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니츨러는 어느 누구보다도 탁월한 심층 심리의 탐구자이다.” - 지그문트 프로이트
“슈니츨러의 작품은 현실에서 환상을 분리시키는 진실의 순간을 다룬다.” - 「슈피겔」
단 이틀 만에 나락의 극단에 내몰리는 한 남자의 이야기
희대의 이야기꾼 ‘아르투어 슈니츨러’의 숨겨진 장편 걸작
1900년대 오스트리아 빈. 주인공 카스다 소위는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엘리트 장교이며, 할아버지와 아버지 대대로 군인 집안 출신으로 자부심과 명망이 높다. 어느 평범한 아침, 도박으로 명예를 잃고 군대에서 쫓겨난 옛 동료가 불쑥 찾아와 그에게 민망한 사정을 전하며 돈을 빌려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역시 주머니 사정이 변변찮았던 카스다 소위는 그의 부탁을 몇 번 거절한 끝에, 평소 재미 삼아 한두 푼씩 베팅하곤 했던 도박판에서 그에게 빌려줄 돈을 벌어보기로 마음먹는데…….
작가 아르투어 슈니츨러는 그 자신이 도박에 중독되어 재산을 탕진한 적이 있다. 그리고 그때의 경험은 『한밤의 도박』의 처절한 상황 설정과 생생한 심리 묘사로 되살아난다. 하찮은 직업을 전전하는 것도 모자라 회사 경비에 손을 대 또 한 번 위기를 맞은 동료를 보며 연민과 동정을 느끼는 동시에 한심해하는 마음, 큰 기대 없이 앉은 놀음판에서 뜻밖의 횡재를 거두며 승승장구할 때의 폭발적이고 짜릿한 희열! 하지만 행운은 드물게 찾아오기에 행운인 법. 맞은편에 앉은 의문스러운 신사에게로 판세가 기울면서 힘들게 딴 돈을 조금씩 조금씩 잃어갈 때의 초조함과 조급함, 끝끝내 전 재산을 탕진하고 거액의 빚까지 진 채 새벽빛을 받으며 집으로 돌아갈 때의 허망함, 그 와중에 뜨겁고 관능적인 밀회까지……. 한순간에 자존심과 명예를 잃고 나락으로 떨어진 젊은 장교의 마지막 이틀이 빠른 전개로 이어진다. 한 페이지씩 넘기며 작가의 묘사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독자는 카스다 소위의 정신없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심리 상태의 롤러코스터를 몸소 겪게 될 것이다.
오늘날 현대인의 위태롭고 병적인 정신 상태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가 녹아든 심리 소설
동시대를 풍미했던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에게서 큰 영향을 받은 아르투어 슈니츨러는(프로이트를 두고 자신의 ‘정신적 도플갱어’라고 칭하기도 했다), 현대인의 위태롭고 병적인 정신 상태와 비밀스러운 무의식의 발로를 『한밤의 도박』으로 구현했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그다지 낯설고 새로운 캐릭터가 아니다. 그들이 겪는 위기와 고통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슈니츨러가 묘사하는 이들의 생활과 심리 변화는 마치 처음 보고 듣는 일인양 신선하고 충격적이다. 마치 썰물에 잠식당하는 해변의 모래사장처럼, 주인공의 처지는 쉴 틈 없이 몰아닥치는 우연적 상황과 필연적 인연 속에서 무너지고, 해체되고, 재조립된다. 소설의 첫 시작에서부터 이틀이 지나는 동안, 그 끝에 선 주인공은 전연 색다른 모습으로 우리 앞에 다시 선다. 특유의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에 힘입어 미국과 프랑스, 오스트리아에서 영화로도 제작된 바 있다.
고대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작가들이 인간의 무의식을 탐구하려 애썼다. 특히 이 소설은 ‘도박’과 ‘도박에 휘말린 인간의 심리’를 절묘하게 묘사해냄으로써 인간이 스스로의 힘으로 제어할 수 없는 내면의 충동과 악을 수면 위로 드러내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중독이 만연한 현대사회 속 우리들에게 의미심장하고 시급한 화두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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