지 친근하게 지냈던 친구들에게 외면받으며, 언제 공격을 당하더라도 방어하기 위해서 그 누구보다 공격적인 자세로 교실에 앉아 있는 강이. 오로지 그날 하루를 무탈히 보내는 데 온 신경을 집중하는 강이의 움직임은 수식어를 배제한 채 동사로만 이어지는 문장들처럼 무감하고 섬뜩해서 더욱 처절하다. 그런 강이에게 어느 날 아람이 불쑥 손을 내밀고, 두 아이의 삶은 새로운 국면을 맞는데……
가족보다 친구가 더 소중했던 시절
악몽 같은 우정을 쌓고 부수며
우리는 더는 소녀가 아니게 되었지
『최선의 삶』은 인물이나 사건에 대해 만연히 서술하는 대신 인상적인 장면을 제시하여 그 안에 함축된 의미를 공감각적으로 전달한다. 이러한 소설의 특징은 단행본 출간 후 2년 만에 영화화가 추진되는 쾌거로 이어졌다. 여자아이들의 일상에 자리한 잔인한 일면을 포착해온 이우정 감독의 연출로 탄생한 영화 [최선의 삶]은 “십대 시절의 정의되지 않는 그 예민함과 극렬함을 섬세하게 포착”(영화평론가 정한석)했고 “자기가 겪은 이야기처럼 쓴 임솔아의 소설을 자기가 본 이야기처럼” 찍어 “설명하기 힘든 생생함”(영화평론가 정성일)을 발생시킨다는 찬사와 함께 각종 수상 이력을 기록했으며, 베를린 한국독립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아직 자기 자신에 대해서조차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시기, 십대 아이들이 서로에게, 나아가 자기 자신에게 입히는 상처에는 유별난 데가 있다. 타인의 눈에 그것이 아무리 사소한 생채기로 보일지라도, 당사자의 스노볼 같은 세계 안에서는 한 사람 몫의 세계를 파괴할 만한 위력을 지닐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최선의 삶』은 상처의 크기란 나이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며, 어느 한정적인 시기에만 겪을 수 있는 거대한 폭력과 아픔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특별하지 않”을 수도 있었을 청소년기 특유의 시간이 단 하나의 특별한 이야기로 탄생했다. 상처 입은 존재가 최선의 삶을 살기 위해 맹렬히 움직인 끝에 생생한 악몽 같은 결말에 도달하는 순간, 우리는 “이 모든 슬프고 아픈 일들이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고 믿는다”(문학평론가 신형철)는 논평을 자연스레 따라 믿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