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11월, 2023년 ‘봄 작가, 겨울 무대’ 희곡집이 출간된다. ‘봄 작가, 겨울 무대’는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의 작가 지원 프로젝트다. 신춘문예를 통해 역량을 인정받은 신진 작가들에게 신작 장막 희곡 집필과 무대화 과정을 통해 희곡을 완성할 기회를 제공한다. 지난 8월 낭독공연으로 처음 관객과 만난 9편의 희곡이 수정과 보완을 거쳐 희곡집에 수록되었다.
여성성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부터 기후, 학교, 가족, 소통, 존재, 관계의 의미를 성찰한 작품들까지 주제의 범위가 폭넓다. 한국적 상황을 반영한 소재들이 다양한 관점, 참신한 표현을 통해 보편적 주제를 전한다는 점은 9편의 공통된 특징이다. 작품에서 드러나는 더 날카로운 문제의식, 더 섬세한 시선, 더 대담한 표현, 독창적인 관점은 신진 작가들의 다음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든다.
목차
제로쉴드제로 / 이예본
작은 집을 불태우는 일 / 임선영
카운팅 / 윤소정
계단 / 조한빈
등산하는 아이들 / 주은길
자전거 타는 소년과 이제는 시를 쓰지 않는 시인들 / 이익훈
EGOEGG / 이민선
서재 결혼 시키기 / 이경헌
옷장에 구더기 / 정희정
저자
이예본, 임선영, 윤소정, 조한빈, 주은길, 이익훈, 이민선, 이경헌, 정희정 (지은이)
출판사리뷰
이예본 작가의 〈제로쉴드제로〉
“남은 모든 날 중에 오늘이 가장 맑은 날씨일지 몰라.”
기후 위기의 기점으로 언급되는 2050년 이후, 국가는 지속 가능한 방안이 아닌 저렴하고 파괴적인 에어로졸 정책을 시행한다. 슈트와 헬멧 없이는 일상생활조차 불가능한 와중에도 사람들은 화성 이주와 ‘쉴드’, 과학기술을 믿으며 안도한다. 버려질 행성에 남은 ‘스모그 베이비 세대’ 루이와 재이는 고작 한 평의 쉴드, 그리고 산책을 바랄 뿐이다. 하지만 쉴드에 균열이 생기면서 또 다른 목소리들이 방문하기 시작하는데.
· 이예본은 2023년 〈두더지 떼〉로 《경상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에 당선했다.
임선영 작가의 〈작은 집을 불태우는 일〉
작가가 창작한 동명의 시를 모티프로 한 희곡이다. 작가는 소방대원이 말벌 집을 불태우는 영상을 보고 우리에게 누군가의 집을 불태울 권리가 있나 하는 질문에서 시를 쓰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작품에 묘사된 말벌들의 세계는 우리 인간의 세계와도 닮았다.
· 임선영은 2023년 〈[Bae] : Before Anyone Else 어느 누구보다 먼저〉로 《동아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에 당선했다.
윤소정 작가의 〈카운팅〉
은순이 산불을 피해 종배와 화영의 집을 찾는다. 다급한 와중에 미처 기르던 개를 챙기지 못했다는 은순의 말에 종배가 집을 나선다. 한편 동네 사진사는 마을 사람들의 사진을 구하기 위해 불속을 헤매고, 귀농민 남국은 반려견과 함께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떠돈다. 작가는 “무용한 것들을 구하겠다고 애쓰는 사람들”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말한다.
· 윤소정은 2023년 〈집의 생존자들〉로 한국극작가협회 신춘문예 단막극 부문 당선.
조한빈 작가의 〈계단〉
이제 막 어른이 된 수현과 시현은 ‘저기’로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린다. 하지만 그 안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하는 수 없이 계단으로 ‘저기’까지 가 보려는 둘. 그 앞에 ‘주의’ 푯말이 있다. 계단을 아무리 올라도 ‘저기’에 닿지는 않고, 몇 층인지 알 수 없어 막막하기만 하다. “94년생 조한빈이 쓸 수 있는 이야기, 하고 싶은 말을 쓰자”라는 생각으로 써 내려간 작품.
· 조한빈은 2023년 〈식사〉로 《매일신문》 신춘문예 희곡 부문에 당선했다.
주은길 작가의 〈등산하는 아이들〉
시작은 겨울이면 너도 나도 다 입는다는 그 패딩 “더 노스페이스”였다. 문제의 그 패딩이 있고 없고, 그걸 사고 못 사고의 사정들이 얽혀 갈등으로 폭발한다. 이런저런 다양한 사정이 “학생”이란 이름 아래 파묻혀 버리는 “학교”가 배경이었기에, 충분히 성숙하지 못했어도 어른을 꿈꾸는 열다섯들이 인물이었기에 갈등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또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나아간다.
· 주은길은 2023년 〈산은 말한다〉로 《부산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에 당선했다.
이익훈 작가의 〈자전거 타는 소년과 이제는 시를 쓰지 않는 시인들〉
중년이 된 소년은 어릴 적 시인이 꿈이었다. 지금은 연극을 하고 있다.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작품. 시적인 대사와 지문이 특징이다. “엄마한테 꾸중 듣고 놀이터에서 혼자 오래 있다가 찬 밤에 떨며 집에 돌아갔는데, 엄마가 그냥 안아 준” 것처럼 “따뜻”한 기분(작가의 말 중에서)이 전해진다.
· 이익훈은 2023년 〈식빵을 사러 가는 소년〉으로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부문에 당선했다.
이민선 작가의 〈EGOEGG〉
자신의 몸과 자아를 완전히 긍정하는 여성이 얼마나 될까? 이해도 인정도 아닌 긍정! ‘여성의 자아는 난소에서 오는가?’ 하는 풍자는 여성성의 아이러니에 대한 고민을 거치며 돌고 돌아 “몸”에 대한 질문에 이른다. “여성이 살아가기 참으로 기이한 세계에 질문을 던지는 다큐멘터리극”.
· 이민선은 2023년 〈은수의 세상〉으로 《강원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에 당선했다.
이경헌 작가의 〈서재 결혼 시키기〉
해원이 자살한 지 1년이 지났다. 심리 상담가 수영은 아내를 잃은 성주의 상실감을 깊이 들여다보며 성주가 마음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우려 한다. 성주는 자신의 “아무렇지 않음”을 내보이며 수영의 조언을 거부한다. 하지만 어느 날 밤엔 죽은 해원이 성주의 서재를 찾아오기도 한다. 소중한 사람을 잃은 성주, 그를 돕고 싶어 하는 수영, 상실과 애도의 과정을 천천히 따라가 본다.
· 이경헌은 2023년 〈래빗 헌팅〉으로 《한국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에 당선했다.
정희정 작가의 〈옷장에 구더기〉
더기는 처음 본 남자를 집에 데려온다. 술 취해 잠든 그를 보며 사랑을 기대한다. 작가는 말한다. “온전히 끌어안고 안기는 일. 그건 처음부터 누군가가 해 줄 수 없는, 혼자이기에, 혼자만이 가능한 일인지 모른다. 그저 사랑받고 싶은, 어린아이 같은 마음을 가진 더기를 통해 우리가 말을 나누지 않고도 품을 나눌 수 있다면 좋겠다.” (작가의 말 중에서)
· 정희정은 2023년 〈착해 빠져선〉으로 《조선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에 당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