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사라져가는, 척박해만 보이던 땅을
황홀한 상상력의 보고로 펼쳐내는 대작”
* 전미도서상 수상
*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 WRITER IN THE WORLD 수상
‘우리 시대 가장 중요한 자연주의자’ 배리 로페즈의 대표작이자 전미도서상 수상작인 『북극을 꿈꾸다Arctic Dreams』는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북극의 진면모를 펼쳐내며 생태학의 고전이 되었다. 북극에 대한 오랜 인식은 삭막하고 척박한, 생명력이 느껴지지 않는 불모의 땅이라는 점이었다. 이는 온대, 열대 중심으로 고착된 자연관에서 비롯된 편견이다. 지금도 북극은 기후위기를 상징하는 땅으로 추상화되어 소비되며 고유성은 외면받는다. 저자는 자연을 대상화하고 통제하려는 욕망을 거부하고, 북극이 들려주는 목소리에 진심으로 귀 기울인다. 이때, 좀처럼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미지의 땅은 지금껏 어디에서도 들어보지 못한 놀라운 이야기를 시작한다.
목차
서문
들어가며: 전설만큼이나 먼 땅
1장 큰곰의 땅 아르크티코스: 우아하고 세련된 이상한 움직임들
2장 사향소: 평온하게 강인하게
3장 북극곰: 통찰하는 방랑자
4장 일각고래: 해석 불가능한 코드
5장 대이동: 숨결이 길이 될 때
6장 얼음과 빛: 공포의 미
7장 땅: 마음을 감싸는 땅, 땅을 감싸는 마음
8장 항로: 열정과 탐욕이 얽힌 순수한 욕망
9장 역사: 지나온 길과 나아갈 길
나오며: 영원히 살아 숨 쉬는 땅
감사의 말
미주
참고문헌
찾아보기
저자
배리 로페즈 (지은이), 신해경 (옮긴이)
출판사리뷰
* 전미도서상 수상
*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 WRITER IN THE WORLD 수상
“사라져가는, 척박해만 보이던 땅을
황홀한 상상력의 보고로 펼쳐내는 대작”
고요한 생동의 힘
경이로운 감각의 신비
통념을 무너트리는 토박이 지혜와
모험과 탐욕의 역사까지
우리 시대 가장 중요한 자연주의자
배리 로페즈가 안내하는
미지의 땅 북극 이야기
‘북극’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빠르게 녹아내리는 빙하’, ‘뼈가 보일 정도로 마른 북극곰’. 오늘날 북극은 기후 위기를 대표하는 상징으로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다. 옛날엔 어땠을까? ‘삭막하고 척박한 땅, 생명력이 느껴지지 않는 불모의 땅’ 북극은 오랜 시간 동안 이러한 이미지로 굳어지며 무시당해왔다. 예전에도 지금도 북극은 시대의 입맛에 맞게 대상화되었고, 고유한 특성은 외면받았다.
북극에 대한 이러한 인식은 온대, 열대 중심으로 고착된 자연관에서 비롯된 오해와 편견이다. 제한된 지식과 경험으로 북극을 재단한 것이다. 북극 생태계는 다른 지역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생물학적 특성을 가진다. 낮과 밤, 토지와 얼음, 동물과 식물, 그리고 사람까지도 말이다. 북극을 이해하려면 북극이 품고 있는 고유한 특성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 시대 가장 중요한 자연주의자’ 배리 로페즈의 대표작이자 전미도서상 수상작인 『북극을 꿈꾸다』는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북극의 진면모를 생생하게 펼쳐내며 생태학의 고전이 되었다. 오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북극의 낮과 밤, 하늘을 덮는 오로라와 땅을 덮는 빛과 얼음, 수천 년간 이 대지와 호흡해온 생명들과 서구에서 온 낯선 이방인들의 이야기까지 충실하게 담아낸다.
