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삶은 신성한 것이다. 우리는 각자 자신의 신성함을 만들 수 있다. 이 이야기는 우리가 거의 잊고 사는 세상의 무한한 신비, 삶의 신비를 들여다보게 한다.”_정혜윤(작가, CBS PD)
“인류의 폐허에서 찾은 삶의 신비와 순수한 선에 관한 책”
‘러시아의 움베르토 에코’ 예브게니 보돌라스킨이 세계문학사에 더한 장엄한 고전
야스나야 폴랴나 문학상 · 빅 북 어워드 · 리드 러시아 어워드 수상작
〈뉴 스테이츠먼〉 ‘올해의 책’
심도 깊은 철학적 언어와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러시아의 움베르토 에코’라 불리는 작가 예브게니 보돌라스킨의 『라우루스』가 은행나무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이 소설은 출간 당시 러시아에서 톨스토이 문학상으로 불리는 ‘야스나야 폴랴나 문학상’과 러시아 최고 현대문학에 수여하는 ‘빅 북 어워드’를 수상했고, 전 세계 30여 개국에 번역·출간되면서 러시아의 유일한 번역문학상인 ‘리드 러시아 어워드’를 받아 작가의 이름을 널리 알린 그의 대표작이다.
페스트가 창궐하던 15세기 중세 러시아를 배경으로 한 『라우루스』는 의사에서 성자로의 길을 걸은 한 인물의 일대기로, “삶의 신비에 대한 심오하고 도전적인 명상”을 펼쳐낸 소설이다. 중세 성자전이라는 독특한 형식을 취하고 있는 이 작품은 작가의 고대 러시아어와 문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뛰어난 상상력으로 독자를 다채롭고 신비스러운 지적 세계로 인도한다.
목차
한국 독자들에게 · 7
서문 · 11
지각의 책 · 15
부인의 책 · 147
여정의 책 · 277
평안의 책 · 435
옮긴이의 말 · 545
저자
예브게니 보돌라스킨 (지은이), 승주연 (옮긴이)
출판사리뷰
『장미의 이름』의 중세 시대,
『백 년의 고독』의 마술적 리얼리즘을 담은
현대 고전의 무게와 복합성을 지닌 소설
15세기 중세 러시아의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아르세니는 역병으로 부모를 잃고, 마을의 약제사인 할아버지 흐리스토포르 슬하에 자라며 약초술과 의술을 배운다. 세상의 전부였던 할아버지의 죽음 이후 그의 뒤를 이어 신묘한 의술로 주변 마을 사람들을 치료해주지만, 정작 사랑하는 연인 우스티나와 아들의 죽음만은 막지 못한다.
“자네는 앞으로 힘든 여정을 겪게 될 것이네. 자네 사랑 이야기는 이제 막 시작된 것이니 말일세. 아르세니, 이제 모든 것은 자네 사랑의 힘에 달려 있을 거라네. 물론 자네 기도의 힘 역시 중요하다네.” _143쪽
자신의 실수로 소중한 이들을 떠나보냈다는 죄책감에 아르세니는 원래의 이름을 버리고 길을 떠난다. 그는 거룩한 바보 우스틴과 순례자 아르세니라는 이름으로 여러 나라와 도시를 떠돌며 자기희생과 속죄, 박애의 길을 걷다, 수도자 암브로시우스라는 이름을 거쳐 러시아 민중의 성자 라우루스로 생을 마치게 된다.
그를 보기 위해 몸이 불편한 자들, 맹인들, 절름발이들과 나병 환자들, 농인들과 아인들과 비음 섞인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모여든다. 먼 곳에서 기력이 많이 쇠한 이를 데리고 오기도 한다. 귀신 들린 자를 밧줄이나 쇠사슬에 묶어서 데리고 오기도 한다. 정력이 약한 남자들,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자들, 남편 없는 여자들, 과부들과 고아들도 온다. 수도성직자들과 재속성직자들, 그리고 성 키릴 수도원의 수도자들, 크고 작은 공국의 공후들, 보야르들과 시장들과 천부장들도 온다. 한때 라우루스에게 치료를 받은 이들과 그를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그에 대해 많이 들은 이들과 그가 생전에 어디에서 어떻게 살았는지 보고자 하는 이들과 마지막으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든다. 그곳에 모여든 사람들이 보기에 러시아 땅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그곳에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_540쪽
특히 소설은 아르세니가 근현대 러시아의 미래를 예언하며 세계의 종말을 기다리던 이탈리아인 암브로조와 함께 예루살렘으로 성지 순례를 떠나는 부분을 통해 중세와 근현대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현재에도 유의미한, 시공간에 대한 보편적인 문제의식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곳은 사람 사는 땅의 끝이 아니더냐? 너는 왜 그곳으로 가려 하느냐?” (…) “공간의 경계선에서 어쩌면 시간의 경계에 대해 무언가를 알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암브로조가 대답했다. _287쪽
중세 수공예의 섬세함과 시적 감수성으로
순수한 정신을 짜나간 고아한 예술 작품
그는 몇 시간이고 같은 자세로 우스티나를 예술 작품 보듯 감상하곤 했다. (…) 다시 머리를 풀어 헤치고 머리카락을 천천히 빗으로 빗어줬다. 머리카락이 호수이고 빗이 작은 돛단배라고 상상하면서 말이다. 황금빛 호수를 따라 미끄러져 내려가면서 그는 그 빗 속에 있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곤 했다. 그는 가라앉는 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가장 두려운 것은 자신이 구조되는 것이었다. _94쪽
“시적 감수성이 풍부하고 섬세한 문장들을 접할 땐 작가가 단어라는 실로 짠 레이스 같은 문장들을 눈으로 더듬으며 넋을 잃는다”는 옮긴이의 말처럼 한 편의 예술 작품 같은 이 소설은 중세 러시아와 유럽 그리고 중동의 소박한 풍경을 생생하게 그려냄과 동시에 시간의 불가해한 신비와 순수한 선의 정신을 구현하고 있다.
무척 다채로운 형태이긴 하나 삶은 계속되고 있었다. 수백만 개의 부분으로 이루어진 삶의 모습이 그러하듯 그의 삶은 어지러이 움직였지만 동시에 이 안에는 어떤 통일된 방향성이 존재했다. _502쪽
“책을 펼쳤다 덮으면 이런 소설이 존재한다는 끝없는 행복감으로 가득 차게 될 것”이라는 언론의 극찬을 받은 만큼, 이 작품은 고아한 시적 문체로 짜나간 감동적인 서사를 통해 독자들을 현대 러시아 문학의 정수로 안내해줄 것이다.
옮긴이의 말
“소설은 특정 시대에 얽매이지 않고 과거와 현재를 자유자재로 드나들며 과거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우리 삶에 의문을 던지는 문제들을 제시하며 생각할 거리를 제시한다.”