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독립운동가들의 삶에 사로잡혀 2017년부터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독립운동사적지를 직접 찾아가 사진과 글로 기록하고 있는 김동우 작가. 취재는 인도, 멕시코, 쿠바, 미국, 러시아, 네덜란드,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일본을 거쳐 10개국에 이르렀고, 이 책은 그중 러시아와 네덜란드의 한인독립운동 이야기다.
의병들이 본거지를 만들고 독립운동가들이 망명을 이어간 땅, 연해주. 그곳에 망국 앞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안중근 단지동맹비, 독립운동의 대부 최재형 가옥과 순국지, 자유시 참변의 현장,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실제 모티프가 된 ‘15만 원 탈취 의거’, 헤이그 특사가 생의 마지막을 보냈던 방, 한인 최초 볼셰비키 혁명가 김알렉산드라, 홍범도 장군의 외손녀 김알라 여사와 이인섭의 막내딸 스베틀라나 여사의 인터뷰 등등 《뭉우리돌의 들녘》은 역사에서 배제된 채 서서히 사라져가고 있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역사적 현장 앞에서 그 현장이 담고 있는 서사와 감정을 끌어내고자 한 묵직한 사진들은 단순한 기록물이나 아카이빙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어쩌면 우리는 ‘독립’이라는 역사의 결말만을 알고 있을지 모른다. 이 책은 그 결말에 닿기까지 쌓여진 무수한 이야기를 복원하고 연대하려는 시도다. 작가의 진정성 어린 글과 사진으로 이제 독립의 ‘과정’을 가슴 깊숙한 곳에서 느끼게 될 것이다.
목차
서문 | 다시 요동칠 기억의 연대를 꿈꾸며
1장. 연해주
목숨을 건 도강
세 부류로 나뉘다
고난을 피해 역경 속으로
2장. 연추
아득한 그날의 현장
‘페치카’라 불리던 사나이, 최재형
마패를 든 이범윤
안중근의 마지막 가출
단지, 단지는 단지가 아니다
사진 속 코드
원조 코리아 타운
서태지의 ‘발해를 꿈꾸며’
3장. 해삼위
더부살이의 설움
독립운동의 성지, 신한촌
짓밟힌 터전
블라디보스토크의 ‘남남북녀’
체코로 간 비녀와 가락지
15만 원 탈취 의거
밀정과 한글 활자 절도 사건
위대한 여정의 시작점
4장. 헤이그, 상트페테르부르크
숨 가쁜 준비
이범진은 누구인가?
기록되지 못한 사후
대한제국의 호소
이준의 위대한 나라
지워진 이름
열 수 없던 문
작업의 몇 가지 원칙
5장. 다시, 블라디보스토크
들녘에 서서
장도빈, 발해를 깨우다
“모든 걸 불사르라!”
질문을 던지는 사진
한 언덕에서의 버둥질
홍범도의 반쪽짜리 사진
축복의 땅 ‘사만리’
6장. 자유시
KGB 조력자
승리 뒤에 비극
자유시, 재앙의 늪
“다시는 우리끼리 싸우는 일이 없기를”
이별의 왈츠
7장. 하바롭스크
한 여성 혁명가의 탄생
모든 차별과 억압에 저항하다
우아한 복수
기억되지 못한 사람
책을 나오며 | 실천적 예술을 위한 또 한걸음
참고 자료
저자
김동우 (지은이)
출판사리뷰
“대한독립 뭉우리돌의 흔적을 좇다!”
전 세계에 남아 있는 우리 독립운동의 자취를 찾아 기록하는
김동우 작가의 두 번째 책, 『뭉우리돌의 들녘』 출간!
『뭉우리돌의 들녘』은 러시아와 네덜란드에 남겨진 우리 독립운동의 흔적을 발굴하고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김동우 작가는 2017년 이래로 국내외 여러 나라에 산재한 독립운동 사적지와 독립운동가 후손을 취재하는 ‘뭉우리돌을 찾아서’ 프로젝트를 제작하고 있다. ‘뭉우리돌’은 둥글둥글하게 생긴 큰 돌을 뜻하는 우리말로, 김구의 『백범일지』에서 비롯됐다. 김구가 서대문 형무소에 투옥되었을 때 일본 순사가 “지주가 전답의 뭉우리돌을 골라내는 것이 당연한 일이 아니냐!”고 말하며 그를 고문했다. 그 말에 김구는 “오냐, 나는 죽어도 뭉우리돌 정신을 품고 죽겠고, 살아도 뭉우리돌의 책무를 다하리라”라고 답했다. 작가는 김구의 말에서 착안하여 뭉우리돌처럼 굳건히 박혀 독립운동에 생을 바친 이들을 직접 찾아다니고 있다. 인도, 멕시코, 쿠바, 미국, 러시아, 네덜란드,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중국, 일본, 국내 등 10개국 300여 곳 이상의 현장을 사진으로 기록했으며, 현재까지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21년 7월 인도, 멕시코, 쿠바, 미국의 한인 독립운동 작업물을 엮어 『뭉우리돌의 바다』를 출간했으며, 『뭉우리돌의 들녘』은 그 두 번째 책으로 러시아와 네덜란드 이야기다.
