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시뮬레이션이라면 무엇을 목표로 하고 있는 거야?
한 사람의 인생? 도시 계획? 우주 탐사?”
“크게는 지구 멸망 시나리오, 작가는 인간의 구원 가능성 탐구.”
★ “이 소설에는 빛을, 의미를, 다음을 기약하는 마음이 있다.”
SF 평론가 심완선 추천!
우리 곁에 돌연 도착한 젊은 SF 소설가 조현아의 첫 연작소설 《확장윤회양분세계》가 읻다에서 출간되었다. 원인 모를 어둠에 휩싸인 전 세계, 낮과 밤의 경계가 사라지고 삶과 죽음의 경계가 지워져 세상은 더 이상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지 않고 그 누구도 죽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세계에 찾아온 이 갑작스러운 고통의 이유는 무엇일까. 여섯 단편의 주인공들은 돌연한 질문에 삶으로 그 대답을 대신한다.
기술과 공명하고, 불교적 관점과 횡단하는 SF 소설
불교 재단 ‘연산윤회연구소’는 존재의 해탈 가능성을 연산해 보기 위해 몇천 년 인류의 역사를 하나의 가상세계로 압축한 sam4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후 한국대 대학원에 유지보수를 맡긴다. 담당자가 며칠 자리를 비운 사이 석사과정생들이 시스템에 손을 대고, 설상가상으로 연구동 점검으로 정전이 된다. 이로 인해 sam4 속 세계는 밤이 와도 해가 뜨지 않고,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무화돼 사람들은 죽지 못하게 된다. 이렇듯, 작가는 이 세계가 실은 관찰자의 창조물이었다는 다소 통념적인 ‘통 속의 뇌’ 세계관 기저에 불교적 밑바탕을 깔아둠으로써 다성적인 해석의 길을 터둔다.
목차
세계의 에필로그 · 7
취미 비전공자 · 41
시장판 단독 콘서트 · 75
사이버 인권 교육 · 101
확장윤회양분세계 · 125
컬러풀 루덴스 · 155
reboot ?f · 191
작가의 말 · 217
저자
조현아 (지은이)
출판사리뷰
고통에 응답하는 방식으로서의 모자이크화(?)
《확장윤회양분세계》는 앞에서 언급한 이질적인 세계관의 화학적 결합이라는 특이점을 제외하고도, 형식과 내용이 주제를 향해 합일되어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성취를 거둔다. 하나의 단편에서 등장하는 인물이 다른 단편에서도 교차하여 등장한다는 점, 사건의 층위를 다각도로 조명하는 이 소설은 마치 다양한 색면이 모여서 하나의 문양을 이루는 예술인 모자이크화를 상기시킨다. 낱낱의 조각보다 전체가 조망될 때 미적 쾌를 주는 모자이크화처럼, 〈컬러풀 루덴스〉 〈확장윤회양분세계〉 〈시장판 단독 콘서트〉 〈reboot?f〉의 인물들은 절망의 수렁에 갇힌 인물을 바깥으로 끄집어내면서, 혹은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손을 마주 잡으면서 복잡한 우주 속 상호 연결된 관계의 넉넉함을 확인한다.
끝으로, 이 소설에서 가장 빛나는 장면 하나를 소개하며 마무리하겠다. 〈컬러풀 루덴스〉의 주인공 ‘박주형’은 물감을 구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청소년 수련관으로 향한다. 어둠을 헤치고 도착한 곳에서 그는 뜻밖의 장면을 목격한다. 3층 교실에서 누가 불을 지핀 흔적을 발견한 것이다. 옥상을 목전에 두고 누가, 왜, 굳이 실내에 불을 피운 것일까? 인물들은 다음과 같이 추측한다.
“아마 어린아이를 둔 가족이 아이에게 색을 보여주고 싶어 불을 피운 게 아닐까요?”
세계는 어둡기만 한 것이 아니라고 알려주고 싶었던 부모가 피워낸 색의 세계를 상상하면, 우리의 마음속 한편이 뭉근한 색으로 은은히 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러니 《확장윤회양분세계》 속에서 ‘색’은 단순히 물감의 안료나 조형적 요소가 아니라 항구적인 고통 속에서도 서로를 염려하는 마음을 시각화하는 수단이자, 무엇보다 불교적 세계관에서 공(空)의 지위에 있던 색(色)을 위상을 재조정하며 새로운 존재론을 설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