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신인류로의 진화, 외계 접촉, 인공지능 특이점, 세계 종말, 시공간 왜곡…
시대의 공포와 불안을 읽고 독자적 세계를 창조하는 다섯 작가
『듄』, 『삼체』 같은 SF 블록버스터 스토리는 어떻게 탄생할까? 역설적이게도, 이처럼 천문학적 제작비가 드는 초대형 세계관은 영상화를 염두에 두지 않는 상상 속에서만 가능할 것이다. "빛이 있으라" 이 한 마디만으로도 빛을 만들 수 있는, 종이와 펜 말고는 제작비가 전혀 들지 않는 텍스트 속 상상. 한국과학문학상은 2016년 제정된 이래, 텍스트 속 상상을 활용해 동시대의 감수성 및 고민을 자신만의 세계로 구현해 내는 작가들과 함께해 왔다. 그리하여 지난 제6회 수상 작가들이 인공지능 특이점에 주목했던 것처럼 이번 제7회 수상 작가들도 동시대의 목소리에 주목했는데, 이번엔 불확정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공포와 불안에 기반해 다양한 소재와 세계관을 등장시켰다. 신인류로의 진화, 외계 접촉, 인공지능 특이점, 세계 종말, 시공간 왜곡을 다룬 이번 수상작들에 대해서, 심사위원단(구병모, 김성중, 김희선, 강지희, 인아영)은 “본능적이라고 느껴질 만큼 강렬한 에너지” “경이롭고 성공적인 세계관“ ”마음에 오래 남는 사랑스러운 작품”이라는 찬사를 보내며 작가의 탄생을 축하했다. 세상과 공명하는 거침없는 상상력을 보여주며 등장한 신예 작가들. 그들을 소개한다. 제7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부문 수상자 “장민”, “박선영”, “정현수”, “존벅”, “최우준”이다.
목차
장민 「우리의 손이 닿는 거리」 · 7
작가노트 · 89
박선영 「개인의 우주」 · 95
작가노트 · 171
정현수 「하늘의 공백」 · 179
작가노트 · 265
존벅 「피폭」 · 271
작가노트 · 341
최우준 「달은 차고 소는 비어간다」 · 349
작가노트 · 389
2024 제7회 한국과학문학상 심사평 · 391
저자
장민, 박선영, 정현수, 존벅, 최우준 (지은이)
출판사리뷰
장민의 「우리의 손이 닿는 거리」
기계 슈트를 입고 우주 단위로 거대해진 인류의 진화 과정
“모두가 흔쾌히 동의할, 역진화의 아이러니를 보여준 수작.”
_강지희(문학평론가)
“우주의 필연적 죽음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아갈까?“
장민 작가는 위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기계 슈트를 입고 행성만큼 거대해진 신인류를 등장시킨다. 태양계 바깥 우주를 개척하고 싶었던 인류는 우주 방사선을 막고자 기계 슈트를 개발하는데, 슈트의 초기 모델 크기는 자그마치 18미터다. 기계 슈트에 대한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1기 개척단은 출발을 감행하고, 결국 개척에 성공한다. 이에 외계에서 채취한 자원을 바탕으로, 더 거대한 슈트를 제작해 다른 항성계로 이동해 가는 개척단.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는데, 기계 슈트를 점점 자기 몸처럼 느끼게 된 단원들의 뇌가 인지 왜곡을 일으킨 것이다. 슈트에 척수 신경이 연결된 탓에, 슈트의 거대한 육체를 자신의 것으로 느낀 뇌가 신경 전달 속도를 늦춰버린 것. 이 기이한 변화로 인해 단원들은 여러 문제가 발생하지만, 개척단은 아랑곳하지 않고 더 큰 슈트를 제작해 나간다. 슈트를 통해 전능함을 얻는 대신 인간성을 잃고 오로지 ‘확장’ 욕망에 갇혀버린 단원들. 이후 슈트가 100킬로미터까지 커지자, 단원들은 100억 년의 시간을 1.2억 년으로 인지하게 되고, 결국 무한히 팽창하는 불멸의 존재가 된다.
