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로드 노스본, 세계 최초로 유기농업이란 말을 퍼뜨리다!
인류와 다른 모든 생명들이 서로 의존하며 사는 지구의 정교한 생태계를 지속시키는 삶의 방식을 찾다!
로드 노스본, 세계 최초로 유기농업이란 말을 퍼뜨리고 이론을 체계화하다
『땅을 생각하다Look to the Land』는 영국의 농부, 농학 강사, 사상가, 저술가인 로드 노스본Lord Northbourne(1896~1982)이 1940년에 출간한 책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유기농업Organic Farming”이란 용어를 창안하여 지구 생태계를 파괴하는 화학농법을 탈피하고 공생과 회복의 유기농업을 제시하여 근시안적인 기계적 삶의 방식과 선명히 대조되는 생명의 삶의 방식을 모색했다.
로드 노스본으로 더 잘 알려진 월터 제임스 제4대 노스본 남작Walter James, 4th Baron Northbourne은 1차 세계대전 참전 후 옥스퍼드 대학에서 농학을 가르쳤고 짧은 기간 동안 정치 활동을 했지만, 곧 1932년부터 농사에 전념해 죽을 때까지 농부로 살았다. 그는 유기농업의 선구자인 앨버트 하워드와 루돌프 슈타이너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특히 “농장은 살아 있는 전체이며 인간은 농업을 통해 땅과 자연을 매개한다”는 슈타이너의 생명역동농학bio-dynamic agriculture 사상은 저자가 품은 농본 사상의 주춧돌이 되었다.
1940년에 발간된 『땅을 생각하다』는 근대 화학농업에 대한 비판적 흐름 속에서 탄생했다. 이 책은 1920년경부터 농부, 농학자, 생물학자, 생화학자, 영양학자, 소비자 집단 등이 제기한 화학농업 비판을 이론화하고, 소모적 농경에 반대하여 생태계를 보전하는 지속 가능한 농업에 대해 체계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인류와 다른 모든 생명이 의존하며 살고 있는 지구의 정교한 생태계를 지속시키는 삶의 방식으로서의 농업의 중요성과 이를 실천하는 농부의 소박한 위대함을 설파한다.
목차
발간사5
머리말7
제1장13
생물의 상호의존성|기계가 아닌 유기체|인간 삶의 일부인 농업|생명체인 토양|식물의 영양작용|부식토의 중요성|토양의 죽음, 침식|토양침식의 규모|토양침식의 물리적, 경제적 원인|국제 부채|경제적 비용과 생물학적 비용|속도에 대한 욕구|인구집중|영국 농업의 상태
제2장63
건강의 기준 | 건강 악화의 증거 | 위생과 예방 | 의사들 | 동식물 | 건강과 농업 | 건강에 대한 비교 연구 | 동물실험 | 온전체 식사 | 식품의 품질과 가격 | 질의 저하 | 순수성 | 왜곡된 입맛 | 풍요의 환상 | 낭비 | 되돌려주기의 규칙
제3장113
농업의 실상 | 산업적 측면은 농업의 본질이 아니다 | 농민의 보수주의 | 비옥성 경쟁과 생산성 | 농민의 개인주의와 독립성 | 고된 노동 | 살아 있는 전체로 서의 농장 | 유기농업 대 화학농업 | 자급자족과 무역 | 무역과 예술 | 아름다움과 “장소의 정신”
제4장147
자각의 필요성 | 과업의 성격 | 죽음의 힘에 맞서는 삶의 힘 | 침식의 전쟁 | 천혜의 땅 영국 | 조직과 계획 | 정부의 정책 | 민간단체 | 영국 농업 개발의 한계 | 영국에서 식량 자급의 가능성 | 영국에서 식량 자급의 필요성 | 영국에서 식량 자급의 전망 | 소모적 농경에 대한 인센티브의 제거 | 화폐는 상품이 되어서는 안 된다 | 땅은 상품이 되어서는 안 된다 | 노동은 상품이 되어서는 안 된다 | 금융의 지배
제5장193
농업의 미래 | 전문화 | 진정한 농업경제 | 소모의 과정 | 화학자와 경제학자 | 투입과 산출의 균등화 | 보존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 | 다각화 | 보존 기술 | 다각적 유기농이라는 실용적 제안 | 유통의 문제 | 땅으로의 회귀? | 도시와 농촌 | 인구분산 | 정부의 역할 | 농부의 책임 | 애덤의 저주 | 자연의 정복
부록 : 유기농업의 선구자들과 『땅을 생각하다』245
옮긴이의 말260
저자
로드 노스본 (지은이), 홍서연 (옮긴이)
출판사리뷰
자연과 인간, 인간과 비인간 생물, 신과 인간은 모두 농업을 통해 연결되어 있다
저자는 화학농업이 가져오는 막대한 해악을 꿰뚫어 보며 “유기농업 대 화학농업”이라는 구도하에 합성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고 유기물과 미생물에 의지하는 농업을 최초로 “유기농업Organic Farming”으로 명명했다. 그에 따르면 토양, 토양 미생물, 작물, 인간은 전체를 이루는 하나이며, 한 가지 요소가 병들면 전체 체계가 병들게 된다.
