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목천건축아카이브 한국현대건축의 기록 8권은 건축가 서상우의 이야기를 듣는다. 서상우는 보편적 기준에 따른 전문화의 방편으로 자신의 영역을 박물관 건축 프로그래밍으로 특화해나갔다. 전반기의 서상우가 종합적인 건축인, 보다 구체적으로는 설계와 교육을 양손에 나눠 쥔 건축과 교수의 한 시대상을 충실히 대변하고 있다면, 후반기의 서상우는 전반적으로 개방되고 팽창하는 건축 시장 속에서 자신의 영역을 특화해 전문 영역을 구축해나가는 전문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목차
살아 있는 역사, 현대건축가 구술집 시리즈를 시작하며
『서상우 구술집』을 펴내며
1 유년기에서 대학 시절까지
2 엄덕문건축연구소, 동화건축 및 홍익공전과 중앙대 시절: 건축가로서의 활동
3 국민대학교 시절: 교육자로서의 활동
4 뮤지엄 관련 계획
5 「프레리 하우스」
6 구술집을 마무리하며
작업 스케치
약력
주요 작품
수상 경력
저서
저자
목천건축아카이브, 전봉희, 우동선, 최원준 (지은이)
출판사리뷰
채록연구자 전봉희의 ‘펴내는 글’ 가운데
목천건축아카이브에 의한 건축가 구술채록작업이 시작한지 벌써 햇수로는 8년이 되었고, 이번에 출간하는 서상우 선생의 구술채록집도 호수로 8호가 된다. 중간에 4.3.그룹을 대상으로 한 3호와 원정수와 지순 부부 건축가를 상대로 한 5호가 있어서 대상으로 한 건축가의 수는 열을 넘었으니 이제 적지 않은 시간과 이력이 쌓였다고 볼 수 있다. 그 사이 우리와 비슷한 구술채록 작업이 다른 곳에서도 진행되기도 하고, 국립현대미술관이나 서울역사박물관 같은 기관에서 건축가의 작품과 활동을 다루는 전시회가 빈번히 개최되기도 하여, 우리나라 현대 건축사를 둘러싼 환경이 크게 변하였음을 실감한다.
서상우 선생은 여러 가지 면에서 이전의 대상자와 차별성을 갖는다. 연배로는 1937년생으로 윤승중 선생과 동갑이지만, 도중에 전쟁과 군입대 등으로 대학은 1963년에 졸업하게 되니 이제까지의 구술 대상자 가운데 가장 늦다. 또 서상우 선생은 홍익대학에서 수학한 첫 번째 구술 대상자가 된다. 홍익대학의 건축미술과 개설이 1954년의 일로 서울대학에 비해 8년 늦으니 크게 어색한 일은 아니지만 앞으로 좀 더 균형을 잡아나갈 필요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서상우 선생은 꾸준히 많은 건축설계 작품을 남겼지만, 28살이라는 이른 나이에 교육에 투신하여 평생을 건축교육에 헌신한 건축교육가이자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한 주요 박물관 건립에 주도적으로 관여한 박물관건축프로그램의 전문가라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서상우 선생의 전문가로서의 활동은 크게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눠 볼 수 있는데, 전반부는 홍익공전과 중앙대학, 국민대학 등에서 설계를 중심으로 한 건축교육에 주력하면서 동시에 외부와 협력하여 활발한 설계 작업을 하던 시기이고, 후반부는 박물관을 중심으로 한 문화시설에 대한 연구와 저술, 그리고 학회활동에 주력한 시기로 볼 수 있다. 1988년에 완성한 현대의 박물관 건축에 관한 박사학위논문에서 시작하여, 그 내용을 보완하여 1995년 3권의 박물관 건축 총서를 발간하고, 1997년에 박물관건축학회를 발족할 때까지 그의 50대에 해당하는 10년간은 그 이행기로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서상우 선생의 구술을 준비하면서 기대가 컸던 부분은 그간 진행하여온 서울대학 출신들에게서 보지 못하였던 새로운 시각이었다. 하나의 입방체에도 여러 면이 있듯, 같은 시대를 거쳐 온 사람들일지라도 그 각각의 지나온 행로에 따라 서로 다른 면을 조망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실제로 서상우 선생은 홍익대학의 초기 건축 교육에 대하여, 그리고 1970년대와 1980년대의 건축 대학들에서 벌어진 상황에 대한 구체적이고 다양한 경험을 생생하게 들려주었다.
특히 김수근 선생과의 인연은 깊어서, 서상우 선생이 국민대학에 자리를 잡는 계기가 되었으며, 국민대학의 학풍을 만들어 가는데도 협력이 있었다. 그러나 선생이 가장 영향을 많이 받고 또 존경하는 분은 역시 정인국 선생이라고 자술하고 있다. 정인국 선생이야말로 뛰어난 설계 작업을 하면서도 한국의 근현대 건축에 대한 중요한 저작을 남겼으며, 또 건축 교육에 뛰어난 업적을 남긴 분이니 만큼 서상우 선생의 행적을 견주어 보는데 빠지는 부분이 없다. 구술 작업을 준비하고 있던 2016년 가을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정인국 탄생 백주년을 기리는 전시 겸 심포지엄이 열렸는데, 이것을 기획하는 데도 서상우 선생이 중심적 역할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