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끝, 혹은 새로운 세계의 시작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고 누구도 찾아볼 생각하지 않는,
어떤 이름도 붙여지지 않은 곳
무지개를 찾아 달려 나가는 반짝거리는 여정의 시작
한요나의 『태양의 아이들』은 퍼즐을 맞추는 기분을 선사한다.
_심완선(SF 평론가)
작품해설_ 무지개, 당신도 보고 있나요? | 심완선
1. 빨간 맛, 내가 제일 좋아하는 여름의
직소 퍼즐은 처음에는 조각 더미에 지나지 않는다. 퍼즐을 맞추려면 우선 색깔을 중심으로 조각을 분류해야 한다. 빨간색, 검은색, 하얀색, 파란색. 막연히 비슷한 색끼리 뭉쳐 무리를 만든다. 조각 하나 하나의 모양을 살펴보는 작업은 그다음이다. 같은 색을 띤 조각들 중에서도 모서리나 가장자리처럼 자리가 분명한 조각이 있다. 글자 등 특징적인 표시가 있어 다른 조각과 구별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무리에서 눈에 띄는 조각이 퍼즐 전체를 가늠하는 실마리가 된다.
한요나의 『태양의 아이들』은 퍼즐을 맞추는 기분을 선사한다. (……)
2. 미안해, 솔직하지 못한 내가
『태양의 아이들』 사이사이에는 화자가 불분명한 시가 여러 번 등장한다. 이는 마치 등장인물의 일기처럼 속마음을 드러내지만 절대로 직설적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시는 “사랑이나 질투 같은”(p.72) 확고한 단어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한 감정을 담아낸다. (……)
3. Take my revolution
주하의 빨간 머리는 ‘럭스’를 얻을 수 있는 유용한 도구다. 최상급 햇빛의 효능을 지닌 럭스는 햇빛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요긴하게 쓰인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발견된 ‘태양의 아이들’은 몸에서 럭스를 생산하는 능력을 지닌다. 잘 아프지도 않고, 머리카락을 잘라도 금방 복구되는 등 정체불명의 신체 능력도 특징이다. 소설은 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지 않는다. 태양의 아이가 생겨난 배경, 능력이 갑자기 사라지거나 어른이 되어서야 나타나는 이유, 머리카락이 빨강이나 노랑인 것과 신체 능력의 관계 등은 모두 수수께끼다. 연구소 소속의 연구원들은 주하와 같은 태양의 아이를 데려다 계속해서 실험을 해왔지만 아직 연구는 기초 단계다. 주하의 몸에 관한 정보는 주하의 앞날과 마찬가지로 미지의 영역에 속해 있다.
다만 주하가 하고 싶은 일은 분명하다. 위험에 노출된 다른 태양의 아이들을 돕는 일이다. (……)
4. 아득한 미래로 향하기 위한
(……) 빨간색은 무지개의 시작을 알리는 색이다. 주하는 빨간 머리를 지닌 태양의 아이로서 싸우기로 결심하고 하루에게 묻는다. “내가 되지 못한 아이들이 저쪽 세계에도 있을까?”(p.258) 사람을 전사로 만드는 요소는 싸워서라도 지킬 대상이다. 지킬 것을 안은 사람은 전사가 된다. 이에 하루는 대답한다. “이쪽 세계부터 시작해.”(p.259) 이는 역시 퍼즐을 맞추는 과정과 비슷하다. 제자리를 찾은 퍼즐 조각들을 바탕으로, 이미 완성한 부분을 떠나 계속해서 모르는 장소로 나아가는 것. 보이지 않는 달의 뒷면에 외계인이 있을지도 모르듯이 구역별로 나뉜 세상 바깥에는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을 뿐. 누구도 찾아볼 생각을 하지 않았을 뿐. 무슨 구역이라고 이름도 붙여지지 않은 곳이 있을지도”(p.258) 모른다. 그곳은 무지개가 오색찬란하게 빛나는 그림을 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하루와 주하는 하나의 다짐을 공유한다. “우리가 가 보지 못한 곳을 0구역이라고 하지는 말자.”(p.259) 무지개의 언어는 스펙트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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