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위대한 음악가
거장들의 삶과 예술
“음악은 여러 세기의 노래이며, 역사의 꽃이다.
음악은 인류의 기쁨과 고통 위에 자라난다.” _ 로맹 롤랑
베를리오즈와 바그너를 동시대인으로 느끼고, 말러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부소니의 연주를 직접 본 거장이 여기 있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로맹 롤랑은 위대한 예술가의 삶과 성취를 통해 민족주의, 제국주의, 제1차 대전의 소용돌이 속에서 정신적 위기에 빠진 시대에 우리가 기어코 지켜내 후대에 전해주어야 할 소중한 가치에 대해 말한다.
목차
들어가는 글
역사 전체에서 음악이 차지하는 자리
제1부 지난날의 음악가
륄리
텔레만
메타스타시오
글루크
그레트리
모차르트
제2부 오늘날의 음악가
베를리오즈
바그너
생상스
뱅상 댕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후고 볼프
제3부 프랑스 음악과 독일 음악
프랑스 음악과 독일 음악
클로드 드뷔시의 〈펠레아스와 멜리장드〉
미주
찾아보기
저자
로맹 롤랑 (지은이), 임희근 (옮긴이)
출판사리뷰
음악의 위상을 새롭게 정의한 로맹 롤랑의 음악적 글쓰기
음악에 쓸모가 있을까. 예술의 한 장르인 음악은 인간의 삶과 어떤 관련이 있고, 어떻게 소용되는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든 음악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든 음악에 대해 이런 질문을 던져보기란 쉽지 않다. 음악은 그냥 들으면서 즐기거나,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저 소음에 불과할 수도 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이자 뛰어난 음악학자이기도 했던 로맹 롤랑은 문학만으로는 그 나라 사람들의 삶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문학은 인간의 삶을 반영하는 거울이라 할 만한데 어째서 문학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일까. 그에 따르면 음악을 포함한 예술을 통합적으로 살펴야 비로소 삶에서 “하늘과 땅의 온갖 색깔이 조화를 이루는 대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같은 빛깔”을 획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로맹 롤랑은 1902년 파리 고등 사회과학연구원 소속 음악학교에서 ‘역사 전체에서 음악이 차지하는 자리’라는 주제로 강의를 하며 음악의 위상을 새롭게 정의했다. 음악을 알면 사회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세상이 폐허가 되더라도 음악은 결코 사라지지 않음으로써 희망을 전해준다는 메시지는 21세기를 사는 현대인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위대한 음악가 _ 거장들의 삶과 예술』은 위의 강의록을 포함하여 롤랑이 생전에 남긴 음악 관련 저서 중에서 편집자와 옮긴이가 오늘날 유용할 만한 부분을 뽑아 엮은 것이다. 롤랑은 음악에 대한 글과 에세이 모음집인 『지난날의 음악가』와 『오늘날의 음악가』를 각각 펴낸 바 있고, 각 저서에서 지난 세기 뛰어난 음악가들의 삶과 음악에 대한 애정 어린 글을 남겼다.
롤랑의 입을 통해 되살아난
지난날과 오늘날의 위대한 음악가
롤랑의 시대에 ‘지난날의 음악가’와 ‘오늘날의 음악가’는 누구일까. 그는 수많은 음악가 중에서도 륄리, 텔레만, 메타스타시오, 글루크, 그레트리, 모차르트(이상 지난날의 음악가), 그리고 베를리오즈, 바그너, 생상스, 뱅상 댕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후고 볼프(이상 오늘날의 음악가)를 언급한다.
누구나가 위대한 음악가로 바흐를 이야기할 때 그는 후세에 잊힌 음악가 텔레만을 소환해 우리 앞에 앉혀 놓는다. 롤랑에 따르면 그의 시대 사람들은 텔레만의 음악을 들으려 하지도, 굳이 이해해보려 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텔레만은 생전 바흐보다 유명했고, “누구와도 비할 수 없는 거장”, “상찬할 말이 부족한 유일한 음악가”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인물이었다. 비록 짧은 전기 형식의 글이지만 독자는 롤랑의 글에서 텔레만이라는 인물을 꽤나 자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롤랑은 성실한 기록자가 되어 다양한 출처를 동원해 잊혀 가는 위대한 음악가를 매우 입체적으로 되살려낸다. 책 말미에 실린 방대한 주석이 이를 증명한다. 독자는 롤랑의 입을 통해 되살아난 한 음악인의 생애와 그의 작품 세계를 접함으로써 잠시 잊힐 뿐 결코 사라지지 않는 음악의 힘을 다시금 깨닫는다.
