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그동안 우리는 1980년대를 지나치게
‘격변과 해방의 서사’나 ‘민중지식인’ 중심으로 써 온 것은 아닐까?
우리에게 1980년대란 무엇일까? 이는 ‘지금 여기에서 80년대를 어떻게 기억할까?’와 같은 질문이다. 80년대를 기억하는 방식은 개인마다 기록자마다 다르겠지만, 대체로 광주항쟁이 싹을 틔우고 6월항쟁으로 열매를 맺은 ‘민주화’의 시대로 기억한다. 하지만 그러한 정치적 주제의 중요성 때문에 이 시기에 관한 연구는 주로 ‘격변과 해방의 서사’에 집중했고, 그 결과 당대의 복잡하고 모순된 모습을 살피는 데는 미흡했다. 그리고 정치적 변동에 주목하다 보니 경제 발전, 사회 변화, 새로운 미디어와 테크놀로지의 유입, 그리고 그를 통해 발전한 문화 형태 등의 주제는 소외되었다. 또한 민주화의 주체로서 민중지식인에 주목함으로써 노동자, 여성, 일반 시민, 비주류 예술가처럼 함께 동시대를 만든 집단을 소홀히 다루었다. 그 결과 1980년대는 한국사에서 이념으로 가득 찬 위기의 시대로 분류되어, 세계화와 포스트 민주주의로 설명되는 이후 시대와는 사회적·문화적으로 아무 연관성이 없는 이례적인 시대로 여겨졌다. 이에 환멸을 느낀 진보주의자들과 보수주의자들 양측 모두 여러 층위에서 1980년대를 “불연속 체제”로 보았다. 《민중의 시대》는 노동자, 여성, 일반 시민, 비주류 예술가의 눈으로 1980년대 문화를 새롭게 보려는 적극적 시도이다.
목차
한국어판 감사의 말
들어가며 | 박선영
I부 1980년대 한국의 역사와 기억
1장 1980년대에 대한 사회적 기억: 불연속 체제의 해부 |이남희
2장 목적론을 부르는 시대: 역사 서술로 본 1980년대 | 황경문
2부 초국가주의
3장 반제국주의적 초근대로서의 1980년대 | 김재용
4장 냉전 말 정치 여행: 오스트레일리아와 남·북한의 국제 학생 교류 | 루스 배러클러프
5장 민중미술의 해외 전시: 냉전의 끝 무렵 도쿄, 뉴욕, 그리고 평양으로 | 이솔
3부. 신노동 문화
6장 그 많던 ‘외치는 돌멩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1980-90년대 노동자문학회와 노동자 문학 | 천정환
7장 대중음악사의 맥락에서 본 민중가요 | 김창남
4부 상호교차성 페미니즘
8장 빛나는 성좌: 1980년대 남한에서 여성해방문학의 탄생과 의미 | 이혜령
9장 제3세계 연대체 퀴어링하기: 1980년대 초 한국문학과 영화 속 흑인 여성들 | 어경희
5부 대중문화
10장 진보와 퇴행 사이: 역진하는 영화, ‘에로방화’ | 이윤종
11장 호혜의 시너지: 1980년대 한국 SF와 민주화운동 | 박선영
나가며| 이진경
주+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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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저자
김재용, 김창남, 루스 배러클러프, 박선영, 어경희, 이남희, 이솔, 이윤종, 이진경, 이혜령, 천정환, 황경문 (지은이), 박종우 (옮긴이)
출판사리뷰
1980년대를 이야기하다
가톨릭노동청년회, 강대선, 강석경, 고정희, 『공장의 불빛』, 광주항쟁, 구로동맹파업, 국가보안법,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권인숙, 〈기계전사 109〉, 김명인, 김민기, 김세진, 김정헌, 김진숙, 김진엽, 김한수, 〈깊고 푸른 밤〉, 〈낮과 꿈〉,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 『노동의 새벽』, 노동자대투쟁, 〈노동해방도〉, 노래를찾는사람들(노찾사), 노학연대, 『또 하나의 문화』, 〈무릎과 무릎 사이〉, 민족미술협의회(민미협), 〈민족해방운동사〉, 민주화운동청년연합(민청련), 민중가수, 『민중문화와 제3세계』, 박노해, 박완서, 박종철, 백낙청, 브루스 커밍스, 『비명을 찾아서』, 삼청교육대, 〈서울무지개〉, 서울올림픽, 석정남, 성완경, 세계청년학생축전, 『숲속의 방』, 신순애, 안미옥, 안병욱, 〈애마부인〉, 야학, 『어느 돌멩이의 외침』, 『어느 청년 노동자의 삶과 죽음: 전태일 평전』, 〈어우동〉, 〈엠마뉴엘〉, 『여성』, 『여성운동과 문학』, 여성의전화, 여성평우회(평우회), 〈여인 잔혹사 물레야 물레야〉, 영등포산업선교회, 운동(권)가요, 윤정모, 이문열, 이한열, 인순이, 일본·아시아·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 미술가 회의(JAALA), 장영선, 재일조선인총련합회(총련), 〈저문 날의 삽화〉,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전국노동조합협의회(전노협), 전태일, 정인화, 정태춘, 〈제3세계와 우리〉, 『제3세계의 이해』, 조영래, 조정래, 조혜정, 주체사상, 채광석, 천성호, 최병수, 〈칠수와 만수〉, 카세트테이프, 『태백산맥』, 〈터미네이터〉 , 프롤레타리아의 밤, 『하얀 전쟁』, 학출,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KSCF), 〈한열이를 살려내라!〉, 『핵충이 나타났다』, 현기영, 황석영, 〈흑녀〉, 3S 정책, 6월항쟁.
