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한국 사회에서 우크라이나는 흐릿한 모습을 하고 있다. 혹은 단편적인 사실이 전체인 양 과장되어 호문쿨루스 같은 기이한 모습을 띠고 있기도 하다. 이 책은 전문적인 식견과 생생한 현장성에 바탕하여 우크라이나의 진면목을 독자들과 함께 그려나가고자 한다.
저자는 한국의 젊은 학자로서, 이 책에서 우크라이나 땅 곳곳을 누비며 그곳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상세히 전한다.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 열네 곳에 대한 탐방 기록이 전문적인 역사 지식과 함께 어우러져 있다. 그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의 매력과 독특함은 물론, 무리한 역사 지우기와 극우화 경향 같은 치부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정직한 눈으로 우크라이나를 직시한다. 저자가 직접 촬영한 현장 사진도 100컷 정도 담겨 있다.
목차
프롤로그
들어가기 전에
1부 수도
1장 키이우: 유서 깊은 우크라이나의 뿌리
2부 동부
2장 드니프로: 정치와 경제를 이끄는 핵심
3장 하르키우: 전쟁을 견디고 부흥한 첫 수도
4장 카먄스케: 소련공산당 총서기 브레즈네프의 고향
5장 자포리자: 코자크의 고향에서 소비에트 공업화의 상징으로
3부 남부
6장 오데사: 역사의 중심에 선 흑해의 보석
7장 미콜라이우: 고대 그리스 유적부터 강변 도시 경관까지
8장 헤르손: 옛 요새에서 시작된 해군 도시
4부 서부
9장 이바노프란키우스크: 독특한 문화와 유럽풍 건축의 매력
10장 루츠크: 중세 성과 근현대 시가지의 조화
11장 테르노필: 파괴에서 재건된 고즈넉한 호숫가 도시
5부 돈바스
12장 세베로도네츠크: 한적하고 쓸쓸한 소도시의 풍경
13장 크라마토르스크: 멋들어진 조형물이 빛나는 계획도시
14장 마리우폴: 아조우해와 함께한 역사의 비극적인 종착지
에필로그
부록: 우크라이나의 딜레마
감사의 말
참고문헌
저자
고광열 (지은이)
출판사리뷰
유럽에서 우크라이나보다 영토가 큰 나라는 러시아밖에 없다. 프랑스도 독일도 우크라이나보다 작다(유럽 영토 한정). 그만큼 우크라이나는 커다란 나라다. 더구나 이 거대한 땅을 우크라이나라는 이름 아래 하나로 모은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가령 크림반도만 해도 1950년대에서야 우크라이나에 편입되었을 정도다. 요컨대 우크라이나를 단순하게 파악하기란 그 태생부터 어려운 일이다.
이 책의 저자는 무리한 단순화가 역사 왜곡이나 국제정치적 진영 논리에 빠지기 쉽다고 보고, 우크라이나 전역의 다채로운 역사와 문화를 그 결대로 고스란히 보여주고자 한다. 이를 위해 전국 각 권역에서 주요 도시 열네 곳을 고르게 선정해 기행문의 틀 아래 제시한다.
수도 키이우는 물론, 동부의 드니프로, 하르키우, 카먄스케, 자포리자, 남부의 오데사, 미콜라이우, 헤르손, 서부의 이바노프란키우스크, 루츠크, 테르노필, 돈바스의 세베로도네츠크, 크라마토르스크, 마리우폴이 그 대상이다.
저자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영토에 사는 사람들은 수백 년 동안 전혀 다른 역사적 경험”을 해왔다. “서로 다른 역사적 유산을 지닌 여러 지역의 사람들”을 한데 묶어놓은 것이 바로 지금의 우크라이나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이 취한 각 도시에 대한 개별 접근이 전체로서의 우크라이나를 파악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수 있다. 비유컨대, 하나의 소실점 아래 장대한 풍경화를 그리기보다는 여러 조각조각들의 패치워크를 만든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작업을 하기에 모자람 없는 전문성을 수년 동안 쌓아왔다. 학부와 석사 과정에서 러시아와 인접 지역에 대한 공부를 했으며, 우크라이나 한 지역의 역사적 사건을 박사논문의 테마로 삼았다. 오랫동안 우크라이나 역사를 전문적으로 탐구해온 것이다. 이 책이 단지 여행자의 감상적인 인상기를 넘어서, 뛰어난 우크라이나 역사 교양서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이유이다. 저자는 여행에서 마주치는 풍경이나 유적들의 생생한 모습을 전하는 한편, 관련된 역사 지식들을 충실히 풀어놓는다.
특히 이 책의 현장성을 주목할 만하다. 문헌에 바탕한 우크라이나 역사서들은 국내를 포함해 외국에도 제법 발간되어 있지만, 이렇게 현장을 직접 누비면서 역사를 돌아보는 책은 본서가 유일한 듯하다. 저자가 직접 촬영한 100컷 정도의 사진이 책에 수록되어 생생함을 더한다.
저자는 우크라이나의 매력과 각 지역의 독특함을 애정을 담아 전한다. 그런 한편 젊은 학자의 정직한 눈으로 우크라이나의 어두운 면도 함께 그려낸다. 도시의 현장 곳곳에서 소련 시절 역사 흔적 지우기가 한창 진행되고 있음을 구체적으로 알리고, 그 아이러니와 부당성에 대해 짚어본다. 또한 우크라이나의 극우화 경향을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며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우크라이나의 온전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의 우크라이나를 이 책에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