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발명가와 같은 호기심, 창작과 비평을 향한 순수한 기쁨으로
한국 아동청소년문학의 오늘을 일군 김이구 유고 평론집
문학에 대한 깊은 애정, 탁월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한국 아동청소년문학 창작과 비평의 전환기를 이끈 평론가 김이구(1958~2017)의 유고 평론집 『동심이 발견한 세상』이 출간되었다. 그는 변화를 이끌어 내는 전위성을 갖추면서도 지배적 장악이 아닌 대화적 관계를 추구하는 글로 창작자와 비평가를 두루 북돋운 문학평론가이자, 1984년 창작과비평사에 입사해 예리한 시선과 눈썰미로 신인 작가 및 걸작을 다수 발굴해 낸 뛰어난 출판 편집자였다. 또한 미답지를 개척하는 도전 정신과 학구열로 동료들과 뜻을 모아 아동청소년SF를 연구하고 ‘한낙원과학소설상’ 공모를 제정하는 등 작고하기 직전까지 우리 아동청소년문학장(場)을 일구는 데 전념했다. 이 책은 김이구가 남긴 마지막 문학적 궤적으로서 그를 그리워하는 출판 관계자들은 물론 아동청소년문학에 관심을 가진 독자들에게도 풍부한 사유와 감성을 열어 주는 선물이 될 것이다.
목차
책을 펴내며
영양가 많고 물리지 않는 얘기를 듣는 재미: 김이구 유고 평론집 출간에 부쳐_원종찬
1부
껴안는다는 것 정유경 「까만 밤」
대단한 꿈 김개미 「나의 꿈」
마음이 무거운 날엔 임복순 「몸무게는 설탕 두 숟갈」
잔칫날처럼 풍성한 시간 최종득 「꼬막 터는 날 1」
된서리 맞기 전에 이수경 「서리 내린 아침」
놀이로서의 동시 신민규 「숨은글씨찾기」
진짜 이웃 사이 민경정 「엄마 계시냐」
둥지에서 넓은 세상으로 송진권 「이소」
가면 아닌 진면 김희정 「고양이 가면 벗어 놓고 사자 가면 벗어 놓고」
벌과 나비 친구들에게 이안 「봉숭아 편지」
새초롬! 매끄럼! 말끄럼! 이상교 「아름다운 국수」
아이가 요에 오줌을 싸면 윤동주 「오줌싸개 지도」
나도 덩달아 풋풋해지는 김미혜 「꽃 이름 부르면」
시란 이런 것 서정홍 「텃밭에서」
살아 있는 교실 문현식 「팝콘 교실」
밑바닥에 깔린 슬픔 한 자락 이정록 「딸기 상자」
험난한 피란 생활 속에서도 권태응 「산골길」
받아쓰기만 잘해도 시가 되네 박성우 「눈 잘 자」
미담이 그리운 시절 김현숙 「손발 빌려주기」
의자 고행이 멈추어진 시간 김용삼 「청소 시간이 되면」
펠리컨의 애교 강기원 「펠리컨」
저 신랑 신부는 좋겠다 주미경 「처음 손잡은 날」
읽을수록 그리워지는 아이들 놀이 류선열 「똑딱 할멈」
우화시로 보는 세상 김응 「똥개가 잘 사는 법」
기성 동시에 충격을 준 말놀이 동시 최승호 「재규어」
단풍 든 떡갈나무 숲에서 고형렬 「가을 다로롱」
얌전한 폭발 박예분 「어떻게 말할까」
‘블랙리스트 예술가’의 마음 안학수 「돌멩이랑 파도랑」
재치 있고 가벼운 말놀이 유강희 「열대야」
놀람도 생활의 자그마한 축복 도종환 「누가 더 놀랐을까」
자꾸 바다 밑을 생각한다 김개미 「물밑의 언니」
‘나’를 잊은 질주 차영미 「깜박」
꿈으로 버텨 온 긴긴 세월 김바다 「장단역 증기기관차 화통」
엉뚱한 질문, 통렬한 역설 윤석중 「독립」
조금씩 천천히 좋아졌다 송선미 「맘대로 거울」
가로수들의 운명과 공포 김종헌 「가지치기하던 날」
땀 흘려 일하는 슈퍼히어로들 박해정 「신 어벤저스」
