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우리는 왜 『동맹의 기원』을 읽어야 하는가
동맹과 외교안보 정책에 관한 위협균형 이론의 함의
한국만큼 국가의 운명이 동맹의 존재에 달린 나라가 있을까? 한국만큼 독자적으로 대외적 균형을 이루기 어려운 나라 있을까? 그러면서도 동맹 연구에 무관심한 나라가 있을까? 미국에서 1987년 출간된 동맹 이론의 고전이 이제야 한국에서 출간되었다. 『동맹의 기원』은 현실주의 이론의 대가 중 한 명인 스티븐 월트의 초창기 저작으로, 그의 스승인 케네스 월츠를 비롯한 전통적인 세력균형론자들과 달리 위협균형 이론의 관점에서 동맹 문제에 접근한다. 국가들은 어떤 상황에서 어떤 국가와 동맹을 맺는지가 주요 주제이다. 국가들은 상대적 힘의 변화가 나타났을 때 동맹을 모색하는가, 아니면 위협 수준의 변화가 나타났을 때 동맹을 모색하는가? 국가들은 위협적인 국가에 대해 균형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가, 아니면 편승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가? 이 책은 다양한 균형-편승 가설들을 검증하고, 그 결과가 국가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해 갖는 함의를 밝히고 있다.
역사는 동맹의 원인을 오해하고 상대국의 대응을 오판함으로써 치명적 결과를 가져온 사례들로 가득하다. 1870년 프랑스-프러시아 전쟁에서 프랑스는 오스트리아의 중립을 예상하지 못했다. 제1차 세계대전 전 독일의 지도자들은 프랑스와 러시아, 영국과 러시아의 동맹 가능성을 무시했다. 태평양 전쟁 전 일본은 나찌 독일, 파시스트 이탈리아와의 동맹이 극동에서 자신의 팽창에 대한 미국의 반대를 억제할 것으로 예상했다. 2022년 러시아도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NATO의 개입 가능성을 과소평가했다. 이 사례들은 모두 국가들의 동맹 원인과 균형 성향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월트는 말한다. 오늘날에는 중국이 대만과 남중국해 장악에 나서면서 관련 국가들의 대응 정도를 오판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동맹의 기원』은 무엇보다 위협균형의 관점에서 동맹의 본질과 조건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영국의 파머스턴 경은 국가 간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으며, 영원한 것은 국가 이익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영국과 미국은 1823년 먼로 독트린 이후 지금까지 동맹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 한미동맹은 지난 75년간 한국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균형의 핵심축이었다. 중국의 힘과 패권 열망이 커지면서 한미동맹은 거대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위협균형 이론에 의하면 동맹의 형성과 결속은 위협에 대한 공동의 인식에 달려 있다. 『동맹의 기원』은 한국의 안보는 물론 동아시아 질서에 대한 중국의 위협이 점점 더 가중되고 있고, 이에 맞서 일본의 재무장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균형 동맹으로서 한미동맹의 본질과 미래에 대해 통찰할 수 있게 할 것이다.
