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보부아르는 죽을 때까지
이 소설을 버리지 않았다”
백수린 소설가의 문장으로 부활한
시몬 드 보부아르의 미발표 유작 국내 첫 완역 출간!
사랑과 우정 사이를 자유롭게 출렁이는 감정의 모험을 다룬 자전 소설
★작가 김하나, 박연준, 마거릿 애트우드, 데버라 리비 추천★
★실존 인물들이 주고받은 친필 편지와 희귀 화보 수록★
시몬 드 보부아르가 오랜 세월 쓰고 싶어 했고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계속 간직했던 미발표 유작 『둘도 없는 사이』가 백수린 소설가의 번역으로 출간되었다. “여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페미니즘의 고전적 명제로 기억되는 작가 시몬 드 보부아르는 한국에서도 대표작 『제2의 성』, 프랑스 최고 문학상인 공쿠르상 수상작 『레 망다랭』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둘도 없는 사이』는 보부아르의 생전에 출간되지 못했다가 그녀의 입양 딸인 실비 르 봉 드 보부아르에 의해 2020년에야 비로소 세상에 공개되어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보부아르 사후 40년 가까이 흐른 지금, 소설가 백수린의 국내 첫 완역으로 마침내 한국 독자들을 만나게 되었다. 보부아르에게 사랑과 동경의 대상이었던 친구 ‘자자’의 이야기를 다룬 자전 소설이기에 실존 인물들의 모습을 담은 희귀 화보와 친필 편지가 부록으로 수록된 원서의 구성을 최대한 살려 편집했다.
저자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은이), 백수린 (옮긴이)
출판사리뷰
보부아르가 오랜 세월 쓰고 싶어 했고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간직했던,
영혼의 단짝 ‘자자’ 이야기
“오늘 밤, 내 눈에 눈물이 고이는 것은, 네가 죽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내가 살아 있기 때문일까? 이 이야기를 너에게 바치고 싶지만 나는 네가 더 이상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어. 나는 여기서 네게 문학적 기교를 통해 말을 걸고 있는 거지. 게다가 이것은 너의 실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에게서 영감을 받아 쓴 이야기일 뿐이야.” (본문 중에서)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실존주의 철학자, 사회운동가, 작가로 누구보다 치열한 삶을 살았던 시몬 드 보부아르. 그녀가 소르본 대학 재학 시절 만난 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와 계약 결혼 관계를 맺고, 서로를 구속하지 않는 연인이자 지적 동반자로 평생을 함께한 일화는 이미 유명하다. 그런데 사르트르를 만나기 전, 보부아르의 둘도 없는 한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이름은 엘리자베스 라쿠앵. 보부아르보다 며칠 먼저 태어난 그녀는 일명 ‘자자’라고 불렸다. 『둘도 없는 사이』를 세상에 펴낸 보부아르의 입양 딸 실비 르 봉 드 보부아르가 원서의 서문에서 이들의 관계를 “열 살짜리 작은 여자아이가 처음 경험하는 사랑의 모험”이라고 소개했듯, 꾸밈없고 익살스럽고 재기발랄한 성격과 다양한 재능을 지닌 자자는 단숨에 어린 보부아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소설 속 ‘앙드레’라는 인물로 그려진 자자는 엄격한 가톨릭 명문으로 꼽히는 데지르 학교에서 처음 만나 1929년 스물한 살이라는 이른 나이에 갑작스럽게 사망할 때까지 보부아르의 단짝 친구였다.
가톨릭 부르주아 계급의 완고한 전통을 따르던 가족 안에서 “자기 자신으로 있고자 했기 때문에 그리고 그러려는 게 나쁜 것이라고 설득당했기 때문에” 스러져 간 친구는 보부아르에게 평생의 화두였다. 미발표된 젊은 시절의 소설들과 단편집 『영성이 우위를 차지할 때』, 보부아르에게 공쿠르 문학상을 안겨 준 『레 망다랭』의 삭제된 페이지까지, 총 네 번에 걸쳐서 보부아르는 자자를 부활시키려 했지만 실패했다. 마지막으로 짧은 소설의 형태로 자자에 관한 이야기를 되풀이하는데 보부아르가 제목을 붙이지 않은 채 남겨 두었던, 그녀의 입양 딸에 의해 2020년에야 비로소 세상에 공개된 자전 소설 『둘도 없는 사이』가 바로 그 원고다.
보부아르가 소설이라는 장르를 통해 부활시킨 자자의 말과 제스처, 당대 여성의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사건들의 기록은 실로 자유롭고 우아한 작가의 사유로 빛을 발한다. 이 소설의 중심에 놓인 것은 앙드레(자자의 작중 이름)와 실비(보부아르의 작중 이름) 사이의 사랑에 가까운 우정, 혹은 우정에 가까운 사랑의 마음이다. 두 사람은 아홉 살에 학교에서 처음 만난 순간부터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로 한 몸처럼 붙어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되고, 완전히 다른 결말을 맞이한다. 만족스럽지 않은 원고는 없애기도 했던 보부아르가 이 소설만큼은 죽을 때까지 버리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옮긴이 백수린은 보부아르가 자신의 친구인 자자의 죽음을 반복적으로 문학적 글쓰기 형태로 써 온 사실에 주목하며 이렇게 전한다.
“『둘도 없는 사이』 속 앙드레라는 인물로 그려진 자자는 데지르 학교에서 처음 만나 1929년 스물한 살이라는 이른 나이에 갑작스럽게 사망할 때까지 보부아르의 단짝 친구였다. 친한 친구의 느닷없는 죽음이란 누구에게나 고통스러운 것이고, 작가로서 그런 일에 대해서 쓰고 싶어지는 것은 당연한 욕망같이 느껴진다. 하지만 보부아르가 자자의 죽음에 대해 계속 쓰려고 시도했던 것은 단순히 친구를 그리워하는 마음 때문만은 아니다. (…) 보부아르는 사르트르의 말에 동의한 것처럼 썼지만 죽을 때까지 이 소설을 버리지 않았다. 만족스럽지 않은 원고는 없애기도 했던 보부아르가 이 소설의 원고를 계속 간직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나는 이 소설이 궁금해졌다. 작가에게는 무엇을 쓰더라도 결국엔 되돌아갈 수밖에 없는 이야기가 있게 마련이고, 어떤 이야기는 다른 사람이 아무리 형편없다 하더라도 끝내 버릴 수 없는 법이니까. 그리고 그 덕분에 우리는 오늘날 우리에게 매우 필요하고, 흥미로운 새로운 소설과 이렇게 만날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