물오르는 나무를 보며 김금래 「서 있는 물」
가만히 눈을 감고 귀를 맡긴다 안도현 「귀 파는 날」
그림책이 떠올랐다 박해련 「플라타너스 문지기가 서 있는 병원」
마음이 한껏 설레어 윤복진 「이슬 방울」
‘알약’이 ‘시집’을 대신해? 김은영 「우주에서 읽는 시」
일상 속의 지하철 풍경 박혜선 「퇴근 시간」
권정생 선생님 사시던 집 마당엔 안상학 「개나리꽃」
나이 어린 아이답다 최수진 「저울」
담백하면서도 짠한 삶의 빛깔 임길택 「산골 아이 7」
동심이 발견한 또 다른 세상 송찬호 「초록 토끼를 만났다」
더위를 날려 줄 ‘뽀뽀 한 방’ 김유진 「뽀뽀의 힘]」
가을을 만끽하는 콩 잡기 놀이 김용택 「콩, 너는 죽었다」
살뜰한 시선 이문구 「저녁상」
일상을 벗어나는 경험 장세정 「근질근질」
‘잘 익은 호박’으로 불러 주세요 이중현 「늙은 호박」
다람쥐와 도토리가 있는 마을 권정생 「다람쥐」
지하철에 동시를 허하라! 홍일선 「시 한 편」
두 개의 만남 차이스후이·리자신 「엄마의 다리를 먹다」
2부
천진한 아이가 쓴 일기 같은 동시 최수진 『벌레가 기절했다』
꽃과 새의 이름을 부르며 생명을 보듬기 김미혜 『안 괜찮아, 야옹』
가족의 일상, 도시의 정취가 깃든 동시 박혜선 『백수 삼촌을 부탁해요』
이 세상에 있는/없는 마을의 동화 장동이 『엄마 몰래』
발명가와 같은 호기심으로 김성민 『브이를 찾습니다』
날개 단 동시, 함께 듣고 부르는 노래 가객 백창우와 ‘동시노래상자’
‘솔아 푸른 솔아’와 박영근 시인 박영근 『솔아 푸른 솔아』
삐딱한 아이, 반듯한 동시 김은영 『삐딱삐딱 5교시 삐뚤빼뚤 내 글씨』
세대를 건너 유년 독자들이 즐길 수 있는 노래 근대 유년동시 선집 『밤 한 톨이 땍때굴』
과학소설의 재미와 우주 개척의 꿈 한낙원 『금성 탐험대』
미래 상상과 현실 탐구가 만나는 이야기 세상 제1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작품집 『안녕, 베타』
어린이 청소년 과학모험소설을 개척한 작가 한낙원
로봇들이여, 자유를 찾아라 이현 『로봇의 별』
방자가 왈왈 짖어 대는 새로운 ‘춘향전’ 박상률 『방자 왈왈』
두 번의 연애, 또는 ‘나’를 찾아가는 청춘의 여정 미카엘 올리비에 『나는 사고 싶지 않을 권리가 있다』
견고한 세상과 학교, 자그마한 균열 구병모 『피그말리온 아이들』
무뎌질 수 없는, 무뎌지지 않는 김이윤 외 『마음먹다』
악동 삼총사의 시끌벅적한 성장기 조재도 『불량 아이들』
소외된 아이들의 진실과 희망이 깃든 공간 버지니아 해밀턴 『주니어 브라운의 행성』
다문화 사회에서 함께 살기 위하여 최성수 『무지개 너머 1,230마일』
이색적인 경험, 목숨을 건 모험이 펼쳐지는 과학소설 한낙원 『금성 탐험대』
3부
어린이문학 장르 용어를 새롭게 짚어 본다
창작 현실에 걸맞게 ‘어린이소설’이라고 쓰자
오늘의 우리 동시를 말한다: 난해함, 일상성, 동심주의의 문제
어린이문학이 무엇인지, 먼저 닦아 놓은 길을 가며: 이원수 「아동문학 입문」과의 만남
인터뷰: 김이구 평론가에게 듣는다
저자
김이구 (지은이)
출판사리뷰
아동청소년문학의 비평적 모험을 정점으로 이끈 문학평론가
故 김이구의 동심이 발견한 소박하고 아름다운 세상
