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왕후이는 이 저작을 통해 21세기 중국이 어디로 갈 것인지에 대해
가장 명쾌한 중국식의 해명을 내놓았다!
이 책이 출판된 이후 중국 학계에서는 제국·조공 체계·천하·문명국가·대일통 등과 관련된 토론이 다시 활발해졌고, 또한 유럽·미국·일본·한국에서도 관련된 논의들이 서로 반향을 일으키며 논쟁을 일으켰다. 이러한 개념이나 범주의 재등장은 민족국가 패러다임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많은 상황 속에서, 또한 민족국가라는 프리즘을 통해 중국과 그 역사 변화를 관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19세기 이후 제국, 문명 등의 범주는 민족국가 및 민족주의 사상과 얽히면서 종족화되고 단편화되는 과정을 거쳤다. 예를 들어 근대 일본이 제시한 동양 개념 및 그 유교 문명권은 국가를 초월한 문명의 범주이지만, 이 범주는 중국의 광활한 서역, 북방 및 그 문명의 다양성을 개괄해 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책은 제국 또는 문명국가 개념으로 민족국가 개념을 대체할 것을 건의한 것이 아니라, 제국-국가 이원론을 비판하고 유학을 중심으로 한 정치 문화가 어떻게 트랜스 시스템 사회(trans-systemic society)에서 작동하고 시대적 조건에 적응하고 변화하는지를 탐색한다.
_ 왕후이, 「한국어판 서문」 중에서
목차
[1권]
한국어판 서문
초판 서문
재판 서문: ‘중국’과 그 ‘근대’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도론導論
제1절 두 가지 중국 서사 및 그 파생 방식
제2절 제국-국가 이원론과 유럽 ‘세계 역사’
제3절 천리-공리와 역사
제4절 중국의 근대 정체성과 제국의 전환
제1장 천리와 시세
제1절 천리와 유학 도덕 평가 방식의 전환
제2절 예악 공동체와 그 도덕 평가 방식
제3절 한당 혼합 제도와 그 도덕적 이상
제4절 리의 계보와 그 정치성
제5절 천리와 군현제 국가
제6절 천리와 ‘자연의 이세’
제2장 물(物)의 전환: 이학과 심학
제1절 ‘물’ 범주의 전환
제2절 격물치지론의 내재 논리와 지식 문제
제3절 ‘성즉리’와 물의 자연
제4절 향약, 종법과 주자학
제5절 주자학의 전환과 심학
제6절 차물(此物)과 물(物)
제7절 무(無)·유(有)와 경세
제8절 신제도론, 물의 세계와 이학의 종결
제3장 경(經)과 사(史) (1)
제1절 신예악론과 경학의 성립
제2절 경학의 전환과 변천
제4장 경(經)과 사(史) (2)
제1절 송학 배척과 청대 주자학의 흥망성쇠
제2절 경학, 이학, 그리고 반이학
제3절 ‘육경개사’와 경학고고학
주(注)
찾아보기
[2권]
제5장 안과 밖 (1): 예의 중국의 관념과 제국
제1절 예의, 법률과 경학
제2절 금문경학과 청 왕조의 법률/제도 다원주의
제3절 금문경학과 청 왕조의 합법성 문제
제4절 대일통과 제국: 예의의 시각에서 지리학의 시각으로
제6장 안과 밖 (2): 제국과 민족국가
제1절 ‘해양 시대’와 그 내륙에 대한 관계의 재구성
제2절 병서로서의 『해국도지』와 구조적 위기
제3절 조공 체제, 중서 관계, 그리고 새로운 ‘이하 구분’
제4절 주권 문제: 조공 시스템의 예의 관계와 국제법
제7장 제국의 자아 전환과 유학 보편주의
제1절 경학 해석학과 유학 ‘만세법’
제2절 국가를 넘어선 대동, 그리고 대동을 향한 과도(過渡)로서의 국가
제3절 『대동서』의 저술 시기와 초기 캉유웨이의 공리관
제4절 세계 거버넌스로서의 ‘대동’
제5절 경학, 공자교, 국가
제6절 제국에서 주권국가로: ‘중국’의 자기 전환
주(注)
역자 후기
찾아보기
저자
왕후이 (지은이), 차태근, 윤영도, 백원담, 박자영, 최정섭, 진성수, 이영섭 (옮긴이), 이영섭 (감수)
출판사리뷰
왕후이는 왜 ‘근대’를 이야기하는가?
동아시아에서 근대란 단순한 시공간의 좌표가 아니다. 이는 ‘근대’를 ‘근대화’로 바꿔 보면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동아시아에서의 ‘근대화’란 ‘서구화’에 다름 아니다. 이런 사실을 바탕에 깔고 다시 동아시아에서의 ‘근대’를 바라보면, 그 ‘근대’가 ‘서구’라는 가치적 지향점을 가지고 있는 좌표임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왕후이의 이 저작은 제목 그대로 이러한 동아시아의 틀 안에 속한 중국의 근대에 등장한 사상에 대한 추적이자 분석이다.
