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우리 삶의 방식을 조금이라도 바꿀 힌트는
나가오카 겐메이의 ‘롱 라이프 디자인’에 있다
『디자이너 마음으로 걷다』는 10년간 쌓인 뉴스레터 《나가오카 겐메이의 메일 매거진》의 530통 중 107통을 엄선해 엮은 책이다. 저자 나가오카 겐메이는 디자인 활동가이자 D&DEPARTMENT 프로젝트의 설립자로, 일본 전역은 물론 여러 나라를 분주히 오가며 새로운 문화와 올바른 디자인의 가치를 전파해 왔다. 그가 20년 넘게 활동의 주제로 삼아온 ‘롱 라이프 디자인’이란 오랫동안 지속되는 훌륭한 활동이나 물건을 의미하며, 2012년부터 발행해 온 메일 매거진과 이번 책의 주요 테마이기도 하다. 특히 세 권의 전작보다 삶의 반경이 훨씬 더 넓어진 나가오카 겐메이가 ‘나의 집대성’이라고 말한 이 책에는 일, 시간, 친구, 관계, 의식주, 땅, 농업과 임업, 쇼핑, 물건, 브랜드, 문화, 무엇보다 “매일 치열하게 고민하며 메일 매거진이라는 안경을 쓰고” 세상을 바라본 그의 시선, 그리고 마음이 담겨 있다.
그동안 수많은 디자이너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의 크리에이터 등이 나가오카 겐메이의 철학에 공감하고 그를 롤모델로 꼽아왔다. 오랜만에 한국에 출간되는 이번 책의 소식에도 D&DEPARTMENT 서울과 mmmg의 공동대표 배수열·유미영, ㈜오브젝트생활연구소의 공동대표 유세미나, 브랜드 마케터이자 『질문 있는 사람』 『일놀놀일』 저자 이승희가 추천사를 보내며 나가오카 겐메이가 어떻게 그들의 마음을 움직였는지 전했다. 그들이 그랬듯이 우리 또한 이 책을 읽는 동안 나가오카 겐메이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느끼고, 그와 대화하고,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 속에서 그처럼 자기답게 성장하고 변화하는 방법을 발견할 수 있다.
목차
메일 매거진으로 태어나 정리된 나가오카 겐메이가 세상을 보는 방법(시선)
마음이 담긴 일을 하려면 먼저 내 마음이 평온해야 한다.
좋은 상사는 부하를 키우겠다는 의식이 있는 사람이다.
가와쿠보 레이 씨를 만나고 싶어 그림쟁이가 된 이야기.
그만두지 않겠다는 ‘지속성’.
직감.
좋은 회사는 ‘창업자가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를 공유한다.
죽을힘을 다해.
그 사람과의 관계를 생각한다면 나만의 언어로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게 낫다.
역시 식물에는 배울 점이 많다. 그렇게 생각한다.
화장실 청소를 하고 싶어지는 가게.
나는 제대로 사과하지 못했다. 그리고 제대로 혼나고 싶었다.
성공한 브랜드에는 반드시 그 불씨의 계기를 만든 개개인이 있다.
적당히 대화하는 버릇이 있지 않은가?
‘좋다/나쁘다’는 흑백 논리로 단정 짓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빨리 감기 인생.
맛있다고 여기는 배경에는 반드시 ‘맛있겠다’고 느끼도록 하는 노력이 숨어 있다.
거침없이 닫아간다.
이름만으로 부르지 못한다.
만든 사람이 느껴지는 건 중요하다.
나만의 언어로 말하는 사람은 대화가 아주 담백하다.
손님이 왕이면 점원도 똑같이 왕이다.
‘놀기’와 ‘일하기’ 둘 다 잘하는 사람과 만나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숫자로 판단하지 않는다.
지.
그만두고 싶어지면 일단 그만두어보자.
멋있는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은 필요한 물건을 지금 바로 사지 않는 ‘인내심’을 지녔다.
메이저가 되기 바로 직전.
무엇을 칭찬받고 싶은가.
활약하는 사람은 동물적 감각이 극단적으로 단련되어 있다.
