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인공지능, 어디까지 왔고 어디로 가는가? 특집 리뷰
장 뤽 고다르 감독이 그리는 미래 도시를 걷다 영화 〈알파빌〉 리뷰 이마고 문디
애나 칭의 『세계 끝의 버섯』부터
무라카미 하루키의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까지,
서점가의 화제작들을 다루는 다채로운 리뷰
더 나은 지식 공론장 《서울리뷰오브북스》
인공지능의 어제와 오늘, 내일을 조망하는 일곱 편의 전문 서평, ‘특집 리뷰’
애나 칭의 『세계 끝의 버섯』부터 무라카미 하루키의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까지, 서점가의 화제작들을 다루는 다채로운 ‘리뷰’
《서울리뷰오브북스》 12호가 출간되었다. 12호의 특집 주제는 ‘인공지능, 어디까지 왔고 어디로 갔는가’이다. 지난해 말, 오픈AI가 공개한 생성형 대형 언어 모델 인공지능 챗GPT는 한국 사회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파장을 일으켰다. 챗GPT가 센세이션을 일으킨 이후, 전 세계 출판 시장에서는 생성형 AI에 관한 책들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작금의 인공지능 기술에 대해 정확하고 통찰력 있는 지식을 얻기 위해서는 과연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가? 이번 12호에서는 이러한 문제의식하에 언어학, 과학기술학, 과학철학, 예술·기술철학, 미디어학, 공학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일곱 명의 각 분야 전문가가 인공지능의 어제와 오늘, 내일을 조망하는 일곱 권의 책을 리뷰한다.
서울대학교 AI 연구원 부원장 박진호는 한국의 인공지능 산업과 한국형 언어 모델 발전의 현주소를 묻는다.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 전치형은 실험실에서 나와 일상 곳곳에 자리 잡은 ‘노동봇’들을 통해, 인공지능·로봇에 대한 새로운 성찰을 길어올린다. 과학철학자 이상욱은 인공지능이 불러온 철학적, 윤리적 문제들을 살피며, 포스트휴머니즘의 출발점을 제시한다. 예술·기술철학자 김재인은 ‘초지능’의 실현 가능성을 검토한다. 영화미디어학자 김지훈은 생성형 인공지능을 디지털 미디어로서 분석한다. 과학철학자 고인석은 인공지능의 신체성과 마음 지위에 대해 고민한다. 화학공학자 권석준은 인공지능의 창의성, 언어, 메타 인식의 문제를 고찰한다
인공지능이 촉발한 과학기술과 기술 문명에 관한 논의는 영화 리뷰 코너 ‘이마고 문디’에서도 이어진다. 이번 호에는 큐레이터 현시원이 장 뤽 고다르 감독의 영화 〈알파빌〉을 리뷰한다. 주인공 레미 코숑과 함께 컴퓨터가 지배하는 미래 도시 알파빌을 거닐며 인공지능과 기술 문명에 관한 질문들을 제기한다.
리뷰 코너에는 인류학자 애나 칭의 『세계 끝의 버섯』부터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참여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 부동산 정책을 담당한 김수현의 『부동산과 정치』까지 서점가의 화제작들을 다채롭게 다루었다. 인류학, 문학, 경제, 건축 등을 아우르는 각 분야 전문가들의 심도 있는 서평들을 리뷰 코너에 담았다.
