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왜 수학을 공부하는가? 인생의 복잡한 철학적 문제를 명료하게 풀어내는 수학의 힘
★빈대학교 수학과 명예교수, 게임이론의 선구자가 전하는 이성적 사유의 아름다움
★“이 땅의 수많은 ‘수포자’들에게 권한다.” 최재천, 김상현, 송용진, 전혜진 강력 추천!
흔히들 오해하지만, 수학은 단순한 계산이나 숫자놀음이 아니다. 2000년 넘는 인간 사유의 역사에서 수학은 ‘철학’이었다. 로맨틱한 비유가 아니라 실제로 수학은 철학에, 철학은 수학에 요긴한 도구였다. 플라톤의 ‘진리란 무엇인가?’ 또는 존 롤스의 ‘어떻게 나눠야 공정한가?’와 같은 생각은 결국 수학과 만나게 되는데, 그 근거는 뭘까? 평생 수학을 사랑해온 학자이자 진화적 게임이론의 선구자인 카를 지크문트가 『어떻게 수학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에서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들려준다.
이를테면 우연과 확률은 혼란스러우면서도 그렇기에 재밌는 주제다. 저자는 역사를 두루 살피며 인간이 우연을 가지고 놀기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말한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주사위를 던지며 놀았고, 구텐베르크는 인쇄소를 열고서 (성경을 찍은 다음) 바로 타로 카드를 내놓았으며…. 한편 요즈음 가장 뜨거운 주제인 인공지능에도 수학이 빠질 수 없다. 저자는 GPT-4에게 “소수가 무한개 존재한다는 증명을 행마다 운율을 맞춰 써주겠어?”라는 고약한 질문을 던지는데, 놀랍게도 척척 답한다. 이러한 AI의 무시무시한 발전에는 어떠한 원리가 담겼을까? 이 책은 그 밖에도 다채로운 수학 서사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대체 이걸 왜 배워야 하는데?” 수학은 우리를 철학자로 만든다는 농담이 있다. 난해하게만 보이는 수학 문제를 끙끙대며 풀다 진절머리가 난 학생들이 어느샌가 ‘나는 누구고, 여긴 어디며, 지금 뭘 하는 것인가?’하고 묻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이 지점에서 교육이 수학의 의미를 제시하지 못하면 생각을 멈추고 지레 포기하게 된다. 이 책은 수학의 가치란 무엇인지, 도덕·행복·협력·계약 같은 인생의 문제에서 수학이 어떻게 답을 구하는지, 수학 공부가 왜 즐거운지 보여준다. 만약 당신도 수포자의 길로 빠져버렸다면, 그럼에도 수학에 대한 어렴풋한 동경을 여전히 품고 있다면, 어떻게 수학을 좋아할 수 있을지 고민이라면, 이 책에서 명쾌한 해(解)를 찾아보자.
목차
추천의 글
옮긴이의 글│수 · 도형 · 기호로 하는 철학에 대하여
머리말
1부 사유의 역사
1 기하│이름 없는 것에 대한 기억들
2 수│수를 만들어내다
3 무한│무한 수영장에 다이빙하기
4 논리│논리적 필연은 얼마나 단단할까
5 연산│기계 속 유령
2부 당혹스러운 수수께끼
6 극한│영으로 가는 길
7 확률│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의 무작위 행보
8 무작위성│천민의 미신
3부 실천철학의 문제들
9 투표│미친 양과 독재자
10 결정│어둠 속에서의 내기
11 협력│자신을 바라보는 눈, 타인을 대하는 나
12 사회계약│응징할 것인가, 사멸할 것인가
13 공정│독차지하기와 나누기
4부 어떻게 수학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14 언어│암호로 말하기
15 철학│쥐라기 공원에 드리운 플라톤의 그림자
16 이해│푸딩도 증명도 먹어봐야 맛을 안다
감사의 글
저자
카를 지크문트 (지은이), 노승영 (옮긴이)
출판사리뷰
왜 지금 수학책을 읽어야 하는가?