저자는 자연을 대상화하고 통제하려는 욕망을 거부하고, 북극이 들려주는 목소리에 진심으로 귀 기울인다. 이때, 좀처럼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미지의 땅은 지금껏 어디에서도 들어보지 못한 놀라운 이야기를 시작한다. 대지 본래의 순수한 아름다움, 고요한 생동의 힘과 경이롭고 신비한 감각 세계, 통념을 무너트리는 토박이의 지혜와 모험과 탐욕의 역사가 은은하게 뒤섞인 이야기는, 자연과 삶을 대하는 정형화된 감각에 균열을 내며 상상력을 풍부히 뒤흔든다.
일상적 감각이 통하지 않는 장소
북극에 대한 아홉 가지 이야기, 아홉 가지 상상력
총 아홉 개의 장은 각각 완결성이 있으면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북극의 땅과 바다의 특성에 대한 이야기는, 그곳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삶을 영위하는 동식물의 세계에 대한 이해를 돕고, 이러한 북극과 오랜 시간 호흡한 원주민들의 특별한 삶 이야기는, 북극에 대한 무지와 환상을 가진 서구인들의 욕망과 대비되며 서로를 더욱 드러낸다.
저자의 현장 경험이 이야기에 생생함을 불어넣는 가운데, 북극을 과학, 고고학, 인류학, 지리학, 역사, 문화 등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아, 북극 생태계의 상호작용을 명료하게 그려내고 북극에 깃든 자연과 인간 간의 깊은 의식 관계를 건져 올린다.
1장 큰곰의 땅 아르크티코스: 우아하고 세련된 이상한 움직임들
친숙한 북극성 얘기부터 시작하여 북극을 평화롭고 풍요로운 땅으로 묘사한 그리스 신화, 호전적인 고트족·반달족 등 북방 부족들의 영향으로 “얼어붙은 산맥과 광폭한 바람의 땅, 악이 자라나는 황무지”로 묘사한 유럽 북구 신화 등을 살펴본다.
과학의 관점에서 북극을 정의하는 다양한 방법들과 지리적 북극점과 자기적 북극점 등 각종 북극점의 의미와 위치, 특징들과 함께, 북극 지역의 가장 큰 특성인 태양의 움직임과 낮과 밤의 주기, 계절의 변화를 설명한다. 북극점에서 적도 쪽으로 가상의 여행을 하며 태양의 움직임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생생하게 이야기하는 부분은 정확한 측정과 예측에 대한 맹신의 문제점과, 세계가 이상하게 움직인다는 놀라운 사례를 보여준다. 스물네 시간 주기에 익숙한 우리의 감각이 북극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고 나면, 북극 토양의 특징과 그에 적응하기 위한 동식물들의 생존전략이 더욱 흥미롭게 다가온다.
2장 사향소: 평온하게 강인하게
북아메리카 빙하기에 살아남은 몇 안 되는 대형동물 가운데 하나인 사향소가 어떤 과정을 거쳐 툰드라에 홀로, 여유 있게 살아남아 적응했는지 살펴본다.
뱅크스 섬의 사향소는 인베스티게이터호 사건으로 처음 외부에 알려졌다. 배에 버려진 물품들을 찾아 섬에 온 에스키모들은 식량을 얻기 위해 과도하고 집요하게 사향소를 사냥했다. 이로 인해 사향소는 멸종된 것처럼 자취를 감추었다가, 몇십 년 만에 다시 나타나 급격하게 숫자가 늘어났다, 생물학자들도 사향소의 경이로운 회복 과정을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사향소의 계통과 외형적 특징, 습성, 무리생활, 짝짓기, 먹이, 다른 동물 종들과의 상호 관계, 뿔의 모양과 특징 등을 상세하게 설명하며, 괄목할 만한 복원력을 보여주는 이 동물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몸을 붙여 둥근 방어 대형을 만들어 무리를 끝까지 지키는 사향소의 지혜로운 습성이 외지인의 경제적 이익 앞에서 무참한 살육이란 예기치 않은 재앙으로 돌아왔고, 에스키모는 그러한 서양인들을 ‘자연을 바꾸는 사람들’이라 불렀다는 이야기는 동물에 대한 윤리적 행동은 무엇이며, 올바른 재연결을 꿈꿀 수 있는지 생각하게 한다.
