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데쓰조 이야기는 파리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쓰레기 처리장에서 살다 보니, 파리라면 모르는 것이 없는 파리 박사다. 그날 개구리를 바닥에 패대기치고, 후미지에게 달려들어 얼굴을 할퀴고 손등을 물어뜯은 것도 다 파리 때문이었다. 대학을 갓 졸업한 고다니 선생님은 하필 데쓰조 반을 맡았다. 외동딸로 곱게 자란 선생님은 쉴 새 없이 터지는 사건과 사고를 감당하느라, 눈물 마를 날이 없다. 아이들은 그런 선생님이라고 봐주는 법이 없다. 교통사고가 네 건이 일어났고 차에 치여 질질 끌려간 아이는 전치 6개월 중상을 입었고, 비둘기를 잡으려다가 지붕에서 떨어진 도쿠지는 다리를 다쳤고, 슈퍼에서 물건을 훔친 아이, 가출한 아이…. 기겁하고 쩔쩔 헤매고 그만두고 싶은 나날이다. 그러나 성실한 사람이 그렇듯이 고다니 선생님은 사건과 사고 너머에서 아이들이 왜 그랬는지 알아가려 한다. 한 발 한 발 아이들 곁으로 다가갈수록 거기 놀라운 아이들의 세계가 있다. 그리고 그런 고다니 선생님 곁에는 깡패 같지만, 든든한 동무 교사 아다치 선생님이 있다.
책이 처음 나왔을 때, 아이들이 이해하기에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러나 책이 나오자마자 독자들의 입에서 입으로, 손에서 손으로 전해지며 전 국민의 베스트셀러가 되어 논란을 무색하게 했다. 수많은 모방작을 낳으며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국제안데르센상을 비롯하여 수많은 상을 받으며, 영화와 연극으로도 만들어졌다. 50년이 지난 지금까지 사랑받으며 어린이문학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저자
하이타니 겐지로 (지은이), 햇살과나무꾼 (옮긴이)
출판사리뷰
교사를 위해 준비된 아이는 없다. 누군가를 위해 잘 준비된 세상도 없다.
정해진 답은 없다. 함께 찾고 만들어 간다. 여기 그런 교실이 있다.
학교에 갓 입학한 데쓰조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는, 돌멩이처럼 싸늘한 아이였다. 말도 안 하고 글도 못 쓰고, 책이나 공책은 만진 적도 없다. 데쓰조는 뭐든 제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닥치는 대로 할퀴고 물어뜯고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이제 막 부임한 고다니 선생님도 데쓰조의 손톱에 긁히며 몇 번이나 울었는지 모른다. 여리고 서툰 고다니 선생님이 데쓰조나 쓰레기 처리장 아이들을 감당하기에는 너무 버겁고 힘들다. 기겁하고 흔들리며 그만두고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고다니 선생님은 아이들 곁으로 한 걸음씩 다가간다. 그리고 마음의 문을 연 아이들의 세계를 마주했을 때는 놀라운 변화가 시작된다.
교사와 학생, 어른과 아이는 가르치고 이끄는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라 서로 배우고 응원하는 관계여야 한다는 것을 잘 그려 냈다. 데쓰조가 글을 배우고 말문을 열고, 파리 박사라고 불릴 만큼 자라는 동안, 고다니 선생님도 고다니 선생님대로 배우며 성장해 간다.
작가는 책을 쓰고 나서, “나는 17년 동안 교사 생활을 하면서 아이들로부터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의 의미를 배웠다. 아이들의 상냥함에 도움을 받아 오늘날의 내가 있을 수 있었다. 그 과정을 적은 것이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이다. 이 책을 쓰지 않았다면 나는 살아갈 수 없었을 것이다.”라고 했다.
책에 나오는 사람이나 에피소드들은 대부분 작가가 교사 생활을 하며 만나고 겪었던 일들이다. 그것을 바탕으로 소설로 다시 썼다. 그러다 보니 있는 그대로의 냉정하고 고달픈 현실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그런데도 책을 읽는 내내 따뜻한 온기가 느껴진다. 우리 몸을 맑게 하는 청량한 바람이 느껴진다.
아무리 견디기 힘든 현실이더라도 거기서 비켜서지 않고, 그 속에서 사람의 온기와 웃음을 찾아내어 작품으로 녹여냈기 때문이다. ‘절망을 거부’하는 작가의 삶에 대한 태도가 작품 속에 배어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정으로 학급 경영을 거의 포기하려는 상황에 몰린 젊은 여교사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3학년 아이들에게 이 책을 읽어 주었다 한다. 아이들이 소란스러워 교사가 그만 읽겠다고 하자 아이들은 안 된다고 했다. 석 달에 걸쳐 책을 읽었고, 다 읽었을 때 교실에 엄청난 박수가 일었다 한다.
지금 어느 교실에서 교사와 아이가 서로에게 가는 길을 물을 때, 이 책이 곁에 있어 동무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