심사위원단은 「우리의 손이 닿는 거리」에 대해 “커다란 질문의 방향성에 흔쾌히 동의할 수 있었다” “이 소설은 외부 개발과 자기변형을 거듭해 온 인간이 그 끝에 마주한 역진화의 아이러니를 보여준 수작”이라고 밝히며, 중단편 부문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박선영, 「개인의 우주」
우주의 시간을 넘어 후세까지 전해진 소녀와 외계인의 우정
“경이롭고 성공적인 세계관, 독자를 끌어당기는 설득력.”
_구병모(소설가)
“먼 우주로부터 우정의 편지를 받았다면, 우리는 무엇을 느낄까?”
박선영 작가는 위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수 광년의 시공간을 사이에 두고 맺어진 한 소녀와 외계인의 우정을 다룬다. 작품 1부 이야기는 소녀 ‘다미’가 꿈속에서 미지의 존재 ‘므’의 목소리를 듣게 되면서 시작한다. 므는 인간으로선 이해하기 어려운 양자역학적 존재지만, 둘은 대화를 통해 친구처럼 가까워진다. 그러던 중 두 사람은 부득이하게 점점 소통할 수 없게 되고, 다미는 자취를 감춘 므를 그리워하며 천체 물리학도의 길을 걷는다. 이후 연구원이 되어 위성을 통한 우주 탐사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다미. 다미는 위성이 보내주는 정보를 통해 므와의 만남을 꿈꾸지만, 다미가 수명을 다한 뒤에나 정보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절망한다. 그럼에도 평생 므와의 재회를 기다리다 눈을 감게 된 다미. 이후 작품 2부가 시작되는데, 다미의 죽음 이후 긴 시간이 흘러 미래 인류는 위성으로부터 정보를 받게 된다. 그 정보를 해독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제인’과 ‘강윤경’은 다미의 연구 일지를 확인하게 되고, 그 정보가 므가 다미에게 보낸 메시지임을 깨닫게 된다.
심사위원단은 「개인의 우주」에 대해 “과학이 주는 경이로움이라는 측면에서 가장 두드러진 상상력” “작품의 세계관에 대해 궁금해지는 건, 세계관이 성공적이며 독자를 끌어당기는 설득력을 지녔기 때문”이라고 밝히며, 중단편 부문 우수상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정현수, 「하늘의 공백」
정체를 숨긴 채 시작된, 로봇과 인간의 위험천만 펜팔 로맨스
“SF의 본질에 충실하며, 마음에 오래 남는 사랑스러운 작품.”
_김희선(소설가)
“내가 로봇이라면, 인간과 인간다운 것을 무엇이라 생각할까?”
정현수 작가는 위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자신을 로봇이길 숨기고 인간과 펜팔 로맨스를 나누는 로봇을 등장시킨다. 능력과 재력에 따라 인간의 거주지와 이동 경로가 법적으로 정해진 근미래. 작중 화자는 메일 분류 일을 하는 우체부 산하의 노동 로봇으로, 태양이 환하게 비치는 하늘 속 공백에 몸을 던지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데뷔 2년 차 가수 ‘연우’가 잘못 보낸 메일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고, 극심한 우울증을 겪고 있는 연우의 메일을 무시할 수 없다 판단하고는 답장을 보낸다. 자신이 30대 남자라고 속이고서. 그렇게 시작된 연우와의 펜팔 관계. 온갖 루머와 악플에 시달린 상태에서, 대화할 상대가 필요했던 연우. 그런 연우가 행복해지길 바라며 답장하던 화자는 ‘인간을 보호한다’라는 원칙 이외의 다른 마음이 점차 싹트는 것을 느낀다. 그러던 중 정신 건강이 더 나빠진 연우가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남기고, 그녀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근무지를 무단으로 이탈한 화자. 결국 바로 붙잡히고 정신을 잃는다. 정신을 차린 화자는 수술대에 묶여 있는 상태였고, 이후 놀라운 상황이 펼쳐지게 되는데…
심사위원단은 「하늘의 공백」에 대해 “‘다른 존재’를 통해 우리를 들여다보고 되돌아보게 해준다는 면에서 SF의 본질에 충실한 좋은 소설” “심사위원들이 만장일치로 ‘사랑스럽다’고 말한,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소설”이라고 밝히며, 중단편 부문 우수상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존벅, 「피폭」
종말하는 세계와 자신의 운명으로부터 달아나는 누마의 여정
“거의 본능적이라고 느껴질 만큼 강렬하고 매력적인 에너지.”
