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새로운 시대와 소통하고 미래와 조응하기 위한,
공존의 가치를 더하는 인문무크지 『아크 ARCH-』 6호 ‘기분’
오랫동안 지역사회와 소통하며 인문학 관련 프로그램들을 진행해온 상지건축이 새로운 시대와 소통하고 미래와 조응하기 위해 2020년 12월 창간한 인문 매거진 ‘아크 ARCH-’ 제6호가 출간됐다. 아크는 ‘archive, architecture, archi’와 같은 단어가 공유하는 인간과 세계의 근원에 대한 성찰을 담은 ‘ARCH’와 방주의 뜻이 담긴 ‘Ark’에서 영감을 얻어 인문학의 방주 역할을 하겠다는 뜻으로 만든 이름이다. ‘아크’는 철학, 역사, 문학을 기반으로 예술, 공간, 도시, 건축, 미디어, 일상생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삶과 이야기를 매개로 우리 사회의 인문적 고양에 이바지하고자 하며 6호의 주제로는 ‘기분(氣分)’을 선정했다.
창간호 ‘휴먼’과 2호 ‘믿음’, 3호 ‘자연’, 4호 ‘환대’, 5호 ‘소통’에 이어 발간된 6호 ‘기분’에서는 20세기 후반 근대성에 대한 반발로 새롭게 주목하기 시작한 감정, 비합리성, 열정 등의 문제를 오늘날 ‘기분’이라는 키워드로 수렴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합리적 언어로 명료하게 설명할 수 없는 어떤 분위기, 어떤 느낌이 현대사회에서 갖는 의미를 인문학적으로 성찰했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면서도 미처 깊이 생각지 못하고 그냥 지나쳤던 단어들을 집중적으로 환기해보는 것은 새로운 인문적 상상력을 소환하는 중요한 계기일 것이라 믿으며,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기분’의 인문적 의미를 새롭게 상상해보고 실천하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한다.
목차
허동윤 · 명랑한 기분이 넘쳤으면 하는 바람
고영란 · Editor’s letter
박유정 · 당신의 기분은 어떠십니까? 기분의 철학적 의미
장현정 · 기분氣分의 기술技術
송철호 · 기氣와 분分, 그리고 기분
박형준 · 개인과 사회의 체온계 - 기분과 문학
이성희 · 예술과 기분, 그리고 멜랑콜리
장희창 · 서정시에서 ‘서정’이란 무엇인가?
이성철 · 기분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류영진 · 일본인들의 기분이 어떠냐고요? 그건 받아들이기 나름입니다
강동진 · ‘부산’, 기분이 좋아짐^^
오선영 · 기분을 표현하는 법
정 훈 · 두려움과 떨림의 오블리비언
조봉권 · 평정심, 평정심… 봉권아, 평정심…
조광수 · 만나면 기분 좋은 사람
차윤석 · 비어있는 곳의 기분
이한석 · 바닷가 경관, 그 흥에 취하여
김종기 · 기분 감정의 합리성에 대하여
조재휘 · 공기의 영화, K의 기분
심상교 · 기분, 화이트 트라우마를 유지하는 방식
저자
상지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 (지은이)
출판사리뷰
머리로 하는 인문학이 아닌 가슴을 움직이는 인문학,
그리하여 살아 움직이는 ‘실천의 인문학’을 지향하며
아크 6호를 여는 첫 글은 하이데거를 전공한 박유정 교수의 「당신의 기분은 어떠십니까? 기분의 철학적 의미」 이다. 박 교수는 우리가 가지는 기분은 감정이라 무시해도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의 처지, 우리가 처해 있는 근본적인 상황을 바로 적시해 주는 단초라고 얘기한다. 하이데거의 존재론적 기분은 현대사회에서 우울과 신경증으로 변했기에 존재에 귀 기울일 때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왜냐면 인간은 존재의 말 건넴에 귀 기울이고 그에 응답하는 한에서만 인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장현정 작가의 「기분의 기술」 은 ‘기분’의 한자, 영어, 그리고 철학적 사유까지 아우르며 이분법적 사유에서 벗어나 극단에 치우치지 않는 기분의 기술을 연마하는 게 중요하다는 통찰을 건넵니다. 고전학자 송철호는 「기와 분, 그리고 기분」을 통해 기분의 ‘분分’은 나누고 베푸는 것이기에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아 수신하여 좋은 기를 몸과 마음에 가득 차게 하는 것, 좋은 기가 저절로 밖으로 드러나서 내 표정과 내 말과 행동이 평안하고 즐거운 것, 그런 표정과 말과 행동으로 남을 대함으로써 남도 즐겁고 평안하게 하는 것, 이것이 기분의 본래 의미라고 합니다.
