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필그림 파더스’에서 ‘사신死神 신학’까지
우리가 몰랐던 ‘개신교 미국’의 민낯
더 이상의 미국 종교사를 만날 수 있을까
미국을 떼어놓고 한국의 근현대사를 이야기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만큼 미국은 개항 이후 우리나라에 어떤 의미로든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러니 우리 역사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미국의 실체를 아는 것이 필요하다. 당연히 그간 미국을 알기 위한 혹은 알리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졌다. 그런 차원에서 종교를 통해 미국의 실체를 살핀 이 책은 유의미하다. 나아가 폭넓고도 꼼꼼한 시선에 엄정하고도 평이한 서술, 성실한 학문적 태도가 어우러져, 감히 말하자면 우리 저자가 쓴 ‘미국 종교사’로 이 이상 가는 책은 당분간 나오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목차
서문
제1장 원주민의 삶과 종교
유럽인 진출 이전 원주민 종교|우주, 자연, 그리고 인간
제2장 가톨릭 국가의 진출
에스파냐|프랑스
제3장 영국의 진출
성공회|청교도와 회중교회
제4장 여러 교파의 진출
개혁교, 루터교, 장로교, 그리고 침례교|개신교 소종파와 가톨릭
제5장 원주민, 아프리카 노예, 그리고 비기독교 유럽인
원주민과 아프리카 노예의 종교|비기독교 신앙
제6장 식민지 종교의 융성과 변화
기독교의 변화와 발전|대각성 |대 각성 이후
제7장 건국과 종교
독립전쟁|건국의 아버지들
제8장 미국적 종교지형의 탄생
시민종교와 다원주의|자원주의
제9장 부흥과 기회, 그리고 변화
새로운 부흥운동|부흥이 가져온 변화
제10장 유토피아 건설과 서부 정복
신흥 종파의 명멸|서부 정복과기 독교화
제11장 이민 증가와 종교지형 변화
이민과 가톨릭 교회|유럽대륙계열 개신교와 유대교
제12장 노예제도와 남북전쟁
노예 문제와 종교계 분열 |남 북전쟁
제13장 아프리카계 주민의 삶과 종교
해방된 노예의 꿈과 현실|아프리카계 교회
제14장 종교다원주의의 시작
다양한 종파의 유입과 탄생|비 서구 종교
제15장 소외된 자들: 원주민과 여성
원주민의 고통과 종교|깨어나는 여성
제16장 산업화와 근대화
도시화와 노동 문제|근대성의 대두
제17장 ‘개신교 미국’의 종말
근본주의와 근대주의의 충돌|‘개신교 미국’의 종말
제18장 현대적 종교지형의 탄생
유대-기독교의 변화|아프리카계 및 비유대-기독교 종교
제19장 전쟁, 이데올로기, 자유
전쟁과 종교|국가와 종교
제20장 새로운 사회, 새로운 과제
인권과 소수자 운동|윤리적-신학적 전쟁
제21장 새로운 천 년 속에서
강화되는 다원주의|세속화의 거센 물결
찾아보기
참고문헌
저자
류대영 (지은이)
출판사리뷰
맥을 짚다
국내외에서 성서신학, 기독교 역사, 미국사 등 다양하게 공부한 지은이는 600여 년에 걸친 시대를 다룬다. 에스파냐 선교사들이 1513년 플로리다에 진출하기 이전, 원주민들의 토템 신앙이 깃든 흙 구조물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니 ‘미국사’를 넘어서는데 흐름이 맥을 놓치지 않고 짚어낸다. 18세기 이른바 ‘제1차 대각성’을 다루면서 “조지 휫필드란 설교자와 함께 기독교는 ‘중생’이라는 상품을 가지고 이제 막 태동하던 소비자 시대에 종교 소비자를 찾아나선 새로운 종교가 되었다”(156쪽)든가 유명한 광고업자 브루스 바턴, 자기계발의 거장 노만 필 등 물질적 풍요와 진보를 찬양하는 ‘성공의 복음’ 전도자들이 도시의 소비문화 등장에 맞춰 각광받았다(389쪽)는 지적 등이 그렇다.
