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현대 건축의 역사에 관한 대표적 저술로 손꼽히는 케네스 프램튼의 『현대 건축: 비판적 역사』 개정증보판이다. 유럽 바깥으로, 그리고 20세기 후반으로 시선을 넓히며 2권의 4부 세계 건축과 근대 운동이 대대적으로 증보되었다. 대한민국 또한 소개된다.
목차
1부 문화적 발전과 기술 경향 1750~1939
1장 문화적 변형: 신고전주의 건축 1750~1900
2장 영토적 변형: 도시 개발 1800~1909
3장 기술적 변형: 구조공학 1775~1939
2부 비판적 역사 1836~1967
1장 미지의 곳에서 온 뉴스: 영국 1836~1924
2장 아들러와 설리번: 오디토리엄과 고층 건물 1886~1895
3장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와 프레리 신화 1890~1916
4장 구조 합리주의와 비올레르뒤크의 영향: 가우디, 오르타, 기마르, 베를라헤 1880~1910
5장 찰스 레니 매킨토시와 글래스고 학파 1896~1916
6장 신성한 봄: 바그너, 올브리히, 호프만 1886~1912
7장 안토니오 산텔리아와 미래주의 건축 1909~1914
8장 아돌프 로스와 문화의 위기 1896~1931
9장 앙리 반 데 벨데와 감정이입의 추상 1895~1914
10장 토니 가르니에와 산업 도시 1899~1918
11장 오귀스트 페레: 고전적 합리주의의 진화 1899~1925
12장 독일공작연맹 1898~1927
13장 유리사슬: 유럽의 건축적 표현주의 1910~1925
14장 바우하우스: 이상의 발전 1919~1932
15장 신즉물주의: 독일, 네덜란드, 스위스 1923~1933
16장 체코슬로바키아의 현대 건축 1918~1938
17장 데 스테일 신조형주의의 발전과 소멸 1917~1931
18장 르 코르뷔지에와 새로운 정신 1907~1931
19장 아르데코부터 인민전선까지: 양차 세계대전 사이의 프랑스 건축 1924~1945
20장 미스 반 데어 로에와 사실의 의미 1921~1933
21장 새로운 집합체: 소련의 미술과 건축 1918~1932
22장 르 코르뷔지에와 빛나는 도시 1928~1946
23장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와 사라지는 도시 1929~1963
24장 알바 알토와 북유럽의 전통: 민족적 낭만주의와 도리스적 감수성 1895~1957
25장 주세페 테라니와 이탈리아 합리주의 건축 1926~1943
26장 건축과 국가: 이데올로기와 재현 1914~1943
27장 르 코르뷔지에와 토속성의 기념비화 1930~1960
28장 미스 반 데어 로에와 기술의 기념비화 1933~1967
29장 뉴딜의 소멸: 버크민스터 풀러, 필립 존슨, 루이스 칸 1934~1964
주
참고문헌
도판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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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케네스 프램튼 (지은이), 송미숙, 조순익 (옮긴이)
출판사리뷰
예술과 문화와 가깝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들과는 가장 거리가 멀다고 해도 좋은 건설과 부동산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는 ‘건축’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건축으로 표현되는 사회적 열망, 또 건축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일 것이다. 건축은 인류의 역사가 시작한 순간부터 있었지만, 건축이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의 가능성을 탐문하는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여긴 때는 비교적 최근이다. 20세기 현대 건축(modern architecture)의 역사는 이 열망과 믿음이 생겨나 확산되고, 좌절되고, 또 다른 가능성을 찾는 과정이기도 하다. 현대 건축의 역사가 중요한 까닭, 지금까지 건축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물음이 이어지는 이유도 지난 세기에 가졌던 열망과 믿음 때문이다.
