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노랑풀아, 네 말이 맞았어. 소중한 것을 나누니까 더 행복해.”
나눈다는 것, 우리의 세계를 행복으로 채우는 일
모든요일그림책의 열다섯 번째 그림책. 데뷔작 『부끄러워도 괜찮아』에서 부끄러움으로 마음이 자꾸만 작아지는 아이들의 마음을 다독이며 큰 사랑을 받았던 황선화 작가가 두 번째 작품 『나누어도 괜찮아』를 선보인다.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은 박쥐다. 박쥐는 소중한 추억이 담긴 도토리 때문에 행복하다면서도, 도토리가 잔뜩 쌓여 집 안이 답답하다며 밤마다 달에 가서 잔다. 그런 박쥐에게 노랑풀이 말한다. 자기 씨앗 속에도 소중한 추억들이 담겨 있다고, 그 추억들이 멀리멀리 퍼져서 행복한 싹을 틔울 수 있도록 바람결에 씨앗들을 날려 보낸다고. 박쥐는 노랑풀이 씨앗을 날려 보냈듯 소중한 도토리를 친구들에게 나누어 주고 마침내 ‘나누는 행복’을 알게 된다. 이 책은 다정하고 단단한 목소리로 나눔의 의미를 알려 준다. 나눈다는 것은 우리의 세계를 행복으로 채우는 일이라고, 그러니까 “나누어도 괜찮아”라고.
저자
황선화 (지은이)
출판사리뷰
ㆍ책 속 주인공을, 책 밖 어린이를 자라게 하는 이야기의 힘
《나누어도 괜찮아》는 신인 작가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과감한 구성과 독보적인 캐릭터, 기발한 해답, 속 깊은 작품관을 보여 주었던 황선화 작가의 첫 창작 그림책 《부끄러워도 괜찮아》 후속작이다. 부끄럼쟁이 사자, 음치 늑대, 엉뚱한 박쥐, 다정한 거북이 등 전작의 동물 친구들이 그대로 등장해 발랄하고 유쾌하게 숲속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제목에서부터 이야기의 결말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고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는 방식도 전작과 다르지 않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어린이 세계에 대한 한층 더 깊어진 작가의 이해와 고민, 바람이 엿보인다. ‘나의 감정’에 초점을 맞추었던 동물 친구들이 이제는 나뿐만 아니라 ‘너의 행복과 우리의 행복’까지 이야기하기 시작한 것. 이렇듯 커지고 깊어지는 작가의 작품 세계에서 책 속 동물 친구들이 자라고, 책 밖의 어린이가 자란다. 이야기의 힘, 이야기를 빚어낸 작가의 힘이다.
ㆍ"도토리 때문에 얼마나 행복한데. 도토리에 소중한 추억이 모두 담겨 있는걸."
나에게 진짜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집 안이 도토리로 가득 차서 답답하다고, 그래서 밤마다 달에 가서 잔다는 박쥐. 친구들은 그런 박쥐가 걱정스럽기만 하다. 노랑풀이 박쥐에게 도토리를 치우라고 말해 보지만 박쥐는 말도 안 된다며 손사래를 친다. 도토리 한 알 한 알에 담긴 추억이 소중해서 치울 수가 없단다. 알쏭달쏭해하는 노랑풀의 물음에 박쥐는 깊은 고민에 빠진다.
“도토리 때문에 얼마나 행복한데. 도토리에 소중한 추억이 모두 담겨 있는걸.”
“도토리 때문에 행복한데, 도토리 때문에 답답하다고?” _본문 중에서
박쥐에게 진짜 소중한 것, 박쥐를 행복하게 해 준 것, 박쥐가 간직하고 싶어 했던 것은 사실 눈에 보이는 도토리가 아니었다. 아빠, 친구들과 함께한 시간과 그 시간이 가져다준 행복, 그러니까 도토리 속에 담긴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었다.
작가는 발 디딜 틈이 없을 만큼 장난감을 가득 쌓아 두고 어느 것 하나 버리지 못하게 하는 어린 조카를 보며 이 이야기를 떠올렸다고 말한다. 현실에서 출발한 이야기이기에 아이들은 자기와 닮은 박쥐의 모습에 공감하고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마지막 장면에서 박쥐가 땅에 나누어 준 도토리가 결국 어떻게 될지 상상해 보자. 아마도 무럭무럭 자라 숲을 무성하게 채우고 또다시 숲속 동물들에게 도토리를 나누어 주지 않을까. (앞뒤에 이어지는 면지도 이야기의 일부이니 꼭 살펴보시길!)
ㆍ"노랑풀아, 네 말이 맞았어. 소중한 것을 나누니까 더 행복해."
나눈다는 것, 우리의 세계를 행복으로 채우는 일
고민에 빠진 박쥐에게 미더운 해결책을 제시한 것은 전작에서부터 매 장면 감초처럼 등장한 노랑풀이다. 자기 씨앗 속에도 소중한 추억들이 담겨 있다고, 그리고 그 추억들이 멀리멀리 퍼져서 행복한 싹을 틔울 수 있도록 바람결에 씨앗들을 날려 보낸다는 노랑풀의 말에 박쥐도 소중한 도토리를 나누기로 마음먹는다. 늑대와 사자, 거북이를 비롯한 숲속 친구들에게 도토리를 나눠 주며 함께 웃고, 고맙다는 인사를 듣고, 집에 친구들을 초대해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도 있게 되자 박쥐는 비로소 나누는 행복을 깨닫는다. 노랑풀의 말처럼 소중한 것을 나누었더니 숲속은 행복으로 가득 찼고, 박쥐의 집 안은 환하고 따듯한 노란 빛으로 가득 찼다.
‘소중한 것을 나누는 것이 곧 행복을 퍼뜨리는 일’이라는 메시지를 씨앗이 날아가 땅에 떨어지고 떨어진 곳에서 또 새로운 생명을 싹틔우는 자연의 신비로움에 빗대어 전하는 작가의 시선이 인상적이다. 이 책은 다정하고 단단한 목소리로 나눔의 의미를 알려 준다. 나눈다는 것은 단순히 비우고 없애는 행위가 아니라 우리의 세계를 행복으로 채우는 일이라고, 그러니까 “나누어도 괜찮아”라고.
ㆍ묘한 기대감과 카타르시스, 즐거운 웃음을 선사하는 천진한 일러스트
마치 어린아이가 그린 듯 이리저리 뻗친 자유로운 선, 때로는 몇 번이고 두텁게 꾹꾹 덧칠해서, 때로는 희끗희끗 도화지가 비칠 정도로 성기게 채워 질감이 살아 있는 면, 오일 파스텔로 과감하면서도 사랑스럽게 구현한 색(초록색 늑대와 무지갯빛 날개 달린 박쥐라니!)은 책장을 넘길 때마다 묘한 기대감과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박쥐가 노랑풀과 대화하며 고민에 빠진 장면은 박쥐와 노랑풀의 색만으로 면을 구성하여, 상황이 아닌 박쥐의 마음에 독자들을 오롯이 집중하게 한다. 거의 매 장면 등장하는 개미, 사자와 똑같이 생긴 인형, 전작에 등장한 장면이 담긴 박쥐의 가족사진 등 구석구석 깨알같이 숨겨 놓은 작은 요소들도 놓치지 말아야 할 웃음 포인트다. 《나누어도 괜찮아》는 전작을 재미있게 읽었던 독자도, 새롭게 황선화 작가의 작품을 접하는 독자도 즐길 수 있는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