목차
편집실에서 ∥ 김홍중
특집 리뷰: 인공지능, 어디까지 왔고 어디로 가는가
한국의 AI 기술과 산업은 어디까지 와 있나 ∥ 박진호
터미네이터와 막국수 ∥ 막국수
인간 중심적 관점에서 바라본 AI ∥ 이상욱
초지능이라는 가짜 문제 ∥ 김재인
인공지능을 미디어로 합성하기 ∥ 김지훈
몸을 만들어 주면 인공지능에서 마음이 생겨날까? ∥ 고인석
미학과 철학의 기준으로 재평가하는 생성형 인공지능의 운명 ∥ 권석준
이마고 문디: 이미지로 읽는 세계
‘미래’라는 변수 ∥ 현시원
디자인 리뷰
사진의 가장 끝에서, 사진책이 시작되다 ∥ 전가경
북&메이커
‘책 기자’라는 환상과 환장 ∥ 이유진
리뷰
송이버섯 냄새를 맡자. 그다음은? ∥ 조문영
그는 무엇과 작별하는가 ∥ 김미정
유전 vs. 환경, 무엇이 웃음을 닮게 하는가 ∥ 정우현
하와이에 산다면 이런 비쯤 아무렇지 않게 맞아야 한다 ∥ 심채경
차가운 이성을 기대하며 ∥ 오지윤
이상하고 평범한 부동산 DNA ∥ 강예린
문학
빈 책장 ∥ 김용언
마주침과 글쓰기 ∥ 김홍중
비교 불가 시네이드 오코너 ∥ 송지우
지금 읽고 있습니다
신간 책꽂이
저자
박진호, 전치형, 이상욱, 김재인 (지은이)
출판사리뷰
인공지능, 어디까지 왔고 어디로 가는가
“이번 호 특집은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은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주제 중 하나다.
수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인공지능에 대해 정확하고 통찰력 있는 지식을 얻기 위해서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가?
이런 문제의식으로 관련 서적을 검토해 보았다.”
―김홍중, 「편집실에서」 중에서
올 한해 한국 사회에서, 나아가 전 세계에서 회자된 가장 큰 이슈를 꼽자면, 챗GPT로 촉발된 ‘생성형 AI 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사회, 문화, 경제부터 일상에 이르기까지 그 어느 때보다 인공지능은 우리 삶 깊숙이 다가왔다. 이른바 ‘인공지능의 시대’라는 오늘, 그렇다면 인공지능 기술은 어디까지 왔는가? 또,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우리는 인공지능과 어떻게 대면하고, 어떤 관계를 형성할 것인가? 인공지능을 주제를 한 책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지금, 《서울리뷰오브북스》는 이러한 질문들에 저마다의 답을 제시하는 일곱 권의 책을 골랐다. 이들 일곱 권의 책을 통해 한국의 인공지능 기술과 산업의 현황, 로봇에 관한 경제학적 질문, 인공지능에 얽힌 철학적·윤리적 쟁점들, ‘초지능’이라는 화두, 인공지능에 대한 비판적 디지털 미디어적 접근, 인공지능의 신체성과 감정에 관한 논의, 언어와 대형 언어 모델의 한계 등 인공지능 대한 다층적인 분석을 시도했다.
언어학자 박진호는 한국의 AI 기술과 산업의 현황에 정통한 하정우와 한상기의 『AI 전쟁』을 다루며 한국형 언어 모델에 대한 탐구를 주문한다. 전치형은 『로봇과 AI의 인류학』을 읽으며 로봇이 일상에 자리 잡은 오늘날 로봇인류학자에게 새로운 현장, 문헌, 질문이 제공되고 있는 현실을 짚는다. 이상욱은 인공지능에 대한 철학적, 윤리적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AI 윤리에 대한 모든 것』을 소개하며, 대안적 독해 가능성을 제시한다. 김재인은 『슈퍼인텔리전스』가 제기한 ‘초지능’이라는 화두를 논의하며, 초지능 말고도 인공지능에 대해 시급히 숙고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고 주장한다. 김지훈은 『AI 지도책』을 상세히 분석하며, 비판적 디지털 미디어 연구의 관점을 전면에 내세운다. 고인석은 『이진경×장병탁 선을 넘는 인공지능』을 소개하며 인공지능의 신체성과 감정에 관해 질문한다. 권석준은 『AI 빅뱅』을 다루며 창의성, 언어, 메타 인식의 문제를 둘러싼 저자와 서평자의 논쟁적 차이를 제기한다. 이처럼 특집 리뷰에는 인공지능에 대한 다각적인 접근이 담겨 있다.