독립운동 성지 연해주,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들의 활약,
헤이그 특사 최후의 여정, 독립운동사 최대 비극 자유시 참변의 현장…
실패했으나 단 한 번도 포기하지 않았던 위대한 독립영웅들
한국인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뭉우리돌 이야기
한반도와 맞닿은 땅, 극동러시아. 1864년 기근을 피해 두만강을 건너간 조선인들이 연해주에 한인 마을을 세워 정착했다. 이후 연해주는 한인들의 생존을 위한 땅이자 일제의 탄압을 피해 망명한 독립운동가들의 항일투쟁 본거지이자 최전선이 되었다. 수백의 독립운동가들이 탄생하고 스러져간 땅, 가장 먼저 임시정부가 설립된 땅. 그곳에 망국 앞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이 책 표지 사진은 독립운동가 최재형 가옥이다. 많은 사람들이 안중근 의사는 잘 알고 있지만 이토 히로부미 저격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던 재력가이자 연해주 독립운동의 대부 최재형은 잘 알지 못한다. 헤이그 특사가 무엇인지 역사 교과서에서 배웠지만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유라시아 대륙의 끝 네덜란드까지 내달려간 특사들의 절박함과 결연함, 그리고 고국으로 끝내 돌아오지 못한 그들의 최후는 어땠는지 잘 알지 못한다. 남과 북으로 갈라진 이념 갈등 역사 때문에 지워진 사회주의 계열의 독립운동가들 또한 제대로 알지 못한다. 나라의 위기 앞에 여지없이 뭉쳤던 민초들도 있다. 민초들은 독립운동가들의 무장을 위해 기꺼이 가락지와 비녀, 놋요강 등을 내어놓았고, 청산리, 봉오동 전투의 기반이 되었다.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실제 모티프가 된 ‘15만 원 탈취 의거’도 연해주 일대를 배경으로 한다.
사회주의 계열의 독립운동가이기에 한국에서 조명받지 못했던 홍범도 장군의 외손녀 김알라 여사와 이인섭의 막내딸 스베틀라나 여사를 직접 만나 인터뷰한 내용도 들어 있다. 『뭉우리돌의 들녘』은 이렇게 헤아릴 수 없이 수많은 뭉우리돌, 역사에서 배제된 채 서서히 사라져가고 있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그리 멀지 않은 옛날이야기,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때, 할머니의 할머니 때 이야기…
“찾지 못한 기록, 지워진 기억 그리고 감춰진 진실은 분명 이 현장에 있을 거다”
빈터만 남겨진 현장에서 희미해져가는 역사를 잇다
“첫째 날은 남은 게 없어 난처함에 도리머리를 지었고, 둘째 날은 사라짐 앞에 무망함이 밀려들었고, 셋째 날은 현실 앞에 오기가 발동했다. 그럼에도 카메라를 거둘 수 없던 까닭은 이 공간이 품고 있는 기억 때문이다. 좀 봐달라고 생떼를 쓸 수 있는 건 여기에 기억을 잇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_본문 중에서
『뭉우리돌의 들녘』은 국외 독립운동사적지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한 사진작가의 지독한 분투기다. 김동우 작가가 사적지를 찾으며 가장 많이 마주하는 것은 빈터다. 주소 한 줄에 의지해 어렵사리 사적지를 찾아가면 초라한 기념비만이 황망하게 서 있거나 그도 없이 황량한 빈터가 전부일 때가 대부분이다. 때론 불필요한 오해를 받거나 촬영 계획이 터무니없이 꼬여버리기 일쑤다. 작가는 ‘아무것도 남지 않은 사적지는 사진가에게 자유를 허락하는 장소’라고 말하며 사진을 통해 ‘과거를 연상하기보다는 어떤 감정을 전달’해 기억의 연대를 다시 꾀하고자 한다고 말한다. 넓은 들녘에서 소리 없는 아우성을 듣고, 텅 빈 공간에서 무엇이 있음을 더듬는다. 그래서 그는 사적지와 독립운동가 후손을 의도적으로 흐릿하게 찍곤 한다. 지워진 역사를 표현함과 동시에 지워져서는 안 되며, 기억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들녘을 터벅터벅 걸어 어렵사리 목적지를 찾아가면 황량한 빈터가 전부이거나, 누군가 두 팔 벌려 환영해줄지 모른다는 상상이 얼마나 허황된 것이었는지 재차 확인하는 순간이 온다.