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발견된 음악’ ‘나머지 음악’에서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담은 음악으로,
당신이 몰랐던 일곱 빛깔 소리의 풍경과 역사
역사로 음악을 바라보고, 다시 음악으로 역사를 통찰한다. 서울대학교와 UCLA에서 음악학을 전공하고, 세계 음악의 용광로 LA에서 비-서구인의 관점에서 음악의 세계지도를 그려온 유영민의 월드뮤직 이야기.
아르헨티나 탱고, 브라질의 보사노바, 집시의 플라멩코, 유대인의 클레즈머, 아랍의 라이, 튀르키예 아라베스크, 그리스 레베티코… 이 책은 단절되지 않고 현대화-대중화에 성공한 각 지역의 민속음악이자, 그곳 사람들의 정서와 캐릭터가 높은 밀도로 응축-재구축된 문화 콘텐츠로서 월드뮤직을 조명하고, 이를 통해 지역사-세계사의 입체적 재해석을 시도한다. 낯선 인명과 곡명이 곧잘 등장하지만, ‘스토리’가 담긴 인물-선곡과 150여 컷에 달하는 도판과 자료 덕분에 네 개 대륙에 걸친 일곱 차례의 월드뮤직 도슨트는 지루할 틈 없는 교양과 통찰의 시간이 된다.
목차
● 프롤로그 월드뮤직으로 다시 만난 세계
1부 익숙한 프레임과 결별하기: 서구 중심의 동서양 구별 짓기에 갇힌 음악
1장 그리스 음악
# 그리스는 서양일까?
# 레베티코, 현대 그리스 음악의 뿌리
2장 튀르키예 음악
# 모차르트는 왜 〈터키 행진곡〉을 작곡했을까?
# 아라베스크, 이슬람 튀르키예의 대중음악
3장 아랍 음악
# 아프리카의 이집트 음악이 왜 ‘동양’음악일까?
# 《아랍 아이돌》과 아랍의 대중음악
2부 유럽 내부의 타자, 디아스포라의 음악
4장 유대인 음악
# 서유럽 유대인의 음악은 ‘서양’음악일까?
# 클레즈머, 미국 유대인의 음악 르네상스
5장 집시 음악
# 집시는 NO, 집시 음악은 OK?
# 플라멩코, 안달루시아 집시의 외침
3부 유럽이 정복한 타자, 라틴아메리카의 음악
6장 브라질 음악
# 삼바, 슬럼가 흑인 음악에서 민족음악으로
# 삼바의 파격적 변신, 보사노바
7장 아르헨티나 음악
# 탱고, 슬럼가 포르테뇨 문화에서 민족문화로
# 탱고의 새로운 변신, 누에보 탱고
●플레이리스트
저자
유영민 (지은이)
출판사리뷰
역사가 들려주는 음악
음악이 통찰하는 역사
직접 경험하지 못한 낯선 세계(국가·민족·문화권)를 이해하는 가장 빠른 길은 그곳의 말을 익히고, 역사를 알고, 문화 콘텐츠를 즐기는 것이다. 이 중 상당한 노력과 재능이 필요한 언어 공부를 제쳐두면, 낯선 세계와 가까워지는 가장 재밌으면서 손쉬운 루트는 역사와 문화 콘텐츠를 향유하는 것이다. 역사란 그곳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기억과 캐릭터에 관한 ‘이야기’다. 그런 이야기가 음악·영화·드라마·문학·만화·스포츠 등에 적절히 스며든 문화 콘텐츠는 각광받는 상품인 동시에 그 세계를 이해하는 지름길이 된다.
지난 500년의 서세동점이 주입한 동-서양 이분법과 유튜브·넷플릭스라는 글로벌 플랫폼의 지배력 아래 전 세계의 콘텐츠가 닮은꼴로 수렴하는 가운데, 여전히 공통의 기억과 캐릭터를 간직한 채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분야가 있다. 아르헨티나 탱고, 브라질의 보사노바, 집시의 플라멩코, 유대인의 클레즈머, 아랍의 라이, 튀르키예 아라베스크, 그리스 레베티코… 이른바 월드뮤직이다. 클래식-팝으로 전개된 서구 중심의 주류 음악사는 이 음악들을 ‘변방의 음악’ ‘나머지 음악’으로 폄훼해왔다. 그러나 오늘날 월드뮤직은 단절되지 않고 현대화-대중화에 성공한 민속음악이자, 그 지역의 이야기가 높은 밀도로 응축-재구축된 문화 콘텐츠다.