“LLM이 제시하는 전망을 너무 장밋빛으로만 그리기보다는 명암을 균형 있게 다룰 필요가 있다.” 박진호는 「한국의 AI 기술과 산업은 어디까지 와 있나」에서 하정우와 한상기의 『AI 전쟁』을 소개한다. 저자는 『AI 전쟁』을 통해 한국의 AI 기술과 산업의 현황을 톺아본다. 또한, 현재 AI 관련 산업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 대상인 대형 언어 모델(LLM)의 효율성과 환경적 영향 등을 거론하며 LLM의 명암을 균형 있게 다룰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나아가, 한국형 언어 모델이 필요한 이유들을 살피며, 이에 대한 더 많은 탐구를 주문한다.
“로봇을 사랑하든 혐오하든, 이곳에서 인간과 로봇은 일로 만난 사이다. 이는 로봇인류학자에게 새로운 현장, 문헌, 질문을 제공한다.” 전치형은 「터미네이터와 막국수」에서 2003년 로봇 실험실 현장 연구에 기초하여 ‘인간은 자신과 닮은 존재를 창조할 수 있는가’라는 신학적 질문에 천착한 캐슬린 리처드슨의 『로봇과 AI의 인류학』을 다룬다. 저자는 캐서린 리처드슨이 현장 연구를 하던 당시와 오늘날 로봇과 AI에 대한 논의 지형이 바뀌었음을 지적한다. 즉, 실험실에 머물렀던 로봇들이 일상 공간으로 나와 ‘일하는 존재(노동봇)’가 됨으로써, 이제는 ‘로봇이라는 도구로 어떤 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경제학적 질문에 보다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는 이런 ‘마음의 다양성’에 대한 긍정이 포스트휴머니즘의 출발점이다.” 이상욱은 「인간 중심적 관점에서 바라본 AI」에서 인공지능에 대한 철학적, 윤리적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마크 코켈버그의 『AI 윤리에 대한 모든 것』을 소개한다. 이때 저자는 마크 코켈버그가 활용하는 대륙 철학 대신 영미 철학을 통한 사고 실험과 대안적 독해 가능성을 제시한다. 특히, 저자는 인공지능의 마음과 인간의 마음이 본질적으로 같은지, 다른지에 대한 질문에 주목한다. 저자는 우리가 고려해야 할 합리적인 태도는 인간의 마음과 인공지능의 마음 사이의 우월성이 있다는 생각을 포기하고, ‘마음의 다양성’을 긍정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이것이 포스트휴머니즘의 출발점이라고 주장한다.
“초지능은 인공지능을 둘러싼 여러 문제 중에서 시급한 문제에 할애할 시간을 빼앗는 주제다.” 김재인은 「초지능이라는 가짜 문제」에서 닉 보스트롬의 『슈퍼인텔리전스』를 리뷰한다. 저자에 따르면, 닉 보스트롬은 초지능이 실현될 기술적 가능성이 제시되지 않았고, 따라서 현실이 아닌 SF의 영역에 속한다고 말한다. 챗GPT 같은 대형 언어 모델 기반 인공지능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지만, 인공지능이 ‘일반 지능’을 갖게 될지도 여전히 기술의 영역 너머에 있는 문제임을 지적한다. 따라서, 저자는 초지능 말고도 인공지능에 대해 시급히 숙고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으며 과학적으로 차분하게 접근하여 우선순위를 잘 파악해야 한다고 말한다.
“생성형 AI는 기계학습 기반 모델들의 위상이 텍스트와 이미지를 산출하고 유통하는 미디어로 확장되었음을 뜻한다.” 김지훈은 「인공지능을 미디어로 합성하기」에서 인공지능에 대한 지정학적, 지형학적 분석을 수행한 케이트 크로퍼드의 『AI 지도책』을 톺아본다. 저자는 인공지능을 비판적 디지털 미디어 연구의 관점으로 접근한다. 즉, 인공지능은 정보를 생산 및 유통하고, 사용자의 정체성과 사회문화적 관계를 구축 및 조율하며 환경을 조성하고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매개자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AI 지도책』을 따라 인공지능과 관계되는 환경, 노동, 기계학습의 내부를 상세히 분석하며, 『AI 지도책』의 성취와 한계를 짚어낸다.
