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나는 한눈팔지 않고 오직 엉덩이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다.”
세상의 모든 힙hip을 딥deep하게 탐구한 국내 유일 ‘엉덩이’ 인문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룰루 밀러 추천
〈에스콰이어〉 〈퍼블리셔스 위클리〉 2022 최고의 책 선정
〈뉴욕 타임스〉 〈워싱턴포스트〉 〈타임〉 추천
계단을 오르며 한 번쯤 생각해본 적 있는가? “아, 내 엉덩이 괜찮나?” 유난히 딱 달라붙는 바지를 입은 날, 뒤에 아무도 없는 순간에도 우리는 본 적 없는 뒤태를 지나치게 의식한다. 마땅히 내 것임에도 어쩐지 당당할 수 없고, 오로지 타인의 시선으로 평가받는 대상. 인류가 세상에 등장하면서부터 엉덩이는 늘 신경 쓰이는 ‘문제’였다. 근데, 엉덩이는 어쩌다 이런 곤란한 존재가 된 걸까?
이러한 질문으로부터 시작한 책 《엉덩이즘Butts》은, 탈의실에서 낑낑대며 청바지에 엉덩이를 욱여넣던 한 여성의 뛰어난 탐구 정신이 빛을 발한 결과물이다. 큐레이터로 일하며 특유의 집요한 연구력을 장착한 작가 헤더 라드케Heather Radke는 편견과 오해, 목적과 의도라는 수많은 옷을 겹겹이 입고 뒤뚱거렸던 엉덩이의 이력을 낱낱이 파헤친다. 작가의 데뷔작인 이 책은 발칙하고 드라마틱한 저술로 이루어진 흥미진진한 르포라는 극찬을 받으며 출간 당시 수많은 언론으로부터 이목을 끌었고, 2022년 최고의 논픽션 자리를 휩쓸며 독자의 열렬한 간증을 받았다. 수치심에 갇힌 몸과 마음은 자유로워지고, 억압받던 자신감은 강해지는 놀라운 경험을 선사하며 자꾸만 엉덩이를 감췄던 이들에게 해방구 그 자체가 되어줄 것이다. 마치 구호 같은 책 속 문장들을 되뇌며 우리는 당차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엉덩이는 그저, 엉덩이일 뿐이라고.
목차
프롤로그: 있는 그대로의 엉덩이
1장 기원
근육/백색 지방/공작의 꼬리 깃털
2장 호텐토트의 비너스
삶/유산
3장 형태에서 집착으로
더 크게/더 작게
4장 평균의 탄생
노마/대량 생산/저항
5장 탄탄하여라
강철처럼 단단하게/뚱뚱해도 즐겁게
6장 아이콘
케이트 모스/서 믹스어랏/제니퍼 로페즈/킴 카다시안
7장 움직임의 시대
트워킹/마일리의 몸짓/엉덩이의 해/선택적 글래머
에필로그: 탈의실을 나서며
참고문헌
저자
헤더 라드케 (지은이), 박다솜 (옮긴이)
출판사리뷰
“누구한테나 있는 것인데, 왜 이렇게 난리들인가?”
역사학 · 진화학 · 심리학 · 사회학을 아우르며
전 인류의 엉덩이에게 던지는 진지하고 날카로운 질문들
맘에 드는 바지를 골라 거울 앞에 선다. 이리저리 움직이며 몸을 끼워 넣어본다. 슬그머니 뒤를 돌아 절묘한 각도로 허리춤 아래를 째려본다. ‘너무 커 보이나? 아니면 너무 빈곤해 보이나? 아래로 처진 거 같은데, 너무 빵빵한 것보다는 낫겠지?’ 내 것임에도 나는 볼 수 없는 ‘그 무엇’을 상상하며 한참을 두리번거리다 밖으로 나선다. 착 달라붙는 레깅스를 입은 채 달리는 여성의 뒤태에도, 걸을 때마다 펄럭대는 아저씨의 펑퍼짐한 바지 밑에도 존재하지만 어쩐지 의미는 제각각인 은밀한 신체 부위. 이는 우리 뒤에 묵직하게 자리한 채 묵묵히 안녕을 지키는, 엉덩이다.
작가 헤더 라드케는 크고 빵빵한 자기 엉덩이가 수치심과 으스댐의 경계에 서 있음을 깨닫고 문득 의구심이 들었다. 대관절 왜 인류는 이토록 수많은 암시를, 페티시를, 혐오를, 뉘앙스를 엉덩이에게 부과해왔는가? 그저 신체 부위 중 하나일 뿐인 이 아이에게, 겹겹이 옷을 입혔다가 벗기기를 반복해왔을까? 작가는 큐레이터로 일하며 쌓아온 지식과, 젊은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며 쌓아온 필력을 십분 활용해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책 《엉덩이즘》은 혐오와 차별이라는 시선으로 때려놓고, 아름답고 섹시하다며 은근슬쩍 쓰다듬다가, 필요한 만큼 써먹고는 ‘에라, 모르겠다’ 뒤편에 방치했던 엉덩이의 유구한 설움을 줄기차게 담아냈다.