목차
한국어판 서문
서문
01 서론: 동맹 형성의 탐구
주요 주장
동맹 관련 문헌
연구 방법 및 과정
02 동맹 형성의 설명
위협에 대한 반응으로서 동맹: 균형과 편승
같은 무리끼리 어울리고 분열하기: 이념과 동맹 형성
대외 원조와 동맹 형성
초국가적 침투와 동맹 형성
결론
03 바그다드 협약에서 6일 전쟁까지
주요 주제
배경과 관련 국가들
바그다드 협약과 나세르 이집트의 부상
초강대국 경쟁과 시나이 전쟁
‘아이젠하워 독트린’과 지역 동맹의 재조정
통일아랍공화국: 패권을 위한 두 번째 시도
나세르의 새로운 접근
양극화된 분쟁에서 초강대국의 정책
6일 전쟁
결론
04 6일 전쟁에서 캠프 데이비드 협정까지
주요 주제
초강대국의 공약과 소모전
아랍 세계의 협력과 갈등
10월 전쟁의 외교
단계적 외교 및 지역적 동맹 재조정
캠프 데이비드 협정 이후
결론
05 균형과 편승
균형 행동과 동맹 형성
편승 행동과 동맹 형성
결론
06 이념과 동맹 형성
중동에서의 이념과 동맹 형성: 개관
중동에서의 이념과 초강대국 동맹
이념과 아랍 국가 간 정치: 통합과 분열
결론
07 동맹의 수단: 원조와 침투
대외 원조와 동맹 형성
초국가적 침투와 동맹 형성
결론
08 결론: 동맹 형성과 세계 권력의 균형
동맹 형성의 분석: 평가
동맹 형성과 세계 권력의 균형
봉쇄의 유지: 동맹 형성과 미국의 대전략
맺음말
부록 1. 중동의 동맹 현황, 1955-1979
부록 2. 세계 권력의 균형
저자
스티븐 M. 월트 (지은이), 이준상 (옮긴이)
출판사리뷰
동맹의 원인은 세력균형인가, 위협균형인가
국가들은 위협적인 국가에 대해 균형을 선택하는가, 편승을 선택하는가
전통적 세력균형 이론은 국가들이 가장 강한 국가에 맞서 균형을 추구한다고 말한다. 반면 월트의 위협균형 이론은 국가들이 가장 위협적인 국가에 대해 균형을 추구한다고 본다. 상대 국가가 힘이 가장 세기 때문이 아니라 가장 위협적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그 위협의 근원에 대해 균형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위협균형 이론에 의하면, 위협의 수준은 총체적 국력, 지리적 근접성, 공격 능력, 공격 의도에 의해 결정된다. 특히 해당 국가가 위협적인지를 판단할 때 인지된 공격 의도를 중시한다. 그리고 동맹은 위협 인식을 공유하는 국가들이 균형을 추구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주요 국가들이 국력의 총합에서 훨씬 우위에 있던 연합국에 가담한 것은 독일을 중심으로 한 추축국들이 훨씬 더 위협적이기 때문이었다. 2차 세계대전 후 냉전에서도 대다수 주요 국가들이 국력의 총합에서 확실히 우위에 있던 미국 주도의 NATO에 가담한 것은 소련이 가장 위협적인 국가였기 때문이다. 1991년 걸프전에서 사우디, 이집트 등 주요 아랍 국가들이 미국 주도의 다국적 연합군에 가담한 것은 지역에서 이라크가 가장 위협적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오늘날 동아시아에서는 중국의 위협이 커지면서 미국 주도의 한미일 균형 연합이 형성되고 있다.
위협적 국가에 대해 국가들은 일반적으로 편승보다는 균형을 선택한다. 편승은 자국의 안보를 위협 국가의 자비에 의지해야 하는 근본적인 취약성을 갖기 때문이다. 균형 동맹에 가담할 때 국가들은 같은 동맹국들에 대해서도 상대적으로 더 나은 입지를 확보하게 된다. 그러나 위협 국가의 힘이 압도적이어서 균형 행동이 의미가 없을 때나, 위협 국가에 맞설 수 있도록 지원해줄 적절한 동맹을 구할 수 없을 때 국가는 예외적으로 편승을 선택하게 된다. 2차대전 당시 히틀러의 첫 공격 대상이 될 것을 우려한 이탈리아는 독일과 동맹을 맺고 편승하는 전략을 택했다. 미국과 영국의 지원을 기대할 수 없었던 핀란드는 소련과의 전쟁에서 두 차례 패한 후에 소련에 대한 편승을 선택했다. 중국이 대만 침공에 나설 경우, 대만을 비롯한 지역 국가들이 균형을 택할지 아니면 편승을 택할지는, 위협균형 이론의 관점에서 볼 때 미국이라는 동맹국의 역량과 개입의지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스티븐 월트의 한국어판 서문
지역 패권을 노리는 중국에 대한 균형 연합이 형성될 것이다
스티븐 월트는 현재 시점에서 자신의 위협균형 이론과 한국을 둘러싼 동아시아 상황을 어떻게 볼까? 이 책이 처음 나온 37년전이나 지금이나 위협균형 이론에 대한 그의 확신에는 변함이 없다. 한국어판 서문에서 그는 소련 붕괴 후 NATO가 약화되었던 상황도 소련이라는 위협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본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러이나 침공 이후 NATO가 다시 강화되고 있는 것도 러시아의 위협이 커졌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국가들이 단순히 상대적 힘의 변화가 아니라 위협 수준의 변화에 반응해 동맹을 형성하거나 강화하는 현상은 오늘날 동아시아에서도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 국력이 커진 중국이 지역질서, 더 나아가 세계질서를 재편하려는 야망을 노골화함에 따라 중국의 위협에 맞서 균형을 이루려는 미국과 지역 국가들의 다양한 노력들이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월트는 아시아 국가들이 잠재적 패권국인 중국에 대해 스스로 균형을 이룰 만큼 강하거나 단합되어 있지 않다고 본다. 아시아 국가들은 지리적으로 그리고 고통스런 역사적 유산에 의해 서로 분리되어 있다. 결국 중국이 아시아를 지배하는 것을 원치 않는 미국이 그런 상황을 막기 위해 대중국 균형 연합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지역 국가들에게 평화를 뒤흔드는 존재로 보여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중국이 현상에 도전하고 전쟁의 위험을 높이는 국가로 보여질수록 아시아 국가들은 서로간에 그리고 미국과 점점 더 힘을 합치게 될 것이다.