이를 두고 저자는 “인간의 삶은 타인들의 삶에 연결되어 있을 뿐 아니라 무수히 많은 비인간 생물의 삶에 결속되어 있다. 그들은 인간의 음식이 되고, 의복, 안식처, 도구의 재료, 쾌락을 제공한다. 인간 쪽에서도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그들의 삶에 기여한다.”고 표현한다(15쪽).
저자는 무시무시한 질병이 이미 시작되었을 뿐 아니라 나날이 심화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인간의 건강 상태, 지구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침식과 토양유실, 범람과 홍수, 사막화를 근거로 든다. 죽음의 길목에 들어선 수많은 땅이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그의 경고는 백 년 후의 후손들이 맞닥뜨릴 재앙을 몸서리쳐질 정도로 정확히 예견하고 있다.
저자에 의하면 파국을 막는 길은 농업을 혁신하고, 새로운 농업을 실천하는 땅을 변혁의 중심점으로 삼는 것이다. 중심이 회복되면 그곳의 활력으로부터 점차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으리라는 전망이다. 토지를 재정비하고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점진적 과정의 자리가 바로 농업의 자리이다.
인류에게 농업과 농부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저자는 “토양은 농사의 토대이면서 또한 인간의 육체적 삶의 토대이다. 흙은 인간 삶의 근간”이라고 주장한다(18쪽). 그리고 흙을 통해 지구의 모든 생명이 연결된다. 인류는 농사를 지음으로써 그 연결의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인류의 삶은 다른 많은 생명체의 삶에 연동되어 있으므로 인류가 잘 살지 못하면 그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다른 생명체도 잘 살 수 없다. 인류의 영양 과정이 잘못되면 다른 생물들의 영양 과정도 잘못될 것이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78쪽 참조).
그러므로 저자에게, 모든 생명을 연결하는 농업을 담당하는 농부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저자는 농부를 동물, 식물, 토양 간의 상호작용의 균형을 지키는 수호자로서 사실상 인류와 지구의 운명을 이끌어나갈 주역으로 끌어올린다. 저자는 인류 문명과 자연을 연결하는 지혜를 가진 장인이자 예술가로 받아들인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농부 스스로에게 스스로를 존중하게끔 일깨우는 텍스트로도 읽힌다.
금융 자본주의와 효율의 극대화에 대한 저자의 격렬한 비판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전망은 유기농업의 형태를 띤 새로운 농업을 자리매김하는 사상적 기초 위에 서 있다. 농업은 기계화, 표준화, 효율성 측정과 비용 계산으로 구축해야 할 산업이나 비즈니스가 아니라 독자적인 지위를 갖는 인간 삶의 본질적 활동이기 때문이다. 농업은 숫자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고 계량화를 뛰어넘어선 그 무언가에 있다. 생명이 존중받아야 한다면 농업 또한 그렇게 존중받아야 한다. 이 책은 폄훼되고 변질된 농업의 가치를 제고하고, 기계 효율성에 희생되고 있는 삶을 죽음으로부터 구해낼 방안을 찾는다.
기후 변화는 인간에 대한 자연의 승리 선언인가?
도서출판 눌민은 2023년 7월에 『대지에 입맞춤을』(조시 티켈 지음, 유기쁨 옮김)을 출간하여 기후 변화를 역전시킬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할 농업에 주목한 바 있다. 『대지에 입맞춤을』과 『땅을 생각하다』는 70년의 시차에도 불구하고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대지에 입맞춤을』에서 언급된 단일작물의 대규모 재배, 농약과 살충제의 무분별한 사용, 잡초 제거와 밭갈기로 인한 토양의 파괴와 사막화의 폐해와 그로 인한 탄소 저장 능력 상실은 물론이고 혼합작물 재배, 로컬푸드의 확산을 통한 지역사회의 재건, 유기농 퇴비의 (재)생산, 건강한 재료와 건강한 음식, 농업과 농부의 중요성이 이미 『땅을 생각하다』에서 예견되었다는 것은 놀라우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씁쓸하고 안타까운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대지에 입맞춤을』과 달리 『땅을 생각하다』에서는 기후 변화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다. 어쩌면 1940년에 기후 변화를 예측하고 탄소 격리를 주장하는 “예언자”가 있었다면 “미치광이” 취급을 받기 십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다음과 같은 말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표현한다.
“땅은, 그리고 땅이 상징하는 모든 것은, 점점 더 보통 사람들의 삶에서 분리되었고, 인간은 점점 더 불행해졌다. 현대의 금융이라는 기계가 제아무리 전능해 보여도 결국에는 자연이 승리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 승리가 오래도록 지연되고 과도한 비용을 요구한다면, 현세대와 다가올 미래의 차세대들에게는 빈약한 위안일 뿐이다.” (61쪽 참조.)
로드 노스본의 주장은 1940년이라는 시대적 한계와 영국이라는 공간적 제약으로 인해 21세기의 한국과는 어울리지 않는 점이 있다. 그러나 대도시 집중으로 인한 지방 소멸에 맞닥뜨린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농업을 통한 기후 위기의 극복, 인류와 자연의 관계에 대한 성찰, 삶의 속도에 대한 반성, 인간성의 회복 등은 우리에게 시급한 시대적 요청이기도 하다. 이러한 점에서 로드 노스본의 『땅을 생각하다』는 살아 있는 고전으로 읽힐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