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문학의 유용함을 증명하는 비평가의 힘
독창적 시각, 도발적 질문, 힘있는 문장
누가 읽어도 흥미로운 평론집의 등장
계간 『창작과비평』 편집위원으로서 독창적인 시각과 도발적인 질문을 바탕으로 힘있는 비평을 써내며 독자들의 주목과 문단의 인정을 두루 받아온 문학평론가 한영인의 첫번째 평론집 『갈라지는 욕망들』이 출간되었다. ‘한류’ ‘캔슬컬처’ 같은 톡톡 튀는 주제를 섬세한 독해와 결부해가며 흡인력 있는 글을 완성하는 발군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데 더해 기존 문학평론집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유머와 위트까지 곳곳에 담아냈다. 문학이라는 틀로 작금의 사회적 현상과 징후를 명민하게 포착해내는 감각이 돋보이는데, ‘갈라지는 욕망들’이라는 제목에는 저자의 이러한 지향이 오롯이 담겨 있다. “오늘날 한국 소설의 주체들은 과거 산업사회가 약속한 번영의 미몽에 여전히 붙들려 있으면서도 동시에 파멸이 예정된 작금의 경로에서 이탈해 더 나은 세계와 접속하고 싶다는 모순된 욕망을 체현하고 있다”(「책머리에」, 5~6면)라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한영인은 이러한 모순을 이해하기 위해 ‘욕망의 갈라짐’이라는 개념을 고안해낸 후 경기침체, 기후위기 등 거대한 위기 앞에 놓인 여러 주체를 통해 여태껏 세속적 욕망만을 좇아온 한국사회에 균열이 발생했음을 포착한다. 기존 사회를 지탱하던 성장 일변도의 논리가 갈 길을 점차 잃어가는 상황에서 우리는 과거와는 다른 어떤 욕망을 추구할 수 있을지를 한국 소설을 통해 짚어낸다. 광활한 관심사와 다양한 문화적 맥락을 종횡무진 엮어내는 필력은 저자의 주장에 한층 힘을 실어준다. 사회적 위기 상황 앞에 ‘문학이 무용(無用)하다’는 인식이 팽배해져가는 지금, 문학이 여전히 강력한 도구이며 또한 재미있는 오락거리임을 증명하는 한권의 평론집이 세상에 등장했다.
목차
책머리에
제1부 · 전환 시대의 비평 논리
‘뉴노멀’ 시대의 소설: 김세희와 김봉곤의 소설
우리 이웃의 문학: 장류진, 이주란, 윤이형의 소설을 통해 본 한국 소설의 인간학
아폴로 프로젝트, AGAIN!: 장류진의 『달까지 가자』
우리 시대의 노동 이야기: 장강명, 김혜진, 김세희의 소설
세계의 불안을 견디는 두가지 방식: 조해진의 「산책자의 행복」과 윤고은의 『알로하』
‘한류’와 협동적 창조의 가능성: 「오징어 게임」과 「지옥」을 통해 본 ‘K-콘텐츠’의 문명 비판
제2부 · ‘문학의 윤리’가 말한 것과 말하지 않은 것
윤리의 행방: 윤리비평 비판을 위한 예비적 검토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지만: 임현론
자유주의, 캔슬컬처, 윤리: 기리노 나쓰오의 『일몰의 저편』
컴플라이언스와 ‘선의 범속성’
고유한 삶: 이주란의 『어느 날의 나』
긍정할 수 없는 자신을 부정하지 않는다는 것: 윤이형의 「버킷」
제3부 · 비평의 안과 밖
자아 생산 장치로서의 에세이: ‘에세이 열풍’을 읽는 하나의 시각
김봉곤 사태와 창작의 쟁점들
문학성(文學性)에서 문학성(文學+城)으로, 그리고 그 밖으로
‘촛불혁명’ 시대의 비평: 한기욱 평론집 『문학의 열린 길』
비평적 대화를 수행하는 섬세한 독해의 힘: 정홍수 평론집 『가버릴 것들을 향한 사랑』
제4부 · 문학은 어디에서나 온다
혁명이 끝나고 난 뒤: 김연수의 『일곱 해의 마지막』
관음하는 견자: 김소진론
폐허의 반복, 이면의 낙관: 박민정의 『바비의 분위기』와 한정현의 『소녀 연예인 이보나』
소설을 왜 쓰는가: 김덕희의 『사이드 미러』와 오한기의 『인간만세』
문학은 어디에서나 온다: 정지돈의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기억에서 살 것이다』
‘우익’은 어떻게 단련되는가: 오에 겐자부로의 「세븐틴」과 장정일의 『구월의 이틀』 겹쳐 읽기
친밀한 적: 성혜령의 『버섯 농장』
이토록 서늘한 우연의 세계: 우다영의 『밤의 징조와 연인들』
그녀들의 천진 시절: 금희의 『천진 시절』
잔존하는 잔열: 윤고은의 『부루마불에 평양이 있다면』
평범해서 쓸쓸한 존재들을 위한 노트: 김미월의 『여덟 번째 방』 다시 읽기
수록글 발표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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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한영인 (지은이)
