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인간이 아니라 자연에게도 법적 권리가 있는가
나무와 돌고래, 숲과 강은 어떻게 법적·정치적 주체가 되는가
동식물과 자연이 참여하는 새 정치체제와 거버넌스는 가능한가
“우리는 지구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자연에 권리를 부여하고 공동체의 의사 결정에 자연을 참여시키기 위한 철학과 방법론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한다.” _강금실, 「총서를 내며」에서
문학과지성사와 재단법인 ‘지구와사람’이 새로운 지구법학 총서 〈지구와사람〉을 선보인다. 〈지구와사람〉은 인간과 비인간을 아우르는 대안적 시스템, 법, 정치, 문화로서 지구법학과 바이오크라시를 소개한다. 지구 공동체 모든 구성원의 안녕을 보장하는 법을 탐구하는 한편, 비인간 존재의 대표들이 함께 정치에 참여하고 협의하는 지구 중심주의의 가능성을 타진한다.
〈지구와사람〉 총서를 여는 첫 책으로 『지구법학─자연의 권리선언과 정치 참여』가 출간되었다. 지구법학은 인간뿐만 아니라 지구 생명체들에게도 법인격을 부여하는 법사상 혹은 법률 체계의 학문이다. 자연의 권리를 근거 짓는 철학적 사유는 물론, 제주 남방큰돌고래나 석호, 국립공원과 같은 구체적 대상에 대한 실정법을 제정하는 등의 실천 행위까지 아우른다. 지구법학의 핵심 전제는 지구 행성을 구성하는 모든 생명이 그 자체로 존엄성과 권리를 갖는다는 것이다. 이미 뉴질랜드와 파나마, 에콰도르, 스페인 등지에서는 지구법학의 정신을 헌법이나 법률 조항 혹은 조례에 담아 적용하고 있으며, 최근 한국에서도 제주도가 남방큰돌고래에게 법인격을 부여해 보호받을 권리를 구체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으면서 지구법학적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지구법학은 인간 너머 존재자들의 법적 권리뿐만 아니라, 이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정치체제를 함께 탐구한다. 즉 이들의 권리를 법과 거버넌스 체제로 정착시키기 위한 사회과학으로서, 환경법학과 법철학, 정치학, 사회학 등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가 만들어져왔다. 사회학자 김왕배(연세대)가 엮은 『지구법학』은 이처럼 다양한 학문 배경을 지닌 이들이 모여 지구법학을 연구하고 확산하는 데 힘써온 ‘지구법학회’의 첫 결과물로서, 지구법학을 둘러싼 10편의 국내 연구 성과를 소개한다.
목차
총서를 내며 │ 강금실
서문 ‘인간 너머’ 자연의 권리와 지구법학 │ 김왕배
1부 지구법학의 이론과 전개
인류세에서 지구 공동체를 위한 지구법학 │ 박태현
지구법학 관점에서 한국 헌법의 해석론 │ 오동석
지구법학과 사유재산권 │ 정준영
2부 인간 너머의 정치, 바이오크라시를 향하여
‘비인간 존재’에 대한 사유와 정치의 재구성 │ 김왕배
민주주의의 실패를 넘어 바이오크라시로 │ 안병진
3부 한국 사회의 사례들─실험과 도전
한국의 외래종 관리와 존재론적 질문들 │ 김준수
동물의 법적 지위에 관한 민법 개정 논의의 평가와 과제 │ 최정호
제주 남방큰돌고래는 법인격을 가질 수 없는가 │ 박태현
나가며 과제와 전망 │ 김왕배
참고문헌
필자 소개
저자
지구법학회 (지은이), 김왕배 (엮은이)
출판사리뷰
이 책은 총 3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지구법학의 이론과 전개」에서 세 필자는 지구법학의 기본 개념을 개괄한다. 먼저 박태현(강원대 법전원 교수, 환경법학)은 현재 우리가 지구적 차원의 법철학을 말해야 하는 까닭으로 ‘인류세’라는 시대적 배경을 짚은 뒤에 지구법학의 내용과 법적 의미를 살펴본다. 오동석(아주대 법전원 교수, 헌법학)은 한국 헌법의 여러 개별 조문을 지구법학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헌법이 터 잡은 현실의 토대 위에서 객관적 헌법 해석을 수행한다. 정준영(서울대 법학과 박사 과정, 법철학)은 특히 인간만을 주체로 두고 자연은 객체로 한정하는 사유재산권 체제를 문제 삼는 지구법학을 통해 사유재산권 제도가 어떤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는지를 논한다. 사유재산권의 정당화 근거를 제시하는 주요 논의를 살펴보고, 그 변화를 모색할 수 있는 몇 가지 가능성을 검토한다.
2부 「인간 너머의 정치, 바이오크라시를 향하여」는 생명주의 정치체제로서 ‘바이오크라시’를 소개한다. 김왕배는 먼저 비교적 최근 새로운 사회 이론의 패러다임으로 주목받고 있는 탈인간중심주의적 견해들을 살펴보면서, ‘비인간’이 하나의 행위주체로 자리매김한다면 그 사회와 정치는 어떠한 것이 되어야 하는지를 논의한다. 한편 안병진(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 정치학)은 ‘민주주의는 우리가 마주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가’를 물으며 국가 권력을 입법, 사법, 행정부로 나누어 서로 견제하게 한 대의민주주의 모델의 한계를 짚는 한편, 그 대안으로서 지구와 인간의 공존을 추구하는 바이오크라시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3부 「한국 사회의 사례들─실험과 도전」은 한국 사회에서 지구법학적 관점이 적용될 수 있는 사례들을 살핀다. 먼저 김준수(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박사 수료, 정치생태학)는 2020년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된 붉은가재Procambarus clarkii의 사례를 통해, 영토 내에서 토착종을 보호하고 외래종을 퇴치·제거하는 국민국가의 생명 안보biosecurity 작동 방식을 살펴본다. 이로써 인간중심주의적인 생명 안보 지식 생산과 정책 수행 과정에 대한 성찰을 요구한다. 최정호(서울대 빅데이터 혁신융합대학 사업단 연구교수, 헌법학)는 2021년 10월 한국 정부가 제출한 ‘민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통해 한국 사회에서 논의가 본격화된, 동물의 법적 지위에 대한 논의를 살펴본다. 비슷한 시기에 제출된 여러 법률안의 내용을 확인하고 이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아울러 고찰한 뒤, 유사 입법례로서 독일과 스위스의 논의를 통해 시사점을 도출한다. 박태현은 최근 한국에서도 논의가 본격화하는 남방큰돌고래의 법인격 부여에 대해, 특정 생물 종이나 생태계, 넓게는 자연 전체를 권리주체로 인정하는 해외 입법례, 예를 들어 바다거북의 권리주체성을 인정한 파나마의 사례(2023), 테우레웨라 국립공원의 법인격을 인정한 뉴질랜드 테우레웨라법(2014) 등을 소개한다. 그 후 현행 법체계 내에서 제주 남방큰돌고래를 생태법인으로 창설하는 방안들을 검토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