3장 북극곰: 통찰하는 방랑자
북극의 해양 먹이사슬을 조사하기 위해 물범을 찾던 중 북극곰도 마찬가지로 물범을 사냥하고 있었고, 결국 북극곰이 먼저 물범을 찾아냈다는 재미있는 경험으로 시작한다. 북극곰의 생물학적 특성과 진화 과정, 북극으로 이동한 시기, 서식지를 만드는 법과 털의 역할, 추위를 견딜 수 있게끔 고안한 경탄할 만한 생리 작용과 복잡한 행동 양태, 겨울잠과 굴의 구조, 출산과 양육 방법, 먹이를 얻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이동하는 고독과 끈기, 놀라운 이동 방법 등을 설명한다. 물범 한 마리를 사냥하려고 온갖 전략을 써가며 한나절을 견디는 북극곰의 모습과, 그러한 북극곰의 사냥법을 배우기라도 한 듯 비슷한 방법으로 먹을 것을 얻는 에스키모의 모습도 보여준다.
기원전 500년~기원후 1000년 사이에 번성했던 도싯 에스키모 문화에서 북극곰은 주술사들이 인간의 신체를 버리고 영적 세계로 ‘날아가는’ 데 도움을 주는 강력한 존재였다. 비슷한 사냥감을 노리고, 인간에게 ‘사냥당하는 공포’를 끼치는 북극곰이 에스키모 문화 속에 어떻게 자리 잡았는지 살펴보고, 서구인들에게는 북극곰이 어떤 이미지로 자리 잡았는지 살펴본다.
고래잡이 선원 하나가 바다코끼리의 지방 덩어리로 북극곰 어미를 꾀어 새끼를 먼저 총으로 쏴 죽이고, 널브러진 새끼를 일으켜 세우고 쓰다듬으며 30분 넘게 슬퍼하는 어미마저 쏴 죽인 채 떠났다는 일화와, 에스키모가 북극곰에게 보이는 존중의 태도는 강렬한 대비로 다가온다.
4장 일각고래: 해석 불가능한 코드
일각고래의 뚜렷한 특징인 나선 모양의 엄니 때문에 이 동물은 오랜 기간 신화 속의 생명체로 여겨졌다. 고대 노르드어로 고래와 시체를 뜻하는 ‘nar’와 ‘hval’에서 유래된 이름에 얽힌 중세 유럽의 여러 가지 일화들을 시작으로, 형태적 특정, 습성, 진화적 뿌리, 먹이, 엄니의 생성 과정, 암수의 차이, 엄니의 특징 등을 설명한다. 일각고래는 우리에게 익숙한 감각의 위계구조와 다른 체계에 따라 세계를 이해한다. 우리에게는 ‘소음’으로만 느껴지는 다양한 소리와 진동으로 상호 소통하는 일각고래의 사회적 관계와 의사소통 구조에 대한 이야기는 세계에 대한 다양한 감각을 상상해보는 황홀함을 선사한다.
중세 유럽인들은 일각고래과 유니콘을 혼동했고, 일각고래의 엄니가 유니콘의 뿔로 둔갑했다. 낮에는 날아오는 화살을 막아주고, 밤에는 다가오는 역병을 막아주고, 독살하려는 자의 간계까지 막아주는 보물과도 같은 것으로 소문난 엄니는 값비싸게 유통되었다. 반면 에스키모들은 일각고래에게 대단한 영적 중요성을 부여하지 않았고, 엄니보다 가죽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중국 전설에 나오는 동물 기린은 유니콘과 비슷한 위상을 가졌지만, 상업적인 가치를 가진 적이 없었다. 중국인들은 기린을 그 자체로 존재하는, 훌륭하고 이상적인 모든 것의 화신으로 여겼고 인간의 교화를 위해서 존재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는 일각고래의 엄니를 인간이 부여한 상징으로 포섭하려 했던 서구인들의 자연관을 돌아보게 한다.
