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압도적인 장정, 압도적인 이야기
로베르토 볼라뇨 20주기 특별합본판 『2666』
로베르토 볼라뇨의 전설적인 대표작 『2666』이 볼라뇨의 20주기를 맞아 방대한 분량을 묶어 낸 한 권짜리 특별판으로 나왔다. 볼라뇨의 유작이기도 한 이 작품은 스페인어권 문학에서 절대적 위상을 차지할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한국어 번역으로 원고지 총 6,573매에 달하는 이 대작은 그 분량에 걸맞은 방대한 이야기들과 다층적인 문제의식들을 담아 내 출간 이후 많은 비평가들과 독자들의 열광적인 찬사를 받아 왔다. 『2666』은 볼라뇨의 가장 야심찬 역작으로, 볼라뇨는 이 작품을 발표하면서 마르셀 프루스트와 제임스 조임스와 같은 20세기 거장들에 견줄 만한 작가가 되었다는 평을 받았다. 이번 『2666』 특별합본판은 큼직한 판형과 고급스러운 장정으로 이 기념비적 대작에 어울리는 모습으로 선보인다.
목차
작가 상속인의 말
비평가들에 관하여
아말피타노에 관하여
페이트에 관하여
범죄에 관하여
아르킴볼디에 관하여
초판에 부치는 말
옮긴이의 말-악의 반복과 이성적 사유의 해체
로베르토 볼라뇨 연보
저자
로베르토 볼라뇨 (지은이), 송병선 (옮긴이)
출판사리뷰
* 2008년 전미 비평가 협회상 수상
* 『텔레그래프』 선정 〈2000년대 최고의 책 100권〉 중 7위
* 『가디언』 선정 〈2000년대 최고의 책 50권〉
* 『뉴욕 타임스』 선정 2008년 최고의 책
* 『타임』 선정 2008년 최고의 책
*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선정 2008년 최고의 책
* 『타임스 리터러리 서플러먼트』 선정 2009년 최고의 책
* 『스펙테이터』 선정 2008년 최고의 책
* 『텔레그래프』 선정 2009년 최고의 책
* 『인디펜던트 온 선데이』 선정 2009년 최고의 문학
*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선정 2009년 최고의 책
우리 시대 최고의 작가 로베르토 볼라뇨
그의 가장 야심찬, 가장 거대한 작품 『2666』
〈마르케스 이후 라틴 아메리카에 등장한 최고의 작가〉, 〈스페인어권에서 가장 영향력이 크고, 가장 추앙받는 소설가〉, 〈라틴 아메리카 문학의 시한폭탄〉이라는 찬사를 받는 로베르토 볼라뇨의 대작 장편소설 『2666』이 볼라뇨 20주기를 맞아 특별합본판으로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2666』은 2003년 볼라뇨가 간 질환으로 숨을 거두고 몇 달 후에 출간된 그의 유작이다. 볼라뇨는 『2666』을 통해 걷잡을 수 없는 악의 급류를 거슬러 올라가 파헤치고, 악의 본질과 태동에 관하여 이야기하면서 라틴 아메리카 문학의 새로운 흐름을 보여 준다.
『2666』은 발표된 직후부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온갖 문학상을 휩쓴 작품이다. 한국어판 첫 출간 당시 전 5권, 총 1,752면으로 나왔던 전례 없는 대작으로, 출간 즉시 스페인어권 문단으로부터 〈금세기 최고의 소설〉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스페인과 칠레의 문학상을 휩쓸었다. 2008년에는 미국에서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진입했고, 전미 비평가 협회상을 수상했다. 『뉴욕 타임스』와 『타임』의 〈2008년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었으며, 『타임스 리터러리 서플러먼트』, 『스펙테이터』, 『텔레그래프』, 『인디펜던트 온 선데이』,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NRC 한델스블라트』 등 세계 각국의 유력지에서 〈2009년 최고의 책〉에 선정되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 작품으로 볼라뇨는 프루스트, 조이스, 핀천 같은 20세기의 대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불멸의 작가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라고 극찬했는데, 이 말은 이 작품이 지닌 문학적 가치를 단적으로 말해 준다.
로베르토 볼라뇨 필생의 역작이라 할 수 있는 이 작품은 그가 세상에 말하고자 한 바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비록 작품의 완성을 목전에 두고 숨을 거두어 〈미완의 유작〉이 되었지만, 이 시대의 비극을 향한 작가의 조망은 그 자체로도 이 시대에 통렬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범죄, 죽음, 어둠 등 그가 주목한 이 시대에 만연한 극단적 잔혹함은 검은 광채로 번뜩이며 악의 지배를 받고 있다. 볼라뇨는 이 작품을 통해 악의 기원과 그 본질을 파헤치기 위한 광기 어린 질주를 시도한다. 현재와 과거, 사실과 허구, 인물과 또 다른 인물이 중첩되면서 무한으로 증식하는 볼라뇨 작품의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난 이 작품을 읽다 보면, 흩어진 퍼즐 조각을 하나씩 맞추며 하나의 그림을 완성해 나가는 것 같은 짜릿한 흥분과 가시지 않는 여운을 느끼게 될 것이다.
목숨과 맞바꾼 필생의 역작을 남기고 떠난
천부적인 이야기꾼, 로베르토 볼라뇨의 핏빛 교향곡!
