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중국 인문 기행의 일번지 ‘사천성’
『삼국지』와 보이차, 판다의 고장으로 떠나는 문화 탐방
송재소 교수의 『시와 술과 차가 있는 중국 인문 기행』 시리즈 4번째 책 사천성편이 출간되었다. 사천성(四川省, 쓰촨성)은 우리나라와 유독 멀리 떨어져 있지만 매콤한 사천요리처럼 감칠맛 나는 문화의 향기를 뿜어내는 곳이다. 『삼국지』 유비와 제갈량의 촉한이 여기 있었고, 두보가 만년에 머물렀으며, 세계 최대의 석조불상 낙산대불이 장대한 위용을 자랑하며 이곳에 서 있다. 도교의 발상지와 불교의 성지를 둘러볼 수 있고, 중국 최고의 청동기 유적 삼성퇴가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는 판다들의 고향이기도 한데, 세계 최대의 판다 번식지가 여기 있다. 한마디로 중국 인문 기행의 보물창고다.
저자는 이 책에서 단원들을 이끌고 사천성의 중요한 문화의 현장들을 둘러보며 문학과 술, 차와 인생이 있는 여행기를 써냈다. 수준 높은 인문 소양을 바탕으로 써내려간 이 기행문은 여느 관광 기록과는 차원이 다른 깊이와 유익함으로 독자를 감동시킨다. 그 과정에서 독자들은 중국문화의 다채롭고 흥미로운 매력에 빠지는 동시에, 동아시아 문명의 기초가 된 고사와 시문들을 차분히 익히고 사랑하게 될 것이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사천성 고유의 술과 차를 따로 여럿 소개해두고 있어, 여행과 풍류를 함께 즐기는 독자에게 특히 안성맞춤이다. 책 표지를 장식한 낙산대불의 장대한 풍광을 떠올리며 저자가 맛보고 즐긴 중국문화의 품격 속으로 떠나보자.
목차
책머리에
중국 기행의 일번지 사천성
수천 년의 잠에서 깬 삼성퇴 유물
중국술1: 노주노교특국 / 국교1573
천년 고찰 보광사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판다의 번식지
설도의 혼이 서린 망강루 공원
중국술2: 전흥대국
세계 과학기술사의 기적, 도강언
도교의 발상지 청성산
사마상여와 탁문군의 사랑이 깃든 문군정
중국술3: 문군주
반식민지 시대 지주계급 유씨의 장원
엄화지 공원의 역사문화유적
유비와 제갈량의 사당 무후사
중국술4: 오량액
두 임금의 사당 망총사
유서 깊은 선종총림 문수원
중국술5: 낭주
노자가 도를 전한 성지 청양궁
전촉(前蜀) 황제 왕건의 무덤 영릉
두보가 만년에 머물던 초당
중국술6: 타패주
불교의 성지 아미산
곽말약의 고향 옛집
세계 최대의 석조불상 낙산대불
소씨 삼부자와 삼소사박물관
중국차: 보이차 이야기(김남훈)
저자
송재소 (지은이)
출판사리뷰
문화수도 사천, 역사도시 성도
비할 데 없는 문화유산의 향연 속으로
사천성은 중국 서남부의 내륙에 위치한 지역으로, 상주인구 8,300만 명에 달하는 중국에서 두번째로 큰 성(省)이다. 1997년에 중경(重慶, 충칭)이 직할시로 분리되기 전에는 인구가 1억명이 훨씬 넘었다. 또한 “천하의 산수가 촉(蜀, 사천성)에 모여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수려한 산수가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구채구, 황룡, 대웅묘서식지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었고, 아미산과 낙산대불이 세계문화유산 및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중국 국가급 풍경 명승구도 15곳이나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이곳은 일찍부터 동부의 비옥한 사천 분지에서 생산되는 풍족한 물산을 자랑하며 ‘하늘의 곳간을 가진 나라〔天府之國〕’라고 불리기도 했다. 중국 문명의 핵심인 황하 유역의 중원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2,000여년간 중원과 상호작용하며 중국 문명의 또다른 중심으로 자리 잡아왔다. 그만큼 이 책에 담긴 사천성의 역사?문화 현장들은 중국은 어떤 지역과 견주어도 굵직하고 풍성하다.