5장 대이동: 숨결이 길이 될 때
동물들의 시간과 거리 기준은 인간의 기준과는 다름은 물론 제각각 다르다. 동물들은 어떤 방식으로 지형을 이해하고 이동하는 걸까? 하물며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길은 어떻게 찾을까?
25만 마리의 흰기러기가 날아오르는 모습과 소리를 묘사하는 아름다운 글로 시작하는 이 장에서는 북극 동물과 인간의 대이동과 그 방식을 들여다본다. 북극에서 해마다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기온 하강, 빛의 감소, 눈과 얼음 생성, 먹이 감소와 같은 순환에 대처하기 위해 북극 동물들이 발전시킨 이동 전략을 소개하고, 동물들의 생태와 습성, 이동 경로, 경로를 찾아가는 방법을 설명하며, 대이동이 만들어내는 북극의 고유한 리듬을 담아낸다.
빛이 떠올라 동토가 녹고 물이 생겨나는 짧은 여름엔 수많은 동물이 모여들어 먹고 쉬고 새끼를 기르며 남쪽으로의 여행을 준비하는데, 저자는 이를 땅의 호흡이라 묘사한다. “북극의 대지는 봄에 빛과 동물들을 크게 들이마신다. 여름에는 오래 숨을 참는다. 그리고 가을에 숨을 내쉬면서 그 모든 것을 남쪽으로 몰아낸다”라는 표현은 감탄을 자아낸다.
북극에서 발견되는 인류의 흔적들을 찾아 고고학적으로 인간이 북극으로 이동하여 정착하는 과정을 그려내며, 현대 에스키모들의 문화와 생활양식을 자세히 다루고 그 부족들이 차례로 서구에 소개되고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을 설명한다. 에스키모의 문화와 서구 문화의 차이를 동물과 동물의 서식지를 대하는 관념과 태도의 차이를 중심으로 설명한다.
6장 얼음과 빛: 공포의 미
저자는 책의 서두에서 북극에서 발견한 것은 “시간을 초월한 듯 빛에 가득 찬 숭고한 순수성과 침해받지 않는 대지 본래의 아름다움”이라고 썼다.
이번 장은 이 표현에 가장 걸맞은 북극의 빛과 얼음의 아름다움을 그려낸다. 다양한 종류의 얼음과 오로라, 신기루, 화이트아웃 등 북극의 빛에 대해 설명하고, 해빙과 다양한 종류의 얼음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특성이 어떠한지, 바람과 파도의 영향을 어떻게 받는지 알려준다. 또 북극의 얼음이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을 포함한 동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한다.
얼음은 바람에 따라 불규칙하게 움직이며 어디로 방향을 틀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얼음의 예측 불가능성은 서구 탐험가들에게 큰 고난과 시련을 주었다. 어디로도 움직일 수 없는, 거의 죽음을 기다리는 상황에서도 탐험가들은 북극 얼음의 순전한 힘과 위협적인 크기, 가차 없는 움직임에 매료되어 혼이 쏙 빠지곤 했다. 이런 이야기는 압도적 공포가 동반한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원초적인 궁금증을 자아낸다.