월드뮤직 도슨트 유영민이 안내하는
일곱 빛깔 소리의 역사
『월드뮤직 도슨트』는 역사로 음악을 바라보고, 다시 음악으로 역사를 통찰한다. 서울대학교와 UCLA에서 음악학을 전공하고, 세계 음악의 용광로 LA에서 비-서구인의 관점에서 음악의 세계지도를 그려온 저자는 그간 음악사와 시장에서 평가받지 못했던 월드뮤직에 마땅한 자리를 부여한다. 나아가 그런 자리매김을 바탕으로 지역사-세계사의 입체적 재해석을 시도한다. 낯선 인명과 곡명이 곧잘 등장하지만, ‘스토리’가 담긴 인물-선곡과 150여 컷에 달하는 도판과 자료 덕분에 네 개 대륙에 걸친 일곱 차례의 월드뮤직 도슨트는 지루할 틈 없는 교양과 통찰의 시간이 된다.
1부 〈익숙한 프레임과 결별하기〉에서는 서구 중심의 ‘동-서양 구별 짓기’에 갇힌 그리스·튀르키예·아랍 음악의 위상을 바로 세운다. 고대 음악은 서양 음악사 족보의 꼭대기에 모셔져 있지만 그 이후는 (비잔틴-오스만 제국에 속했다는 이유로) 공백으로 남아 있던 그리스 음악의 계통을 복원하는 한편, ‘유럽 바깥’으로 평가받아온 튀르키예(오스만 제국) 음악이 모차르트-베토벤이라는 두 거물의 손에서 재탄생(〈터키 행진곡〉)되거나 튀르키예 군악대의 타악기-관악기 구성이 유럽 오케스트라로 편입되는 과정이 그것이다. 이를 통해 그리스를 서양으로, 그리스와 지리적·문화적 영토를 공유해온 튀르키예를 비-서양으로, 엄연히 남유럽-북아프리카에 자리한 아랍세계를 동양으로 고정해온 세계관이 ‘만들어진 프레임’의 산물임을 꼬집는다.
2부에서는 유럽 내부의 타자이자 ‘디아스포라 음악’인 클레즈머(유대인), 플라멩코(집시)의 성쇠를 따라간다. 3부는 유럽이 정복한 타자의 음악이며, 아스토르 피아졸라와 톰 조빙이라는 불세출의 아티스트를 배출한 탱고와 보사노바에 대한 애정 그득한 다큐멘터리다.
월드뮤직이 곧 ‘세상의 모든 음악’은 아니다. 책에서 지적하듯 이 용어의 기원에는 예의 동-서양 프레임을 그대로 좇아 ‘서구 바깥의 나머지 음악’을 팔기 좋게 포장하려는 장삿속이 숨어 있다. 그래미상 월드뮤직 부문의 초창기 수상자 대부분이 현지의 뮤지션이 아닌 월드뮤직을 샘플링하거나 피처링한 서구 음악가들이었다는 사실은 아메리카 대륙이 ‘발견된 땅’으로 서구 세계에 편입되었듯, 월드뮤직 또한 ‘발견된 음악’으로 세계 시장에 나왔다는 씁쓸한 역사의 반복을 일깨운다. 상의 명칭을 월드뮤직에서 ‘글로벌 뮤직’ 부문으로 바꾼 그래미의 행보도 그런 시선을 의식한 것일 테다. 그러나 저자는 이 모든 비판을 인정하면서도 월드뮤직이 광활한 비서구 음악 전반을 가리키는 용어로서 획득한 보편성, 집시·유대인·흑인 등 서구가 배척한 타자의 음악까지 끌어 안아온 관용성에 주목한다. 변방을 넓혀 중앙을 없애듯, ‘발견된 음악’ ‘나머지 음악’에서 출발한 월드뮤직이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담아낼 그릇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