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손석희부터 삼프로TV까지.
토크 뉴스는 어떻게 레거시 미디어와 OTT의 공통분모가 됐나.
뉴스가 재미있을 수는 없을까? 2022년 대선 과정에서 많은 대선 후보들이 유튜브 채널을 택했다. ‘삼프로TV-경제의신과함께’의 대선 후보 특집은 그야말로 히트를 쳤다. 시청자들이 기존 뉴스에서는 체감할 수 없던 생동감을 느낀 것이다. 스트리밍, 댓글 참여 등 OTT의 문법이 뉴스를 바꿔놓고 있다. 그리고 변화의 중심엔 ‘대화(Talk)’가 있다. 손석희의 인터뷰와 홍준표-유시민의 100분 토론까지... 시청자들이 말로 가득 찬 뉴스에 큰 호응을 보내 온 이유는 무엇일까? 쉼 없이 말로 채우는 뉴스에는 팩트 너머의 관점이 담기기 때문이다. 토크 뉴스 트렌드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언론 불신의 시대, 토크 뉴스는 뉴스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기회가 될 수 있을까? 새롭지만 낯설지 않은 토크 뉴스의 세계로 초대한다.
목차
프롤로그 ; 토크 뉴스의 시대
1 _ OTT 스트리밍과 토크 뉴스
대통령 선거와 토크 뉴스
스트레이트, 리포트를 넘어
사람들은 팩트 플러스를 원한다
토크 뉴스는 OTT에서 강하다
2 _ 토크 뉴스의 조건
토크 뉴스의 세 가지 맛
최고의 토크 뉴스 ; 홍준표 vs 유시민 100분토론
토크 뉴스의 스타들 ; 손석희, 김어준, 김현정
TV에 심어진 토크 뉴스 DNA
3 _ 토크 뉴스 성공의 비밀
TV와 라디오, OTT의 전략적 동반
뉴스 경쟁과 미디어 경제
정치와 예능의 결합
유튜브 토크 뉴스, 새로운 신드롬
4 _ 미국의 토크 뉴스
정치 토론 1번지의 역사
뉴스쇼와 앵커들
정치 풍자 토크 쇼
토크 뉴스의 문제점
5 _ 토크 뉴스가 가져올 변화와 미래
두 개의 스타일, 두 가지 시청자
이름이 걸린 뉴스 ; 앵커 중심의 차별화
라이브 토크 ; 전문성의 강화
에필로그 ; 말 많은 뉴스를 찾아서
추천사 ; 윤기웅 미국 네바다주립대학교 레이놀즈 저널리즘 스쿨 교수(부학장)
북저널리즘 인사이드 ; 뉴스가 말을 걸어 올 때
저자
엄기영 (지은이)
출판사리뷰
팩트만으로 부족하다. 한국 언론진흥재단과 영국 로이터저널리즘 연구소가 공개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2’에 따르면, 국내 언론에 대한 신뢰도는 30퍼센트에 불과하다. 조사에 참여한 46개국의 평균치 42퍼센트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이런 결과에 놀라지 않는 사람도 여럿이다. 국내 언론의 신뢰도 하락은 이미 오래된 문제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팩트에만 천착한 뉴스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
사람들은 더이상 신문·방송 등 레거시 언론에 뉴스를 기대하지 않는다. 앞선 조사에서 국내 뉴스 이용자의 열 명 중 네 명이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본다고 답했다. 신문이나 TV가 아닌 유튜브에서 뉴스를 찾고 있다. 이런 현상이 가시적으로 드러난 것이 20대 대선 과정이었다. 증권·경제 전문 유튜브 채널 ‘삼프로TV-경제의신과함께’ 대통령 특집이 그야말로 열풍을 일으켰다. ‘삼프로TV가 나라를 살렸다’는 반응은 레거시 언론으로서 뼈아픈 비판이었다.
어떻게 지금의 상황에 이르렀는지 질문할 때다. 매체의 변화는 소통의 방식을 바꾼다. TV가 없던 시절, 서구권 거실은 벽난로를 중심으로 둥글게 소파가 놓이는 구조였다. 사람들은 둘러앉아 시선을 맞추며, 책이나 신문에서 본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TV는 탄생과 동시에 거실의 중심을 차지했고, 소파는 그 맞은편에 놓였다. 소파에 나란히 앉은 사람들은 이따금 한마디씩 건네곤 했지만, 시선은 TV에 고정됐다.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고 읽는 시대, 대화는 사라졌다.
그렇다면 지금의 뉴스는 단순한 팩트를 넘어, 대화 한가운데 놓인 듯한 생생함을 전달해야 한다. 마셜 맥루한은 이용자의 태도에 따라 매체를 핫미디어와 쿨미디어로 분류했다. 글자 그대로 이해하면 되기 때문에 수용자가 별다른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없는 신문은 핫미디어다. 수용자가 시청각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정보 해석에 개입해야 하는 방송 등은 쿨미디어에 속한다. 이에 더해 수용자의 능동적인 인터랙션까지 요구하는 유튜브는 쿨미디어의 정점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쿨미디어의 정점에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정해진 답이 아닌 ‘질문’이다. 패널들의 대화 속에서 건져낸 분석으로 자신만의 관점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이끄는 뉴스 말이다. 사람들은 더 이상 양쪽의 의견을 그대로 전하는 것을 ‘객관과 균형’이라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따옴표 저널리즘’이라 비판한다. 토크 뉴스는 날센 검증과 분석으로 질문을 던지는 ‘물음표 저널리즘’으로 나아가는 디딤돌이 될 수 있다.
저자는 좋은 뉴스를 만드는 것은 생산자의 의무고, 좋은 뉴스를 격려하는 것은 소비자의 몫이라고 설명한다. 토크 뉴스는 레거시 언론이 변화한 미디어 환경에 적응하려는 시도이자 노력이다. 질문에 답할 때 비로소 대화는 완성된다. 토크 뉴스도 마찬가지다. 말을 걸어오는 뉴스에 답할 때, 우리는 언론의 위기가 아닌 미래를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