얼음과 빛에 관련된 예술 이야기도 빠질 수 없다. 모리스 헤이콧이라는 북극의 풍경 화가와의 대화를 통해 얼음과 빛의 회화적 예술성을 이야기하고, 서구 회화에서 북극이 어떻게 재현되었는지를 19세기 유럽과 미국 풍경화의 경향을 통해 살펴본다. 또한 서구 문명에서 빙산이 대성당에 비유되었던 점을 이야기하며 북극의 빛과 아름다움에 깃든 신성한 종교성을 환기한다. 북극의 어둠이 에스키모의 과도한 살육에 영향을 끼치고, 극심한 우울증을 불러온다는 이야기는 인간의 내면에 깃든 정제되지 않은 폭력성을 상기시킨다.
7장 땅: 마음을 감싸는 땅, 땅을 감싸는 마음
사람은 나고 자란 땅에서 깊은 친근함과 안정감을 느낀다. 땅과 인간의 유대는 깊고 복잡하다. 하지만 쉽게 우리는 땅을 그저 인간 인식의 투사물이자 피조물로 여긴다. 땅은 동물만큼이나 대화하기 힘든 존재라는 사실을 잊고, 선입견과 욕망으로 채색한다. 한 에스키모는 새로운 땅에 가면 무엇을 하냐는 말에 “듣소”라고 대답한다. 19세기 미국 화가들은 땅을 “신의 얼굴”이라고 말했다. 이 장에서는 이들의 태도처럼 온 감각을 집중해 땅을 관찰하고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
에스키모는 대지와 분리된 삶의 의미를, 대지의 동물, 얼음이 내는 소리, ‘중요한 식량’에서 얻는 맛과 영양분과 분리된 삶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들은 ‘땅을 감싸는 마음’이 되는 것이 최선이라 말한다. 우리와는 다른 이러한 개념은, 땅의 개념이 문화권마다 다름을 알려준다. 여우의 경우, 인간에 비해 몸이 땅에 훨씬 가까운 데다, 전반적으로 아주 작은 편이라 땅을 이해하는 방식이 아주 다르다. 이처럼 동물들은 주관적인 방식으로 환경을 이해하고 변형하며 애착관계를 형성한다.
언어와 지도 이야기는 특히 흥미롭다. 호피족의 언어와 인디언의 영어를 비교하며, 영어가 고정된 공간의 언어로, 건축을 묘사하는데 적합한 반면, 호피족 언어는 움직임과 변화하는 관계, 연속적인 시간과 공간이 얽힌 세계를 투영하는 언어로 양자역학을 설명하는 데 적합하다는 내용은 정형화된 언어가 가진 한계를 감지하고, 더 넓은 언어로 나아가는 것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 또 아주 복잡한 해안선을 기억에 의지해 그려낼 수 있는 에스키모들의 능력과 19세기에 땅을 찾아 북극을 탐험하며 지도를 그리고 빈 공간 하나하나에 이름을 붙였던 서구 탐험가들을 비교하며 땅에 대한 애착과 태도의 차이를 설명한다.
8장 항로: 열정과 탐욕이 얽힌 순수한 욕망
중세 아이슬란드 문학에서부터 19세기 초 영국의 북극 탐험들까지의 북극 항해 기록을 다룬다. 5세기에 쿠라흐를 타고 7년간의 항해에 나서며, 만나는 이들에게 치유 의술을 베푼 젊은 수도자들, 16~17세기에 안정적이고 관세가 없는 동방무역로를 찾기 위해 배를 탄 영국과 네덜란드의 선원들, 19세기에 빈틈없는 과학적 지식 축적을 목표로 항해에 나선 존 배로우와, 1819년 북극 탐험 역사상 가장 뛰어나고 흥미진진한 탐험의 주인공인 윌리엄 페리까지 북극을 향해 떠난 거의 모든 이들의 이야기를 빠짐없이 기록했다. 특히 페리의 항해를 중점적으로 다루는데, 이후 80년 동안 한 번의 탐험으로 그처럼 새로운 땅을 많이 발견한 사람은 없었을 만큼 성공적이었기 때문이다.
