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개념과 개념을 마주 세워
미술의 안팎과 그 너머를 조망하는
새로운 서양미술 감상법
“개념을 마주 세우는 일은
세상의 넓이를 가늠하고 그 세상을 끌어 담는 시도다.”
_「들어가며」에서
대립하고 영향받는 개념들을 30개의 쌍으로 묶어 다시 보는 미술사
나와 타자, 진보와 보수, 중심과 주변 같은 거대한 범주의 이분법부터 내향형과 외향형, 사고형과 감정형 등으로 성격을 유형화하는 MBTI나 ‘부먹’ ‘찍먹’처럼 일상의 흥밋거리가 되는 이분법까지,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편리한 사고방식으로서 일상에 만연해 있는 이분법은 다른 한편으로 흑백논리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위험을 무릅쓰고 미술도 두 범주로 나눠본다면 어떨까?
『아트 대 아트』는 이분법을 도입하되 피상적인 접근을 뛰어넘는다. 지은이는 미술이라는 거대한 숲을 파악하기 위해 개념과 개념을 마주 세워 비교하고 대조하는데, 이는 예술의 각 부분을 재단하거나 우열을 가리려는 것이 아니라 예술을 더 입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시도다. 지은이는 조각과 회화처럼 경쟁하는 개념, 미술과 음악같이 서로 질투하는 개념, 한때 미술사 속 격론의 중심에 놓였던 선과 색과 같은 개념 등, 60개의 개념, 30개의 쌍 사이사이를 유영하며 이분법의 모험을 감행한다. 더불어, 본문에 실린 150여 점의 컬러 도판은 비교와 대조의 효과를 한층 더 높인다. 이 책은 ‘죽음’ ‘뒷모습’ ‘모작과 위작’ 등 미술사에서 잘 조명되지 않았던 주제들을 다루며 대체 불가능한 저술 이력을 쌓아온 미술사가 이연식의 신작으로, 개념의 틈새에 질문을 던져 익숙하게 여겼던 서양미술을 새로운 눈으로 다시 보게 할 것이다.
목차
들어가며: 마주 세운 개념으로 들려주는 미술 이야기
1부 아트 대 아트
선: 회화의 기본이자 기준 vs 색: 자연을 닮은 역동성
물: 투명해서 아름다운 수성 vs 기름: 시대에 따라 변화한 유성
규범: 미술사를 이끈 전통 vs 일탈: 전통을 깬 혁신
완성: 창작 의도의 충실한 구현 vs 미완성: 작품의 완성은 수용자
열정: 충동과 격정의 표현 vs 냉정: 이상과 이성의 조율
왼쪽: 사악함과 세속성 vs 오른쪽: 선함과 고귀함
균형: 시각적 안정감 vs 역동: 무한 상상 가능성
창조: 하늘 아래 새로운 것 vs 모방: 흉내내고 훔치고 복제하고
미술: 언어로 포착할 수 없는 미지의 아름다움 vs 문학: 걸작에 신비를 더한 언어의 마술
미술: 오래도록 살아남아 전해지는 예술 vs 음악: 감정을 뒤흔드는 궁극의 예술
2부 아트 밖 아트
회화: 삼차원을 이차원으로 만드는 눈속임 vs 조각: 부피와 촉감을 가진 진실한 예술
청년: 도전과 패기로 반짝이는 vs 노년: 성숙과 안정이 주는 편안함
창작자: 기술에서 독창성으로 vs 이론가: 평가에서 해석으로
귀족: 예술을 이끌고 살찌운 계급 vs 민중: 예술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
그리스: 로마의 예술적 스승 vs 로마: 그리스 예술의 전달자
중세: 어둡지만은 않았던 천년의 예술 vs 르네상스: 형식이 가린 순수함과 활력
구교: 이미지에 깃든 신성을 경배하다 vs 신교: 성상 없이 신에게 직접 다가가다
구세계: 화려한 전통을 내세운 과거의 유산 vs 신세계: 새로움을 포용하는 제국의 예술
북유럽: 차분하고 체계적인 vs 남유럽: 열정적이고 무질서한
고전주의: 문화와 예술의 모범을 따르다 vs 낭만주의: 자연과 내면의 힘을 표현하다
3부 아트 너머 아트
천재: 일찍이 꽃피는 타고난 재능 vs 노력: 비범한 태도가 낳은 성취
예술가: 불멸의 베아트리체를 찾는 자 vs 뮤즈: 예술과 사생활 사이에 갇힌 자
여성 미술가: 왜 위대한 여성 미술가는 없었는가 vs 남성 미술가: 왜 천재 미술가는 모두 남성인가
상업주의: 사업가로서의 예술가 vs 작가주의: 예술가로서의 예술가
예술가: 후원받는 기술자에서 팬을 거느린 스타로 vs 후원자: 귀족 가문에서 신흥 부르주아로
글: 의미를 확정하는 글자 vs 그림: 행간을 확장하는 이미지
순수미술: 영감으로 탄생한 고유한 예술 vs 응용미술: 대중을 위한 실용적인 예술
동양화: 문인들의 고상한 취미 vs 서양화: 사회와 사상의 반영물
순간: 상황에 따라 변하는 예술 vs 영원: 박물관에 오랫동안 남는 예술
심오함: 쉽게 파악할 수 없는 vs 피상성: 단번에 느끼고 아는
참고 문헌
저자
이연식 (지은이)
출판사리뷰
비교?대조를 통해 더 넓은 이해로 나아가는 미술 이야기
이 책은 크게 열 쌍씩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아트 대 아트」에서는 작품을 이루는 내적인 개념들을, 2부 「아트 밖 아트」에서는 개별 작품이라는 단위 바깥에서 거론되는 미술사의 개념들을, 3부 「아트 너머 아트」에서는 미술사의 경계 너머까지 생각을 이끄는 주제들을 묶었다. 비교하고 대조하며 확장하는 서른 쌍의 ‘아트 대 아트’ 중 일부를 소개한다.