도쿄에서는 사람 이름을 외우지 못하는데….
당신의 약간 독특한 생각으로 고른 물건 하나하나가 특색 있는 동네 만들기의 첫걸음이다.
7만 엔짜리 바지.
사람은 그리 쉽게 변하지 않는다. 만약 변했다면 스스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과하게 디자인하지 않는 강인함.
브랜드란 일하는 모든 사람의 별거 아닌 마음씀씀이가 ‘찰싹찰싹’ 쌓인 상태를 말한다.
서두르면 된다는 생각에 빠져 있지 않은가?
그 지역에 존재하는 끈끈한 담합을 싫어하고 외부인을 끌어들이는 문화인이 되고 싶다.
월세와 시간.
정보로 형성된 대화란 무엇인가?
일류란.
센노 리큐가 어떻게 겨울과 마주했는지 알고 싶어졌다.
쇼핑은 어떤 면에서는 지원이며 무언가를 키우는 행위다.
세 가지 감동.
내일 방문할 친구를 위해 하는 청소는 즐겁다.
큰 회사는 되지 않겠다.
청소는 사람에 따라 ‘작업’이라고 느끼는 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브랜드를 완성해가는 행위’라고도 볼 수 있다.
지구인으로서의 디자이너.
즉 사람을 통해 실감한다.
지역의 일은 그 지역에서만 생각할 수 있다.
오너의 존재.
디자인→민예→자연(지구환경)→농업.
활기 있는 사람.
상상력.
무상의 마음은 욕구의 마지막에서야 모습을 드러낸다. 그런 것 같다.
프레젠테이션.
단골손님의 가게.
‘물건’에는 그것을 둘러싼 ‘주변’이 있다.
점장이 진짜 해야 할 일.
문화 거점.
내 쇼핑은 어디를 향하게 될 것인가.
응원한다. 억지스럽지 않은 자연스러운 응원은 어떤 응원일까.
문제는 성실하냐, 그렇지 않냐에 달려 있다.
그 사람이 있다.
청결과 기능과 미의식.
나의 모든 것은 누구의 것인가.
진득하게 기다리지 못하는 경년 변화.
좋은 것.
단 한 사람이라도 인상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웃는 얼굴.
해주고 싶다.
부 따위 과시할 만한 게 아니라고 여기는 순간, 재미있는 상태가 만들어진다.
시간의 질.
자유롭지 않은 계절을 기다린다.
리얼과 세계관.
일상에 있는 것을 ‘발견하는’ 편이 몇 배나 즐겁다.
늘 그곳에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
철학.
콘셉트가 있는 음식.
한 사람 한 사람이 건네는 돈으로 세상이 나아지면 좋겠다.
목표가 있는 사람은 멋있다.
앞으로는 점점 더 ‘응원’의 시대가 될 것이다.
청소 당번.
문화도.
회사에 속해 계속 일해야겠다고 생각하려면.
‘무엇을 위해 배우는가’ 생각하는 일은 새삼 중요하다.
앉지 않는 의자.
갤러리 의식이 없는 이름뿐인 갤러리만큼 볼썽사나운 것도 없다.
손님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부추기고 있지 않은가?
장사를 한다는 것.
적극적으로 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시간과 마음.
저마다 나답게 살아가는 시대.
새로운 일.
늘 ‘편안함’에 대해 생각한다.
저자
나가오카 겐메이 (지은이), 서하나 (옮긴이)
출판사리뷰
웃고, 화내고, 가끔은 감정이 격앙되고, 그러면서도 꾸준히
사회라는 거울을 향해 강하고 부드럽게 속삭인 이야기들
한국에 처음 소개된 나가오카 겐메이의 책은 2009년의 『디자이너 생각 위를 걷다』로, 원서는 2006년 출간되었다. 당시 ‘개성파 디자이너’라는 수식어를 달고 나왔던 그가 2025년이면 환갑을 맞이하고, 그 사이 D&DEPARTMENT가 서울과 제주에도 생겨 나가오카 겐메이의 D&DEPARTMENT 프로젝트도 우리에게 한층 가까워졌다. 이렇게 세월이 흘렀지만 새 책 『디자이너 마음으로 걷다』를 보면, 그의 예리한 감각은 무뎌지기보다는 오히려 시간으로 다듬은 경험과 통찰이 더해지며 더욱 섬세해진 듯하다. 발로 직접 뛰는 열정의 불씨도 사그라들 기미가 안 보인다. 이 책조차 “앞으로 다가올 말년에 한층 더 기합을 불어 넣어 왕성하게 활동하기 위한 책”이라고 표현하는 데서 그 불의 온도를 가늠할 수 있다. 10년이 넘도록 꾸준히 한 주에 하나씩 뉴스레터를 보내는 것도 어지간한 의지로는 어려운 일이다.