이전 판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제5판
현대 건축의 역사에 관한 대표적 저술로 손꼽히는 『현대 건축: 비판적 역사』(Modern Architecture: A Critical History)는 세계에서 가장 방대한 예술사 총서 중 하나인 템즈앤드허드슨 사의 “예술의 세계”(World of Art) 시리즈로 1980년 초판 발행되었다. 해당 분야에 대한 기본적인 입문서 역할을 하는 이 총서에 걸맞게 300쪽이 되지 않는 분량이었고, 19세기 말에서 제2차 세계대전 전까지 유럽에서 있었던 모더니즘과 아방가르드 건축에 집중되어 있었다. 70년대 말에 제2차 세계대전은 그리 먼 과거가 아니었고, 근대화가 전 지구적으로 확산되고 탈식민주의 등으로 시야가 완전히 확대되기 전의 구도였다. 1985년에 2판이 나왔고, 1992년에 3판이, 2007년에 4판이 출간되었다. 2017년에 처음 출간된 한국어판은 4판을 번역한 것이다.
『현대 건축』은 몸집을 키워가며 점차 시선을 유럽 바깥으로, 그리고 20세기 후반으로 넓혀나갔다. 이런 노력은 2020년 출간된 5판에서 최종 결실을 맺는다. 캐나다, 멕시코, 브라질,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페루, 칠레, 레바논, 이라크,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튀르키예, 아프리카의 여러 국가들,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그리고 한국의 현대 건축을 다룬다. 그 결과 책은 두 배 가까이 두꺼워졌다. 원서 기준으로 4판은 424쪽이었는데, 5판은 736쪽으로 늘었다. (한국어판은 1권 572쪽, 2권 712쪽, 총 1284쪽) 5판은 『현대 건축』은 저자 케네스 프램튼(1930년생)이 학문 인생 대부분의 시간인 40년 동안 전체적인 기조를 유지하면서 다듬어온 책의 결정체다.
현대 건축의 시작
저자는 현대 건축이라 불리는 새로운 건축이 어떤 문화적 배경과 기술적 조건에서 생겨났는지를 우선 살핀다(1부). 그리스·로마 시대 이래로 표준적인 건축으로 자리 잡은 고전주의에서 벗어나야 했던 현대 건축은 19세기에 이미 해방과 진보의 아이콘이었다. 산업 혁명에 따라 새롭게 개발된 재료(철, 콘크리트, 유리 등)는 건축가들에게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가능성을 선사했다. 이는 개별 건물에서 벗어나 도시 전체를 새롭게 만들어낼 수 있는 도구를 건축가와 정치가에게 선사했다.
사회 개혁을 향한 열망
2부는 1960년대까지의 흐름을 추적하지만, 초점은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까지 유럽과 미국에서 있었던 아방가르드 건축 운동에 맞추어져 있다. 저자는 오스트리아의 분리파, 이탈리아의 미래파, 독일의 독일공작연맹과 바우하우스, 데 스테일, 신즉물주의 등 여러 움직임들이 어떤 맥락에서 출현했는지 자세히 살핀다. 또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르 코르뷔지에, 미스 반 데어 로에 등 중요 건축가들의 활동 역시 시대와 작업을 함께 엮으며 상세히 소개한다. 지역과 분파에 따라 입장은 제각각이었지만, 이 시절 현대 건축은 시종일관 사회적이었고 진보적 색채를 띠고 있었다. 기계 대량생산 시대를 맞이해 온갖 물건을 어떤 모양으로 어떻게 생산해야 사회 진보가 가능할 것인가(8장, 12장), 전적으로 기술적이고 과학적인 접근과 사회적 의제는 어떻게 만날 수 있는가(15장, 21장) 등이 2부 전체에 깔려 있는 전제다. 제1차 세계대전 직후 주택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던 시절 주택을 최대한 표준화하려는 시도와 인간답게 생활하기에 필요한 최소한의 부엌과 주거에 대한 치열한 논의는 이후 전 세계로 확산되어 나간다. 이번 판에서는 체코와 프랑스에서 있었던 사회적 실험 등이 추가되었다(16장, 19장).