볼라뇨는 1993년 데뷔한 이래 작품을 발표할 때마다 스페인어권의 온갖 문학상을 휩쓸며, 〈제2의 가브리엘 마르케스〉가 강림했다는 흥분으로 라틴 아메리카를 뒤흔든 대형 작가다. 그는 『야만스러운 탐정들』이라는 작품으로 〈라틴 아메리카의 노벨 문학상〉이라고 불리는 로물로 가예고스상을 수상하면서 라틴 아메리카를 대표하는 문학가로 우뚝 섰다. 그러나 군사 독재 정권에 의해 오랫동안 정치적 망명에 내몰리며 쇠약해진 볼라뇨는 곧 다가올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고 필생의 역작 『2666』의 집필에 돌입했다. 5년 동안 간 이식 수술도 미뤄 가며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던 그는 결국 『2666』의 원고를 출판사에 넘긴 직후 50세를 일기로 숨을 거두었다.
볼라뇨 문학의 특징은 작품과 작품이 연결되는 치밀한 순환 구조와 탄탄한 역사적 지식,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사회적 성찰과 철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흩어진 이야기들이 이어지거나 변형되기도 하며 하나의 지표를 형성하지만 무엇을 가리키고 있는지는 독자의 해석에 따라 달라진다. 등장인물 또한 작품들을 넘나들며 여러 가지 모습으로 분(扮)하여 볼라뇨 작품의 전체적인 연결성을 나타낸다. 역사 속 실존 인물을 그대로 끌어오거나 허구의 인물과 뒤섞어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무너뜨리기도 한다. 허상과 실재, 과거와 현재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독자들은 볼라뇨가 창조한 사막에서 종종 길을 잃기도 한다. 그러나 또 한 명의 탐정이 되어 흩어진 퍼즐을 맞춰 가기 시작하면, 볼라뇨의 작품이 갖는 탁월함과 치밀함에 감탄하게 된다.
볼라뇨 문학의 특징 중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볼라뇨는 이 세계의 그늘진 곳을 항상 주시하며 악(惡)에 관하여 말하고자 했다는 점이다. 특히 『2666』은 죽음을 앞둔 볼라뇨가 목숨과 맞바꿔 가면서 세상에 들려주고자 한 악, 그 자체의 핏빛 교향곡이다. 볼라뇨는 이 작품을 통해 후아레스에서 자행되는 여성 연쇄 살인 사건을 언급하고자 했다. 생전의 인터뷰에서도 〈[지옥은] 후아레스 시 같다. 그곳은 우리의 저주이자 우리의 거울이다. 우리의 좌절에 대한 불안한 거울이며, 우리의 자유와 욕망에 대한 치욕적인 해석의 거울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인간성의 파괴가 후아레스의 여성 연쇄 살인 사건에서 최고조에 이르고 있음을 보고, 지옥의 형상화와 악의 본질을 통해 이 시대에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그는『2666』에서 사건의 집결지가 되는 멕시코의 산타테레사를 통해 범죄로 점철된 세상의 그늘과 공포를 그려 낸다.
볼라뇨는 『2666』에서 〈연쇄 살인마〉와 〈유령 작가〉라는 두 가지 축을 통해 전쟁, 독재, 대학살로 점철된 20세기에 인간의 악이 어떻게 태어나고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를 파헤치고 있다. 보리스 안스키의 일기에서 서술되는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의 범죄와 제2차 세계 대전의 홀로코스트는 20세기 말과 21세기 초의 멕시코 국경으로 상징적으로 수렴되며, 1백 명이 넘는 여성 연쇄 살인 사건으로 재생산된다.
던져진 단서만으로 사라진 조각을 찾아 꿰맞추는
끊임없는 수수께끼의 〈열린 미학〉!
앞서 말했듯 로베르토 볼라뇨의 작품들은 유기적인 호환성을 띠고 있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볼라뇨 마니아〉를 양산하고 있다. 볼라뇨가 작품 속에 흩뿌려 놓은 단서를 하나씩 꿰맞추다 보면 그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 그의 세계관을 유추할 수 있는 식이다. 하지만 그 해석이 독자마다 각각 다르기 때문에 일원화된 한 가지 주제가 아닌, 작품에 갇혀 있지 않고 독자에게 전이되어 다양한 주제로 재탄생하여 〈해독〉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2666』은 볼라뇨가 살아 있을 당시에 제목의 의미에 관해 언급한 적도 없고, 본문에도 제목의 의미가 전혀 나와 있지 않아서 전 세계의 언론과 문학가, 팬들로 하여금 제목 풀이를 시도하는 움직임마저 불러일으켰다. 『2666』의 편집을 담당한 이그나시오 에체바리아의 말에 따르면, 그가 아무런 의도도 없이 〈2666〉이라는 특별한 숫자를 언급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혹자는 「요한 묵시록」에 나오는 적그리스도의 상징이자 사탄의 숫자(짐승의 숫자)인 〈666〉을 따온 거라고 말하기도 하고, 전작인 『부적』에서 언급한 〈2666년의 공동묘지〉에서 의미를 유추해 보기도 한다. 좀 더 집요한 독자들은 또 다른 전작인 『아메리카의 나치 문학』에서 언급한 가상의 책 『욥의 아들들』의 면수인 〈1333〉이라는 숫자와 연관이 있을 것이라 해석하기도 한다. 그 외에도 제목의 의미에 관한 여러 가지 풀이가 따라 붙지만, 볼라뇨는 이 세상에 없고 생전에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기에 아직까지도 미지의 암호로 남아 있다. 결국 제목의 의미 또한 독자의 몫으로 주어진다.
추천의 글
하나의 문학 형식으로서 소설이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기념비적인 작품.
―조너선 리섬, 『뉴욕 타임스 북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