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정수만을 담아 간결하고 간편하게
열린책들 세계문학 모노 에디션
열린책들 세계문학에서 꾸준히 사랑받아 온 작품들을 엄선한 컬렉션을 모노 에디션이라는 이름으로 선보인다. 세계문학 전집의 정수만을 담아 한층 간결하고 간편한 형태로 펴낸 모노 에디션은 작품 선정에서 책의 장정까지, 덜어 내고 또 덜어 내 고갱이만을 담았다. 열린책들 세계문학이 풍성한 목록과 견고한 하드커버 장정으로 독자들과 만나 왔다면 모노 에디션은 엄선한 목록과 가벼운 장정, 8,8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좀 더 친숙하고 쉽게 고전들을 만나는 기회를 열어 준다. 또한 최대한 덜어 내되 디자인과 품질에 대한 고민은 더 많이 녹여 내 최소한으로도 모자람이 없는 완결성을 추구했다. 열린책들 세계문학과 모노 에디션, 이제 이 두 가지 선택지로 자신의 독서 습관과 취향에 맞게 빛나는 고전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목차
이반 일리치의 죽음
광인의 수기
역자 해설 - 죽음은 끝났다
톨스토이 연보
저자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은이), 석영중, 정지원 (옮긴이)
출판사리뷰
러시아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의 중단편집『이반 일리치의 죽음 · 광인의 수기』가 석영중 고려대 교수와 정지원 연구자의 번역으로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습니다. 1886년에 출간된 중편소설「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톨스토이의 중단편들 중에서도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입니다. 톨스토이 사후 발표된 미완의 작품이자,「이반 일리치의 죽음」의 교량 역할을 하는 자전적인 단편소설 「광인의 수기」까지 함께 실어 풍부한 구성으로 독자들을 만납니다
죽음 앞에 선 인간 실존에 대한 정교한 해부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삶과 죽음에 대한 통찰이 담긴 걸작
- 시카고 대학 그레이트 북스
- 피터 박스올 선정 〈죽기 전에 읽어야 할 1001권의 책〉
톨스토이가 쓴 것 중 가장 예술적이고 가장 완벽하며 가장 세련된 작품이다.
―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의 중단편집 『이반 일리치의 죽음 · 광인의 수기』가 석영중 고려대 교수와 정지원 연구자의 번역으로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1886년에 출간된 중편소설「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톨스토이의 중단편들 중에서도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이다. 톨스토이의 문학 세계 전체를 아우르는 화두는 〈어떻게 살 것인가〉로, 그에게 삶은 곧 죽음의 문제이기도 했다. 〈죽음의 시인〉이자 그의 전 작품이 〈죽음과의 대화〉라고 불릴 정도로, 〈죽음〉은 톨스토이에게 가장 중요한 주제였다.「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그러한 톨스토이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중심 주제들이 가장 훌륭하게 결집된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톨스토이 사후 발표된 미완의 작품이자,「이반 일리치의 죽음」의 교량 역할을 하는 자전적인 단편소설 「광인의 수기」까지 함께 실어 풍부한 구성으로 독자들을 만난다.
지극히 평범한 것의 끔찍함과 아름다움
톨스토이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사유의 집대성과 같은 작품
이반 일리치의 삶은 지극히 단순하고 평범했으며, 그래서 대단히 끔찍한 것이었다.(26면)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성공한 판사로서 출세 가도를 달리며 평탄한 인생을 살아가던 주인공 이반 일리치가 어느 날 찾아온 원인 모를 병으로 서서히 죽어 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은 이반 일리치의 부고로부터 시작한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 알려지자, 그의 친구들과 가족들은 인사 이동, 보험료 등 그 죽음이 자신들에게 가져올 이득 따위를 헤아린다. 죽은 이를 둘러싼 산 자들의 가벼운 애도, 무심함과 냉담함이라는 인간 심리의 문제를 유머러스하고도 탁월하게 그려 내며, 이후 소설은 이반 일리치의 시점에서 죽음이 불러오는 삶의 외면(일상성)과 내면(죽음)이라는 양면성을 성찰한다. 톨스토이는 죽음-삶-죽음이라는 삼중 구도로 작품을 진행시키며, 죽음에 감싸인 삶의 의미를 헤아려 가는 인간 실존의 문제를 정교하게 다룬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바로 이러한 보편성의 영역을 고루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톨스토이 사유의 집대성과 같은 작품이다.