“만일 기계가, 완벽하게, 감정을 느끼는 것처럼 행동한다면, 그것의 ‘감정’ 지위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고인석은 「몸을 만들어 주면 인공지능에서 마음이 생겨날까」에서 이진경, 장병탁, 김재아의 『이진경×장병탁 선을 넘는 인공지능』을 읽는다. 저자는 인공지능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대화 형식으로 펼치고 있다는 장점과 더불어, 이진경과 장병탁의 대화를 제3의 지점으로 끌어올리지는 못했다는 아쉬움을 지적한다. 나아가, 이진경과 장병탁 모두 강조하는 인공지능의 신체성, 인공지능의 ‘감정’ 지위에 대한 질문들을 제기한다.
“혁신의 방향은 근본적으로 언어의 한계 돌파에 맞춰져 있지 않다.” 권석준은 「미학과 철학의 기준으로 재평가하는 생성형 인공지능의 운명」에서 김재인의 『AI 빅뱅』을 리뷰한다. 저자는 챗GPT가 일으킨 센세이션 속에서 생성형 인공지능을 인문학적으로 탐구한 『AI 빅뱅』의 시의성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기술적 차원에 대한 새로운 의견을 제시한다. 특히 저자는 인공지능과 창의성의 관계, 언어 및 대형 언어 모델의 한계에 대한 김재인의 주장에 이론을 제기하며, 생성형 인공지능에 관한 심도 깊은 기술적·철학적 고찰을 주문한다.
리뷰: 책으로 세상을 보다
〈리뷰〉에서는 각 분야 전문가들의 시의성 있고, 심도 있는 서평들이 이어진다.
조문영은 「송이버섯 냄새를 맡자. 그다음은?」에서 애나 칭의 『세계 끝의 버섯』을 리뷰한다. 저자는 송이버섯을 중심으로 자연과 문화, 인간과 비인간의 얽힘 속에서 자본주의를 곱씹는 애나 칭의 시선을 좇으며, 인간과 비인간에 의한 세계 만들기의 궤적들을 따라가며 역사를 재발견하자고 제안한다. 그와 동시에, 애나 칭의 방법론적 제안이 지니는 모호함과 불안정한 세계를 연구하는 정규직 교수라는 위치성에 대해서도 질문을 제기한다.
김미정은 「그는 무엇과 작별하는가」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장편소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을 비평한다. 저자는, 작가가 데뷔 직후 발표한 중편을, 게다가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라는 다른 장편을 통해 이미 한 차례 다시 쓴 이야기를 노년의 거장이 되어 다시 쓰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세 작품 사이의 관계 속에서 묻는다. 또, 하루키의 작품을 관통하고 있는 도시, 벽, 소녀, ‘나’라는 화두들이 어떻게 변주되고 있는지 살피며,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을 읽는다.
심채경은 「하와이에 산다면 이런 비쯤 아무렇지 않게 맞아야 한다」에서 이금이의 『알로하, 나의 엄마들』을 소개한다. 소설은 20세기 초, 일제강점기에 하와이로 떠난 사진신부들의 여정을 담고 있다.저자에 따르면, 작가는 이들을 무기력하고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낯선 사회에서 고된 노동과 차별을 견디며 살아남고, 조국의 독립을 위해 열과 성을 다한 존재, 즉 스스로 인생을 개척해 낸 선구자들로 묘사한다. 즉, ‘사진신부’라는 단어 뒤에 숨겨져 있는 도전과 용기와 모험, 그리고 애국의 정신을 독자 앞에 망라한다는 것이다.
