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대가리 떼고 똥 빼고 대가리 떼고 똥 빼고
신나는 리듬으로 플레이되는 몸의 음악,
『멸치 다듬기』
멸치란 무엇인가. 멸, 멜, 멸오치, 멧치, 돗자래기라고도 불리는 멸치는 우리의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식재료이다. 풍부한 영양소에 당기는 맛, 볶아 먹고 무쳐 먹고 국물도 내는 멸치는 유아기부터 노년기까지 한국인의 일생과 함께한다. 이 멸치를 요리하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하는 작업이 있으니 바로 멸치를 다듬는 것이다. 깔끔한 맛과 맑은 국물을 위해 거쳐야 하는 무아지경의 노동 멸치 다듬기! 대가리 떼고 똥 빼고 대가리 떼고 똥 빼고, 동작은 어느새 리듬에 올라타고, 수북이 쌓인 예쁜 멸치는 뿌듯함과 성취감을 불러온다. 함께하면 두 배로 즐거운 멸치 다듬기의 세계로 들어서 보자.
저자
이상교 (지은이), 밤코 (그림)
출판사리뷰
“도심 한가운데서 멸치 떼 목격!”
상상의 경계를 넘고 또 넘으며 펼쳐지는 멸치의 세상 유람
멸치를 다듬을 때 반드시 필요한 것은? 섬세한 손끝 감각과 튼튼한 어깨, 그리고 바로 부스러기를 받쳐 줄 ‘신문지’이다. 널따랗게 펼쳐 둔 신문지 위 수북한 멸치들 틈에는 어리둥절 딸려 온 게나 꼴뚜기도 섞여 있게 마련. 오늘자의 특종 소식과 기상 예보, 띠별 운세, 구인 구직 공고, 생활 정보와 토막상식, 네컷만화와 연재소설까지 신문지 속 세상은 어질어질할 정도로 다채롭고 흥미롭다. 기다리기 지루했던 멸치들은 어느새 땡그란 눈을 빛내며 몸을 풀기 시작한다. 바다 밖 세상이 이렇게 재미났던가? 그럼 어디 한번, 들어가 볼까?
철새 떼에 섞여서 도시 위를 날다가 발레리나의 무대 위로, 명화 속으로, 깜깜한 우주 공간을 지나 태양이 작열하는 휴가철 해변까지 사방팔방 종횡무진 멸치들의 여정이 이어진다. 밤코 화가가 꼼꼼하게 숨겨 둔 웃음 요소들과 감탄을 불러일으키는 위트는 책장을 넘길수록 눈덩이처럼 커진다. 빵 터지는 폭소와 잔잔하게 터지는 개그, 치워도 치워도 어디선가 발견되는 고양이 털 같은 재미까지 골고루 갖춘 영양만점 그림책!
“302호 사람들, 멸치를 다듬어 어디에 썼나!”
해껏 열중한 노동 뒤에 기다리는 행복한 포만감
대가리 떼고 똥 빼고 대가리 떼고 똥 빼다 보면 어느새, 똥 떼고 대가리 빼고 똥 떼고 대가리 빼고 있는 내 손을 발견할지 모른다. 급기야 몸통 모아 놓은 그릇에 대가리를 놓고, 대가리 모은 그릇에 몸통을 놓는 실수를 하게 될지 모른다. 지금까지의 노고를 물거품으로 만들 수도 있는 중대한 실수에 옆 사람에게 호된 질책을 들을지도 모른다. 그럴 때는 얼른 사과하고 제자리로 돌려놓으면 된다. 호시탐탐 행운을 노리는 밤색 고양이를 막아 가며, 어깨와 허리를 틈틈이 풀어 가며 다듬고 다듬고 다듬다 보면 드디어 끝! 길고 긴 오늘의 멸치 다듬기는 과연 무엇을 위해서였을까? 배 속을 따뜻하게 데우며 차오르는 행복감이 바로 그림책 『멸치 다듬기』를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이다.
최고의 우리 작가들이 정성껏 함께 지은 말끔한 웃음 한 그릇
“잘 먹었습니다!”
『멸치 다듬기』는 이상교 작가의 동시집 『찰방찰방 밤을 건너』(2019, 문학동네)에 실린 작품 「멸치 다듬기」에서 출발했다. 1973년부터 50여 년간 세대를 성큼 건너며 한결같은 마음으로 어린이문학을 창작 중인 이상교 작가는 우리 아동문학의 토양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간결한 운율과 변주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작품 「멸치 다듬기」는 밤코 화가의 거침없는 상상력과 시원시원한 표현을 입고 한 권의 그림책으로 거듭났다. 오랜만에 선보이는 수작업 고유의 매력과 적재적소에 배열된 다양한 디지털 재료들이 주는 시각적 쾌감이 가로로 흐르는 화면을 따라 시종일관 넘실거린다.
작가의 말
너는 지금 마른 멸치가 되었지만 나는 바닷물 속 헤엄치는 널 상상해. 물속으로 들이비친 빛살 같았겠지? 빛살이 춤을 추는 듯했겠지?
눈 땡그란 멸치야, 미안해. 대가리라고 하고 똥 얘기 꺼내 또 미안해. 이다음 언젠가는 은비늘 반짝이며 날렵하게 헤엄치는 네가 보고 싶어!
_이상교
이 책을 만들면서 아파트 화단에서 밝은 밤색 고양이를 만났어요. 멸치를 그릴 때면 조그만 털 손이 불쑥 종이 위를 덮치곤 했지요.
밤낮으로 마음을 다듬어 완벽한 멸치를 백만 마리나 그렸는데요. 고만고만 몇 마리밖에 책에 담지 못한 건 다 우솜이 때문이랍니다.
_밤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