왕후이는 중국의 근대를 설명하기 위해 ‘근대’에서부터 이 책을 시작하지 않는다. 마치 조너선 스펜스가 현대 중국을 설명하기 위해 명대 말기부터 설명을 시작한 것과 유사하게, 아니 더 철저하게 송대(宋代)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고 송-명-청에서 근대로 이어지는 과정의 사상을 일반 사상사처럼 기술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 교토학파의 태두 나이토 고난이 제기해 세계적으로 공인되다시피 한 ‘당송변혁기론’(唐宋轉變)으로부터 시작해, 그 기저에 깔린 서구의 ‘제국-민족국가’라는 발전 도식 자체에까지 문제를 제기하면서 논지를 전개해 나간다.
왕후이는 중국과 관련한 서구와 일본의 역사 서사에 대한 분석과 논의를 전개하며, 우선 중국을 규정하는 두 개의 지점을 논파한다.
하나는 19세기 근대 국가와 그 정치 문화가 확립되는 과정에서 중요한 변화를 겪은 서구의 역사 관념, 곧 헤겔과 막스 베버를 비롯하여 세계사의 주체로서 민족국가라는 프리즘 속에서 역사를 공간화하고 철학화하는 가운데 중국을 제국-국가 이원론에 놓고 ‘전근대적 문명’으로 규정한 강고한 담론에 대한 문제 제기이다.
다른 하나는 나이토 고난을 위시한 일본 학자들이 서구 근대성과 평행한 동양적 근세의 담론을 구성해 간 ‘당송변혁기론’이다.
왕후이는 이들 담론이 서로 다른 목적의식을 갖지만, 기실 국가 중심의 서사로서 그것은 결국 중국을 하나의 제국, 하나의 대륙/문명으로 간주하면서 ‘국가가 아니라고 보는 것’의 문제, 혹은 그 닮은꼴 찾기에 해당하므로 바로 그 담론들이 위치해 있는 근대적 시간에 대해 질의한다. 그리하여 왕후이는 중국의 근대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의 문제를 사상사의 관점에서 해명해 나가고자 한다.
사상으로 중국 역사 다시 쓰기
2004년에 이 책의 초판이 나오고, 2008년 재판 수정본이 나오기까지 4년의 세월은 중국이 베이징 컨센서스(Beijing Consensus)로 대국 굴기한 시점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서는 공자가 3천 명의 제자를 이끌고 무대 전면에 등장했다. 그 장면은 중국이 세계사적 보편으로 군림했던 전근대의 시간성을 국가 차원에서 공자와 유가 사상으로 ‘불러오기’를 한 것이라는 점에서 문제적이었다.
왕후이는 중국 초기 근대성의 구축 과정을 ‘유교의 사상적 전환’이라는 시세(時勢)와 이세(理勢)의 역사적 소환과 맥락화로 해명한다. 즉, 사상사의 관점과 방법으로 중국식 근대를 규정하고 있다. 그것은 ‘아시아 정체론(停滯論)’ 혹은 ‘중국 정체론’이라는, 서구가 규정한 오래된 이분법적인 인식 틀, ‘중국위협론’으로 현재화된 서구 오리엔탈리즘의 지배 서사를 정확하게 겨냥한다. 왕후이는 근대 중국을 제국-민족국가의 이분법 속에서 근대로 나아가기 위해 외부의 충격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낙후한 제국 질서와 사회문화적 상태로 규정한 고정된 중국관 혹은 중국 근대사관의 해체와 전환을 촉구한다.
왕후이의 이 책은 바로 세계 지배 질서의 전환이라는 시세(時勢)에 공자와 유가의 21세기적 도래가 갖는 함의를 역사적 통찰과 세계사 인식 틀의 전환 문제로 제기함으로써, 올림픽 개막식 무대에서의 공자의 소환이 그저 국가 과시의 촌극에 그치는 것이 아님을 확연히 느끼게 한다. 중요한 것은, 중국에 새로운 왕조가 세워질 때 통치 이데올로기를 제시해 온 과정의 역사적 맥락이고, 그 전환적 기점들에 대두한 사상적 부침이다. 중국은 사상적 준비가 수반될 때에만 통치 질서가 구축될 수 있었고, 그로써 제국 중국이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왕후이가 ‘유교의 사상적 전환’으로 중국의 근대를 이야기하는 까닭은 송-명-청에서 근대로, 그리고 현대의 중화인민공화국으로 이어지는 중국의 장구한 역사에 대한 자기 확인의 욕망과 이를 세계사 속에 자리매김하고자 하는 구상일 수 있다.
