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목적을 위해서는 단호한 수단을 강구하라는 마키아벨리즘은 흔히 악마의 속삭임과 같은 뜻으로 이해되어왔다. 마키아벨리즘을 주창한 마키아벨리라면 ‘음흉하고 비열하다’ ‘가차없이 가혹하다’고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런 마키아벨리가 어째서 ‘나의 친구’일까.
『군주론』과 『정략론』, 『로마사 논고』가 마키아벨리의 현실적인 정치철학을 보여준다면, 『나의 친구 마키아벨리』는 마키아벨리의 역사적·희극적·비극적일 수밖에 없었던 삶을 드러낸다. ‘인간성을 파괴하는 책’ ‘근대의 기원을 연 위대한 사상’을 써낸 작가치고는 너무나도 인간적이고 속물적인 모습까지도 생생하게 보여준다.
시오노 나나미는 마키아벨리가 주변인과 주고받은 수백 통의 편지를 통해 우리 눈앞에 마키아벨리를 고스란히 되살려낸다. 위대한 사상가라기보다 그저 고향을 사랑하는 피렌체인이었던 마키아벨리와 함께 르네상스 종언의 시대를 지켜보자.
목차
산탄드레아 산장·500년 후 23
제1부 마키아벨리는 무엇을 보았는가
1 눈을 뜨고 태어난 사나이 51
2 메디치가의 로렌초 75
3 파치가의 음모 99
4 꽃의 도시 피렌체 123
5 수도사 사보나롤라 149
제2부 마키아벨리는 무엇을 했는가
6 비직업관료의 첫 등청 날 181
7 이탈리아의 여걸 203
8 서기 1500년의 일벌 227
9 체사레 보르자 251
10 마키아벨리의 아내 277
11 나의 생애 최고의 날 303
12 ‘보좌관’ 마키아벨리 327
13 1512년·여름 353
제3부 마키아벨리는 무엇을 생각했는가
14 『군주론』의 탄생 383
15 젊은 제자들 425
16 역사가, 희극작가, 비극작가 455
17 ‘나의 친구’ 구이차르디니 475
18 나의 영혼보다 나의 조국을 더 사랑하노라 495
19 르네상스의 종언 537
그후 561
인물은 스캔들로 살아난다 | 옮긴이의 말 565
『나의 친구 마키아벨리』 창작 뒷이야기 573
저자
시오노 나나미 (지은이), 오정환 (옮긴이)
출판사리뷰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는,
‘음흉하고 비열한’ 마키아벨리즘의 주인공을
어떻게 ‘나의 친구’로 삼게 되었을까
목적을 위해서는 단호한 수단을 강구하라는 마키아벨리즘은 흔히 악마의 속삭임과 같은 뜻으로 이해되어왔다. 마키아벨리즘을 주창한 마키아벨리라면 ‘음흉하고 비열하다’ ‘가차없이 가혹하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며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런 마키아벨리가 어째서 ‘나의 친구’일까.
권모술수의 대명사로 500년 동안 스캔들을 일으켜온 마키아벨리. 시오노 나나미는 마키아벨리즘의 독창성은 정치와 윤리를 명확하게 분리해낸 것이라며, 그것에 옳고 그르고는 없다고 말한다. 그는 마키아벨리를 비난하지도 변호하지도 않으며, 마키아벨리는 그런 단순한 말로 묶을 수 없는 인물이라고 말한다.
『군주론』과 『정략론』, 『로마사 논고』가 마키아벨리의 현실적인 정치철학을 보여준다면, 『나의 친구 마키아벨리』는 마키아벨리의 역사적·희극적·비극적일 수밖에 없었던 삶을 드러낸다. 마키아벨리가 오르던 계단, 그의 뼈아픈 실패, 자신을 고문한 권력자에게 책을 써 바치는 비굴한 모습까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인간성을 파괴하는 책’ ‘근대의 기원을 연 위대한 사상’을 써낸 작가치고는 너무나도 인간적이고 속물적인 모습이다. 냉혹하고 위대한 사상가라기보다는 우리 주변 사람처럼 느껴지기에 더욱 친근감이 든다.