이곳의 중심지 성도(成都, 청두) 시내의 대표적인 답사처로는 『삼국지연의』의 주인공인 유비의 묘와 제갈량의 사당이 있는 무후사(한소열묘), 시성(詩聖) 두보가 만년에 머물렀다는 두보초당, 저명한 여성 시인 설도의 이야기가 전하는 망강루 공원, 중국 서남지역 최대의 도교 사원인 청양궁, 역시 이 지역이 자랑하는 선종사찰인 문수원, 5대 10국 전촉 황제 왕건의 능인 영릉 등이 있다. 시내를 조금 벗어나면 역시 대규모 선종사창인 보광사가 있고, 이곳이 중국 문명에 편입되기 전에 있었던 고촉(古蜀) 왕국의 임금들의 사당인 망총사가 있다. 그리고 특히 현대에 들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이 지역의 마스코트 판다의 서식지 대웅묘 번육연구기지도 성도 외곽에 위치해 있어 항상 수많은 관광객으로 붐빈다.
성도를 벗어나 주변 지역으로 향하면 더욱 다채로운 문화유산들이 등장한다. 고촉 시대 청동기 문화가 발굴된 삼성퇴의 규모있는 박물관과 화려한 고대 유물들, 장강의 거대한 물줄기를 다스린 고대 과학기술의 기적 도강언, 도교의 발상지라고 불리는 청성산, 사천성의 문향(聞香)을 깊이 느낄 수 있는 숭주의 엄화지 역사문화지구, 중국 근대의 격동을 몸소 겪은 대지주 집안의 거대 저택인 유씨장원, 중국 고전적 낭만의 절정인 사마상여와 탁문군 이야기를 품은 문군정, 당송팔대가로 칭송받는 소씨 삼부자를 기리는 공간 삼소사, 보현보살의 성지이자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아미산, 중국 근현대 최고의 인문학자 곽말약의 옛집, 낙산시의 자랑 낙산대불까지, 사천성 기행은 끝이 없다.
차와 술, 시와 이야기가 있는 중국 탐방
여행의 길라잡이이자 대체물이 될 고품격의 기행문
한편 사천성은 중국의 명주가 가장 많이 생산되는 곳이다. 그중에서도 ‘육타금화(六朶金花, 여섯 송이 금화)’ 백주가 사천성을 대표하는데, 타패주, 오량액, 노주노교특국, 검남춘, 전흥대국, 낭주가 그것이다. 이 책에서는 검남춘을 제외한 5종과 문군주(文君酒)를 소개했다. 모두 중국 최상급의 술이다. 사천성의 차 중에서는 보이차가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책에는 보이차의 ‘고수’ 김남훈의 소개글을 따로 실었다. 요컨대 중국의 대표적인 시인과 학자 들이 대개 이곳을 거쳐갔고, 중국 정신의 뿌리가 된 불교와 도교의 핵심 성지도 이곳에 있음을 고려한다면, 사천성은 책제목대로 ‘시와 술과 차가 있는’ 중국 기행에 가장 적합한 여행지가 아닐 수 없다.
팬데믹 이후 해외여행, 특히 중국행에 나서기가 쉽지는 않은 시기다. 여러 개인적 염려도 있겠으며 각국의 여행 장벽도 한층 높아졌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움직이기를 멈추지 않는 부지런함이 우리에겐 필요하다. 이 책은 독자들이 자리를 떨고 새로운 탐방에 나서게 될 만큼 흥미로운 중국문화 이야기로 가득하다. 여건이 안 된다면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 눈길과 마음길을 밟아나가는 것만으로도 풍족한 문화 체험이 될 것이다. 사천성 여행은 그만큼 매력적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