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영양제 괴짜 오지은이 말하는 영양제가 하는 일
61번째 아무튼 시리즈는 음악가이자 작가 오지은의 『아무튼, 영양제』이다. 오지은 작가는 수년 전 구글의 레이 커즈와일이 하루에 영양제를 50알이나 먹는다는 기사를 보고 천재의 기행이라고 생각하며 조금 웃었다. 그때는 몰랐다. 자신이 (천재도 아니면서) 홍대의 영양제 괴짜가 될 줄은. 그러던 어느 날 대장내시경 검사를 앞두고 받은 28개의 알약을 들여다보며 이걸 어떻게 다 먹나 암담해하다가, 자신이 날마다 잠들기 전에 10알의 영양제를 물 한 모금에 꿀꺽 삼켜왔다는 걸 깨닫는다. 그렇게 의외의 순간에 ‘영양제 괴짜’인 자신을 자각한다.
물론 작가는 알고 있다. 적절한 운동과 규칙적인 생활, 신선한 재료로 만든 균형 잡힌 식사, 스트레스를 피할 수 있는 환경, 충분한 휴식, 매일 15분 이상 햇빛을 쬐는 생활을 한다면 영양제는 안 먹어도 된다는 것을. 하지만 그는 또 묻는다. 아는 것과 행하는 것 사이에는 넓은 강이 있지 않느냐고. 그리고 우리는 주로 이쪽 강가에 쭈그리고 앉아 저 너머에 어떻게 좀 다다를 수 없을까 생각하지 않느냐고. 피로, 무기력, 불면, 소화불량, 면역, 항산화 등등 개선시키고 싶은 무언가가 항상 있는 사람, 그래서 날마다 영양제 앱을 켜고 검색창에 증상을 적어 넣는 사람. 『아무튼, 영양제』는 그런 ‘어리석은’ 사람의 이야기이다.
목차
하루에 몇 알 드세요?
영양제 서랍과 그 서랍을 위한 서랍
밀크시슬과 간 과장
유럽의 약초 사랑
프로폴리스의 위대함
캬베진, 마누카꿀 그리고 샤이니 키의 매스틱검
스트레스 완화 영양제의 세계
유산균이라는 거대한 대륙
하지만 질 유산균이라면
오쏘몰을 선물하는 마음
여행과 영양제
젤리 비타민과 어른이 된다는 것
엄마들의 영양제―초록홍합을 통해 바라본
리포조말 비타민과 신기술
리뷰의 세계―왠지 그런 것 같아요
항산화와 글루타치온
어딘가 예뻐진다는 영양제의 세계
절대 강자 비타민C
비타민B와 중년이 홀리는 영양제
탈모와 비오틴과 맥주효모와 로게인폼
영양제를 먹는 마음
저자
오지은 (지은이)
출판사리뷰
영양제 서랍이 하나 있고 그 서랍을 위한 서랍을 또 하나 준비하는 사람
오지은 작가에게는 침대 옆에 두고 매일 열어보는 영양제 서랍이 있다. 이 1번 서랍에는 비타민B, 비타민C, 유산균 같은 빡빡한 기준을 통과한 선발 선수들이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작가는 이들이 자신의 몸속에서 늘 안타 또는 홈런을 친다고 믿는다. 영양제 서랍을 위한 서랍, 즉 2번 서랍에는 마그네슘이나 고용량 비타민C 같은 비교적 손이 덜 가는 영양제들이 보관되어 있다. 거기에는 과거의 자신이 쟁여둔 영양제들도 있다. 밤샘을 할 때를 대비한 영양제, 머리카락이 얇아질 것을 대비한 영양제, 위액이 역류할 때를 대비한 영양제,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아 햇빛을 보지 못할 때를 대비한 영양제, 자주 먹는 유산균이 듣지 않을 때를 대비한 영양제. 작가에게 그 약병들은 긴긴 겨울을 준비하며 다람쥐가 모아둔 도토리와 다름없으며 과거의 오지은이 미래의 오지은에게 보내는 약간은 한심한 종류의 다정함이기도 하다.
눈 뜨고 코 베이는 잔잔한 기쁨, 영양제 쇼핑의 맛
작가는 언젠가부터 친구들과 만나면 영양제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요즘 뭘 먹니. 뭐가 효과가 있었니. 무슨 증상엔 뭐가 좋다니. 사는 얘기를 하면 눈에 생기가 사라지지만 영양제 얘기를 하면 눈동자에 빛이 돌아오고 구겨 앉았던 자세가 펴지고 몸이 테이블 쪽으로 15도 정도 기운다. 그 얘기는 밀크시슬일 때도 있고 프로폴리스일 때도 있고 매스틱검일 때도 있으며, 오쏘몰, 리포조말 비타민, 로게인폼이기도 했다. 작가는 생각한다.
제약회사 담당자는 사람들이 어떤 말을 영양제 페이지에서 읽고 싶은지를 완벽히 파악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고. 이를테면 “레몬밤. 테아닌. 진정 효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강력한 성분. 스트레스 완화. 포뮬러…”와 같은. 작가는 점점 더 바빠지는 세상 속에서 표류하는 우리의 정신과 정서, 신체 균형까지 돕는다는 문구와 면역을 강화하고 행복감을 고양해준다는 꿈같은 작문에 확 이끌리고 만다. 여기에 사용자 리뷰가 더해지면 구매는 결정된다. 서울 망원동에 거주하는 어떤 46세 여성이 “꾸준히 먹고 있습니다”라고 적었을 것을 생각하면 그의 성실한 삶을 믿고 왠지 사고 싶어진다. 뭉클해지면서 건강한 삶을 위해 그와 함께 걷고 싶어진다. 눈 뜨고 코 베이는 잔잔한 기쁨, ‘왠지 그런 것 같은’ 기분에 젖는 안락함,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행위의 달콤함. 작가는 이것이 영양제 쇼핑의 맛이라고 생각한다.
영양제를 먹는 마음
작가는 “아님 말구”가 영양제의 본질이라고 말한다. 만약 “확실히 도움이 된다!”의 영역이라면 치료제가 되었을 거라고도 말한다. 그런데도 그는 왜 그토록 많은 영양제를 꾸준히 챙겨온 것일까. 작가는 영양제를 “전세계의 조상들이 좋아하던 나무뿌리와 풀뿌리를 캡슐이나 알약 안에 넣은 것”이라고 정의하는 합리적인 사고를 하지만 동시에 프로폴리스와 꿀벌의 정령을 믿고 테아닌과 녹차와 할머니의 사랑, 초록홍합에 깃든 해안가 어부의 마음을 믿기도 한다.
정화수와 장독대를 향하는 정성을 굳게 믿는다. 그런 마음으로 그는 집 밖에 한번도 나가지 않은 날 비타민D 알약을 삼키며 ‘네가 오늘 나의 햇빛이 되어줄래?’라고 빈다. “이 뻔뻔한 마음이 뭘 이뤄주는진 모르겠지만… 이 알약을 삼키는 마음이 어쩌면 내가 내일 햇빛 아래를 걷는 마음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한편 비타민D가 억울한 마음으로 ‘자꾸 나를 의심하네!’ 하면서 몸속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을 수도 있다. 정화수에 치성을 드리는 사람에게 정화수나 장독대가 핵심이 아니듯 나에게도 비타민D의 효능이 핵심이 아니다. 그 마음이 이뤄내는 것들과, 마음에게 영향받은 나의 선택들이 중요한 것이다.” 이것이 그가 영양제를 먹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