박형준 교수의 「개인과 사회의 체온계 - 기분과 문학」 은 ‘기분’과 관련한 사전적 정의, 철학적 논의, 사회학적 함의, 심리학적 공과를 기분을 표제나 소재로 삼고 있는 구체적인 문학/작품들을 통해 정리했고, 시인 이성희의 「예술과 기분, 그리고 멜랑콜리」 는 위트릴로의 그림 속 흰색 거리의 모호한 분위기처럼 우리도 그런 안개 같은 것 속에 한동안 뭔지도 모른 채 헤매고 있을 때가 더러 있다며 기쁨도 아니고 슬픔도 아닌데 그 모든 감정의 근저를 조용히 흔들고 있는 것, 그것을 ‘기분’이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독일 고전문학 연구가 장희창 교수의 「서정시에서 ‘서정’이란 무엇인가?」 는 서정시의 여러 양상을 소개하며 ‘서정성’이란 무엇인지 검토하고, 이성철 교수의 「기분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는 기분이나 마음, 그리고 감정이나 정서가 단지 개인적인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 또는 사회의 환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살펴본다. 류영진 교수의 「일본인들의 기분이 어떠냐고요? 그건 받아들이기 나름입니다」 는 일본인들이 받아들이는 기분의 다양한 해석을 소개하고, 강동진 교수의 「부산, 기분이 좋아짐^^」 은 부산이 훨씬 기분 좋은 도시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으며, 소설가 오선영의 「기분을 표현하는 법」은 문학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기분을 표현하기에 앞서 자신의 기분을 응시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문학평론가 정훈의 「두려움과 떨림의 오블리비언」 은 경험을 통해 늘 따라다니는 ‘기분’을 소설적으로 재구성했고, 조봉권 기자의 「평정심, 평정심… 봉권아, 평정심…」 은 개인적인 일상을 소재로 했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생각 거리를 던져주며, 조광수 교수의 「만나면 기분 좋은 사람」 은 기분을 군자의 개념에 연결해 생각해보게 한다.
끝으로 차윤석 교수의 「비어있는 곳의 기분」, 이한석 교수의 「바닷가 경관, 그 흥에 취하여」 는 우리가 건축과 도시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기분’ 좋게 즐기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던져주고, 김종기 관장의 「기분 - 감정의 합리성에 대하여」 , 영화평론가 조재휘의 「공기의 영화, K의 기분」 은 미학과 영화의 관점에서 기분을 조명하며 심상교 교수의 「기분, 화이트 트라우마를 유지하는 방식」은 기분과 전통을 연결함으로써 우리 사유의 폭을 넓혀준다.
이번 호에 실린 18편의 글을 통해 독자들이 ‘기분’에 대해 다시금 성찰하고 한 걸음 옆으로 옮겨 지금과는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인문무크지 ‘아크 ARCH-’는 가벼운 일회성의 텍스트들로 둘러싸인 채 질주하는 세계에서 묵묵히 지금보다 더 단단한 호흡을 견지하며 여러 전문가와 함께 매호 정해진 주제를 중심으로 인간과 세계의 지금 현재를 톺아볼 것이다.건축의 기본이 터를 다지는 일인 것처럼, 유행에 상관없이 우리 사회의 현실과 인문 담론을 환기하고 넉넉하고도 단단하게 인간과 세계의 기본을 다지려는 아크의 행보를 응원해주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