출판사리뷰
폭넓은 스펙트럼, 균형 잡힌 시선
사회와 문화를 연결하는 문학의 힘
총 4부로 구성된 이번 평론집의 제1부 제목은 ‘전환 시대의 비평 논리’로, 고(故) 리영희 선생의 명저 『전환시대의 논리』(창작과비평사 1974)를 오마주한 것이다. 이 장에는 「‘뉴노멀’ 시대의 소설」 「우리 시대의 노동 이야기」 「‘한류’와 협동적 창조의 가능성」 등이 실려 있는데, 전환기에 소설적 주체가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살펴볼 수 있어 특히 흥미롭다. 저자는 한국 소설의 주체들이 내보이는 모순적 욕망, 즉 과거 산업사회에서 추구하던 성장의 욕망을 간직한 동시에 여기에서 탈피해 새로운 세계를 상상해보려는 욕망을 섬세하게 기록한다. 그러나 이를 성급하게 재단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역사화해낸 것이 큰 미덕이다. 독자들은 한국사회의 면면을 소설의 문장을 통해 발견할 수 있으며, 또한 최근 한국 소설의 뚜렷한 경향을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다.
제2부는 ‘‘문학의 윤리’가 말한 것과 말하지 않은 것’이다. ‘윤리’의 문제는 최근 사회·문화계 전반에서 첨예한 이슈인바, 읽는 이에게 넓고도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여기에는 ‘문단 내 성폭력’ ‘캔슬컬처’ ‘정치적 올바름’ 등의 주제가 포함되어 있어서 평소 문학평론을 자주 접하지 않은 독자도 관심을 가질 만한 내용이 포진되어 있다. 저자는 “문학이 감당해야 하는 새로운 윤리적 지침을 내세우기보다 그 지침의 완성을 위해서라도 마주하지 않을 수 없는 물음의 목록을 제출”(7면)하는 데 역점을 두었다. 이 덕분에 윤리의 문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일방에 치우치지 않고 여러 사안을 균형잡힌 시선으로 파악했다.
제3부 ‘비평의 안과 밖’은 비평가로서의 고민이 응축된 장이다. 최근의 에세이 열풍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를 써내려간 「자아 생산 장치로서의 에세이」, 그리고 ‘문학성’이란 무엇인지 고찰해보는 「문학성(文學性)에서 문학성(文學+城)으로, 그리고 그 밖으로」 등이 담겼다. 개인적인 소회와 내밀한 고민이 도드라지는 장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그런 만큼 읽어나가는 동안 저자와 대화하는 기분이 되어 속도감 있는 독서가 가능하다.
제4부 ‘문학은 어디에서나 온다’는 작품론 모음으로 이 책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여타 평론집의 작품론 모음과 그 구성 면에서 차이를 보이는데, 우선 작품 간의 진폭이 무척 크다는 것을 알게 된다. 뚜렷한 관점과 확고한 주장이 있음에도 한영인은 자기 입맛에 맞는 작품 경향을 좇기보다는 과감하게 다양한 작품을 선정한다. 그 결과 이 책에는 고인이 된 김소진의 소설부터 신예 성혜령의 소설까지, 조선족 작가인 금희의 소설부터 노벨상 수상 작가인 오에 겐자부로의 소설까지 세대와 국경을 넘나드는 다양한 작품이 담겼다. 한권의 평론집에서 읽을 수 있는 스펙트럼의 최대치라 할 만하다. 판이해 보이는 작품을 한 궤로 꿰뚫는 저자의 분석이 감탄스러운 한편으로, 독자들은 다양한 종류의 간접 독서가 가능하다.
“한영인의 글은 문학비평의 근본적인 자리와 이것이 도달할 수 있는 저 먼 지점까지를 상상해보게 한다. 특히 한국어 단어가 유통되는 사회적인 맥락을 섬세하게 감식하고 감안하는 그의 비평을 통해서 문학은 전후좌우 상하로 열린, 매순간 사방팔방으로 한 사회와 문화의 요소가 형성하는 기류가 나고 드는 자리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추천사, 김나영 평론가) 그렇기에 한영인의 문학평론은 그저 비평에서 그치지 않고 새로운 질문과 토론의 연쇄로 이어진다.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갈라지는 욕망들』이 한권의 비평집 이상의 의미가 되리라 기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 생각을 나누며 토론의 장에 참여하는 경험을 얻게 될 것이며, 이는 또다른 질문과 주장이 되어 한국문학을 풍성하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