왕후이는 오늘날 중국의 탈정치화(脫政治化) 상황을 직시하며 그 근본 원인이 당(黨)-국가 체제의 일원화에 있음을 주장한다. 즉, 인민의 생활과 요구를 정치에 직접적으로 반영한다는 ‘인민 민주’를 제1원칙으로 삼던 중국공산당의 노선이 점점 관료화되고, 이론투쟁은 권력투쟁을 중심으로 하는 정치투쟁으로 비화하면서, 정치가 탈정치화되기 시작했다. 또한 개혁개방 이후 자본 활동이 활발해지고 그에 따른 재계급화가 진행되면서 인민 평등의 원칙도 위기를 맞았다. 왕후이는 이러한 중국의 현대 정치를 ‘탈정치화된 정치’라는 말로 요약한다. 즉, 중국공산당이 이데올로기적 기능과 역할을 간과함으로써 정부의 정책에 대해 전향적으로 견인해 내지 못하고 부정부패의 남상이 되는 현실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왕후이는 중국식 사회주의의 정치적·경제적·사회문화적 개진을 위한 사상 논쟁의 장을 열고 현실 정치의 올바른 지향을 추동해 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러한 왕후이의 이론적, 실천적 행보야말로 송대 유가가 천리(天理)의 기치를 들고 사상적 역행을 통해 이룬 유학적 제국, 그리고 명청 시대 신제도론과 경사지학(經史之學)이 이민족의 통치 아래에서도 새로운 실천 철학의 지평을 열었던 장구한 정치 사상의 역사 전통을 21세기의 관점에서 재조명하고자 한 사상적 도전이 아닐까 한다. 왕후이의 이러한 주장과 행보는 중국공산당의 입장에서는 뼈아픈 일침일 것이다. 그는 중국 역사의 엄정한 사상사적 맥락, 연속과 불연속의 동학(動學)을 계승하여 사상의 전환 국면을 만들어가는 지식인의 역할을 자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왕후이는 중국 역사상 각 시기별 사상과 제도와 정책을 직접 연계해 세밀한 분석을 진행한다. 과거 대부분의 사상사 계열의 연구는 역사적 배경이나 사회적 배경을 짧게 소개하고, 제도사나 정치사에서는 사상적 배경을 간단히 설명하는 정도에 머물렀지만, 왕후이는 본격적으로 사상과 제도가 어떻게 호응하는지를 집요하게 천착하며, 송-명-청에서 근대로 이어지는 중국 사상의 발전이 사실은 서구를 기준으로 하는 일반적인 발전 도식과 다름을 드러냄으로써, 자연스레 ‘당송변혁기론’이나 ‘제국-민족국가’라는 분석 틀의 한계를 드러낸다.
이에 전통 사상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왕후이가 주목한 것은 ‘예’(禮)이다. ‘예’야말로 중국 전통 사상의 핵심 개념이면서 동시에 중국 정치에서의 정권과 제도 개혁 및 시행에 전제되는 ‘합법성’을 확보해 주는 명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같은 ‘예’를 통해, 정치적 변화가 필요할 때 사상이 이를 어떻게 주도하며, 사상의 변천과 분기(分岐) 속에 제도가 어떤 동력으로 작용하는지를 분석한다.
물론 왕후이가 이 책을 통해 거둔 성취는 왕후이의 논리 속에서의 성취일 뿐, 그 성취 내용에 대해 객관적인 시비 득실을 따지는 것은 별도의 문제이며, 교토학파의 ‘당송변혁기론’처럼 국제적인 보편 학설의 하나로 자리 잡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은 미지수다. 이 부분에 대한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하지만 그 판단이 어떻든지 간에, 왕후이에 의해 중국 사상사에 대해 기존에 없던 새로운 거시적 관점과 분석 틀이 제시되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
이 책의 내용
『근대중국사상의 흥기』는 상하 각 2부, 네 권으로 이루어졌으며, 글자 수가 9만 자에 달하는 방대한 저작이다. 2004년에 초판이 나왔으니, 20년 만에 한국어판이 출판된 셈이다. 게다가 완역본은 한국어판이 유일본이다.
왕후이는 북송 때부터 중화민국 초기에 이르는 천 년 간의 사상적 변화 맥락을 중국이 근대를 이루어 가는 중요한 경로로 제기하여, ‘중국’과 ‘중국 근대’에 대한 중국 내재적 발전의 시각 속에서 이해를 촉구한다.
지난 천 년의 중국 역사에 대한 역사학 논쟁에 중요한 공헌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 이 책은 매우 명징한 문제 제기로 시작한다. ‘중국’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그리고 ‘근대’와 ‘현대’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저자는 이 책의 목적이 중국 지성사의 기원을 밝히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서구의 시간적 목적론과는 다른 당시의 유교적 세계관과 인식론에 내재한 역사적 인식의 틀을 밝히는 것이라고 하였다.