촘촘하다
장구한 세월을 언급하니 성글 만도 하건만 지은이는 우리가 미처 몰랐던 세세한 부분도 놓치지 않는다. 유령춤 운동이나 페요테 종교(366쪽)처럼 19세기 말 집단거주지에 갇혀 고통스런 삶을 이어가던 원주민들의 신흥 종교운동이나,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 노예제도에 대한 보상으로 미국 정부에 이슬람 국가 건설을 위한 땅을 요구했던 엘리아 무함마드의 삶,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성서를 비판적으로 해석한 《여성의 성서》(1895)에 담긴 엘리자베스 스탠턴의 주장은 이 책이 아니면 만나기 힘든 사실들이다. 아프리카 출신 노예들의 혼합종교인 ‘루이지애나 부두’(129쪽), 1960년대 ‘신의 죽음’을 거론하던 급진적 개신교 진영에서 환영받은 ‘사신신학’, 통일교와 사이언톨로지(457쪽) 등 미국 종교의 속살에도 시선을 보냈다.
예리하다
지은이는 미국 종교사의 흐름과 사실을 단순히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미국 건국신화의 핵심인 메이플라워호의 필그림 파더스는 전체 승선원의 절반에 미치지 못했고 나머지는 상업적 이주민이었으며(76쪽), 미국 예외주의의 바탕인 ‘기독교가 쇠퇴하지 않는 나라’라는 믿음과 달리 1776년에는 미국 전체 인구의 17%만이 교회나 회당에 다니는 매우 세속적인 나라라는 사실을 들춰내는 것(530쪽)이 그렇다. 또한 진화론 등 과학의 발전에 따른 1930년대 근본주의와 근대주의의 갈등이 미국의 비공식 국교와 같은 역할을 해왔던 복음적 개신교의 내전으로, ‘개신교 미국’을 최종적으로 붕괴시킨 대사건으로 파악하는 대목이나 21세기 초 20여 년 동안 미국 종교시장에서 승리한 것은 어떤 종교나 교파가 아니라 ‘무종교’라 갈파한 대목은 고개가 끄덕여진다.
흥미롭다
역사의 미덕 또는 가치는 우리가 지금 어떤 자리에 있고, 어떻게 왔는지 알려주는 ‘좌표’를 제공해준다는 점이지만 그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은 역사를 읽는 재미라 할 수 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고심해 만든 ‘국가인장’ 뒷면에 새겨진 피라미드나 “그가 우리의 일을 인정했다”는 뜻의 라틴어 문구의 비밀을 알려주는 부분(196쪽)이 좋은 예다. 그런가하면 1920년대의 대표적 부흥사인 에이미 맥퍼슨이 진한 화장과 화려한 보석으로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로스앤젤레스에 150만 달러를 들여 ‘성전’을 짓고 미국 최초의 종교 방송국을 설립하는 등 대성공을 거둬 20세기 대형 교회의 시작을 알렸다(421쪽)는 이야기는 씁쓸하지만 흥미롭다.
엄정하다
그래도 지은이는 역사가의 엄정한 눈을 유지한다. 노예제도를 지지한 끝에 결국 분리한 남침례교?남감리교 사례(298쪽)를 짚고, 조나단 에드워즈와 조지 휫필드 같은 유명 전도자들이 노예들의 개종에 성과를 보였지만 자신들은 노예를 소유했거나 노예제도 합법화 운동에 적극 동참했다는 사실을 명기했다(166쪽). 또한 18세기 중엽 하와이로 진출했던 개신교 선교사들이 어떤 기여를 했으며 종내는 하와이 국왕의 정치 고문이나 관료로 일하면 캘리포니아 설탕 가공업자들과 손잡고 하와이 강제 병합에서 한 역할에도 비판적 기미가 읽힌다. 1930년대 감리교, 북침례교 등 개신교 인사들이 전쟁을 가장 악한 죄로 규정하며 다시는 전쟁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성명서를 냈지만 조약과 교회 성명서가 인간의 호전성과 국가의 팽창주의를 막지는 못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도 마찬가지다(462쪽).
성실하다
책은 2007년 냈던 《미국 종교사》를 고쳐 쓴 것이다. 한데 ‘새로 쓴’에 방점이 찍혔다. 많은 인용문과 각주를 보태고, 새로운 통계를 반영해 학문적 완성도를 높였기 때문이다. 은퇴를 앞두고도 어쩌면 이렇게 학문적 성실함과 단단한 의지를 보일 수 있는지 감탄이 나올 정도다. 그러기에 저자 개인 차원을 뛰어넘는 학문적 성취와 함께 대중성을 갖춘 ‘완결판’이라 해도 무리가 없는 역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