2017년 10월 31일 세상을 떠난 문학평론가 故 김이구의 6주기를 맞아 유고 평론집 『동심이 발견한 세상』을 펴낸다. 뛰어난 출판편집자이자 기획자, 평론가로 문단에서 전방위적 활약을 했던 그의 갑작스러운 부음에 당시 수많은 문인과 출판관계자 들의 황망함이 깊었다. 특히 한국 아동청소년문학 비평이 발전해 온 갈피마다 고인의 자취가 선명하여 아동청소년문학장(場)에서 빈자리는 더욱 컸다. 그가 생전에 발표한 아동청소년문학에 관한 글 중 기간된 책에 실리지 않은 것을 엮은 이번 평론집은 “작품을 시대와 현실, 어린이라는 좌표 위에서 읽어 내는 시선”이 날카로우면서도 “섬세하고 따뜻하다.”(어린이청소년SF연구공동체 플러스알파 ‘추천사’) 예리한 눈길을 견지하면서도 상호 대화적 관계를 추구하는 태도는 작가·작품·독자 간 접점을 만들어 중개하고자 하는 평론가의 책임 의식에서 비롯하는바, 『동심이 발견한 세상』은 아동청소년문학 비평의 전환기를 이끈 것으로 평가받는 그의 저서 『어린이문학을 보는 시각』(창비 2005), 『해묵은 동시를 던져 버리자』(창비 2014)를 잇는 비평의 본보기로서 아동문학 작가, 연구자 및 독자 들에게 믿음직스러운 이정표가 될 것이다.
동시 비평의 최전선에서 남긴 마지막 문장들
2015~2017 한국일보 연재 에세이 ‘김이구의 동시동심’ 수록
1부에는 저자가 작고하기 직전인 2017년 10월 20일까지 약 2년간 연재한 동시 에세이 ‘김이구의 동시동심’을 한데 모았다. 그는 동시대에 출간된 동시집들을 성실히 검토하며 치우치지 않은 감식안으로 유려하고도 냉철한 시평들을 쓰는 한편 ‘동시동심’과 같이 평론에 익숙지 않은 독자들도 편히 읽고 동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짧은 에세이 성격의 동시 소개 글을 꾸준히 발표했다. 철이 바뀔 때마다 계절의 풍취를 담은 동시를 인용하며 감상적인 분위기를 그리기도 하고, 섬세한 언어로 화자의 내면을 드러내는 동시를 통해 자신의 솔직한 심상을 대변하기도 했다. 권태응·류선열·윤복진·윤석중·임길택 등 앞세대 동시인의 성취를 돌아보거나 김성민·신민규·최수진 등 주목할 만한 신인 동시인의 작품 세계를 상세히 분석하며 출발선에 선 이를 응원하기도 했다.
이처럼 1부의 글은 대개 저자의 담백한 목소리로 “영양가 많고 오래도록 물리지 않는 이야기”를 듣는 즐거움을 주지만, 동시에 읽는 이를 “무방비 상태에서 갑자기 쑥 들어온 비수에 놀라”(원종찬 「책을 펴내며」)게 만드는 묘미도 크다. 세월호 참사, 국정농단 게이트,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논란 등 사회 이슈에 대해 상황에 적실한 작품을 들어 비판하는 글(「자꾸 바다 밑을 생각한다」「재치 있고 가벼운 말놀이」「‘블랙리스트 예술가’의 마음」 등)은 사회적 참사 희생자에 대한 진정성 있는 추모의 부재, 책임 소재 규명 문제가 반복되는 오늘날에도 시의적절하게 읽히며 묵직한 경종을 울린다.
당대 현실과 작품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독자와의 접점을 만드는 ‘현장 발언’으로서의 평론
2부에는 동시집 및 청소년소설 해설과 서평, 3부는 어린이문학의 장르 용어 및 동시의 난해성 문제를 다룬 글, 잡지 인터뷰 등을 실었다. 2부의 당대 비평들은 작품의 개성적인 세계를 탁월하게 분석하고 작품을 풍성하게 만날 수 있도록 돕는 글로, 생생한 현장성을 바탕으로 글쓴이의 시각을 밝히는 비평의 표상으로 삼을 만하다.
