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찰스 다윈의 성선택론을 무기로 가부장적 권위주의로 똘똘 뭉친 우리 사회의 남성 이데올로기에 강력한 폭탄을 던지고 호주제 폐지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 책 『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가 출간 20주년을 맞아 『여성시대에는 남자가 화장을 한다』로 다시 돌아왔다. 20주년 기념판에는 여성학자 정희진, 인류학자 박한선, 경제학자 이철희와 함께한 특별 좌담을 수록, 이 책이 출간된 이후 우리 사회 안팎에서 일어났던 변화와 그 변화 속에서 이 책이 갖는 의미,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미래에 관한 심도 있는 논평을 통해 이 책의 시대성을 짚어봄과 동시에 오늘날의 담론을 새롭게 조명했다.
목차
개정판에 부쳐
토씨 하나의 차이
프롤로그
여성의 세기가 밝았다
1장 한반도에 찾아온 여성의 세기
여성들의 약진
호주제는 생물학적 모순
여성의 세기가 남성을 구한다
사회생물학과 페미니즘의 화해
2장 여자와 남자, 정말 다른 행성에서 왔나
여자와 남자, 정말 무엇이 다른가
유전자의 차이
호르몬의 차이
두뇌의 차이
생물학적 전환
3장 여성들의 바람기를 어찌할꼬?
차라리 암수한몸이었더라면
성의 갈등과 화해
헤픈 남성, 신중한 여성?
4장 임신, 그 아름다운 모순
암컷들, 임신을 결심하다
입덧과 월경
임신, 그 아름다운 모순
5장 누가 둥지를 지킬 것인가
아이를 돌보는 건 언제나 엄마인가
남녀평등 이룩한 새들의 사회
내 아를 봐도?
6장 가르침과 배움의 생물학
동물도 가르치고 배운다
몸으로 가르치자
자궁태교에서 평생태교로
7장 남성이 화장하는 시대가 온다
여성시대, 분명히 오고 있다
여성시대가 열리는 상징들
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
에필로그
여성시대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의견서
호주제 존폐에 대한 생물학적 의견서
좌담
『여성시대에는 남자가 화장을 한다』 20주년 기념 특별 좌담
저자
최재천 (지은이)
출판사리뷰
“남성 중심의 사회는 전혀 자연적이지도 과학적이지도 않다. 모름지기 번식을 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생물이라면 그 번식의 주체인 암컷이 삶의 중심이어야 할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2003년 첫 출간과 함께 찰스 다윈의 성선택론을 무기로 호주제의 생물학적 모순과 남녀평등의 당위성을 논하며 가부장적 권위주의로 똘똘 뭉친 우리 사회의 남성 이데올로기에 강력한 폭탄을 던진 문제적 책 『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가 20주년을 맞아 『여성시대에는 남자가 화장을 한다』로 돌아왔다.
저명한 과학자이자 지식인으로서 그동안 한국 사회에 다양한 화두를 던져온 저자 최재천 교수는 1999년 『개미제국의 발견』과 2001년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를 출간하며 당시 우리 사회에는 낯설기만 했던 진화론과 동물행물학이라는 과학의 새로운 학문을 경쾌하고 유려한 에세이로 풀어내어 과학 대중화의 포문을 열었다. 뒤이어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아 각계각층에서 21세기를 일컬어 ‘문화의 세기’ 내지는 ‘생명과학의 세기’, ‘환경의 세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던 그때, 생물학적 필연성으로 21세기는 ‘여성의 세기’가 될 수밖에 없다는 도발적 선언과 함께 한국 사회에 만연한, 여성들에게 덧씌워진 불평들의 굴레를 유전학에서 생리학, 생태학 등 다양한 과학적 증거와 분석을 통해 낱낱이 파헤친 『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를 출간한다.
“나는 이 책에서 여성의 세기가 왜 반드시 올 수밖에 없는가, 온다면 언제 어떤 모습으로 올 것인가, 그렇다면 그 새 시대를 어떻게 맞이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생물학적 분석을 시도할 것이다.”