오지윤은 「차가운 이성을 기대하며」에서 참여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 주택 정책을 담당한 김수현의 『부동산과 정치』를 다룬다. 저자는 책에 대해 네 가지 질문을 던진다. 첫째, 저자가 책에서 제시한 답은 새로운가? 둘째, 저자의 현실 진단은 타당한가? 셋째, 저자의 정책 기조는 정치적으로 포용적인가? 넷째, 저자의 정책 대안은 합리적이고 실현 가능한가? 저자는 각각의 질문에 대해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정보들을 근거로 검증하며, 이론을 제기한다. 무엇보다 저자는 주택 정책의 낭만주의, 선동주의를 벗어나 책의 견해에 대한 찬반양론, 각론에 대한 차이들이 사회에서 풍성하게 다뤄지고 이성적으로 논의되기를 촉구한다.
강예린은 「이상하고 평범한 부동산 DNA」에서 부동산으로 흥하고 망한 K-가족의 자전적 다큐멘터리인 〈버블 패밀리〉의 마민지 감독이 쓴 『나의 이상하고 평범한 부동산 가족』을 리뷰한다. 저자는 토지구획정리사업하에서 실질적 시행자로 역할한 ‘집장사’의 역할에 대해 논의하고, 아파트가 만들어 낸 한국형 중산층 문화, 그리고 그것을 이끈 여성의 역할에 대해 언급한다. 저자는 한국 사회에 부동산 거품이 중산층 가정을 피어오르게 하는 ‘이상하고 평범한’ 모습에 주목하며, 그것이 한국 사회에서 얼마나 흔한 모습인지 자문한다.
이마고 문디: 이미지로 읽는 세계
“레미 코숑은 중앙 통제부와의 대화에서
‘난 테크놀로지를 싫어한다’고 말한다.
통제부에서 두려워하는 것은
미래보다 과거를 생각하는 사람이다.”
이마고 문디에서는 독립 큐레이터이자 연구자인 현시원이 현대 영화 언어의 발전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장 뤽 고다르 감독의 영화 〈알파빌〉(1965)을 다룬다. 〈알파빌〉은 슈퍼컴퓨터 알파60이 통제하는 도시에 들어온 사립탐정 레미 코숑의 여정을 좇는다. 레미 코숑은 질문이 금지되어 있는 곳에서 끊임없이 질문하고, ‘사랑’, ‘양심’, ‘왜’라는 말이 상실된 이들 사이에서 어둠을 빛으로 바꾸는 것은 ‘시’라고 답하는 인물이다. 저자는 고다르 감독이 그리는 미래 도시의 모습이 곧 현대 사회의 이미지를 은유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나아가 인공지능과 기술 문명에 대한 질문들을 제기한다.
디자인 리뷰
“주제전이 ‘사진의 힘’에 충실했다면,
‘포토북 페스티벌’은 ‘사진책의 힘’을 다층적으로 보여 줬다.”
디자인 리뷰에서는 전가경이 「사진의 가장 끝에서, 사진책이 시작되다」라는 제목의 디자인 비평을 썼다. 저자는 지난 9월 22일 개막하여 11월 5일 40만여 명의 관람객 동원이라는 역대 최대 성과로 막을 내린 제9회 대구사진비엔날레의 부대전시 ‘포토북 페스티벌: 사진의 힘, 책이 되다’를 소개한다. 저자는 전시와의 관계에서 부속물 정도의 위치를 점했던 사진책이 다양한 방식으로 구실하며 전시와 책의 관계를 새로이 정립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며, 주제전이 ‘사진의 힘’에 충실했다면 ‘포토북 페스티벌’은 ‘사진책의 힘’을 다층적으로 보여 줬다고 평가한다.
