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기성세대, 선생님을 뜻하는 은어로 쓰였던 ‘꼰대’는 최근 몇 년 새 사회 현상 중 하나로 다뤄질 만큼 뜨거운 화두가 됐다. 자신의 경험과 생각만을 고집하는 어른들을 지칭하는 꼰대는, 세대 갈등, 불통 같은 사회 문제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이들이 왜 꼰대가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묻지 않는다. 꼰대를 비판하는 젊은이들과 꼰대가 되지 않으려 애쓰는 어른들이 있을 뿐이다. 저자 김종률은 꼰대의 속사정에 주목했다. 이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왜, 꼰대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물었다. 그리고, 우리가 꼰대라는 한 마디 말로 단순화해버린 어른들의 이해하기 어려운 행태가 회사라는 조직의 문화에서 유래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저자는 일본의 고도 성장기에 등장한 표현 ‘회사인간’을 빌어, 한국의 고도성장기인 1980년대에 직장 생활을 하면서 자기 자신과 회사, 나아가 국가를 동일시했던 이들을 해석한다.
북저널리즘은 북(book)과 저널리즘(journalism)의 합성어다. 우리가 지금, 깊이 읽어야 할 주제를 다룬다. 단순한 사실 전달을 넘어 새로운 관점과 해석을 제시하고 사유의 운동을 촉진한다. 현실과 밀착한 지식, 지혜로운 정보를 지향한다.
목차
프롤로그 ; 당신은 누구십니까
1 _ 회사인간의 정체
공적 영역에 귀속된 남성
조직에 최적화된 노동자
관리자, 상급자, 리더 그리고 퇴직
2 _ 회사인간, 회사를 떠나다
출근이 사라진 시간
일할 수 없는 공간
의사 결정 권한이 없는 권위주의자
이벤트로서의 대화
3 _ 회사인간, 생존의 법칙
삼겹살과 소주
동창 모임에 나가는 이유
의미와 가치를 찾아서
4 _ 회사인간, 시대적 존재
경제적 도구
꼰대와 멘토 사이
회사인간 세대
에필로그 ; 아버지의 마이 웨이
주
북저널리즘 인사이드 ; 꼰대의 속사정
저자
김종률 (지은이)
출판사리뷰
선생님, 부장님, 혹은 아버지. 꼰대라고 불리는 이들의 다른 이름이다. 가까이에서 늘 만나는데도 어쩐지 어색하고, 때로는 불편한 이들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저자는 이들이 1980년대 한국 경제의 고도 성장기에 직장 생활을 하면서 체화한 조직 문화가 이른바 ‘꼰대 근성’의 배경이자 원인이라는 답변을 내놓고 있다.
저자가 주목한 것은 퇴직이라는 계기다. 회사의 문화와 논리에 젖어있던 사람들, ‘회사인간’이 회사를 떠나 회사 밖의 세계에 진입한 뒤 충돌하는 지점에서 이들의 정체성이 극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지극히 당연했던 자신의 모습이 회사 밖에서는 도저히 통용되지도, 이해되지도 않는다. 조직의 관리 시스템에 순응하는 것을 생존과 성공의 길이라고 믿어왔던 이들은 회사를 떠나면서 혼란을 겪기 시작한다.
저자는 50대 화이트칼라 남성 퇴직자 10인을 심층 인터뷰해 회사인간과 사회의 충돌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퇴직한 회사인간에게 가장 큰 변화는 시공간의 변화다. 일하는 공간이자 삶의 터전이었던 회사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상황, ‘나인 투 식스(Nine to Six)’의 업무 시간이 사라진 느슨한 하루는 모두 낯설다.
두 번째 변화는 권위의 상실이다. 퇴직 전까지 의사 결정 권한을 바탕으로 여러 사람을 ‘거느릴’ 수 있었던 회사인간은 퇴직 후 지위의 추락을 감지한다. 존경받는 상사에서, 졸지에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어 버린다.
세 번째는 의사소통 구조의 변화다. 회사에서 ‘척하면 척’하고 알아들었던 부하 직원들은 이제 주변에 없다. 지시하고 명령하는 의사소통에 익숙한 회사인간들은 가족과의 ‘스몰 토크’를 이끌어 갈 자신이 없다. 결국 주제를 가지고 해법을 논하는 회의 시간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가족들에게도 적용하고 만다.
저자는 이러한 회사인간의 특성이 시대적 맥락과 사회의 요구에 의해 구조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지적한다. 원래 이상한 사람이어서, 나이가 들어서, 꼰대가 된 것이 아니라, 군부 독재 하의 군대문화, 고도 성장기의 집단주의와 국가 주도 경제 발전 시스템 등으로 만들어진 문화가 당시의 직장인들에게 주입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집단적 정체성은 1980년대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청년들에게도 시대적 흐름에 따라 만들어지는 독특한 정체성이 있을 것이다. 저자는 그래서, 꼰대의 이야기를 어른들의 이야기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 남성, 한국 사회에서 흔히 꼰대라고 불리는 이들의 태도와 가치관, 감정은 개인적인 특성은 아니다. 오히려 시대적 맥락에 따라 만들어진 집단적 정체성에 가깝다. 젊은 우리도 현 시대의 요구와 맥락 속에서 특유의 정체성을 형성해 나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내 아버지의 이야기인 동시에, 나의 이야기이다.”(에필로그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