〈에스콰이어〉의 극찬처럼 “활기차고 철저한 태도로, 새로운 시선을 제기하는” 이 책은 인류의 탄생과 함께해온 엉덩이의 역사를 톺아보며, 엉덩이를 가진 현대인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중요한 변곡점들을 짚어낸다. 또한 그동안 어디에서도 건강하게 주목받을 수 없었던 엉덩이에게 억울함을 호소하고, 매력을 어필하며, 오해를 해명할 번듯한 기회의 장을 제공한다.
기원: 달리기 위한 근육, 생존에 필요한 지방
근육과 지방을 결합한 큰볼기근, 즉 엉덩이를 가진 존재는 인간밖에 없다는 사실을 아는가? 동물들에게 엉덩이처럼 보이는 부위는 있지만, 엉덩이라 지칭할 수 있는 부위를 가진 동물은 인간이 유일하다. 큐레이터로 근무하며 과거의 흔적에서 연구 단서를 찾곤 했던 작가는 사바나에서 살아남기 위해 최초의 엉덩이를 달고 태어난 고인류, 호모 에렉투스의 화석을 보관한 박물관에 찾아간다. 기원을 따라 찾아간 그곳에서 진화생물학자 대니얼 리버먼과 나눈 대화를 통해, 이족보행 짐승인 인간의 든든한 지원군으로 자리했던 엉덩이의 역할을 재조명한다.
순간속도가 빠른 네발짐승으로부터 도망갈 지구력을 선사하고, 큰 뇌를 떠받치며 빠르게 움직이도록 돕고, 아이를 낳고 모유 수유를 하고도 무사히 살아갈 열량을 축적하는 곳. 엉덩이는 정말 인간의 ‘생존’에 관여하는 존재다. 책은 의견이 분분한 과학자들이 유일하게 인정한 사실, “엉덩이는 인간 고유의 특징이다”라는 점을 한 번 더 되짚으며 엉덩이가 갖는 해부학적 · 생물학적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비너스: 폄훼와 차별로 얼룩진 욕망의 실루엣
엉덩이가 중요한 신체 부위인 사실은 모두가 잘 알고 있지만, 엉덩이는 과연 그뿐인가? 우리가 엉덩이를 달고 살면서, 엉덩이를 바라보면서 떠올리는 다양한 감정은 왜 생긴 것이며 어디서 비롯된 걸까? 엉덩이에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던 출발점을 더듬으며 작가는 노예제도가 팽배하던 착취의 역사 속에서 기구한 삶을 산 한 여성의 초상과 마주하게 된다. 그는 바로 호텐토트 비너스, 세라 바트먼이다.
남아프리카 코이족의 여성으로 태어나 어린 나이에 노예로 팔려 간 그는 그야말로 ‘서커스의 곰’처럼 취급당했다. 상상 이상으로 엉덩이에 열광적이었던 19세기 런던 분위기와 커다란 엉덩이를 지닌 바트먼의 몸은 권력가들의 욕망에 절묘하게 맞물렸고, 이는 큰돈과 비이성적인 사회적 편견을 만들어냈다. 작가는 이 기이한 현상이 암묵적인 인종 차별과 성차별을 양산해냈다고 지적한다. 책은 약자의 나체를 대상화해 인종적 위계, 기이한 성착취 구조를 사회에 퍼뜨린 음흉한 서구 열강의 속내를 까뒤집어 보여주고, 이 위험하고 폭력적인 선입견이 아직도 우리 사회에 만연하다는 점도 고발한다.
집착: 시기만 있고 용기는 없는 선택적 글래머들
천박한 엉덩이, 섹시한 엉덩이, 예쁜 엉덩이 등 엉덩이에 위계질서가 생기고 나니 이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적용하려는 필사적인 노력이 이어졌다. 커다랗고 풍성한 실루엣을 만들어 성적으로 어필하려는 19세기 유럽의 아가씨에겐 버슬bustle이,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새로운 유형의 부르주아 여성인 플래퍼flapper들에겐 호리호리한 몸에 적합한 코코 샤넬의 옷이 아름다움의 상징이었다. 대량 생산을 통한 기성복의 시대가 도래했어도 여전히 마네킹 속 ‘이상적인 엉덩이’를 열망하는 사회 분위기는 식을 줄 몰랐다. 여기서 작가는 ‘이상적인 엉덩이’에 수렴하는 엉덩이가 아주 극소수이며, 이 극소수의 엉덩이 소유주조차 자기 엉덩이에 만족할 줄 몰랐다는 사실을 가장 괴이한 점으로 꼽는다. ‘헤로인 시크heroin chic’ 유행 속 케이트 모스의 비쩍 마른 엉덩이에도, 섹스심벌로 수많은 인기와 돈을 벌어들인 제니퍼 로페즈의 엉덩이에도 사람들은 좀처럼 마음을 정착시키지 못했다.