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기록해놓을 순 없다. 또박또박 찍어 나가는 사진은 분에 넘치는 도구를 사용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다. 편하자고, 비용을 줄여보자고 카메라를 잘못 선택하면 두고두고 후회가 남을 것 같다. 누가 정해놓거나 시킨 게 아니다. 단지 당당하고 떳떳하고자 했을 뿐이다. 누구에게? 나보다 먼저 나라를 생각하며 지금을 존재케 한 과거의 그들에게. 〈뭉우리돌을 찾아서〉는 내게 그런 작업이다.” _본문 중에서
저자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누군가는 전 세계에 남은 민족의 흔적을 제대로 기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독립운동가들은 실패는 했어도 한 번도 포기하지 않았던 분들이다. 그 빚을 갚기 위해서라도 역사를 오롯이 기억해야 한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지지 않으면 역사는 잊힌다. 발걸음이 이어진다는 건 기억하고 있다는 의미이자 기억하겠다는 의지이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는 데에 작게나마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
점점 잊혀가는 역사적 현장 앞에서 그 현장이 담고 있는 서사와 감정을 끌어내고자 한 묵직한 사진들은 단순한 기록물이나 아카이빙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어쩌면 우리는 ‘독립’이라는 이 역사의 결말만을 알고 있을지 모른다. 기억의 매개자가 되고자 하는 작가의 진정성이 담긴 사진들은 그 독립의 ‘과정’을 가슴 깊숙한 곳에서 느끼게끔 한다.
이 나라는 어떻게 지켜졌는가
굵직한 세계사 속 빛나는 우리 독립운동의 위상
이 책은 독립기념관 국외독립운동사적지 정보를 기본으로 취재했고, 단행본, 논문, 국내외 기사, 각종 자료 등을 망라하여 한반도와 극동러시아, 네덜란드가 얽힌 우리 독립운동사를 집대성하였다. 두만강을 오고가며 자연스럽게 시작된 이주의 역사와 땅을 둘러싸고 벌어진 일본과 러시아, 중국의 각축, 1차 세계대전과 연결된 각 국가의 이해관계 등 굵직한 세계사의 한복판에서 흔들림 없이 쌓아간 강인하고 애달픈 독립운동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같은 동지끼리 총부리를 겨누었던 자유시 참변의 쓰라린 역사도 빼놓지 않고 다루고 있다. 국외독립운동 사적지의 오늘날 모습이 생생하게 담긴 96여 장의 컬러 사진과 해당 현장과 연결된 역사적 정황, 이해를 돕기 위한 지도 등은 우리 독립운동사를 입체적으로 새롭게 인식하게 한다.
영국의 언론인 프레더릭 매켄지의 『한국의 자유투쟁Koreas Fight for Freedom』에는 헐벗은 독립운동가들을 보고 쓴 대목이 있다. “그들은 불쌍해 보였다. 그들은 죽을 운명이었고, 전혀 가망이 없는 명분을 위해 싸우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곧 오른편에 있는 지휘관을 보았고, 그의 반짝이는 눈과 미소는 나의 이런 생각을 비웃는 듯 했다. 동정. 내가 동정해야 할 대상은 그들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과거 선조들은 반인류적인 제국주의의 침략에 맞서서 자유와 정의를 수호하고자 생을 바쳤다. 관리되지 않는 현장의 처량함과 올곧은 선조들의 항일투쟁을 반복해서 읽다 보면 상반된 감정의 충돌이 일어난다. 그리고 이내 오늘을 있게 한 독립운동의 역사, 이 나라가 어떻게 지켜졌는가를 되새기며 역사를 기록하고 기억하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이제 기억하는 것이 곧 독립운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