「그래, 모든 게 그게 아니었어.」그는 생각했다.「그렇지만 괜찮아. 할 수 있어. 〈그것〉을 하면 되는 거야. 그런데 〈그것〉이 대체 뭐지?」그는 스스로에게 묻다가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123면)
작품 속에서 이반 일리치는 죽음과 가까워질수록, 죽음이 선명해질수록 자신이 살아왔던 삶과 분리된다. 그는 마치 죽음과는 아무런 관계 없는 것처럼, 삶이 영속적으로 유지되는 것처럼 살아가는 주변 인물들로부터 처절히 분리되었음을 깨닫고 고독을 느낀다. 아내와 딸의 건강하고 부드러운 피부, 친구들의 안일한 웃음소리, 죽어 가는 자신에게 금방 나을 것이라며 서둘러 불행을 봉합하려는 듯한 행위 모두가 거짓된 것으로 느껴진다. 그는 죽음에 대한 인식이 없는 일상, 삶의 외피에서 극렬한 불일치를 느낀다. 육체를 잠식하는 고통과 싸우며 지난 인생을 되돌아보는 그는, 그동안 누구보다 올바르게 살아왔다고 여겼던 자신의 삶을 전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기 시작한다.
죽음이 있던 자리에 빛이 있었다.(125면)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서는 죽음을 맹렬히 인식하는 것에서 진정한 삶에 대한 인식이 시작된다. 톨스토이는 죽음을 맞이하는 이반 일리치로 하여금 미워하던 아내의 눈물과, 곁에 선 아들의 슬픔을 보게 한다. 소설은 하인 게라심이 보여 주던 연민과 공감의 내면화를 통해 이반 일리치가 죽음 속에서 빛과 영원을 보게 되는 단말마의 순간을 섬세하게 포착한다.「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죽음 앞에서 자신의 인생 전체를 돌아보는 한 인간의 의식과 심리적인 과정을 매우 예리하고 생생한 필치로 전달하며, 삶과 죽음의 의미에 대한 거장의 깊이 있는 통찰을 보여 준다.
〈죽음〉에 대한 불가해한 공포와 광기
톨스토이 작품 세계의 중요한 단면을 엿볼 수 있는 자전적 단편 수록
그 방은 온통 흰색으로 칠해진 사각형의 작은 방이었다. 기억하건대, 이 방이 사각형이라는 바로 그 점 때문에 나는 너무나 고통스러웠다.(137면)
「광인의 수기」는 1884년 무렵 집필되어 톨스토이 사후인 1912년에 출간된 미완의 단편으로, 열린책들에서「이반 일리치의 죽음」과 함께 엮은 풍부한 구성으로 선보인다. 이 작품은 여행 중 작은 마을의 여관방에서 갑작스레 엄습한 우울과 공포에 시달렸던 톨스토이 자신의 자전적 체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광인의 수기」에서 자신의 광기의 근원을 추적하는 화자는 유년 시절에 아스라이 존재하던 행복이 누군가의 울부짖음과 함께 한순간에 부서지는 것을 본 기억을 떠올린다. 화자는 자명한 폭력성, 그러나 결코 그 이유를 알 수 없음에서 공포와 광기가 시작되었음을 회고한다. 이후 평범하게 성장하여 가정을 이루고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며 일시적으로 광기를 잊고 지내던 어느 날, 그는 영지를 보러 떠난다. 지방의 한 여관에 묵게 된 그는 바로 그 사각형의 방에서 막막한 공포와 광기를 느끼게 된다. 인간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인 죽음에 대한 탐구와 성찰을 보여 주는 이 작품은 톨스토이 작품에서 반복되는 〈죽음〉에 대한 불가해한 공포와 광기라는 주제가 집약적으로 그려지며,「이반 일리치의 죽음」으로 이어지는 교량 역할을 하는 중요한 작품이다. 이 단편소설은 미완임에도 톨스토이가 평생 문학을 통해 천착한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화두에 대한 더욱 풍부한 단서들을 제공해 준다.
이 책을 번역한 석영중 교수와 정지원 연구자는 두 작품의 번역을 모두 공동 작업하여, 인간 내면의 심리를 실감 나게 파고드는 톨스토이의 생동감 넘치는 문체를 섬세하게 살려 냈다. 번역 원본으로는 1928~1958년에 발행된 90권짜리 톨스토이 전집의 재출간본인 L. N. Tolstoi, Polnoe sobranie sochinenii v 90 tomakh (Moskva: Terra, 1992)에 수록된 작품들을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