“수천 년간 꾸준히 발전해온 유일한 학문이자 인류가 그동안 쌓아온 지성을 대표하는 학문.” _송용진(인하대 수학과 교수)
우리가 과학책을 읽는 것은 살아갈 힘을 주기 때문이다. 양자 얽힘, 빅뱅이론, 생명의 창발 등 인간 정신으로는 헤아릴 수 없는 방대하고 깊은 수수께끼는 우리를 겸허하게 만든다. 나라는 존재가 우주적 관점에서는 한낱 미물에 지나지 않으며 지금의 치열한 고민들도 사소한 것이라는 ‘절대적 소외의 감각’을 경험하게 된다. 이로써 삶을 관조하고, 굳이 발버둥치지 않아도 되는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으며, 이는 역설적으로 삶의 원동력이 된다.
그렇다면 수학책을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립자든 블랙홀이든 돌연변이든 과학책이 말하는 수수께끼는 결국 우리의 밖에 존재하는 현실 세계에 대한 생각이다. 그런데 현실이 그토록 불가해한 것은 당연하다고, 우연히도 그러하다고 간주할 수 있고, 어찌 보면 그렇게 놀랄 일이 아니다. 그러나 바깥세상을 바라보지 않고도 우리 내면에서 똑같은 소외를 겪게 해주는 학문이 있으니, 바로 수학이다. 수학 개념은 손가락으로 쉽게 가리킬 수 있는 현실의 대상이 아니기에 훨씬 추상적이고, 그래서 때론 수학책이 과학책보다 더 어렵다고 평가받지만, 그만큼 더욱 깊고 풍성한 깨달음을 준다.
『어떻게 수학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는 오스트리아 빈대학교의 수학과 명예교수이자 진화적 게임이론의 선구자 카를 지크문트가 쓴 수학철학서다. 50년 가까이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하며 철학을 이론적 실천적으로 사유해온 그는 이 책에서 논리부터 정치, 도덕까지 온갖 철학 문제에 수학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설명하고, 두 학문이 함께 얽히며 발전해온 유서 깊은 역사 속 재밌는 이야기를 풀어내며, 마침내 수학에 대하여 많은 사람이 던지는 근본적인 질문을 탐구한다. “왜 수학을 배우는가?” “왜 수학은 (우리 중 일부 사람들에게‘만’) 이토록 큰 즐거움을 선사하는가?”
“수학과 논리학과 철학이라는 거대 서사를 기초부터 차근차근 풀어나간다” _김상현(고등과학원 수학부 교수)
수학의 의미와 가치를 깨닫는 흥미로운 역사 탐구
오늘날 분야를 막론하고 수학과 동떨어진 영역이 하나라도 있을까? 주위를 한번 둘러보라. 자동차 내비게이션의 GPS는 아인슈타인의 장방정식을 풀어 위치를 추적하고, 신용카드는 소인수분해를 거쳐 암호화된다. 경제학에서는 게임이론으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분석하고, 공중보건에서는 확률론으로 바이러스 감염률을 추정한다. 이 책은 우리가 무언가에 대하여 말하고자 할 때 수학이 언제나 일조한다고 설명한다. 수학이란 “부정확함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언어이기 때문이다.
역사를 살펴보자. 18세기 프랑스에서는 ‘정치 산술’로 민주주의의 명백한 오점을 밝혀내기도 했다. 당시 과학한림원 회원인 니콜라 드 콩도르세는 여성 참정권을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노예제 철폐까지 제안한 급진적 계몽주의자였다. 그는 모든 결선투표에서 이길 수 있는 후보가 정작 그 자리까지 올라가지 못하는 역설을 발견했다. 결선투표제란 1차 투표에서 어느 후보도 과반 득표를 못 하면 가장 많은 표를 얻은 두 후보가 2차로 결승전을 치르는 제도로, 1789년 이래 현재까지 프랑스 선거에서 쓰인다. “우리의 콩도르세가 이 사실을 알았다면 무덤에서 탄식했을 것”이라며 저자는 재치 있게 수학의 ‘썰’을 푼다.
오래전 갈릴레오는 이렇게 말했다. “우주는 수학의 언어로 쓰였으며 이 언어의 글자는 삼각형과 원 같은 수학 도형이다.” 그에 응답하듯 1974년 지구에서 메시지 하나가 외계인들에게 보내졌다. 발신처는 푸에르토리코에 있는 아레시보 천문대, 메시지는 십자말풀이나 노노그램 퍼즐처럼 보이는 1679비트 분량의 이미지로 배열되었다. 이 숫자가 두 소수 23과 73의 곱이라는 사실을 수신인이 금세 알아챌 거라는 기대감으로, 그 안에는 1부터 10까지 수, DNA를 이루는 수소·질소·산소·탄소·인 원자의 양성자 개수 등을 써넣었다. 저자는 수학의 의의를 이렇게 전한다.