현대 건축의 딜레마
현대 건축은 합리적이고 기능적이어서 지역과 이데올로기에 얽매이지 않는다고 자처했지만 사정은 달랐다. 지역마다 다른 기후와 재료와 정서는 현대 건축의 양상을 다채롭게 했다(24장). 현대 건축의 획일적인 형태가 특정한 이념을 표상하지 못한다는 회의가 제기되기도 했다. 전국의 국립 박물관, 독립기념관 등 상징적 건축물마다 기와지붕을 올리기를 강요한 한국의 관료들의 의심 역시 현대 건축 초창기부터 있었던 셈이다(26장).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르 코르뷔지에나 미스 반 데어 로에 등이 지역의 특성이나 현대적 기술을 상징적인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시도(현대 건축의 기념비화)를 추구한 배경이기도 하다(27장, 28장).
현대 건축의 전 세계적 확산과 비판적 지역주의
이 책이 다른 현대 건축사와 다른 점은 서술의 기조에도 드러나지만, 현대 건축이 전 세계로 확산되어나가는 과정과 ‘비판적 지역주의’라는 저자의 입장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3부에서 저자는 문자 그대로 전 세계로 퍼져나간 현대 건축을 추적한다. 현대 건축의 확산은 전 지구적 자본주의의 확장과 무관하지 않기에, 저자는 건축의 반성적 실천과 공공적 역할에 대해 강조한다(후기). 물론 저자는 건축이 전 지구적 자본주의 앞에서 거의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공공성을 구현하려 애쓰는 건축에 애정 어린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저자의 이런 입장은 3부 5장 “비판적 지역주의”에서 잘 드러난다. (1983년 별도의 에세이 “비판적 지역주의를 향하여”는 에드워드 사이드, 장 보드리야르, 하버만스, 프레드릭 제임슨 등의 에세이가 실린 『반미학』에 수록되어 대단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진보적 요소를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근대화에 비판적인 건축, 지역의 자의식을 강조하는 건축, 형태보다는 축조를 중시하는 건축, 지역의 환경에 친화적인 건축, 시각만큼 촉각적인 것을 강조하는 건축, 보편화에 저항하는 건축 등을 옹호하는 저자의 입장은 80년대 이후 전 세계에 걸쳐 대단한 호응을 이끌어냈다. 한국의 여러 건축가들도 ‘비판적 지역주의’를 자신의 모토로 삼기도 했다. 즉. 현대 건축을 이해하는 하나의 중요한 틀로 확고히 자리매김한 것이다. 2000년대 초에 집필된 이 책 3부에서 주목한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건축가’ 다수가(파울루 멘지스 다 호샤[2006], 페터 춤토르[2009], 에두아르도 소투 드 모라[2011], 이토 도요[2013], 알레한드로 아라베나[2016])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 상을 수상했다.
한국 건축가 최초 소개
1~3부는 주요한 건축 운동이나 건축가의 활동 등 하나의 주제로 한 장을 구성했다. 이 과정에서 특정 지역이 집중적으로 다루지기도 했으나, 지역과 국가가 서술 단위는 아니었다. 그러나 이번 개정판에 새롭게 추가된 4부는 전적으로 지역과 국가별로 각국의 흐름을 추적한다. 한 권의 책으로도 충분한 분량을 할애해 저자는 지구를 구석구석 훑어나간다. 이는 달라진 환경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40년 전 초판이 출간되었을 때, ‘모던/현대’가 서구와 다른 지역을 가르는 구분선이 될 수 있었을지 몰라도, 2020년 모던이나 현대는 전 지구적 현상이다. 서구 중심적 시선을 탈피하고가 애쓴 저자의 지적 여정이 투영된 결과다(궁극적으로 벗어날 수는 없더라도). 저자를 따라 전 세계의 흐름을 일별하면, 전 세계에서 현대 건축은 근대화를 알리는 상징이자 이를 앞당기는 도구로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2022년 프리츠커 상을 수상한 서아프리카 부르키나 파소 출신 건축가 프란시스 케레의 예에서 보듯 많은 건축가들이 건축을 통해 공동체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했음을 알 수 있다(2권 287쪽 이하). 한국도 많은 국가들과 함께 이번 5판에 처음 소개되었다(2권 393쪽 이하). 저자는 한국 현대 건축의 선구자 김수근을 비롯해 현재 가장 두드러진 활동을 보이고 있는 조병수와 조민석을 사례로 다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