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을유세계문학전집 129번째 작품으로 『하이네 여행기』가 출간되었다. 19세기 독일 문학을 대표하는 시인인 하인리히 하이네의 문학 세계를 잘 보여 주는 이 책은 총 4권으로 출간되었던 여행기 가운데 대표작인 「북해」 연작과 중편 「이념―르그랑의 책」을 선별해서 실었다. 하이네는 생전에 여러 책에 흩어져 있던 「북해」 연작을 묶어 한 권의 단행본으로 출간하고 싶어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 바 있다. 본서는 이러한 하이네의 의도를 비로소 실현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깊다.
목차
북해
제1부
1 황혼 | 2 해넘이 | 3 해변의 밤 | 4 포세이돈 | 5 헌사 | 6 선언 | 7 선실의 밤
8 폭풍 | 9 잔잔한 바다 | 10 바다의 환영 | 11 정화 | 12 평화
제2부
1 바다를 반기며 | 2 뇌우 | 3 난파당한 사람 | 4 해넘이 | 5 오케아니데스의 노래
6 그리스의 신들 | 7 질문 | 8 불사조 | 9 메아리 | 10 뱃멀미 | 11 항구에서
12 에필로그
여행기 2권 2판 서문
제3부
이념 ― 르그랑의 책
제1장 | 제2장 | 제3장 | 제4장 | 제5장 | 제6장 | 제7장 | 제8장 | 제9장
제10장 | 제11장 | 제12장 | 제13장 | 제14장 | 제15장 | 제16장 | 제17장
제18장 | 제19장 | 제20장
해설: 여행 문학의 새로운 지평
판본 소개
하인리히 하이네 연보
저자
하인리히 하이네 (지은이), 황승환 (옮긴이)
출판사리뷰
낭만주의의 마지막 시인이자 현대 독일 시의 선구자
하인리히 하이네의 대표작
오늘날에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하인리히 하이네는 마지막 낭만주의 시인이자 현대 독일 시의 선구자로 불린다. 『하이네 여행기』는 저자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로 4권에 걸쳐 선보였던 『여행기』 중에서 「북해」 연작과 「이념―르그랑의 책」을 선별하여 실었다. 특히 본서에 실린 연작시 「북해」는 이전의 고전주의나 낭만주의 문학과 구분된다는 점에서 그의 문학 세계에서 특별하다. 「북해」에서는 또 다른 그의 대표작인 『노래의 책』에서 보여 주었던 전통적인 민요 형식을 확장하여 찬가풍의 리듬 형식을 도입함으로써 자유시에 더 가까워진 모습을 보인다. 또한 「북해」 2부에서는 처음으로 고대 신화 모티프가 대거 등장해 다채로운 세계관을 구성한다.
하이네의 연작시는 모자이크 작품과 같아서 한 발짝 뒤로 물러나 거리를 두고 볼 때 작품 전체의 구도가 큰 그림으로 드러난다. 부분과 전체를 함께 보아야 시인의 의도가 파악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연작시에 포함된 개별 시에는 제목이 없거나 일련번호를 붙이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북해」에서는 개별 시에 제목이 달려 있어 독립성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1·2부 모두 바닷가에서 출발하여 폭풍우를 뚫고 거친 항해를 비로소 끝낸 뒤 평화로운 항구에 도착하는 구성인데, 제목의 나열만으로도 하나의 서사적 줄거리가 형성되기 때문에 독자는 시적 화자와 함께 배를 타고 여행하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산문으로 이루어진 「북해」 3부는 1830년대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저널리즘 문체, 즉 신문의 문예란과 유사한 문장을 보여 주고 있으며, 단편적 연상이 나열된 산문의 구성도 연작시와 유사하다. 소제목이나 장, 절의 구분 없이 일인칭 화자의 생각이 연이어 꼬리를 물고 드러나며 한 가지 주제에서 다른 주제로 이어진다. 이러한 연상 작용을 통해 단편적 사고가 나열되지만 그렇다고 어떤 결론이 제시되지도 않은 채 독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독특한 형태의 산문이다.
동서양의 신화와 전설, 고전과 문학을 넘나들며
연결되는 산문 미학
하이네는 아이러니를 잘 활용한 풍자의 대가로 불리기도 하는데, 본서에도 신조어나 다의어를 이용한 언어유희가 두드러진다. 아울러 동서양의 신화와 전설, 고전, 학술서와 문학 작품 들을 적재적소에 언급하거나 인용해 풍부한 읽을거리를 제공하며 동시에 독자가 현실을 되돌아보고 성찰하는 기회를 부여한다. 이처럼 다양한 소재와 상호 연상을 통한 내용 확장은 이 책에 실린 「이념―르그랑의 책」에서도 두드러진다.
하이네의 작품 중에서 가장 복잡하면서도 난해하지만 깊이 있는 산문으로 간주되는 「이념―르그랑의 책」은 일반적인 의미의 여행기와 다르다. 다만 베네치아, 독일 등 다양한 장소와 3천 년 전의 인도나 뒤셀도르프의 유년 시절 그리고 현재 등 여러 시간대를 오간다는 점에서 일종의 탐방 기록이라고 할 수는 있다. 얼핏 보기에 다양한 테마와 모티프들이 20장에 걸쳐 매우 무질서하게 얽히고설켜 있는 듯 보이지만 이는 하이네가 치밀하게 의도한 것이다.
「이념-르그랑의 책」에서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회상과 성찰 등이 연상을 통해 종횡무진으로 연결된다. 일인칭 화자가 회상하는 과거는 성찰을 통해 현재화되고, 현재에 대한 성찰은 과거사를 구조화한다. 과거의 회상은 현재의 성찰로 인해 단절되고, 현재의 성찰은 과거 사건에 대한 회상으로 지속적으로 끊기기 때문이다. 하이네에게 사실 자체로서의 과거는 아무 의미가 없다. 과거는 현재와 연관성을 가질 때 비로소 의미가 있다. 이 작품에서 하이네는 고전주의나 낭만주의 등 현재의 가치를 등한시하는 모든 성향에 반대하며 현실주의자로서의 면모를 보여 준다. 이런 측면에서 유년 시절의 화자가 군인이자 북재비인 르그랑에게서 북소리를 통해 프랑스 혁명과 같은 역사적 사건이나 자유와 평등의 이념을 배우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늘날 하이네의 여행기는 괴테가 집필한 여행기와 곧잘 비교되기도 한다. 괴테가 여행기에서 고대 예술 작품 감상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하이네는 나폴레옹의 신화화로 대변되는 프랑스 혁명정신, 나아가 모든 질곡에서 벗어나는 해방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