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이주노동자 ‘타오 씨’의 평범한 하루
어둡고 치열한 일터와 문득 반짝이는 일상
베트남의 평화로운 농촌 풍경이 엽서 그림같이 놓인 표지를 넘기면, 빼곡한 공장 풍경이 펼쳐집니다. 이곳은 베트남에서 온 타오 씨가 일하는 한국의 어느 공단입니다. 오늘도 자동차부품 공장으로 출근하는 타오 씨, 사장과 동료들과 밝게 인사하며 아침을 맞지만 이내 긴장하고 바삐 움직여야 합니다. 어둡고 위험한 공장 안에서는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금세 다치거나 실수를 하고, 그럼 일자리를 잃게 될 수도 있습니다.
회색 벽 푸른 지붕, 회색 공장 푸른 작업복. 타오 씨의 일터는 남루하고 차가운 색으로 가득합니다. 일도 일이지만 밥을 먹을 때면 유독 고향을 향한 그리움이 밀려옵니다. 고향과 가족을 떠올릴 때만큼은 타오 씨의 마음이 따뜻하고 환한 색으로 채워집니다. 음식도 환경도 언어도 날씨마저도 낯선 한국에서 타오 씨는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학교에 다니는 딸아이와 고국의 가족들이 기꺼이 버틸 수 있는 이유입니다. 그녀에겐 이국이지만 한국에서 태어난 딸에게는 ‘우리나라’인 이 땅에서 밝게 살아갈 희망을 줄 수 있는 것이 또 없을까요?
저자
장재은 (지은이)
출판사리뷰
평범한 하루 속에 고착된 차별과 이중성
타오 씨 이야기는 어느 여성 이주노동자의 기사에서 출발하였습니다. 타의로 미등록 외국인 신분이 되어, 산업재해에 노출되는 근무 환경에서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전전긍긍하고, 자녀를 같은 미등록 신분 처지로 홀로 키울 수밖에 없으며, 언제 강제출국 당할지 모르는, 절박한 사연. 한 사람의 이야기이지만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입니다. 이들의 한국 생활이 타오 씨의 하루 속에 여실히 담깁니다.
장재은 작가는 대구 성서공단을 직접 취재하며 일터의 풍경을 낱낱이 그렸습니다. 복잡한 기계와 날카로운 부품 조각이 널브러진 공장 내부, 미등록 외국인 단속 기간의 한산한 시장. 생생한 묘사와 더불어 칸의 흐름을 예민하게 연출하여 인물의 생활 감정을 담았습니다. 길고 고된 업무 시간과 사람 좋아 보이는 한국인 동료들에게 이따금 무시받고 소외받는 기분. 하지만 그 안에서도 웃음과 배려, 감사함을 찾는 시선이 보입니다.
진실과 진심을 담은 다큐멘터리 그림책
타인의 삶을 진정으로 이해하려면 확신 어린 짐작을 걷어 내고 새롭게 보아야 합니다. 작가는 진짜 메시지를 담기 위해 가짜 색안경을 버리고, 현장으로 깊숙이 들어가 이 그림책을 완성했습니다. 현실에서 한발 떨어진 독자들이 현실을 가까이 마주함으로써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헤아릴 수 있도록 이끕니다.
타오 씨의 일상은 이쯤에서 머무르지 않을 것입니다. 딸아이가 커 가고 나이가 들면서 이들은 야박한 사회 현실에 더 잦게 놓일 수도 있습니다. 오늘만은 함께 행복한 저녁을 보내며 맺는 타오 씨 이야기는 같은 땅에서 같은 시간을 살아가는 이웃의 안부를 포근하게 비추고자 합니다.
사계절출판사×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민주인권그림책 시리즈 출간!
‘민주인권그림책’은 사계절출판사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협업으로 출간하는 논픽션 그림책 시리즈(전 8권)입니다. 우리가 사는 현대 사회를 촘촘하게 들여다보고 다양한 사회적 의제들을 찾아내어 그림책으로 풀어냈습니다. 차별과 불평등, 이주노동, 성역할, 폭력의 감수성 등 민주주의와 인권의 의미를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일상 속에서 공감하며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림책에 담아냈습니다. 시리즈에는 자신만의 고유한 작품 세계를 바탕으로 현재 그림책 작업을 활발히 하는 작가들이 다수 참여했습니다. 볼로냐 라가치상, BIB, 대한민국 그림책상 수상 작가 및 두꺼운 팬층을 지닌 개성 있는 그림책 작가들이 함께했습니다. 정진호, 권정민, 서현, 이명애, 조원희, 소복이, 오소리 등 국내외 13명의 그림책 작가들이 민주인권그림책의 기획의도에 동의하며 적극 동참했습니다.
이 시리즈는 올해 하반기에 개관하는 민주화운동기념관의 전시 콘텐츠 프로젝트에서 탄생했습니다. 기획 및 저작 지원을 맡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과거 국가폭력의 현장이었던 남영동 대공분실을 민주화운동과 민주주의의 역사를 기억하는 공간인 민주화운동기념관으로 조성하고 있습니다. 한국 민주주의 역사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탄압하고 고문했던 남영동 대공분실을 보존하고, 전시와 교육 시설을 마련하여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새로운 미래를 여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2022년 초에 발족한 ‘민주인권그림책프로젝트’는 한국 현대사의 뜻깊은 현장의 전시 콘텐츠로서 그림책을 자리매김한다는 의미를 갖고 첫발을 내딛었습니다. 그림책의 높은 예술성과 전달력을 통해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미래 세대에게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실행한 프로젝트가 이제 결실을 맺어 그림책으로 출간됩니다.
2년간 국내외 13명의 그림책 작가 공동 작업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다채로운 시선을 그리다
‘강인하고 친절한 희망’을 담은 논픽션 그림책
올해 5월부터 10월까지 차례대로 출간될 총 8권의 시리즈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2년 동안 진행한 ‘민주인권그림책프로젝트’를 통해 나온 결과물입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비롯해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그림책으로 다뤄 온 『꽃할머니』의 작가, 권윤덕은 프로젝트의 총감독을 맡았습니다. 권윤덕 작가를 필두로 그림책 연구자와 전문가들로 구성된 프로젝트팀은 창작자들을 한자리에 모아 여러 차례 세미나와 토론을 통해 그림책을 만들어 갔습니다. 특히 참여 작가들은 남영동 대공분실 현장 답사를 통해 이 프로젝트의 의도를 깊이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림책 프로젝트의 캐치프레이즈는 ‘강인하고 친절한 희망을 담은 그림책’입니다. 총감독인 권윤덕 작가는 “역사적이고 현실적인 문제를 정면으로 맞이하고, 그것을 그림책으로 친절하게 대중들과 소통하고, 앞으로의 희망을 그림책 안에 담아내고자 한다.”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국가 예산으로 그림책 창작을 지원하는 공공 프로젝트 성격의 이 시리즈는 현재 그림책 분야에서 사회적 이슈를 다룬 그림책이 부족한 현실 속에서 창작자들에게 주제, 소재, 형식, 표현 등 모든 면에서 실험적이고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도록 했습니다. 창작자들은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주제를 일상 속으로 가져와서 치열한 고민과 연구 끝에 그림책에 담았습니다. 우리 사회가 현시점에 마주해야 할 이슈들을 다채로운 목소리와 깊이 있는 시선으로 풀어낸 논픽션 그림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