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서 길어낸 폭넓은 주제를 전심으로 성찰해온 사상가
벨 훅스가 남긴 사유의 숲을 밝히는 지도를 그리다
벨 훅스는 《난 여자가 아닙니까?(Ain’t I a Woman)》로 미국 지성계에 등장해 대표적인 페미니즘 이론가, 문화평론가, 교육자이자 사회운동가로 활동했다. 생전에 그는 40권이 넘는 책을 썼는데, 보통 우리가 알듯 페미니즘 책뿐만 아니라 문화예술 비평서나 에세이, 시집, 어린이 책까지 썼을 정도로 다양한 면면을 지녔다. 국내에 출간된 저작만 들여다봐도 ‘페미니즘 작가인 줄 알았는데 계급에 대한 책도 썼네?’, ‘사랑에 대해 쓰는 작가인 줄 알았는데 교육에 대해서도 썼어?’ 하는 인상을 받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은 벨 훅스가 다룬 폭넓은 주제들을 한 권으로 탐험함으로써 다양하면서도 일관된 그 사유 세계의 지도를 그려 보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이 책에서는 국내외에서 출간된 그의 대표작 일곱 권을 다뤘다. 성과 인종이 교차된 차별의 경험을 다룸으로써 흑인 페미니즘의 시초가 된 《난 여자가 아닙니까?》, ‘페미니즘 리부트’ 시기 많은 이들에게 첫 페미니즘 책으로 읽힌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평등하고 통합적인 시각으로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탐구한 ‘사랑 3부작’ 중 한 권인 《올 어바웃 러브》, 어느새 성과 인종보다 더 말해지지 않는 주제인 계급에 대해 쓴 《당신의 자리는 어디입니까》, ‘페미니스트 페다고지’라 불리는 페미니즘적 교육학을 집대성한 ‘교육 3부작’ 중 두 권인 《벨 훅스, 경계 넘기를 가르치기》와 《벨 훅스, 당신과 나의 공동체》, 그리고 벨 훅스의 어린 시절을 담은 자전적 에세이 《본 블랙(Bone Black)》이 그 목록이다. 저자들은 이 일곱 권의 책을 통해 성과 인종의 상호교차성, 페미니스트 연대, 사랑, 계급, 언어와 권력, 교육, 공동체라는 주제를 다룬다. 이 주제들은 벨 훅스가 자신의 개인적 경험에서 길어내 일평생 천착했던 핵심적인 주제들로, 이를 탐구하며 저자들은 벨 훅스라는 사유의 숲을 구석구석 밝히는 지도를 그려 간다.
벨 훅스의 삶과 우리의 현실을 잇는
친밀하고 치열한 벨 훅스 실천기
차별과 혐오가 난무하는 상황에서도 희망을 이야기하고, 일부가 아닌 모두가 함께하는 사회운동을 중시했던 벨 훅스의 메시지는 종종 너무 이상주의적이라거나 순진한 소리라는 비판을 받는다. ‘다 옳은 말이지만 현실에 적용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독서 모임을 통해 벨 훅스의 책을 같이 읽은 일곱 명의 저자들은 그러한 비판에 일면 동의하면서도, 그의 메시지를 현실에서 실천할 수 있는 지점들을 치열하게 토론한다. 그리고 그를 바탕으로 각자의 현실을 돌아보며 우리의 삶과 벨 훅스를 연결했던 귀중한 경험을 나누어 준다.
《난 여자가 아닙니까?》에 대해 쓴 저자 오혜민은 독일 유학 시절 동양인 여성으로서 겪은 차별의 경험을 벨 훅스와의 ‘대화’를 통해 이겨 낸 이야기를 들려준다. 《벨 훅스, 경계 넘기를 가르치기》에 대해 쓴 저자 김미소는 차별을 피하기 위해 약자의 언어를 버리고 권력자의 언어를 사용했던 경험을 나누며 ‘권력자의 언어를 사용해 권력을 전복할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당신의 자리는 어디입니까》에 대해 쓴 저자 김은지는 가난에 대해 말할 때 우리가 느끼는 정체불명의 수치심을 성찰하며 계급 문제에 입을 떼라고 했던 벨 훅스의 요구를 실천하고자 애쓴다.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에 대해 쓴 저자 조은은 여성 간의 차이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모두’로서 연대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고찰한다. 《올 어바웃 러브》에 대해 쓴 저자 레일라는 ‘첫눈에 반해 자기도 모르게 빠져드는 사랑’이 이상화되는 사회에서 벨 훅스가 말한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고 실천하기까지 거쳐 온 고군분투를 기록한다. 《벨 훅스, 당신과 나의 공동체》에 대해 쓴 저자 장재영은 벨 훅스가 말한 페미니즘적 교육학의 가치를 초등교사로서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지를 교실에서의 생생한 경험을 통해 보여 준다. 《본 블랙》에 대해 쓴 저자 김동진은 벨 훅스의 어린 시절에 비춰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우리가 물려받은 유산, 더 나아가 물려줄 유산에 대해 살핀다.
이처럼 이 책에 담긴 저자들의 삶과 분투는 모두 벨 훅스의 삶과 분투와 조금씩 닮아 있다. 또 이는 지금 한국을 살아가는 여성이라는 공통점을 경유해 독자들의 삶과도 이어진다. 저자들이 수행하는 이러한 연결 작업은 우리로 하여금 납작하고 이상적인 문장으로서의 벨 훅스가 아니라 입체적이고 생생한 멘토로서의 벨 훅스를 만나게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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