저자는 네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문제에 접근한다. ‘리(理)와 물(物)’, ‘제국과 국가’, ‘공리와 반공리’, ‘과학 담론 공동체’가 그것이다. 이번에 출간한 두 권은 상권 제1부, 제2부에 해당하며 1부는 ‘리(理)와 물(物)’, 2부는 ‘제국과 국가’이다.
논의의 중심은 유학의 전환과 청조의 제국 건설 과정과 중국의 근대적 국가 건설 과정의 중첩 문제를 해명하는 것이다. 곧 북송 시대부터 점차 형성된 천리 세계관의 역사 동력은 무엇이며, 청대 제국 건설과 근대 중국이라는 국가 건설은 그것과 어떤 관계가 있는가. 저자는 이 주제 논의를 통해 네 가지 문제의 지점을 설치하고 사상 회통의 방식으로 해명해 나간다.
첫째, 유학 및 그 전환을 중심으로 한 사상 전통.
둘째, 다민족 왕조 내부에서 유학은 어떻게 이하지변(夷夏之辨)의 서로 다른 족군(族群) 관계를 처리하고, ‘중국’이라는 함의를 규정했는가?
셋째, 청대 제국 전통과 근대 국가 전통 형성 간의 관계 및 그 내외 관계 모델.
넷째, 민족주의와 근대 지식·제도의 형성을 통해 중국의 독자적인 초기 근대성 형성 문제.
저자는 제국과 국가, 봉건과 군현, 예악과 제도라는 정치 제도와 관련한 세 쌍의 개념을 중심으로 중국과 중국의 근대를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문제 인식에서, 북송 이후 중국 유가의 역사적 단절 의식과 시세 판단에 기반한 사상의 재구성 노력을 의미화하고자 한다. 송대 유가는 천리의 세계관이라는 이학(理學)의 유학 형태를 갖추고 발전시키며 당시 정치 제도를 개혁하고자 하였다는 점에서, 그 정치성이 확연한 사상의 맥락, 그 역사 동력의 내재적 과정을 해명해 내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상의 구성성이라는 입장이고, 방법으로서의 사상 대화이다. ‘내재적인 시야는 당대와의 끊임없는 대화 과정 속에서 생산된다’는 언명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저자는 중국과 그 근대를 해명하는 시각과 방법으로 시세라는 역사 인식 틀을 전통 사상의 전환 맥락에서 가져온다. 그리고 서구의 제국-국가 이원론과 일본의 당송변혁기론에 대해 그것이 근본적으로 자본주의와 민족국가라는 틀에서 중국에 대한 규정적 시각을 가지는 문제를 논파한다. 그런데 그것은 최근 ‘포스트 민족국가’ 담론, 곧 제국 담론이나 새로운 민족국가 연구의 성과들을 최대한 수렴하여 당대적 사상의 재구성을 끈질기게 지향한다는 점에서 일방적 문제 제기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특히 책 전체를 이끄는 글인 ‘도론’(導論)이 매우 중요한데, 저자는 도론에서 중국 사상사의 분석 과정에서 다룰 이론적 문제들을 펼쳐 보인다. 그 핵심 내용은 우선 중국 역사의 지속적인 변화 속에서, 여러 왕조가 각자의 방식으로 중국 왕조로서의 합법성을 구축하였는데, 이 과정은 직선론적 역사 서술, 그 연속성의 시각으로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왕후이는 ‘시세’(時勢)와 ‘이세’(理勢)라는 개념을 가지고 시간 목적론과는 다른 역사 인식의 틀을 제공하고, 그것이 동시에 각 시대의 유학 세계관과 지식론에 내재함을 정밀하게 분석한다. ‘천리의 성립’을 군현제 국가, 종법 봉건 문제, 토지 제도, 세법 제도, 양송(兩宋) 시대의 이하지변 등의 문제와 연관해서 논구하는 것이다. 여기서 눈에 띄는 지점은 유학의 전환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이하지변의 역사적 맥락을 추적하며 어떻게 중국이 다른 족군과 관계 맺기 하며 그 사상적 기조를 변화시켜 왔는지를 해명하는 대목이다.
왕후이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신형 세계관의 구성’이라는 시진핑 정부의 신형 대국론의 관점을 상기시키며, 그 중국화의 구성성에 초점을 맞추고 궁극적으로 청나라가 이민족으로서 어떻게 새로운 근대 국가로의 전환을 위한 경로를 만들어 왔는가를 규명한다. 그것은 오늘의 중국이 일대일로와 상하이협력기구 등 세계 지배 질서의 다극적 체제로의 전환을 기도하는 사상적 기저는 무엇인가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참조 체계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