일은 계속 늘어나는데 월급도 직위도 그대로인 공무원
해외 출장지에서 떠올린 농담을 편지로 보내오는 친구
지인들에게 일자리 알선을 부탁하고 다니는 실업자
역사가·희극작가·비극작가 니콜로 마키아벨리
“식사가 끝나면 다시 선술집으로 돌아가네. 이 시간의 선술집 단골들은 푸줏간 주인과 밀가루 장수와 두 사람의 벽돌공인데, 이 친구들과 나는 그날이 끝날 때까지 크리커나 트릭 트랙 놀이를 하면서 불한당이 되어 보낸다네. 카드와 주사위가 난무하는 동안 무수한 다툼이 벌어지고, 욕설과 폭언이 터져나오고, 생각할 수 있는 별의별 짖궂은 짓이 다 자행되지.
…
밤이 되면 집에 돌아가서 서재에 들어가는데, 들어가기 전에 흙 같은 것으로 더러워진 평상복을 벗고 관복으로 갈아입네. 예절을 갖춘 복장으로 몸을 정제한 다음, 옛사람들이 있는 옛 궁정에 입궐하지. … 그렇게 보내는 네 시간 동안 나는 전혀 지루함을 느끼지 않네. 모든 고뇌를 잊고, 가난도 두렵지 않게 되고, 죽음에 대한 공포도 느끼지 않게 되고 말일세.”
『나의 친구 마키아벨리』는 마키아벨리의 생애를 세 부분으로 나눈다. 태어나서 공무원이 될 때까지 29년, 관료 생활 15년, 실직부터 죽을 때까지 14년이다.
1부는 마키아벨리가 ‘무엇을 보았는가’를 이야기한다. 시오노 나나미는 마키아벨리가 근무하던 피렌체 시청에서 불과 몇 분 거리에 직접 거주하면서 피렌체를 눈에 담았다. 마키아벨리가 출퇴근하던 풍경부터 그가 살던 집터의 모습까지 고스란히 글로 써넣었다. 거기에 더해 당시 피렌체의 실질적 지배자였던 메디치 가문이 실각하고 재기하는 과정을 실감 나게 그려냈다.
2부는 마키아벨리가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제2서기국장이라는 그럴싸한 직함을 달고도 실무자답게 여기저기 뛰어다녀야 했던 마키아벨리의 직업 생활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용병대장과 협상하고 보고서를 쓰고 군대를 조직하던 공직자 마키아벨리의 생활을 살펴본다.
3부는 마키아벨리가 쓴 책과 주고받은 편지를 통해 그가 ‘무엇을 생각했는가’를 보여준다. 마키아벨리는 메디치가가 재집권한 뒤 피렌체시에서 추방된다. 시골집에 틀어박힌 실직자 마키아벨리의 글에서는 체념과 더불어 유럽 최강국들의 전쟁터로 변하고 만 이탈리아 정세에 대한 우려와 공직에 남은 미련을 엿볼 수 있다.
“나는 내 영혼보다도 내 조국을 더 사랑한다.
평화는 필요하다. 그러나 전쟁을 피할 수는 없다.”
“마키아벨리가 이곳에 와 있다. 군대에 질서를 부여하는 것이 그가 온 목적이다. 그러나 와보니 너무나 형편없는 상태라, 그 명예로운 임무를 내동댕이쳐버렸다. 그리고 곁에서 관전하며 병사들이 실수할 때마다 웃고 있다. 이래서는 절망적이라면서.” _교황의 대리자 구이차르디니가 피렌체 대사에게 보낸 편지
프랑스와 영국, 독일, 에스파냐와 오스트리아가 모두 참전한 이탈리아 전쟁. 사분오열한 이탈리아 동맹군은 제대로 된 싸움도 못 해보고 에스파냐-오스트리아군에 로마를 내준다. 동맹군의 용병대장 조반니는 죽고, 피렌체 역시 사실상 항복한다. 그다음 달 피렌체로 돌아온 마키아벨리는 공무원 복직이 허사로 돌아가자 충격을 받아 쉰여덟 나이로 쓰러져 죽고 만다. 그는 성당 묘지에 묻혔고, 훗날 집안의 대가 끊기자 무덤은 버려졌다. 마키아벨리는 피렌체의 자랑거리가 아니었다.
마키아벨리는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주변인과 주고받은 수백 통의 편지는 우리 눈앞에 마키아벨리를 고스란히 되살려낸다. 위대한 사상가라기보다 그저 고향을 사랑하는 피렌체인이었던 마키아벨리와 함께 르네상스 종언의 시대를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