월트는 위협균형 이론이 한국에게 주는 함의 또한 분명하다고 말한다. 중국의 힘이 상승하고 야망이 커지면서 한국과 미국의 동맹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한국과 미국이 거대한 공동의 위협에 직면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월트는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이 한국의 안보와 번영에 핵심적이 될 것이라고 본다. 한국이 지역 내에서 유리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중국에 편승하려는 어떤 유혹도 떨쳐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중국과의 호의적인 관계에 연연하기보다는 다른 국가들과의 협력에 초첨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월트는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위협에 대한 균형은 효과적인 균형 연합에 달려 있고, 그러한 균형 연합의 구축을 위해서는 한국의 전략적 선택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중동 지역의 동맹 관계는 어떻게 형성되고 변모되어 왔는가
위협균형 이론의 타당성에 대한 사례 분석
스티븐 월트는 자신의 위협균형 이론의 타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중동 지역의 동맹 사례들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1955년 바그다드 협약부터 1967년 6일전쟁, 1973년 10월 전쟁, 1978년 이집트와 이스라엘 간의 캠프 데이비드 협정에 이르는 동안 중동 지역에서 동맹 관계가 어떻게 형성되고 변모되어 왔는지를 보여준다. 미국과 소련이 군사 및 경제 원조 등을 통해 중동 지역에 개입하면서 중동 정치는 지역 세력들 간 대결과 두 초강대국 간 경쟁이 맞물린 동맹 외교의 각축장이 되었다. 특히, 수 차례의 아랍 통합 시도에서부터 아랍과 이스라엘의 전쟁, 그리고 이스라엘과의 단독 평화협정에 이르기까지 이집트가 그 주요한 변화들의 중심에 있었다.
중동 지역의 동맹 사례들은 국가들이 국가 간 상대적 힘의 변화가 아니라 위협 수준의 변화에 반응해 동맹을 추구한다는 위협균형 이론을 지지한다. 중동 국가들의 주된 관심사는 언제나 힘의 균형이 아니라 위협의 균형이었다. 그 위협은 주로 아랍 통합을 주장하며 아랍 세계에서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려는 나세르의 이집트로부터 제기되었고, 나중에는 급진적인 시리아가 그 역할을 맡았다. 범아랍주의는 아랍 통합의 주요한 동인이었지만, 실제로 그것을 추구하게 되면 분열의 원인이 되었다. 중동 국가들에게 있어 멀리 떨어져 있는 소련이나 미국은 실질적인 위협으로 간주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역의 반대 세력에 대한 균형을 이루기 위한 동맹 파트너로 간주되었다. 아랍 국가들은 이스라엘이나 지역 내의 위협 세력에 맞서는 데 필요한 지원을 얻어내기 위해 두 초강대국의 경쟁을 효과적으로 이용했다. 두 초강대국은 지역의 피후원국들을 동맹으로 붙잡아두기 위해 막대한 군사 및 경제 원조를 제공했지만 정작 그들의 중요한 정책결정에는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월트는 중동 지역 국가들 사이에서도 위협에 대한 편승보다는 균형이 더 일반적이었다고 말한다. 급진적이고 정치선동에 능한 나세르를 달래기 위한 편승 시도들이 있었지만, 사우디아라비아나 요르단과 같은 왕정 국가들은 이집트나 시리아 같은 급진적 세력과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서로 동맹을 맺거나 미국의 지원에 의존했다. 이집트의 경우도 이스라엘과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대이스라엘 아랍연합을 주도하고 소련의 군사적 지원에 크게 의존했다. 