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혁명과 예술이 발원하고, 음울과 환희가 뒤엉킨 거대 도시 파리가 부서지고 피어난 기록
거대하고도 낭만적인 도시 파리의 심리지리학적psychogeography 지침서
목차
제1장
순찰로 _09
경계의 심리지리학_ 17
옛 파리, 구역들_ 35
센강 오른쪽: 팔레루아얄, 카루젤, 튀일리생토노레, 부르스, 레 알,
상티에, 마레, 그랑 불바르
센강 왼쪽: 카르티에라탱, 오데옹, 생쉴피스, 생제르맹데프레, 포부르 생제르맹
새로운 파리
1. 포부르_ 177
센강 오른쪽: 샹젤리제, 포부르 생토노레, 포부르 생탕투안,
포팽쿠르와 포부르 뒤 탕플, 포부르 생마르탱과 포부르 생드니,
포부르 푸아소니에르와 포부르 몽마르트르,
생조르주와 누벨아테네, 유럽, 몽소 평야
센강 왼쪽: 포부르 생마르셀, 포부르 생자크, 몽파르나스
2. 마을_277
센강 왼쪽: 보지라르와 그르넬, 플레장스, 당페르로슈로와 14구,
13구 뷔토카유, 이탈리아 구역
센강 오른쪽: 파시와 오퇴유, 바티뇰, 클리시, 몽마르트르, 클리냥쿠르, 구트도르,
라 샤펠과 라 빌레트, 뷔트쇼몽, 벨빌, 메닐몽탕, 샤론, 베르시
제2장
혁명의 파리_ 365
제3장
혼잡한 풍경의 파리 거닐기_ 509
플라뇌르_ 517
아름다운 이미지_ 555
감사의 말_630
찾아보기_ 631
저자
에리크 아장 (지은이), 진영민 (옮긴이)
출판사리뷰
수많은 예술인이 사랑한 도시의 장엄한 성장기
발자크, 보들레르, 졸라, 드가 등 많은 예술인이 경도된 도시 파리. 그렇기에 파리는 도시이기 이전에 독자적인 중력을 갖는 하나의 행성 같다. 다양한 성벽을, 대로를, 정원을, 광장을 품고 또 버리며 현재의 경계를 구축하게 된 파리는 그 과정에서 자유와 혁명의 정신을, 행동하는 군중과 사색하는 개인을 길러냈다. 책을 통해 우리는 상점이 늘어선 샹젤리제와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몽마르트르, 마레 등 익히 알려진 현재의 파리를 배반하고 과거 에방질 구역의 불결한 오물 위를 걷거나 전제 군주 타도를 외치는 구호 곁을 지나게 된다. 우리는 그곳에서 귀족이자 병사이자 시민이며, 시인이자 화가이자 산책자가 된다.
행동적이고도 정신적인 이 도시가 군주에 의해, 사상가에 의해, 시민에 의해 부서지고 피어난 장대한 역사를 한 권에 담았다. 루이 14세 때 건설된 대로에 자리 잡은 파리는 각이 다소 무딘 사각 형태로, 당시에도 인구 밀도가 높은 중세의 도시였다. 과거의 파리는 빅토르 위고가 ‘위험’ ‘어두움’ ‘음산함’이란 단어로 표현한 것처럼 현대의 우리가 아는 화려한 미감의 도시와는 사뭇 다른 곳이었다. 좁고 오래된 거리들이 뒤엉키고 도시의 오물이 도시의 다른 한편에 버려지던 그곳이 걷는 것만으로도 최상의 관광이 되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대로를 갖게 된 과정을 담은 기록은 그 자체로 한 개인의 성장기만큼이나 생동적이다.
샤를 5세부터 앙리 4세, 루이 14세 등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왕들의 흔적은 권력의 모습으로 현재 파리 곳곳에 뚜렷이 남아 있다. 저자인 에리크 아장은 그 흔적을 문학작품과 회화, 사진을 통해 뒤쫓는다. 상티에 구역의 클레리 거리와 아부키르 거리는 샤를 5세 시대에 만든 성곽 길을 따라 조성되어 있으며, 루아얄 거리(현재 비라그) 끝의 루아얄 정자와 파크루아얄 거리 끝의 렌 정자는 “파리에서 여러 해를 보내며 진정한 파리 사람으로 지낼 것”이라며 파리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앙리 4세의 의지로 만들어졌다. 에티엔마르셀 거리가 시작되는 지점의 두 건물 역시 루이 14세 시대 건축물이 지닌 규칙적인 리듬과 비율을 뛰어나게 재현했다.
자유, 평등, 박애의 정신이 태어난 곳인 만큼 권력의 흔적만큼이나 봉기의 흔적도 분명히 남아 있다. “1827년 11월 며칠간 밤의 바리케이드와 1871년 파리 코뮌 70일간 대낮의 바리케이드 사이에 50년이 흐르는 동안 파리에서 일어난 시위, 폭동, 급습, 봉기, 반란의 목록은 너무 길어서 유럽의 어떤 수도도 파리에 필적하지 못한다. 파리의 모든 구역에서 일어난 반란은 산업혁명, 사장과 노동자의 새로운 관계, 성실한 동시에 위험한 노동자들의 외곽 이주, 파리를 “전략적으로 정비한” 대규모 공사의 전개와 맞물린다. 반란이 있을 때마다 똑같은 거리와 구역들의 이름이 시대를 가로질러 끊임없이 되풀이되지만 단절과 가속을 거치며 혁명의 파리 중심은 천천히 북쪽과 동쪽으로 옮겨갔다. 이런 변화의 단절과 가속은, 현재는 부정적인 시선으로 평가받는 옛 개념인 계급투쟁이라는 흔적을 파리의 지도에 남겼다.“(407)
도시가 커진다는 뜻은 사람도 돈도 그만큼 많이 흘러들어온다는 것을 뜻한다. 동시에 인구와 자본의 팽창은 곧 갈등의 확대를 뜻한다. 파리가 커지면서 길 찾기는 더 어려워졌고, 18세기 말 쇼데를로 드 라클로는 “나는 이 큰 도시의 모든 주민이 길을 찾고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각자 자신이 가고자 하는 곳으로 갈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있도록 말이다”고 말하며 거리에 지번을 매기는 체계를 고안했다. 그러나 이 같은 ‘평등한 방식의 도시 정비’에 불만을 품는 집단이 있었으니 이른바 민중과 엄격히 구분되길 바랐던 브루주아지였다. 그들은 마차가 드나드는 귀족의 화려한 건물이 평민들의 초라한 상점 다음에야 등록될 것을 우려하며, 지번 매기기가 오랫동안 주의를 기울여 행해놓은 계급 구분에 평등의 분위기를 각인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모습을 볼 때 독자는 과거 파리에서 우리가 사는 도시의 현존을 발견할 수 있다.
『가디언』은 이 책에 대해 “집 안에서 훌륭한 지도와 함께 볼 수 있는, 관광객들이 성가시게 하지 않는 지역들을 돌아다니며 여행할 수 있는 책”이라고 평했다. 외젠 아제의 사진, 오노레 도미에, 피에르 보나르의 석판화 등 다양한 예술가의 도판과 파리의 모든 대로와 구역, 작은 마을을 소외됨 없이 챙기는 저자의 신중함이 낳은 묵직한 볼륨은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파리를 가장 자세히, 동시에 가장 쉽게 알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길이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