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독감 팬데믹부터 코로나19 펜데믹까지
한 여자의 이야기이자 모든 여자의 이야기, 『비올레타』
“20세기를 대표하는 고전이 등장했다.” - 정희진 작가, 문학박사
“이사벨 아옌데는 비올레타의 목소리로 또다시 나의 귓가에 속삭인다.
젊은 날의 소망을 잊지 말고 끝없이 전진하라고.” - 심윤경 소설가
우리의 일상을 잔혹하게 옭아매던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2년 1월, 그 시절에 어울리는 이사벨 아옌데의 신작 소설이 한 편 출간되었다. 이 소설은 출간 후 전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는 물론 영미권 아마존에서 편집자들의 선택(Editors’ pick)을 받고 『리더스 다이제스트』을 비롯한 여러 매거진에서 ‘올해의 책’에 선정되는 등 훌륭한 성과를 거두었다. 이번에 빛소굴에서 페이지 터너 작가로 널리 사랑받고 있는 이사벨 아옌데의 걸작을 국내 초역으로 소개한다.
주인공 비올레타는 스페인 독감 팬데믹이 한창이던 1920년에 태어나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에 눈을 감은 라틴아메리카 태생 여성으로, 이사벨 아옌데는 비올레타가 헤쳐 온 한 세기를 섬세한 심리 묘사, 책을 놓지 못하게 하는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낸다.
소설은 노년의 비올레타가 카밀로에게(초반에는 카밀로가 비올레타와 어떤 관계인지 드러나지 않는다) 편지를 쓰는 형식이다. 따라서 독자는 비올레타의 영혼과 누구보다 가까이 위치하며, 그녀의 시선으로 주변 환경을 바라보고 함께 울고 웃으며 나이 들어감의 미학 혹은 한 세기를 관통하는 정치역사적 소용돌이를 정면으로 맞닥뜨리게 된다. 중남미에서 행해졌던 잔인한 탄압(콘도르 작전, ‘죽음의 비행’, 독재 정권, 통금 등)은 소설 속에서 그대로 재현된다. 등장인물들은 두 걸음 전진하면 한 걸음 뒷걸음질하는 식으로 아주 느리게 삶을 세워 나가며, 불같은 사랑을 나누고 스러져간 이들을 애도하며 하루하루를 견디어 낸다. 그럼에도 이 소설이 마냥 슬프지 않은 이유는 저자 이사벨 아옌데가 비올레타를 그 스스로 “strong and happy woman”(저자와 나눈 이메일 중)으로 정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온갖 곡절을 겪으면서도 강하고 행복한 사람으로 남아 눈을 감을 수 있다는 것. 그리하여 이 소설은 비올레타의 일대기일 뿐 아니라 저자가 현대인들에게 보내는 응원에 다름 아니다.
격동의 라틴아메리카에서 한 세기를 살아낸
비올레타의 파란만장한 사랑과 열정
이사벨 아옌데는 여성주의와 사회 현실에 대한 관심을 소설에 꾸준히 투영해 온 작가다. 이 소설에서도 마찬가지이나, 특히 주인공 비올레타의 여성주의적 인식이 발아하는 내적 동기가 더욱 자연스럽고 설득력 있게, 그리고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이 소설이 여성주의 소설의 연장이라고 할 때 그 장점은 여성주의라는 주제가 단순히 표면적인 명분과 슬로건으로 작품에 등장하는 게 아니라, 비올레타라는 인물이 자신의 삶에서 일어나는 내적, 감정적 불일치의 감지, 있는 그대로의 자기답게 살아지지 않는 딜레마 등을 점진적으로 인지해 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독자에게 읽힌다는 점이다.
그리고 비올레타가 자기 속의 고전적이고 보수적인 여성상과 고유의 인간 존재로서의 자기 발현 사이에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지각하고 그런 모순을 해소하려는 여성주의적 행동으로 나아가는 시점과, 칠레와 중남미에서 벌어지는 정치사회적 억압에 대한 인식의 시점이 거의 동시적으로 나타나는데, 이 점 또한 『비올레타』에서 주목해야 할 중요한 지점이라 할 수 있다.
이 지면에서 편집자의 개인적 소회가 조금이나마 허락된다면, 독자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다. 소설의 마지막에서 끝내 웃으시길. 어딘가에서 살아가고 있으리라 희망할 수도 없게 이미 저문 그녀의 삶이지만, 그 삶의 생생함과 드라마를 잊지 않기를. 편집을 하며 여러 차례 원고를 보았지만 매번 같은 지점에서 눈물을 흘렸고, 결말을 알면서도 이야기에 몰입하게 하는 아옌데의 소설가적 능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감동이 독자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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