나가오카 겐메이에게 유료 메일 매거진의 초기 취지는 “돈을 내서라도 갖고 싶어 하는 물건이나 활동이 많이 있는데, 그런 가치를 스스로 제공하고 싶어”서였다. 그리고 메일 매거진의 글을 엮은 이 책의 서두에서 그는 사람들이 SNS 등에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는 것을 “매일매일을 소중히 여기고 나를 잃지 않고 살아간다는 지금 시대의 감각”이라고 하며, 그와 같은 감각으로 메일 매거진을 써왔음을 깨달았다고 밝힌다. 사람들의 SNS, 그에게는 메일 매거진이 사회와 이어지는 작은 구멍이고, SNS에 글을 올리거나 메일 매거진을 써서 보내는 건 사회성을 만들어내는 행위였다. “자신을 되돌아본다, 아는 이들이 조금이라도 귀 기울여주었으면 좋겠다, 소중한 사람에게만 분명하게 말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써왔습니다. 다시 말해 내 생각인 듯하면서 사회라는 거울을 향해 강하고 부드럽게 속삭인 이야기들이었습니다.”
그가 메일 매거진을 보내며 확인한 것은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세상을 보는 관점’이 있다는 것이었다. “직업으로 디자인을 하려면 지구의 위기를 짊어진다는 발상을 기본으로 삼아야 한다.” “작은 회사라서 할 수 있는 일이 주목받는다고 느낀다. 대량생산만 보더라도 역시 이제는 그런 시대가 아니다.” 같은 글을 보면 그가 D&DEPARTMENT 프로젝트를 시작하던 초창기의 마음가짐, 즉 가장 중요한 초심을 거듭 되새기고 운영하는 브랜드에 반영해 성장시키고자 고민해 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디자인 활동가이자 경영자로서 그의 이런 철학은 삶의 방식과 분명히 이어져 있다. “임시방편으로 구입한 물건은 이상적인 물건이 손에 들어오면 불필요해져 눈앞에서 지워버리고 싶어진다. 그런 물건들이 재활용센터에, 폐기물 처리장에 모여 ‘(아직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라는 쓰레기’가 된다.” 같은 말은 그 연결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롱 라이프 디자인의 필요성을 드러낸다. 무엇이든 저렴하게 파는 대기업의 체인점이 가까운 거리에 즐비하고, 더군다나 이제는 손가락 몇 번 움직이는 것으로 집 앞까지 배달해 주는 세상에서 “그렇게 할인 상품을 사는 일이 무엇을 키우고 응원하는 일로 연결될까?” 하고 물음을 던지며 우리가 무언가를 구매하는 행위처럼 사소한 생활 방식 하나하나가 어떻게 사회 전체와 연결되는지 상기시키기도 한다.
“D&DEPARTMENT를 마흔일곱 개 도도부현에 만들겠다!”라며 일본 전역을 동분서주하고, ‘그 토지에서 나온 것은 그 토지에 가서 즐긴다.’라는 사고가 이상적이라고 설파하는 나가오카 겐메이를 보고 있으면 내심 그를, 나아가 그처럼 일을 벌이고 분투하려는 모든 사람을 응원하게 된다. 디자이너나 브랜드 운영자가 아니라도 더 나은 삶의 방식을 고민하며 일상을 영위해 가는 우리 모든 생활자에게, 나가오카 겐메이가 해주는 이야기는 ‘분명하게’ 마음에 와닿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