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라’라는 이름의 고백, 그리고
좋아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자유!
작가가 소설을 써오는 동안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있다. “멜라가 무슨 뜻이에요?” 그 이름을 얻게 된 까닭을 설명하기 위해 “이렇게나 많은 이야기가 필요했다”고 작가는 고백한다. 서른둘 겨울에 처음 소설을 발표했지만, 이후 6년 동안 어디 가서 소설가라 말하기에도 민망한 집필 이력을 지닌 채 비정규직을 전전했다. 하지만 최근 1년 사이, 지난 6년간 발표한 소설을 합하고 곱한 것보다 더 많은 글을 써서 책에 실었다. 그런 그에게 유독 에세이는 감당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그 이유는 남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삶의 어떤 부분이 글에서 드러날까 두려워서이고, 다른 하나는 주목받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이다. 그는 울고 떼쓰는 아이였던 어린 시절을 보냈다. 돌이켜보면 우는 것 말고는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몰랐던 것 아닐까 생각한다. 그가 에세이를 연재하기로 선뜻 결정한 이유는 반려자인 온점의 말마따나 ‘술의 힘을 빌리지 않고’ 자신의 감정, 고민, 간밤에 꾼 악몽 같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였다. 우는 것밖에 다른 방법을 몰라 자기 얼굴을 할퀴며 울던 시절보다는 자라야 할 것 같아서, 그런 어른이 되고 싶어서, 저자는 때로 힘겹게, 때로 즐겁게 ‘그토록 안절부절못하는’ 자신만의 이야기보따리를 하나하나 풀어낸다. 하지만 그에게는 원칙이 있다. 가장 소중한 것을 바로 세우는 일이 먼저고, 글 쓰는 일은 그다음이라는 것. ‘소설을 안 써도 나는 행복하다’라는 뜻을 담은 ‘멜라’라는 이름은 그러한 토대를 무너뜨리지 말자는 저자 스스로의 다짐이다.
“기대를 내려놓는 가벼움으로, 문지르고 비비는 접촉으로,
몸과 몸이 닿았을 때 저절로 새어 나오는 웃음으로,
내가 뿌리내릴 수 있는 땅과 뻗어가고 싶은 하늘을 담은
그 이름이 있어, 나는 행복할 것이다.”
내 중심, 나의 첫 번째,
나의 가장 소중한 것들에 대한
기쁘고 충만한 멜라의 일상
그가 글을 쓰는 중요한 이유는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자유” 때문이다. 좋아하는 마음을 말할 수 없어 다른 것으로 빗대어 말하고, 말할 수 없다며 숨어버린 시간이 그로 하여금 글을 쓰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 이 책은 작가가 좋아하는 것에 관한 기록이다. 비가 그렇고, 수박이 그러하며, 클래식 협주곡이 그렇고, 남산도서관 4층 자연과학실이 그러하며, 온점 또한 그러하다. 그는 그것이(그 사람이) 왜 좋은지, 무엇이 좋은지 그 이유를 하나하나 떠올리며 그 마음을 되새기는 걸 좋아한다. 하지만 여전히 말할 수 없는 이유 또한 남아 있다고 솔직하게 고백한다.
온점은 작가와 함께 이 책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그가 함께 사는 사람. 그에게 위로가 되는 사람. 그와 삶을 함께하며 이야기를 완성해가는 사람. 글 쓰는 그에게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를 끓여주며 옆에서 격려하는 사람. 어둡고 구석진 저자의 마음을 이유나 설명으로 채근하지 않고 가볍게 뛰어넘은 사람. 소설 쓰는 사람의 문장에 마침표를 찍어주는 사람, 온점. 그가 기쁘고 충만해서 멜르는 사람. 멜르기 좋은 사람. 그런 온점이 있어 작가는 소설을 안 써도, 평생 소설가가 못 돼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온점과 뺨을 맘껏 문지르며 살아갈 수 있는 것 자체로 행복하니까.
"서툴게나마 사랑을 말하는 나의 이야기가
또 다른 사랑의 말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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