이 책에 등장하는 1980년대의 낱말들이다. 『민중의 시대』는 이 낱말들에 관한 이야기다.
그동안 우리는 1980년대를 지나치게
‘격변과 해방의 서사’나 ‘민중지식인’ 중심으로 써 온 것은 아닐까? 우리에게 1980년대란 무엇일까? 이는 ‘지금 여기에서 80년대를 어떻게 기억할까?’와 같은 질문이다. 80년대를 기억하는 방식은 개인마다 기록자마다 시대마다 다르겠지만, 대체로 광주항쟁이 싹을 틔우고 6월항쟁으로 열매를 맺은 ‘민주화’의 시대로 기억한다. 하지만 그러한 정치적 주제의 중요성 때문에 이 시기에 관한 연구는 주로 ‘격변과 해방의 서사’에 집중했고, 그 결과 당대의 복잡하고 모순된 모습을 살피는 데는 미흡했다. 그리고 정치적 변동에 주목하다 보니 경제 발전, 사회 변화, 새로운 미디어와 테크놀로지의 유입, 그리고 그를 통해 발전한 문화 형태 등의 주제는 소외되었다. 또한 민주화의 주체로서 민중지식인에 주목함으로써 노동자, 여성, 일반 시민, 비주류 예술가처럼 함께 동시대를 만든 집단을 소홀히 다루었다. 그 결과 1980년대는 한국사에서 이념으로 가득 찬 위기의 시대로 분류되어, 세계화와 포스트 민주주의로 설명되는 이후 시대와는 사회적·문화적으로 아무 연관성이 없는 이례적인 시대로 여겨졌다. 이에 환멸을 느낀 진보주의자들과 보수주의자들 양측 모두 여러 층위에서 1980년대를 “불연속 체제”로 보았다.
『민중의 시대』는 노동자, 여성, 일반 시민, 비주류 예술가의 눈으로 1980년대 문화를 새롭게 보려는 적극적 시도이다.
왜, 하필 1980년대인가? _ 아래로부터의 글쓰기
그렇다면, 강산이 세 번이나 바뀌고 민주화가 이미 ‘이룩’된 지금 1980년대를 왜 이야기하는가? 한마디로 1980년의 앞과 뒤, 곧 70년대와 90년대를 ‘잇기’ 위해서고, 이 잇기를 통해 ‘지금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없을까?’를 되돌아보기 위해서다. 『민중 만들기』를 쓴 이남희가 1장에서 80년대 이후 386세대와 뉴라이트의 출현을 ‘불연속 체제-완결된 80년대’로부터 찾는 분석은 의미심장하다. 이를 두고 황경문은 2장에서 1980년대를 “목적론을 부르는 시대”로 의미화한다.
이러한 성찰을 위해 12명의 저자들이 사용하는 방법은 ‘아래로부터의 글쓰기’다. 이 글쓰기의 ‘아래’에 위치한 사람들은 바로 노동자, 여성, 일반 시민, 비주류 예술가이다. 『여공 문학』의 저자 루스 베러클러프는 4장에서 지금까지 거의 공개되지 않았던 국제 여행의 경로와 오스트레일리아, 남한, 북한, 그 외 여러 곳에 있는 진보적 기독교 조직 간의 네트워크를 조망하며, 이솔의 5장은 1986~1989년에 일본, 미국, 북한에서 열린 민중미술 전시회를 논평하는 보기 드문 글이다. 그리고 공장과 노동 단체의 자료를 바탕으로 쓴 천정환의 6장은 1970~1990년대에 노동자들이 쓴 문학에 관한 획기적인 연구이다. 천정환이 주장하듯이 이 시기는 산업 노동자와 대학생운동가의 동맹으로 특징지을 수 있는데, 이 동맹에서 이루어진 노동자 문학운도은 한국 문화계에 큰 영향을 주었다. 또한 9장에서 이혜령은 1980년대 여성의 사회·문화적 운동을 종합적이고 광범위하게 개관하면서 1980년대를 한국의 여성 문학이 거듭난 시기(여류 문학-〉여성해방문학)로 규정하며, 어경희의 9장은 1980년대를 베트남전 소설, 기지촌 문학, 에로영화라는 다양한 장르를 가로질러 등장했던 미국 흑인 여성과 동남아 여성을 통찰력 있게 분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