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이후 지금껏 일지를 써왔다. 이제 내 삶에 가장 중요한 것이 되었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끝없이 채우고 다시 비워낸 마음의 기록
쓰는 것으로 스스로를 담금질하는 사람, 유준상의 에세이
“배우는 일지를 써야 한다.” 유준상은 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 1학년 재학 시절 연기 수업 때 들은 스승의 한마디에 일지를 쓰기 시작했다. “연기가 잘 안 되니 일지라도 써야 했다. ‘이렇게라도 하면 잘할 수 있을까?’ 하며 계속 일지를 쓴 것이다.” 수업에 대한 짧은 코멘트에서 시작한 일지는 해를 거듭해 쌓여갔고 지금껏 서른 해를 넘어 지속되었다. 그의 글은 배우라는 직업에 관한 철학, 두려움과 행복을 동시에 선사하는 무대 위에서의 단상, 일상을 살다가 또는 여행을 떠나 얻은 삶의 통찰, 초심과 태도를 가다듬는 성찰 등 다양한 이야기로 진화했다. 이 책은 그중 2015년부터 오늘까지 써온 1,500매에 달하는 배우일지를 추려서 다듬고, 열한 편의 긴 에세이를 추가해 엮었다. 책의 후반부에는 2018년 8월 총 서른 세 번의 무대를 올렸던 뮤지컬 〈바넘; 위대한 쇼맨〉의 공연일지 전문이 실려 있다.
“내 직업은 배우, 끊임없이 반복하는 사람이다.”
정직한 성취를 믿는 선하고 강한 마음, 바지런히 갈고닦는 태도,
번뇌하고 열망하는 삶에 대하여
“일지 쓰기와 반복 훈련이 나의 살 길이라는 생각은 더 분명해졌다. 일지를 쓰지 않았다면 내 삶에 이토록 선명하게 각인되지는 않았으리라.” -책 속에서
그의 일지에서 단연 압도적으로 많이 쓰인 단어는 ‘연습’이다. 뮤지컬 〈비틀쥬스〉은 초연을 앞둔 마지막 2주 동안 하루에 12시간 이상 연습했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뮤지컬 〈그날들〉의 첫 연습 날 그의 손에는 대본이 없었다. 이미 모든 대사와 노래, 동선을 머릿속에 넣어두었기 때문이다. 1995년 데뷔 이후 쉼이 없던 방대한 필모그래피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 드라마, 영화, 뮤지컬 장르를 불문하고 출연한 작품의 수는 무려 약 100편 가량. 영화감독이자 뮤지션이기도 하다. ‘이야기기 전달자’인 배우의 역할을 넘어 자신만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영화감독으로서 장편 영화 세 편과, 단편 영화 두 편을 제작해 국내 주요 영화제에 초청받고 있다. 또한 사람들에게 작은 위안을 전하고자 뮤지션으로서 다수의 정규 앨범을 발표했다. 하지만 아직 영화감독과 뮤지션으로서의 유준상은 대중에게 생소하다. 알아주지 않더라도 그의 걸음은 지침을 모른다. 이러한 유준상에게 항상 따라붙는 수식어가 있다. ‘열정적인 배우’, ‘도전하는 사람.’ 이 책에는 그와 같은 수식어가 무엇을 바탕으로 피어난 것인지, 한없이 견고해 보이는 그의 노력과 성취의 이면에 무엇이 있는지, 내가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하는 힘의 원천이 무엇인지 드러내 보여준다. 무대 위에서 순간 대사가 떠오르지 않을 때의 살 떨리는 두려움과 절실함, 관객과의 약속을 지키고자 하는 강박에 가까운 책임감, 자그마한 것에도 진심을 다하며 삶을 온전히 살아내고자 하는 순수함, 어느 종교의 성직자처럼 끝없이 자신을 갈고닦아 경지에 다다르고자 하는 열망과 치열함, 타인의 말 한마디에 감정의 파도 속에서 분투하는 연약함까지, 쌓이고 깎여져 지금의 유준상이 된 과정을 그의 글을 통해 모두 낱낱이 보여준다.
“계속 무언가를 하며 버티고 있다면
지금 그 일을 너무 잘하고 있는 것이다.”
불확실한 세상 속에서 하루하루를 정직하게 쌓아가는
모든 이들을 향해 배우 유준상이 건네는 용기와 위로
인상적인 연기를 하는 사람을 보면 그의 삶이 궁금해진다. 결국 삶과 연기는 같이 가는 것이기에 좋은 생각을 하며 잘 살아야 연기에도 그것이 잘 묻어나온다. 그렇기에 연기는 나를 돌아보게 하고, 스스로를 깨게 하고, 깨려고 해도 깨어지지 않는 나를 다시 발견하게 하고, 그렇지만 또 끊임없이 깨려고 노력하게 하는 작업이다. -책 속에서
유준상은 삶과 연기가 같이 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연기를 더 잘하고 싶어서 삶을 가다듬고, 삶을 온전하게 살고 싶기에 배우라는 업에 최선을 다한다. 그 일례로 새해가 시작할 때마다 화두를 던진다. 배우일지 첫 장에 그해의 화두를 적고, 마음에 품은 채 한 해를 귀하게 살아간다. 책의 제목이 된 “나를 위해 뛴다”는 2022년의 화두였다. ‘뛴다’에 강조점을 두고 열심히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아닌, 오직 ‘나를 위한’ 삶을 살리라는 다짐이었다. 중년의 한복판에서 삶을 더 아름답게 가꾸고자 하는 의지였다. “삶은 너무나 소중한 것이기에 나는 삶이 아닌 것은 살고 싶지 않았다”고 말하는 미국의 철학자이자 시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처럼 하루를 소중하게, 순간을 영원처럼 살아가는 그의 삶의 태도는 깊은 울림을 준다.
“이제 좀 알 것 같다”고 얘기한 게 수년 전인데 지금도 이제 좀 알 것 같다고 한다. 아마 또 그만큼의 시간이 지나도 이제 좀 알 것 같다고 할 텐데 나는 그것이 내가 계속 발전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본다. 꾸준히 훈련을 했기 때문에 그 말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노력이 없으면 아는 것도 없을 테니 이제 좀 알 것 같은 연기와 내 삶을 더 정성껏 만들어 가겠다고, 나를 위해 뛰라고 얘기해본다. 다시 힘내자. -책 속에서
정직하게 하루하루를 쌓아가는 그의 삶의 태도는 오늘날 자신의 일과 삶에 충실하고자 애를 쓰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잘하고 있다고, 다시 힘을 내보자고, 격려와 용기의 메시지를 전한다. 내 생이 이것이 전부일까 싶은 허무함이 찾아올 때 다시 ‘나를 위해 뛰자’고,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무르익은 행복감으로 남은 생을 재미나게 살아보자고 응원한다. 열심히 살고 있는 당신을 응원하고자 하는 것, 삶으로 증명하는 배우 유준상이 그의 글을 세상과 나누는 단 하나의 이유다.
‘나’라는 한 그루의 나무를 심고 오랜 세월 그 나무가 잘 자라기를 마음 졸이며 노력해왔다. 일지는 내가 배우로서, 인간으로서 더 잘 살 수 있도록 해준 자양분이다. 좋은 나무가 되고 싶다. 지친 이들에겐 그늘을 내어주고 흔들리는 이들에겐 버팀목이 되어 주고 싶다. 내게 힘이 되었던 이 글들이 모쪼록 무더운 여름을 지나 가을로 향하는 계절의 비처럼 잠시나마 당신의 마음에 스며들기를 바란다.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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