3부에서는 십수 년이 흐른 지금까지 유효한 문제의식을 일찍이 간파한 저자의 통찰력이 돋보인다. 여러 동시인 및 연구자들은 저자가 2007년 발표한 평론 「해묵은 동시를 던져 버리자」 이후 동시단이 ‘뿌리 깊은 어린이 인식(어린이는 좁은 사고, 제한된 경험, 제한된 희로애락의 감정을 지닌 존재)’과 ‘낡은 감각(해묵은 관습에 얽매여 낡은 작법 반복)’의 갱신을 목표로 부단히 노력하는 가운데 우리 동시가 일대 전환기를 맞았으며 비평의 수준 또한 한 단계 도약한 것으로 평가하는바, 3부 「인터뷰: 김이구 평론가에게 듣다」(2013)에는 당시 동시단에서 벌어진 논쟁의 주요 내용과 일련의 토론 흐름 속에서 저자가 느낀 솔직한 심정이 가감 없이 담겨 흥미롭다. 2015년 이른바 ‘잔혹 동시 파문’ 이후 발표한 「오늘의 우리 동시를 말하다」(3부)는 동시를 읽고 쓰는 사람들이 “아이들의 심리를 관습적·피상적으로 쉽게 판단”하지 않아야 하며 “더 심층적”으로 어린이를 이해하고 파악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그가 강조한 ‘어린이 인식’ 진전이 여전히 아동문학장 전체의 과제로 남아 있음을 일깨우고 새로운 가능성 모색을 촉구하는 글이다.
계간 『창비어린이』 창간, ‘한낙원과학소설상’ 공모 제정 등
아동청소년문학의 미답지를 끊임없이 개척한 기획·편집자
한편 2부에는 한낙원의 『금성 탐험대』(창비 2003) 서평 두 편과 제1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작품집 『안녕, 베타』(사계절 2015) 서평, 그리고 작가 한낙원을 상세히 소개한 글까지 총 네 편의 글이 실렸다. 저자의 아동청소년SF에 대한 깊은 애정과 사명감이 엿보이는 글들로, 그는 “연구를 기다리는 미답지”(「어린이 청소년 과학모험소설을 개척한 작가 한낙원」)인 한낙원을 꾸준한 공부 대상으로 삼아 2013년 『한낙원 과학소설 선집』(현대문학 2013)을 엮어 펴내고, 2014년 한낙원과학소설상 공모를 제정하는 데 힘썼다. 아동청소년SF 장르만을 모집하여 시상하는 한낙원과학소설상 공모는 지난 10년간 작가들에게 SF 창작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었으며 개성 있는 신인 작가들을 배출해 온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에 앞서 김이구의 주도로 1996년 제정된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역시 걸출한 작가를 다수 발굴해 온바, 아동청소년문학의 다양성, 어린 독자들이 읽는 문학 작품의 진취성을 중시한 편집자 김이구의 도전 정신이 이룬 성취라 할 만하다. 그 자신이 편집자이자 평론가로서 아동청소년문학에서 ‘주례사 비평’이 일관하는 문제점을 진단하고 아동문학 담론의 활성화를 위해 2003년 계간 『창비어린이』의 창간을 이끈 일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업적이다. 올해 창간 20주년을 맞기까지 『창비어린이』는 우리 아동청소년문학 비평의 중심 역할을 하며 고인의 뜻을 이어 왔다. 새로운 평론가와 작가 발굴이라는 과제가 오늘의 편집자와 평론가 들에게도 긴요한 지금, 『동심이 발견한 세상』을 읽는 일은 그가 남긴 귀중한 씨앗을 소중히 거두는 일과 맞닿는다. 치열했던 문학적 생애를 뒤로하고 “지친 몸을 쉬러 안온한 보금자리로 귀소”(「둥지에서 넓은 세상으로」)한 고인의 마지막 행보를 총망라한 이번 유고 평론집이 그를 기억하는 많은 이들에게 “평범하고 소박한데, 아름답고 찡”(「진짜 이웃 사이」)한 감동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