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이윤인가 복지인가”
“연금개혁 논쟁에 치열하게 참여해 온 여성 연금연구자 3인의 목소리”
“세대론이 아닌 국가책임을 말할 때이다”
대대적인 국민 참여로 이루어지는 연금개혁이 21대 국회에서 첫발을 뗄 수 있을까? 22대 총선 이후 연금개혁의 방향을 결정하는 시민대표단 500인과의 공개토론이 공영방송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4차례에 걸친 이번 토론은 가입자이자 수급자인 시민이 최초로 연금개혁 과정에 직접 참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재정안정과 노후소득보장이라는 갈림길에 선 국민연금이 치열한 논쟁을 거쳐 과연 어떤 길을 가게 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길고 지난한 연금개혁의 장에서 꾸준히 목소리를 내 온 연금연구자 제갈현숙, 주은선, 이은주는 이런 뜻깊은 공론화 과정에 전 국민이 함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2023년 기준 10명 중 6명이 가장 중요한 노후소득보장 수단이라고 지목한 국민연금의 개혁은 특정 세대나 계층, 성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 책은 시민 공개토론회에서 다뤄질 주제들, 구체적으로 연금개혁 방안의 의미와 사회적 효과, 더 나아가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이 진짜 ‘전국민연금’이 되기 위해 필요한 개혁 방향과 그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들까지 망라하여 다루고 있다. 오랜 세월 연금개혁 논쟁에 참여하면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논쟁하고 연구해 온 세 여성학자의 통찰이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고 날카롭다.
목차
프롤로그: 함께 사는 사회를 포기하지 않는 용기, 저항 연대!
1. 국민연금에 대한 오해와 진실
1) 국민연금, 공적연금입니다만
2) 국민연금에 대한 누적된 오해
3) 국민연금만의 특기이자 필살기
2. 국민연금의 핵심과제, 노후소득보장
1) 한국의 노년과 노후준비
2) 국민연금의 낮은 소득대체율 문제
3) 국민연금 보장성 강화의 핵심, 소득대체율 인상
4)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사이
3. 연기금을 둘러싼 국제 · 국내적 쟁투
1) 국제적으로 진행된 연기금을 둘러싼 쟁투
(1) 세계 금융시장의 성장과 연기금의 필요
(2) 연기금 유치를 위한 공적연금개혁 요구
2) 국내에서 진행된 연기금을 둘러싼 쟁투
4. 갈림길에 선 국민연금, 진짜 ‘전국민연금’으로 가는 길
1) 일하는 모든 이의 국민연금이어야 하는 이유
2) 국민연금 사각지대 톺아보기
3) 불안정노동의 증가와 국민연금 대상 포괄의 한계
4) 불안정노동자를 위한 노후소득보장제도
5.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국민연금 재정과 연기금 투자
1) 시시포스의 몸짓을 거부하는 국민연금 재정 방안
2) 공동체를 위한 연기금 투자 방향
에필로그: 인생을 살아낸 노인에게 연대와 존경이 머무는 공동체가 되길
표 · 그림 출처
참고문헌
저자
제갈현숙, 주은선, 이은주 (지은이)
출판사리뷰
21대 국회의 남겨진 과제, 연금개혁
총선 이후 도출될 최초의 시민 참여 연금개혁안
길고 지난한 개혁 논쟁에 참여해 온 연금연구자 3인의 목소리
22대 국회를 꾸릴 채비가 한창이다. 국회 성원을 뽑는 치열한 선거가 끝나고 나면 새 국회가 열리기 전 남겨진 과제들을 처리해야 한다. 그중 하나가 바로 연금개혁이다. 21대 국회의 임기 절반을 넘긴 2022년 7월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구성됐고, 2023년 11월 연금개혁특위가 설치를 합의한 연금개혁공론화위원회가 올해 1월 출범했다. 위원들 사이에 좀체 좁혀지지 않는 의견의 간극을 민의를 통해 수렴해 나간다는 것이 산하 기구의 출범 취지다. 표심을 잡기 위한 열띤 선거 열풍 속에서 공론화를 위한 작업이 두 차례 이루어졌다. 여러 이해관계 집단의 대표자로 구성된 36명의 의제숙의단이 토론에 부칠 의제를 선정하여 공론화위원회의 검토를 마쳤고, 이 의제를 갖고 토론할 시민대표단 500명이 선정됐다. 4월 13일부터 21일까지 4차례에 걸쳐 공영방송에서 진행될 시민대표단과의 공개토론회는 시민이 참여하는 최초의 연금개혁 논의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가입자이자 수급자인 시민 500명이 숙의를 거듭해 어떤 결론에 이르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25년간 연금개혁의 장에서 꾸준히 목소리를 내 온 연금연구자 제갈현숙, 주은선, 이은주는 이런 뜻깊은 공론화 과정에 전 국민이 함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2023년 기준 10명 중 6명이 가장 중요한 노후소득보장 수단이라고 지목한 국민연금의 개혁은 특정 세대나 계층, 성별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이 책은 시민 공개토론회에서 다뤄질 주제들, 구체적으로 연금개혁 방안의 의미와 사회적 효과, 더 나아가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이 진짜 ‘전국민연금’이 되기 위해 필요한 개혁 방향과 그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들까지 망라하여 다루고 있다. 길고 지난한 연금개혁 논쟁에 참여하면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논쟁하고 연구해 온 세 여성학자의 날카롭고 진지한 통찰이 그 어느 때보다 빛난다.
