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다큐멘터리 사진가이자 르포르타주 작가 이상엽,
카메라와 펜을 들고 우리 땅·우리 풍경을 담아내다
기후 위기 시대,
사진으로 보는 우리 땅 24절기
2023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우리는 절기를 마음대로 해석하며 기후변화를 애써 부정하거나 별것 아닌 것으로 치부하고 싶어한다. 기후변화를 인정하면 정말 많은 것을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성장보다는 지속을 선택해야 하고, 소비보다는 절약을 다시 배워야 한다. 우린 정말 그렇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243쪽)
목차
서문│기후가 변하니, 절기도 변했다
1월 · 대한/입춘 네덜란드 오류
2월 · 우수/경칩 우린 석탄 중독에서 벗어날까?
3월 · 춘분/청명 기후 위기에 가난은 슬프다
4월 · 곡우/입하 은어는 안녕하신가?
5월 · 소만/망종 북극곰이 고생한다
6월 · 하지/소서 섬에서 보낸 초여름 한철
7월 · 대서 길고도 긴, 찐 여름
8월 · 입추/처서 여름은 끝나지 않았다
9월 · 백로/추분 며느리는 전어를 좋아했을까?
10월 · 한로 찬 이슬에 미꾸라지는 살찌고
11월 · 상강/입동 서리에 단풍 드니 겨울 준비하자
12월 · 소설/대설/동지/소한 그 많던 제주 전복은 어디로 갔나?
후기│기후 위기 시대, 성장을 재고하자
저자
이상엽 (지은이)
출판사리뷰
111장에 담긴 우리 땅, 30년간의 한반도 기후변화
다큐멘터리 사진가이자 르포르타주 작가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이상엽 작가가 기후변화로 인해 새롭게 바뀐 24절기를 우리 땅 풍경을 담은 111장의 사진과 함께 전한다.
입춘에 폭설이 쏟아진 솔숲, 눈도 녹지 않은 1월에 봄비 같은 부슬비가 내린 가야산 해인사, 가뭄으로 말라붙은 안동호에 물을 찾아 내려온 고라니, 최근 몇 년간 축구장 80개 규모의 백사장이 유실된 강원도 해수욕장, 자연산 전복 보기가 귀해진 제주 앞바다 등 기후변화가 생생히 전해지는 듯한 사진은 물론, 맑은 산물이 흘러넘치는 섬진강 여울, 가마구지가 나른히 쉬고 있는 백령도 기암괴석, 한때 우리나라 에너지 생산의 1등 공신이었던 탄광 도시 철암, 시원하게 펼쳐진 제주도의 청보리밭, 충주호 건설로 수몰된 마을의 유적을 그대로 이전해놓은 제천 청풍문화단지, 강화도에서 바라본 북한땅, 매해 상강이면 초가지붕을 새로 잇는 고성 왕곡마을 등등 우리땅 곳곳의 풍경을 사진으로 담아 전한다.
어떠한 풍경들 앞에서는 이제는 쉽게 볼 수 없게 된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어떤 풍경들 앞에서는 우리가 언제까지고 이런 모습을 당연하다는 듯 볼 수 있을지 염려도 든다. 기후위기 시대, “성장보다는 지속을 선택”하고 “소비보다는 절약을 다시 배”우며 이 기후변화에 맞서야 하는데, “우린 정말 그렇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자연도 변했다. 수만 년 변치 않는 저 기암괴석이야 그대로겠지만, 식물과 동물의 생태가 변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괭이갈매기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텃새지만 이들이 특별한 것은 번식기에 육지 근처를 벗어나 먼 섬에 모여 알을 낳기 때문이다. 바로 홍도가 대표적인 괭이갈매기 산란처이다. 그런데 괭이갈매기들이 홍도를 찾는 시기가 점점 앞당겨지고 있다. 이유는 여럿일 텐데, 홍도 앞바다의 생태가 변하면서 먹잇감이 조금 일찍 찾아오는 탓이거나, 갈매기 자체가 기온 변화로 인해 번식기가 당겨진 탓일 수도 있다. (133쪽)
24절기, 그거 맞는 거예요?