모험의 땅으로 이어지는 항로, 부를 향한 항로 탐색은 여러 시대에 걸친 동경의 대상이었다. 이런 탐색에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욕망은 인간의 모든 욕망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것, 물질적 부와 명예를 얻고자 하는 욕망이자, 새로운 땅을 찾고 이해하려는 정신적 고양에 대한 욕망이었다. 배리 로페즈는 고난 또한 초월한 그 욕망을, 북극을 향한 탐험가들의 꿈을 생각한다.
9장 역사: 지나온 길과 나아갈 길
8장에 이어 북극을 탐험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살펴보고, 이후 석유와 광석 채취를 위해 북극에 온 사람들, 북극을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까지 담고 있다.
19세기부터 북극을 향한 사람들은 업적을 강렬히 열망했다. 북극은 하나의 무대에 불과해졌고, 등장인물들은 국가적 또는 개인적으로 치열하게 경쟁했다. 반목과 시기, 질투가 횡행했고, 한편으로는 진정한 존중과 존경이 넘쳐흐르는 얽히고설킨 관계가 얽히고설켜 있다. 목숨을 건 항해와 격렬한 난파, 기적 같은 구조와 굶주린 사람들을 먹이기 위한 절박한 노력, 우연과 극적인 사건들로 가득 차 있는 19세기 이후의 북극 탐험 이야기에는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흥미롭다.
오늘날 북극을 찾은 이들은 어떨까. 부를 쫓아 이곳으로 온 노동자들이 보이는 좌절의 흔적, 오직 석유에만 관심을 보이는 과학자들과 산업가들. 이들에게는 북극에 대한 존중이 느껴지지 않는다. 가장 큰 문제는 북극의 운명을 결정하는 자들이 완전히 무지하다는 것이다. 땅속에 무엇이 있는가를 떠나 땅이 무슨 소용인지, 땅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지, 그 주민들과 동물들의 운명이 어떻게 될 것인지 설명하지 못할뿐더러 대체로는 관심조차 없다. 저자는 북극을 알고 이해했다는 착각을 버리고 다시 바라보자고 말한다. 북극의 고유한 특성을 이해하고, 깃든 지혜를 간직하여 배우자고. 북극을 다시 꿈꿔 보자고 제안한다.
우리에게는 자연을 상상하고 꿈꿀 힘이 있는가
이 책을 읽고 북극을 완전히 이해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책의 핵심 개념이 북극을 인간의 언어와 관점으로 대상화하고 추상화하는 것에 대항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배리 로페즈는 말한다. “잠자코 툰드라를 걸어보자고, 키 작은 자작나무와 버드나무 잎새를 흔드는 바람을 지켜보자고, 이동하는 카리부 떼의 발굽이 땅을 구르는 소리를 들어보자고, 보퍼트해에 뜬 카약의 노 자루에 귀를 대고 턱수염물범이 내는 길고 떨리는 트레몰로 소리를 들어보자고, 수술용 메스처럼 날카로운 에스키모의 흑요석 연장을 손가락으로 툭 건드린다고 상상해보자고.”
배리 로페즈는 인간이 구축한 다양한 지식을 통해 북극을 모든 측면에서 바라보겠다는 엄밀한 태도를 취하면서, 동시에 인간을 다른 존재와 구별되게 만드는 이성의 권력을 내려놓고 북극 자체를 온몸으로 느끼겠다는 부드러운 존중의 태도를 갖춘다.
북극은 인간의 이야기와 함께 자연을 이루는 모든 존재의 이야기 속에서 드러난다. 북극을 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 대지에 깃든 모든 것들과 진심으로 마주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상상력이며, 이 힘이 북극을 꿈꿀 수 있도록 이끈다.
북극과 어떻게 공존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은 여기에서 시작될 것이다. 또한 북극을 비롯해, 우리를 둘러싼 자연을 다시 바라보고, 인간을 포함한 모든 존재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계기와 단서를 제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