“지루함이 없으면 즐거움도 없는 법” - 열정 vs 냉정
열정에 사로잡혀 붓을 휘두르거나 극도의 완벽주의적 성향으로 완성된 작품을 부수는 등, 예술가는 넘치는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해 기행까지 저지르는 인물로 종종 묘사되어왔다. 서양에서는 스스로 자신의 왼쪽 귀를 자른 반 고흐와 매일 술에 취해 그림을 그렸던 베이컨이, 조선에서는 금강산 구룡연에 몸을 던진 최북과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행동했던 장승업이 그 예다. 하지만 이것은 예술가의 특징 중 극히 일부일 뿐, 그들에게 열정과 냉정은 분리된 것이 아니며 “작품활동에는 번뜩이는 영감과 벽돌 쌓기와도 같은 지난한 노력”이 모두 필요하다. 결국, 예술가가 품은 열정과 냉정은 모두 작품에 투영되고, 저마다의 온도로 관람자의 마음에 닿는 것이 아닐까.
중세의 토양에서 자라난 르네상스 - 중세 vs 르네상스
미술사에서 흔히 중세를 ‘암흑시대’, 르네상스는 ‘광명의 시대’라고 말한다. 하지만 중세미술을 살펴보면 성당과 수도원을 중심으로 나타난 로마네스크미술, 고딕미술, 국제 고딕 양식 등 다양한 스타일이 르네상스로 나아가는 데에 중요한 가교 역할을 했고, 중세가 끝나갈 무렵인 14~15세기에 활동한 화가 조토의 존재는 중세와 르네상스가 단절되어 있지 않았음을 방증한다. 게다가 중세미술은 뒤이어 나타난 ‘광명’에 가려져 있지 않았는데, 19세기 초 ‘라파엘전파’가 중세미술과 초기 르네상스미술의 진솔함과 단순함을 칭송하며 그 양식을 계승하고자 한 것이다. 이렇게 중세와 르네상스를 암흑과 광명으로 가를 수 없는 것처럼, 미술사의 마디마디를 칼같이 구분할 수 없다는 점 또한 미술을 이해하는 중요한 특징이다.
‘동양’이 일컫는 곳은 어디일까 - 동양화 vs 서양화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의 원제가 ‘미술 이야기’라는 것을 아는가? 이러한 명명에는 서양을 세계의 중심으로 보는 서양인의 시선이 은연중에 깔려 있다. 반면 한국에서 한국화를 일컫는 데 사용하는 ‘동양화’라는 명칭에도 한국의 미술작품을 ‘서양화’에 견주어 인식하려는 사고가 엿보인다. 게다가 한국의 동양화는 대개 문인들의 산수화인 남종화를 뜻해, ‘동양화’는 동양미술의 극히 일부만을 포함할 뿐이다. ‘서양화’와 ‘동양화’라는 용어의 예처럼, 특정 미술 분야를 일컫는 명칭에는 당대인의 세계관이 밀접하게 개입되어 있다. 그런 점에서 미술사에서 통용되는 용어의 함의를 다시 살펴보는 것 또한 그림 보는 시야를 확장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두 개념 사이를 경쾌하게 넘나드는 미술 감상법
이 책의 궁극적인 목적은 비교와 대조, 그 자체가 아니라 미술을 보는 시야의 확장이다. 책에서 두 개념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파악한 독자들은 예술이라는 세계를 촘촘히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요소들이 어떻게 균형을 유지하고 긴장을 빚어내며 미술을 발전시켜왔는지 알게 될 것이다. 지은이가 제시하는 선과 색, 규범과 일탈, 창조와 모방, 상업주의와 작가주의, 순수미술과 응용미술, 심오함과 피상성 등의 개념 역시 지금의 미술을 구성하는 중요한 단면들이며, 이러한 면들 사이의 모호한 경계에서 발생한 질문들 덕분에 미술은 수천 년 동안 인류의 호기심을 사로잡으며 확장될 수 있었다. 『아트 대 아트』는 독자의 지적 호기심과 상상력을 한껏 자극하고, 더 나아가 자신만의 ‘아트 대 아트’를 프레임 삼아 보다 더 적극적으로 예술을 감상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 ‘이분법’과 경계 가로지르기에 정답은 없다. 낯선 그림 앞에서 오히려 모험심이 동하는 이들에게 이 책이 제안하는 감상법은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어떤 빛 아래에서, 어느 위치에서, 어떤 배경지식을 가지고,
어떤 신체 조건으로 보고 있느냐에 따라 그 모습도 달라지고 의미도 달라진다.
우리는 같은 작품을 보고 있다고 해도 다른 것을 보고 있는 것이다.”
--- 「순간 vs 영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