찰스 다윈의 성선택론이라는 매력적인 과학 이론에서 시작해 여성성과 남성성의 완벽한 이분법적 분리는 무지와 편견에서 비롯된 허상이라는 사실을, 번식의 주도권을 쥔 여성이 아닌 남성 중심적으로 설정된 가부장 체제는 과학적으로 불합리한 형태임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 이 책은 우리 사회에 다양한 담론을 불러왔다. 책이 출간된 그해 겨울에는 헌법재판소 요청으로 호주제도의 전제인 부계혈통주의의 과학적 근거 유무 및 호주제의 존폐에 관한 생물학적 의견서를 제출하고 이듬해 직접 헌법재판소 법정에 출두해 호주제 폐지에 반대하는 진영 변호인단의 신문에 답하기도 했다. 최재천 교수의 변론을 마지막으로 2005년 헌법재판소는 호주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2008년 호주제가 폐지되며 최재천 교수는 호주제 폐지에 기여한 노력을 인정받아 남성 최초로 올해의 여성운동상을 수상했다.
“호주제는 전혀 생물학적이지 못한 제도이다. 어쩌다 보니 인간세계는 아들이 필수적인 존재가 될 수밖에 없는 지극히 인위적인 제도를 만들어냈지만 자연계 어디에도 아들만 고집할 수 있는 동물은 없다. 만일 있었더라면 일찌감치 멸종하고 말았을 테니 말이다.”
출간 20주년을 맞아 새롭게 출간한 개정판에서는 지난 20년간의 사회 변화를 반영해 “여성시대에는 ‘남자가’ 화장을 한다”로 제목을 바꾸고 지금 시대에는 맞지 않는 표현이나 문구들은 일부 수정을 거쳤다. 또한 여성학자 정희진, 인류학자 박한선, 경제학자 이철희와 함께한 특별 좌담을 수록, 진화론이라는 렌즈를 통해 한국 사회를 속속들이 들여다본 첫 시도이자 호주제 폐지라는 역사의 격동 속에서 탄생한 이 책의 역사성을 되짚어보고 책이 출간된 이후로 우리 사회 안팎에서 일어난 변화들, 그동안 달라진 시대 상황과 갈등 양상 등 오늘날의 담론을 깊이 있게 조명했다.
“20년이 지난 오늘 아직 남성 화장품 시장이 여성 화장품 시장을 압도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에 준하는 사회 변화는 충분히 일어났다고 생각한다. 지난 20년간의 발전이 토씨 하나의 차이는 뒷받침하리라 믿는다.”
그 옛날 암수가 처음으로 분리된 그 순간부터 갈등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그러나 서로 견제하며 끊임없이 갈등하는 가운데 화해하고 타협하는 것 또한 지구상에서 살아가는 생명체에게 어쩔 수 없는 운명이다. “나는 오래전부터 ‘알면 사랑한다’는 말을 이마에 써 붙인 채 돌아다닌다. 서로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미워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녀관계도 마찬가지다. 우선 서로의 본성에 대해 충분히 알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앎’의 학문인 과학이 좋은 길라잡이가 되어주리라 믿는다.”는 최재천 교수의 말처럼 이 책을 통해 여성과 남성 모두 다른 성의 존재를 분명하게 인정하고, 보다 깊이 이해하려는 노력을 실천하며 권위주의에 입각한 수직사회가 아닌 민주적인 수평사회로 이루어진 여성의 세기를 함께 맞이하기를 기대해 본다.
“여성시대의 문은 이미 열렸다.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를 논의하고 준비하는 일만 남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여성들보다는 오히려 동료 남성들을 위한 것이다. 우리 사회에 진정한 여성성이 회복되는 날 정작 해방의 희열을 맛볼 이들은 바로 우리 남성들이기 때문이다. 천근만근 무겁기만 한 책임의 굴레를 벗고 정말 자유로운 삶을 살게 될 이들은 바로 우리 남정네들이다.”
“우리가 200년 전에 쓴 책도 그대로 읽으면서 여전히 많은 걸 배우고 있잖아요. 이 책도 그렇게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요. 이 책을 못 읽었던 사람들, 다시 읽을 사람들이 많이 배울 책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철희,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저는 안목 있는 독자가 되고 싶어요. 안목 있는 독자가 많아야 사회가 잘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저한테 생물학에 대한 공부가 많이 됐어요. 이 책의 객관적인 정보가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정희진, 여성학자
“지금의 시대에는 사랑이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오랜 예전부터 남성과 여성의 장기간 결속을 만들어낸 가장 강력한 힘. 즉 서로의 애착이라는 그 강력한 정서가 지금 혐오로 넘치는 사회를 다시 결속시켜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서 그 결속의 힘이 다시, 교수님 말씀대로, 앎으로 이어지고, 그렇게 세상이 조금씩 바뀔 것으로 생각합니다.”
박한선, 서울대학교 인류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