이처럼 여성들은 변덕 심한 사회의 시선 속에서 유행이 바뀔 때마다 자기 엉덩이를 미워하며 살 수밖에 없었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자본가들은 사업 확장의 기회로 삼았다. 작가는 아프리카의 트워킹을 자신의 정체성과 시장성 확장의 기회로 삼은 마일리 사이러스, 선정적 이미지와 모호한 인종 정체성을 이용해 큰돈을 벌어들인 킴 카다시안을 예로 든다. 더불어 큰 엉덩이를 떼었다가 붙이고, 하위문화로 취급했던 흑인 문화를 차용하고 제거하는 백인 문화의 선택적 태도를 날카롭게 분석하고 비판한다. 이러한 ‘선택적 글래머’들의 대중없는 폄하로부터 엉덩이를 지키는 방법은, 그동안 외면해온 수치심에 직면하는 것이다. 작가는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모든 수치심에 근원에서 고개를 돌릴 때, 우리는 남들에게 해를 입힌다. 그리고 우리의 수치심이 어디서 기인하는지 영영 이해하지 못하게 되면, 우리 자신에게도 해를 입힌다.”
저항: 우리의 몸은 타고나길 통제에 저항한다
이토록 수많은 억압과 착취와 차별이 이어졌음에도, 그 존재감을 잃지 않은 채 끊임없이 저항해온 엉덩이들도 있다. 수많은 댄서가 당당하게 선보이는 ‘트워킹’은, 사실 아프리카 디아스포라의 음악과 춤이 번영한 뉴올리언스의 콩고 광장에서 비롯한 것이다. 책은 노예들이 모여 저항정신을 담아 선보였던 퍼레이드에서, 여성들이 사회운동으로서 췄던 도발적인 춤이 트워킹의 기원이었다는 점을 포착해낸다. 흑인 음악의 정수이자 미국 음악의 밑바탕을 이뤘던 뉴올리언스에서, 노예들의 저항정신으로부터 비롯된 트워킹이 미국 전역으로 퍼져나가게 된 것이다.
탄탄한 몸매를 여성의 가장 가치 있는 자기관리로 여겼던 피트니스 시대, 당시 모든 미국 여성의 엉덩이 근육을 책임졌던 〈번즈 오브 스틸Buns of Steel〉은 ‘운동하는 여성’의 이미지를 사회에 확산시키며 멋지고 강하고 단단한 엉덩이라는 새로운 관념을 탄생시켰다. 이는 새로운 ‘이상적인 엉덩이’를 만들며 또 하나의 강박을 양산하는 데 그칠 뻔했으나, 어떠한 엉덩이든 운동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심어준 계기기도 했다. 위 댄스WE DANCE, 거거익선Positively More 등 ‘뚱뚱한 피트니스’의 열풍을 만들어내며 그들만의 박자와 바운스로 비판 정신을 유쾌하게 표현한, 즐겁고 뚱뚱한 엉덩이들을 우리는 책 속에서 만날 수 있다.
착취와 억압 속에서도 꿋꿋했던 엉덩이, 눈초리 속에서도 당당했던 엉덩이,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인 행복한 엉덩이 등 시대 흐름 속에서 유의미한 굴곡을 만든 투철한 엉덩이들은 분명 있었다. 간과된 엉덩이 하나 없이 논리정연하고도 발칙하게 세상에 소개해낸 작가는, 출간과 함께 가장 부끄러운 존재를 역대급 통쾌함으로 풀어냈다는 언론의 극찬을 받았다. 철저한 고증 아래 선별된 유익한 정보들, 정치적이면서도 논리적인 메시지, 유머러스하면서도 섬세한 필력까지 겸비한 이 책은 베스트셀러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작가 룰루 밀러의 말처럼 “육감적이면서도 굉장히 학문적이며, 멋진 보고이자 대단한 업적”이라는 말에 이의 없이 부합하는 콘텐츠다.
그러나 작가는 이 책을 읽는 크고 작은 ‘엉덩이’들에게 절대 특정 태도를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 몸을 바라보는 마음에, 환기의 기회가 되길 바랄 뿐이라고 그는 적는다. 본인 역시 연구와 집필을 이어가면서, 자기 엉덩이에 갖는 수치심에서 해방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엉덩이에 드는 혐오감은, 유구하고 익숙하고 평범하다는 이유로 쉽게 좌절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수치심의 근원에 직면하며 생겨난 변화는, 다음 세대의 엉덩이에게 분명히 새로운 의미를 전해줄 것이라고 작가는 확언한다. 우리가 오래된 시선과 편견으로, 정치와 문화라는 수단으로 억압해왔어도 결국 지금의 모양으로 뒤태에 달린 것처럼. 엉덩이는 사회가 정해놓은 청바지와, 문화가 입혀놓은 거들과, 욕망이 뒤엉킨 비키니에 각자만의 부피로 끊임없이 저항할 것이다. 작가의 말처럼, “우리 몸은 타고나길 통제에 저항하기” 때문이다. 엉덩이를 둘러싼 음흉한 페티시를 통렬하게 저격하는 책 속 다정한 일갈이 퍼져나갈수록, 우리 모두의 엉덩이는 언젠가 보란 듯이 해방될 것이다. 당신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당신의 엉덩이에 너그럽기를, 또한 모든 엉덩이에게도 그러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엉덩이즘》은 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