“우리가 외계인과 소통하고 싶다면 수학 말고 무엇을 쓸 수 있겠는가? 외계인이 우리의 메시지를 알아들으려면, 손가락도, 귀도, 음악성도 필요 없지만, 산술은 조금 알아야 한다.”
“감춰진 수학 재능이 되살아나며 철학이 달리 보일 것이다.” _최재천(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
명료하고 치밀한 사고력을 기르는 교양 공부
저자는 고대의 플라톤이나 피타고라스부터 오늘날 쇼펜하우어나 튜링까지 2000년 넘는 시간 동안 수많은 학자가 밝혀온 수학 이론과 원리를 살피고 이를 철학적 사유로 발전시킨다. 서술과 수식을 곱씹으며 차분히 읽어나가면 이성적 사고를 날카롭게 벼릴 수 있다. 이는 인생에서 모호하고 복잡한 문제로 이리저리 헤매는 우리에게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끊어내는 칼이 되어줄 것이다. 특히나 폭발적으로 발전한 인공지능이 인류가 쌓아온 지성의 탑을 무너뜨리려 하는 지금, 인간 이성의 힘과 아름다움을 찾는다는 중요한 과제를 이 책으로 수행해보자.
우리에겐 매우 친숙한 음수(-) 개념도 과거엔 철학자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숫자 0이란 ‘없음’을 뜻하는데, 어떻게 없음보다 작은 것이 존재할까? “사과가 바구니에 한 개, 두 개는 있을 수 있어도, 마이너스 세 개가 있을 수는 없어!” 지금은 이 개념이 감소, 결핍, 빚 등 친숙한 비유로 쉽게 이해되는데, 오늘날까지도 아리송한 규칙이 하나 있다. 음에 음을 곱하면 왜 양(+)이 될까? (-1)×(-1)은 왜 1일까?
“적의 적은 친구다”라는 비유가 요긴하긴 하지만, 산술의 토대는 마키아벨리가 아니므로 좀 뜬금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아이들에게는 음수가 양수의 거울상이며 -1을 곱하는 것은 0을 기준으로 뒤집기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곤 한다. (-1)×(-1)은 뒤집기를 두 번 하는 셈이니 원래 자리로 돌아온다는 말이다. 하지만 수학자들은 그 진짜 이유를 이렇게 말할 것이다. “자연수에서와 같은 규칙을 보전하고 싶기 때문이다.”
책의 설명을 차근히 따라가보자. 임의의 자연수 a, b, c, d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규칙이 성립힌다. (b-a)×(c-d)=b×c+a×d-(a×c+b×d). 그렇다면 (-1)×(-1)은 (1-2)×(1-2)와 다름없고, 이는 규칙에 따라 1+4-(2+2)와 같아야 하며 이 값은 1이다. 그러므로 (-1)×(-1)=1이다. 수학자들은 ‘수란 무엇인가?’라고 물으며 개념의 참된 본질을 궁리하느라 골머리를 썩이기보다는 계산 규칙을 보전하려고 하며, 이는 ‘형식 불역의 원리(permanence principle)’로 통한다. 낱말의 의미가 쓰임새로 정해진다는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을 맛보는 순간이다.
저자는 고대의 플라톤이나 피타고라스부터 오늘날 쇼펜하우어나 튜링까지 2000년 넘는 시간 동안 수많은 학자가 밝혀온 수학 이론과 원리를 살피고 이를 철학적 사유로 발전시킨다. 서술과 수식을 곱씹으며 차분히 읽어나가면 이성적 사고를 날카롭게 벼릴 수 있다. 이는 인생에서 모호하고 복잡한 문제로 이리저리 헤매는 우리에게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끊어내는 칼이 되어줄 것이다. 특히나 폭발적으로 발전한 인공지능이 인류가 쌓아온 지성의 탑을 무너뜨리려 하는 지금, 인간 이성의 힘과 아름다움을 찾는다는 중요한 과제를 이 책으로 수행해보자.
“이성은 가장 중요한 인간적 특질이며 생각은 우리의 가장 고귀한 활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