오늘날의 음악가에서는 “지금 살아서 한창 발전하고 있는 인물에 관해 판단”하는 일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롤랑은 다른 음악가도 뛰어나지만, 한 사람의 인물됨이 그 사람만을 말해주는 특징이 될 수 있다며 뱅상 댕디를 언급한다. 롤랑이 보기에 댕디는 자신의 작품을 창작하는 데 있어 다른 음악가만큼 전력투구하지 않았을 수는 있지만, 그 노력과 시간을 타인을 위해 쓴 이타적이고, 거의 종교적이라 할 만한 인품을 지닌 인물이었다. 그리고 그를 “프랑스 최초의 음악 교육자” 중 하나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혹자는 위대한 음악가라면 당연히 음악성이 그 사람의 위대함을 판단하는 첫째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할지 모르지만, 롤랑은 ‘오늘날의 음악가’를 대표하는 인물에 선뜻 뱅상 댕디의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자신 역시 불완전한 사람인지라 스스로의 판단이 오만이거나 오류일 수도 있음을 기꺼이 인정한다. 롤랑의 솔직하고 인간적인 면모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오류가 두려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그 또한 어리석은 일일 것이다. 특히나 비평을 업으로 삼는 사람에게 판단을 내리는 일은 불가피하다. 롤랑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의심보다는 오류가 낫다. 그 오류가 선의에서 나온 오류이기만 하다면 말이다. 중요한 것은 느끼는 대로, 생각하는 대로 말하는 것이다.”
음악학자, 비평가로서 롤랑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방대한 저작
음악학자이기 전에 소설가였던 로맹 롤랑은 음악에 대한 글에서도 문학적 감수성을 잃지 않는다. 100년의 세월을 훌쩍 넘긴 프랑스 비평가의 글을 독자가 생생한 언어로 만나볼 수 있는 것은 그의 빛나는 글을 고스란히 전해주고자 애쓴 중견 번역가 임희근의 의지와 노력의 산물이다. 롤랑이 시인이면서 음악가라 일컬은, 또한 유럽 최고의 음악적 인물이라 생각했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음악을 묘사한 부분을 살펴보자. “그 음악은 유럽을 초월한 음악으로, 그 영혼이 종려나무 잎을 닮았으며 아름답고 고독한 커다란 맹수들 틈에서 머물고 움직이는 사막의 갈색 석양 앞에서도 살 권리를 간직할 것만 같다. 그 음악의 독특한 매력은 선악을 모른다는 데 있다. 단지 이따금씩 선원船員이 지닌 일말의 향수 같은 것이 그 음악 위로 스치며, 황금빛 그림자와 느른한 나약함이 아주 멀리서, 거의 이해할 수 없게 되어버린 도덕적 세계의 숱한 석양빛을 띠고 음악 쪽으로 피신해 오는 것이 보이는데, 음악은 이 느림보 도망자들을 맞아들일 만큼 충분히 호의적이고 심오할 것이다.” 롤랑의 글에서 음악은 살 권리를 간직한 생명체로서 약동한다.
이렇듯 롤랑은 생전 우리 삶과 음악의 관계를 진지하게 고찰하고 음악가 개개인에 대한 수많은 글을 남겼지만 그동안 국내에는 일부만 단편적으로 소개되었다. 따라서 700쪽 가까운 분량으로 엮인 이번 책은 소설가가 아닌 음악학자, 비평가로서 롤랑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귀한 자료다. 사회적 격동의 한가운데, 다시금 음악은 롤랑의 글을 통해 그 존재와 쓸모를 여실히 증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