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지구가 불탄다고 화성으로 떠날 건 아니잖아요?
이 땅에 발붙이고 살고 싶은 여성들이
기후위기시대에 지구를 돌보는 법
여성환경연대 부설 에코페미니즘 연구센터 달과나무의 신간 『우리는 지구를 떠나지 않는다: 죽어가는 행성에서 에코페미니스트로 살기』가 출간되었다. 경제성장의 가치로 무장하고 달려온 한국사회에서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며 에코페미니즘을 연구하고 실천해온 지은이 15인의 이야기를 한데 모았다. 2023년 7월 유엔 사무총장은 ‘지구온난화’의 종식을 선포했다. 지구를 위협하던 기후위기가 해결되었다는 뜻은 아니다. 이제는 지구가 데워지는 것을 넘어 불타오르는 ‘지구가열화’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의미다. 자본주의, 성장주의, 인간중심주의가 초래한 기후위기의 시대 앞에서 지은이들은 묻는다. 지구가 망가졌다면, 지구를 버리고 우주로 떠나는 것이 답일까? 지구를 살 만한 곳으로 다시 되돌릴 방법은 없을까? 모든 생명이 공존할 수 있고 기후정의와 젠더정의가 실현된 지구, 그런 지구를 만들기 위해 지은이들이 제시하는 획기적인 전환책은 바로 에코페미니즘이다. 이 책은 한국의 전환 담론장에 아직 낯선 에코페미니즘을 소개하는 입문서이자, 내가 발붙이고 살아가는 ‘지금, 여기’에서 변화를 이끌어내는 방법을 알려주는 실천 안내서로, 기후우울증에 굴복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독자들에게 희망적인 미래상을 제공한다.
목차
에코페미니스트의 다짐
여는 글
1부 기후위기시대 에코페미니즘
김현미: 우리는 우주로 떠나지 않는다
박혜영: 우리 삶은 왜 외롭고 취약해졌는가?
김은희: 불타는 지구에서 페미니스트로 얽혀 살기
정은아: 정의로운 전환을 탈성장 돌봄사회로 이끌기
2부 흙과 자급의 기쁨
나희덕: 인류세의 퇴적물과 흙의 시학
김신효정: 땅에서 시작되는 여성소농운동
김혜련: 자급하는 삶과 몸의 기쁨
강지연: 도시농업이 이끄는 생태전환
3부 몸의 안팎을 통과하기
유서연: 여성의 시간 동물의 시간
이안소영: 월경을 통해 지구와 공생하기
황선애: 트랜스 경험과 퀴어 상상력
이미숙: 『모비-딕』의 고래와 여성의 몸
4부 인간과 비인간의 얽힘
장우주: 비인간 존재에 응답하는 돌봄
이현재: 고양이와 함께 되기
홍자경: 도시에서 새의 삶과 죽음을 알아보고 응답하기
지은이 소개
주
저자
에코페미니즘 연구센터 달과나무 (지은이)
출판사리뷰
반다나 시바의 뒤를 잇는 한국형 에코페미니스트들의 등장
이제는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때가 왔다
이 책은 에코페미니즘 연구센터 달과나무의 연구자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생태주의와 여성주의의 결합을 이론화하고 삶 속에 체화한 이야기를 담은 이론서이자 증언집이다. 1부 「기후위기시대 에코페미니즘」에서는 연구자 김현미·박혜영·김은희·정은아가 인류세의 위기에서 에코페미니즘이 갖는 담론적 가치를 발견하고 정치적 전환을 위한 연대를 촉구한다. 2부 「흙과 자급의 기쁨」에서는 땅과 여성의 연결성을 실마리 삼아 에코페미니스트로서의 삶을 정의하고, 도시-지역의 풀뿌리 여성소농운동 현황을 알림으로써 자급적 삶의 형태를 제안한다. 나희덕·김신효정·김혜련·강지연이 시를 짓고 연구하고 농사짓는 실천적인 이야기를 담았다. 3부 「몸의 안팎을 횡단하기」에서는 유서연·이안소영·황선애·이미숙이 생산성과 돌봄 등 여성의 신체를 관통하는 화두를 다루며, 여성, 자연, 소수자를 착취해온 가부장적 자본주의의 파행을 비판하고 해방을 위한 사상적 전환을 도모한다. 마지막 4부 「인간과 비인간의 얽힘」에서는 장우주·이현재·홍자경이 종간 상호연결성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비인간 존재의 권리를 위해 활동하는 여성들을 조명하며, 멸종위기에서 지구를 구할 수 있는 ‘돌봄’의 대안적 가치를 발견한다.