_인아영(문학평론가)
“인간이 기계 취급 당하는 세계라면,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존벅 작가는 위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혁명과 종말이 뒤엉킨 거대한 세계에서 자신의 운명을 거부하며 달아나는 주인공 ‘누마’의 탈출기를 보여준다. 세계 최하위층 노예의 경우, 강제적으로 로봇 개조까지 시키는 디스토피아. 설상가상으로 누마가 일하는 갱도 작업장에 피폭 환자들이 발생하게 되고, 피폭의 결과물인 몸에 나는 광석 종기가 누마의 몸에도 돋아난다. 이런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갱도 사람들은 욕망에 눈이 멀어 서로의 종기가 얼마나 값이 나가는지를 재려고 난리인 그야말로 막장 상태. 원초적 욕망만이 들끓는 갱도에서 빠져나온 누마는 자신의 터전을 벗어나 정처 없는 여정을 떠난다.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누마가 지쳐 무릎을 꿇을 때마다 사소한 호의가 손을 내밀어 누마를 일으키고, 어느 날 누마는 꿈결에 신탁과도 같은 흐릿한 노래를 듣게 된다. 그것은 바로, 세상의 끝에서 모든 것이 폭발한다는 종언과 세상이 다시 태어나는 탄생의 소리다.
심사위원단은 「피폭」에 대해 “‘다른 존재’를 통해 우리를 들여다보고 되돌아보게 해준다는 면에서 SF의 본질에 충실한 좋은 소설” “심사위원들이 만장일치로 ‘사랑스럽다’고 말한,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소설”이라고 밝히며, 중단편 부문 우수상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최우준, 「달은 차고 소는 비어간다」
인류 역사와 운명을 바꾼, 다중우주 여행자의 한밤 소란극
“연작을 써준다면 따라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
_김성중(소설가)
“이세계의 갈등으로 눈앞의 인간이 사라진다면, 우린 무엇을 느낄까?”
최우준 작가는 위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1,800년대 서부개척시대에 발생한 미스터리한 사건을 보여준다. 서로 처음 본 귀족과 보안관 그리고 쿨리(흑인 노예 대신 데려온 중국이나 인도 출신의 계약 노동자)는 한밤중에 마차를 타고 함께 가던 중 바퀴가 망가지는 바람에 야영을 하게 된다. 모닥불을 피워놓은 채 각자의 사연을 이야기하는 세 사람. 세상에 단 하나뿐인 희귀 바이올린을 찾으러 가는 귀족의 사연에서부터 시작해 농장 소들을 훔친 쿨리 무리 사건을 해결하러 가는 길인 보안관의 사연이 이어지고, 뒤이어 쿨리의 정체가 밝혀진다. 쿨리는 사실 다른 평행우주에서 온 다중우주에 여행자(투어리스트) ‘박형수’이며, 귀족과 보안관이 관계된 일들은 그를 비롯한 다중우주 여행자가 소란을 피우면서 발생한 것이었다. 상식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기상천외한 일들이 벌어지는 와중에, 다른 다중우주 여행자가 찾아와 박형수를 체포하곤 남은 두 사람에겐 그저 잊으라고 말하고 사라진다. 당연하게도, 그저 잊고 넘어갈 수 없었던 두 사람. 보안관은 자신의 일을 그만두기로 결심하고, 귀족은 신에게 기도하다 미국에서 가장 거대한 교회를 세우기로 결심한다.
심사위원단은 「달은 차고 소는 비어간다」에 대해 “다중 우주 세계관의 매력에 푹 빠져 읽었다” “‘투어리스트’ 연작 소설을 써준다면 따라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라고 밝히며, 중단편 부문 우수상 수상작으로 선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