북&메이커: 출판의 낭만과 일상
북&메이커에서는 ‘책 기자’ 이유진 《한겨레21》 선임기자가 「‘책 기자’라는 환상과 환장」이라는 제목 아래, 저자는 에디팅과 라이팅을 겸하고, 학계·출판계 현장 취재와 쏟아지는 신간 도서 리뷰 사이를 종횡무진하는 ‘책 기자’의 역할과 역경을 펼쳐낸다. 그리고 그런 책 기자로서 현장에서 지켜본 2010-2020년대 한국 출판 문화의 대표적인 흐름으로 ‘페미니즘 출판’과 ‘검열(출판계 블랙리스트)’을 꼽고, 이들을 가까이에서 관찰하고 추적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문학: 풍성한 읽을거리
문학에는 김용언과 김홍중, 송지우의 에세이 3편이 실렸다.
김용언은 「빈 책장」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 독서 편력을 되돌아본다. 어릴 적 집에 있던 언니, 오빠가 보았을 낡은 책부터 학교 도서관, 동네의 하나뿐이었던 서점까지. 저자는 어린 시절 자신의 독서 취향이 그 가운데에서 갈팡질팡하는 궤적을 담담히 회고한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 어린 시절 독서가 지금의 자신을 형성하는 데 얼마만 한 지분을 가졌을지 묻는다. 그리고 그것이 거의 전부임을, 즉 어린 시절의 독서가 마니아로, ‘잡학’을 선호하는 에디터로 계속 살아오게 한 밑거름이 되었음을 깨닫는다.
김홍중은 「마주침과 글쓰기」에서 철학자 질 들뢰즈를 따라 ‘글쓰기’의 의미를 탐색한다. 저자에 따르면, 생전에 들뢰즈는 자신이 말한 ‘주름’ 개념에 대해 종이접기를 취미로 하는 사람들과 서퍼들로부터 깊이 공감을 받고, ‘자신들이 바로 주름’이라는 반응을 접한 데 깊이 매료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철학의 바깥으로 나아가 철학이 아닌 것과 조우한 이 같은 ‘마주침’에 주목하며, 글쓰기 또한 ‘자기’를 탐구하는 것이 아닌 타자와의 마주침을 지향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즉, 글을 쓰는 것은 자기의 완성, 발견, 회복과 무관하며 본질적으로 자아의 상실에 가깝다는 것이다.
송지우는 「대담한 예술가의 발라드」에서 싱어송라이터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두 번째 앨범을 다룬 음악 에세이를 썼다. 디즈니 출신 팝스타로서의 전형적인 행보와 거리를 두면서도, Z세대 신인으로서 2020년대에 이례적인 성공 사례가 된 로드리고의 두 번째 앨범은, 뜻밖의 성공 이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의 문제에 답해야 했다. 첫 성공 이후의 결과물에 대한 중압감은 예술에서 익숙한 경험이며, 흔히들 ‘소포모어 슬럼프’를 입에 올리기 때문이다. 저자는 록과 팝펑크를 전면에 내세우며 성장기의 숱한 실수와 후회, 성장통을 솔직하게 노래한 로드리고의 담대함을 상찬한다.
“한국에도 서평 전문지가 필요하다.”
‘어떤’ 책을 ‘왜’ 읽어야 하는가? 2020년 12월 0호로 출발하여 2023년 12월, 12호에 이른 《서울리뷰오브북스》는 그 답을 서평에서 찾는다. 12인의 편집진은 오랜 토론을 거쳐서 주제와 책을 선정하고 서평을 쓴 뒤에, 이를 내부에서 돌려 읽으면서 비판을 듣고, 이를 반영해서 글을 고친다. 타인의 책을 비평하고 비판하듯이, 자신들의 글도 같은 비판의 과정을 거친다.
서평 전문 계간지 《서울리뷰오브북스》는 ‘좋은 서평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한국에도 역사와 전통이 살아 있는 서평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탄생했다. 사회학, 인류학, 경제학, 자연과학, 역사, 문학, 과학기술사, 철학, 건축학, 언어학, 정치학, 미디어 등 각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12명의 편집위원이 뜻을 모았다. 중요한 책에 대해서는 그 중요성을 제대로 짚고, 널리 알려졌지만 내용이 부실한 책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며, 주목받지 못한 책은 발굴해 소개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