마리아 미스와 반다나 시바가 『에코페미니즘』을 출간한 지 20년이 훌쩍 넘었지만 지구는 결코 더 살 만해지지 않았다. 팬데믹이 세계를 덮쳤고 한반도에는 열대 폭우가 쏟아진다. 비대면 격리사회를 만들고 집 안에 안전히 머무는 것이 답일까? 화성 기지로 떠나면 될까? 그럴 리 없다. 총체적 기후재난과 무력한 정치 앞에서 한국여성들이 외친다. 그래도 우리는 결코 지구를 떠나지 않겠노라고, 지금 바로 여기에서 전환을 이루겠노라고. 이제는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때가 왔다.
거대자본의 식민주의적 기후위기 해법에 반대하며
오늘도 지구에 한그루 복숭아나무를 심는다
화성 여행 하루에는 5억원이 들 것이라고 한다. 경제선진국의 자본가들은 마치 우주식민지 건설을 지구가열화시대의 타개책인 것처럼 홍보하지만, 기후재난을 피해 지구를 떠날 기회도 모두에게 평등하지 않다. 생태주의와 여성주의의 결합은 여성을 억압해온 가부장제의 역사와, 비인간 존재와 환경을 착취해온 자본주의의 역사가 궤를 같이한다는 발견에서 비롯되었다. 소수자를 고려하지 않는 표준으로 만들어진 현대의 과학은 여성들이 몸소 체험하고 이야기해온 일회용 생리대의 유독성을 묵과했다. 비인간 존재를 배제하는 현대의 도시는 무수한 새들이 투명한 유리창에 충돌해 죽도록 설계됐다. 지은이들은 동물생체실험에 반대하며 모든 생물종과의 연대를 지향한 1세대 페미니스트들의 정신을 기억하며, 인간과 비인간이 서로 돌보고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어내고자 한다. 그렇기 때문에 달과나무의 에코페미니스트들은 우주선에 오르는 대신 오늘도 유리창에 새를 살려줄 스티커를 붙이고, 탄소를 흡수해줄 한그루 복숭아나무를 심는다.
지은이들은 에코페미니즘 운동이 정치, 예술, 농업, 돌봄 등 여러 분야를 횡단하며 혁명적 전환을 이룰 수 있다는 가능성을 체험담을 통해 제시한다. 전문가주의적인 담론 논의에 그치지 않고 활동가들이 오랜 시간 실제로 시행해온 삶의 방식을 보여주고자 했다. 독자들이 이 책을 읽으며 얻은 지식과 영감을 행동의 씨앗으로 삼아 “‘행동하는 에코페미니스트 기후시민’이 될 수 있기를, 지구를 다정하게 돌보고 곁에 있는 이들의 우정을 북돋우며 인간 너머 존재들에게도 응답하는 이웃이 될 수 있기를”(7면) 바라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지구를 떠나지 않겠다는 단호함과, 서로를 돌보고자 하는 다정함을 동시에 전하는 에코페미니스트들의 ‘말 걸기’이기도 하다. 생존에 여념이 없는 각자도생의 한국사회에서 희망의 빛을 원하는 독자들에게 큰 위로와 용기를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