많은 사람이 음력으로 절기를 나눈다고 생각하고 절기가 도통 맞질 않는다며 의아해하는데, 사실 24절기는 태양의 기울기를 기준으로 나눈 것이라 양력이다. 하지만 양력으로 따져봐도 뭔가 이상하다. 열대야로 잠을 잘 수가 없는데 입추라고? 왜 처서에도 모기 입이 안 비뚤어질까? 대한이 소한 집 가서 얼어 죽는다더니, 소한이 이렇게 포근해? 사실, 무언가 잘못됐다고 느끼는 사람들의 감각은 옳다. 2020년 국립기상과학원이 발간한 〈우리나라 109년(1912~2020년) 기후변화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절기는 지난 30년 전과 실제로 많이 달라졌다. 기후변화의 영향이다. 저자는 지난 30년간의 한반도 기후변화를 적용해 새롭게 바뀐 24절기를 111장의 사진과 함께 소개한다.
입추는 태양의 황도상 위치로 정한 24절기 중 열세번째 절기다. 양력으로 8월 8일이고, “여름이 지나고 가을에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절후이다. 이날부터 입동 전까지를 가을이라고 한다”지만 옛말이 됐다. 8월 초의 찜통 날씨로는 도저히 가을을 느낄 수 없다. 기상청이 100년간의 기후변화로 산출한 새로운 입추는 8월 20일이다. (173쪽)
물범은 까나리 생태계를 걱정하고, 꽃게는 전어에게 서해안을 내어주고
백령도에서는 희귀한 해양 포유류 물범을 볼 수 있는데, 최근 백령도 일대의 해수 온도 변화로 물범이 위기에 처했다. 서해와 남해의 연안해역을 중심으로 이상 고수온 현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면서 물범의 먹이인 까나리가 백령도 앞바다에 나타나는 시기가 계속 앞당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부들과 물범은 언제까지 백령도가 까나리로 넘치는 풍요로운 바다로 남을까 걱정이다. 서해안에서는 기후변화로 꽃게와 전어의 희비가 엇갈린다. 서해안 수온이 꾸준히 올라가면서 찬물을 좋아하는 꽃게는 지속적으로 조업량이 줄고, 따듯한 바다를 좋아하는 전어는 남해안에서 서해안 동해안 등지로 북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그 흔하던 은어도 생태계 환경 오염으로 이제 섬진강 정도에서나 볼 수 있게 되었는데, 그마저도 기후변화로 강의 생태계가 변하면서 더욱 보기 힘든 존재가 되었다. 은어는 자갈이 깔린 1급수에 사는데, 강수량의 변화로 강의 얕은 곳이 풀로 덮이면서 모래나 자갈이 있어야 할 부분이 식물로 덮여 하천 고유의 모습이 사라지고 있는 탓이다.
현재 우리나라 강수량은 봄에 늘고 여름에 줄었다. 이것이 어떻게 강의 생태계를 변화시키는가 하면, 육화 현상 때문이다. 강의 얕은 곳이 풀로 덮이고 종국에는 무성한 숲이 된다. 모래나 자갈, 물이 있어야 할 부분이 식물로 덮여 하천 고유의 모습이 사라지고 육상생태계로 바뀐다. 이런 식생이 과도하게 발생하면 홍수 때 물의 흐름을 방해해 큰 피해를 만들고 다시 환경을 바꾼다. 2020년 큰 홍수가 발생했던 섬진강의 경우 하천의 56%가 식생으로 덮여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면 진흙이 강의 바닥을 이루어 은어가 살 만한 환경이 아니다. (93쪽)
이 책은 양질의 콘텐츠 생산과 출판 생태계를 위해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주관한 ‘2023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에 선정된 작품이다. 이러한 지원이 없었다면 환경에 대한 문제의식과 우리 땅의 아름다움을 담은 이 책이 세상에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