하지만 1973년 10월 전쟁에서 이집트가 이스라엘에 패배하면서 중동 정치의 대전환이 시작되었다. 이집트는 시나이 반도를 되찾기 위해 소련에서 미국으로 동맹을 전환하고 이스라엘과 단독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대이스라엘 아랍연합에서 이집트가 이탈하면서 아랍 국가들이 이스라엘을 상대로 효과적인 대항 연합을 구성하기가 힘들어졌다. 1991년 걸프전쟁에서는 쿠웨이트를 침공한 이라크에 맞서 사우디, 이집트 등 주요 아랍 국가들이 미국 주도의 연합군에 가담했다. 월트는 미국이 지역 국가들의 균형 성향을 과소평가함으로써 지역 동맹들에 대한 공약을 과도하게 확대해왔다고 지적한다.
위협균형 이론의 관점에서 바라본 한미동맹
한국은 어떻게 동아시아의 균형을 유지할 것인가
고대 그리스에서 동맹 없이 홀로 강대국에 맞섰던 밀로스는 아테네에 의해 멸망 당했고, 스파르타라는 동맹이 있었지만 도움을 받을 수 없었던 미틸레네 역시 아테네에 패하고 말았다. 반면 케르키라는 스파르타를 자극할 것을 우려해 망설이는 아테네를 동맹으로 끌어들였고 코린트와의 결전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위협균형 이론에 의하면, 대부분의 국가는 외부의 위협에 직면했을 때 균형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설사 압도적 위협에 직면해도 동맹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 균형을 선택한다. 그러나 동맹이 아니라 상대의 정의감에 호소한 밀로스도, 동맹국이 와주리라 철석 같이 믿었던 미틸레네도 오만과 오판의 대가를 치러야 했다. 반면 케르키라는 아테네라는 해상강국을 동맹을 둔 그들의 전략적 안목과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았다.
잠재적이고 강력한 위협 국가들로 둘러싸인 한국은 국가의 안보와 번영을 위해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는가? 중국의 야망은 대만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을 서태평양 밖으로 밀어내고 이 지역의 패권국이 되는 게 그들의 진정한 목표일 것이다. 일본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고 중국 견제라는 명분 하에 미국의 후원을 받으며 군사 강국의 지위를 되찾으려 할 것이다. 어느쪽이 우세하든, 균형을 이루든 한국 입장에서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러한 역학 구도를 막아왔고 막아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한미동맹뿐이다. 한미동맹은 본질적으로 중국(그리고 북한)에 대한 균형 동맹이면서, 잠재적으로 일본에 대한 균형 동맹이다. 많은 동맹 사례들에서 보면, 동맹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공식적인 조약도, 대규모의 경제적, 군사적 지원도 아니다. 그것은 전략적 위협에 대한 공동 인식이다. 한국과 미국이 같은 눈으로 위협을 바라볼 수 있을 때 진정한 동맹이 시작된다. 케르키아인들이 아테네인들에게 역설했던 것이 그것이고, 영국의 지도자들이 미국의 지도자들에게 항상 속삭였던 것이 그것이다.
진정한 동맹은 구하기도 어렵지만 감당해야 할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미군이 가는 분쟁지역이면 그 어디든 영국군이 함께 한다는 사실은 조약을 초월하는 동맹의 조건이 무엇인지를 시사한다. 영국은 러시아나 독일이 지배하는 유럽을 원하지 않는다. 그리고 영국인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한국이 중국이나 일본이 지배하는 동아시아를 원하지 않는다면, 두 나라에 대해 유리한 균형을 유지하고자 한다면 그에 합당한 전략적 안목과 결단력을 가져야 한다. 한국의 균형 전략을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