‘2054년 연기금 고갈론’이 불러온 사회 분열
많이 내고 적게 받을지 모른다는 공포가 낳은 불신
국민연금을 바라보는 프레임 전환이 시급하다
이 책에 담긴 논지는 간명하다. 국민연금개혁을 바라보는 두 가지 관점 중 하나인 재정중심론을 비판하고 국민연금의 노후소득보장 기능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는 연기금 고갈에 대한 우려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현세대의 노후소득으로 연기금을 다 써 버리고 나면 미래 세대의 노후소득보장은 불가능한 것이 아닌가?
저자들은 우선 한국의 연기금 적립 규모가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2021년 OECD 연금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처럼 일정 수준의 준비금을 보유하면서 부과방식을 취하는 국가들(스웨덴 31.8%, 일본 33.0%, 캐나다 25.6%, 미국13.4%)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GDP 대비 연기금 규모는 45.1%로 압도적으로 높고, 기금의 규모 차원에서 봤을 때 세계 연기금 중 3위를 차지할 정도로 거대하다. 이런 객관적인 지표에 더해 저자들은 사연금과 다른 공적연금의 재정운용방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상품을 계약한 제한된 가입자로만 재정을 운용하는 폐쇄적인 사연금과 달리 공적연금으로서의 국민연금은 가입자 수를 늘리고, 보험료 외에 국가재정을 투입하고, 보험료를 부과할 수 있는 기반을 넓혀 운영할 수 있다. 즉 사연금과 달리 국민연금의 재정 수단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다양화할 수 있는 것이다. 연기금 고갈론을 앞세워 재정의 규모를 늘리려는 재정중심론은 공적연금이 활용할 수 있는 이런 다양한 수단들을 배제한 채 오로지 보험료를 내는 가입자 규모만을 근거로 제도에 대한 불신과 세대 간 반목을 조장하고 있다. 초저출생·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지금, 국민연금개혁을 둘러싼 대표적인 논의 지형이 제도와 사회를 각각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를 진지하게 묻고 성찰해야 한다. 국민연금을 바라보는 프레임 전환이 그 무엇보다 시급하다.
거대한 연기금과 모순되는 사회지표들
세계 최고 수준의 노인빈곤율과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
연금개혁을 말하면서 말하지 않는 것은 사회구조 변화에 걸맞지 않는 국가의 책임이다
이보다 모순되는 지표가 또 있을까? 세계 최고 수준의 연기금 규모를 자랑하는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OECD 회원국 평균(14.2%)보다 무려 세 배나 높은 40.4%이다. 미래의 연기금 고갈을 우려하면서 현재의 노인빈곤 문제를 그대로 방치하는 일이 한국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뿐이 아니다. 여성 한 명이 가임기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출생아 수를 나타내는 지표인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0.72명으로 하락했다. 출산율이 1명을 밑도는 이례적인 초저출산 현상이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열심히 살아온 베이비붐 세대는 왜 이렇게 가난한 노후를 보내고, 정력적인 경제활동으로 활력이 넘쳐야 할 청년 세대의 삶은 왜 이렇게 팍팍한 것일까? 이제 막 연금을 받기 시작한 노인 수급자는 눈치가 보여 적정 수준의 노후소득보장이란 말을 입 밖에 꺼내지도 못하고, 연금에 가입할 청년들은 많이 내고 적게 받거나 혹은 못 받을 수 있다는 불안심리 때문에 제도의 무용성을 주장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이 사태에 대해 누군가가 무엇을 숨기고 속이는 문제라는 관점으로 접근한다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다. 연금개혁을 말하면서 말하지 않는 것은 연기금의 고갈이나 미래 세대가 짊어질 과중한 재정 부담 같은 것이 아니다. 세대 간 계약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공적연금에서 기금 소진은 발생할 수 있고, 이런 사정을 고려해서 5년마다 재정추계를 통해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조정을 논의해 오고 있다. 곧 있을 시민대표단과의 공개토론회도 바로 이런 논의의 일환이다. 그런데 후세대가 부담하게 될 가중한 보험료를 내세우면서 현세대에게 더 많은 기여와 더 적은 연금급여를 감당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의 임시변통적인 대안에 불과하다. 연금개혁을 말하면서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은, 사회구조는 급격하게 변하는데 국가의 역할이 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일 것이다. 급변하는 사회구조에 걸맞는 국가의 책임이 필요하다.
1000조 원을 넘긴 연기금
안정된 미래를 위해 ‘지금’ 써야 할 사회적 재원
재정이 아닌 제도의 안정을 위한 사회구성원의 연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가와 사회가 개인의 삶의 무게를 덜어줘야 한다. 가정 내 노인의 소득보장을 사회가 부담하지 않는다면, 결국 개인과 가정이 그 부담을 져야 하고 이런 순환으로는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없다. 저자들은 이를 신화 속 인물에 빗대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보험료 인상 일변도의 접근은 연금재정 문제에서는 굴러내리는 바위를 끊임없이 밀어 올리는 시시포스의 수고와도 같다. 연금재정의 불안정성 이면에 있는 저출생, 고용, 성장, 분배의 문제와 우리 사회의 삶의 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사회적 고통은 지속되고 바위의 무게는 더욱 무거워질 뿐이다. … 연금재정의 안정성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는 시시포스 한 사람이 아니라 우리 공동체이다. 사회구성원이 힘을 합친다면 언덕의 경사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사회적으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기준선을 만들어가는 길 위에 모두가 서 있다. 1000조 원이 넘는 연기금을 천장의 고등어가 아니라 사회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지금 써야 할 사회적 재원으로 인식할 때 시시포스의 부질없는 몸짓을 멈출 수 있다. 미래 세대를 위한 진심은 사회적으로 부담하는 몫을 줄여주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공존할 수 있는 기반을 우리 세대가 만들어 놓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굴러내리는 바위의 무게는 더욱 커지고 시시포스는 허약해진다. 언덕의 경사 자체를 바꾸는 일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진짜 대안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